파리의 연인의 히어로, 그 이름도 유명한 박신양.
여러분들은 그를 단순한 한귀주로만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달마야 놀자'에서 멋진 깡패
새끼로 활약했다. 단번에 그런 연기가 나오는 게
아니다. 이런 망해먹은 영화에서 내공을 쌓았기에
그런 연기도 나온다.
내 추측으로는 파리의 연인도 끝났겠다. 해 줄
영화도 없겠다. 해서 해준 모양인데, 사실 이걸
파리의 연인 폐인들이 본다면 분명히 티비를
꺼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가 '친구'
보다도 치즈 한 장 만큼은 더 좋다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이 영화는 '왕자와 거지'
이야기이다. 쌍둥이 형은 경찰, 쌍둥이 동생은
깡패. 뭔가 느낌이 오는가? 게다가 형이 동생을
죽였다면? 그리고 유골함을 들고 고향으로 찾아와
동생으로 오해를 받는다면?
이 영화에는 더럽고 추잡하고 비열하고 찌질이같은
인간 군상이 더럽게도 많이 나온다. 깡패 새끼들,
조폭 새끼들, 양아치, 건달, 경찰, 기타 별 쓰레기 같은,
진짜 몸통에는 한치도 근접할 수 없는 인간만 나온다.
박신양? 그 새끼가 가장 나쁜 새끼다. 지 동생을 죽이는
새끼가 좋은 새끼 같냐?
그 인간들끼리 지지고 볶고, 때리고 맞고, 술쳐먹는다.
그리고?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안그래?
그렇지 않냐구?
영화 킬리만자로는 흥행에 참패한 영화이다. 당시가
조폭영화가 판을 치기 바로 직전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상한 상황이다. 이런 영화가 떠야 옳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는 조폭영화가 판을 친 시절에 개봉했어도
그 붐을 활용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킬리만자로가 개봉된 것이 2000년. 2001년에 개봉된
영화가 바로 '친구, '조폭 마누라', '두사부일체'.
이런 영화들이 뜬 이유는 액션에 버무려진 후까시,
유머 덕분이다. 물론 각각의 영화가 뜬 이유는 매우
복합적이다. 그러나 단순화해 보자면 후까시와 유머
정도로 축약될 수 있다.
킬리만자로에도 물론 유머가 있다.
그러나 킬리만자로의 유머는 이런 식이다.
박신양이 깡패 새끼들 소굴로 찾아간다. 그러자
얼빵한 똘마니 하나가 회칼을 들고 설친다. 이리저리
칼부림을 하며 폼을 잡다가, 당구대에 탁! 하고 찍는다.
그런데 곧바로 그 똘마니는 비명을 지르고 만다. 병신
같게도 손이 미끄러져 칼날을 잡아버린 것이다. 손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쓰러지고 만다.
만약 킬리만자로가 두사부일체 였다면 이 때 똘마니는
10대 정도의 애송이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똘마니는
46세에 대머리이며, 아이처럼 순수한 일면을 가졌으나,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린 보스에게 죽어사는 가련한
인간이다. 한마디로 자신이 왜 깡패를 하는지도 모르고
깡패를 하는 나잇살 먹은 어린애다.
그는 영화 내내 어리숙하고 순수하게 그려진다. 더러운
깡패 속에서 살았어도, 그만은 인정이 있고 겁도 많고
그러면서도 위악적인 행동을 하려 애쓴다. 그러다가 바로
위에서처럼 실수를 해서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다.
난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웃고 말았지만, 곧바로 이 영화에
깊게 담겨있는 패배감, 혹은 삶에 대한 비관 같은 것,
타인만이 아니라 자신에게까지 향해 있는 비웃음, 영화를
보는 내내 나를 끌어당기고 또 멀어지게 했던 아주 껄끄럽고
불쾌한 것의 정체를 실감했다.
그렇다.
이 영화는 매우 불쾌하다. 도무지 뜰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사람들은 재미있고 즐겁고 대가리가 텅 비어버릴 수 있게
해주는 영화를 좋아한다. 머리를 텅비게 하는 섹스 어필과
쓰레기 유머 대신에 이 영화에는 지루한 현실과 생활이 주는
끔찍한 오물만 가득하다.
그렇지만,
친구? 좆까지 말라 그래. 그 새끼들이 씨발 과거를
회상하고 지랄을 해봤자 얼마나 했어? 씨발 개폼 잡으며
지 친구나 찔러 죽이게 하는 후까시가 후까시야?
조폭 마누라? 그딴 속도 없고 안도 없는 유머가 유머야?
유머가 사람을 찔러야지 가위가 사람을 찔러서야 되겠어?
두사부일체?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새끼가 감독을 해 처먹으니 그딴 개같은 꼬락서니가
나오지. 조명이 영화 편집을 했나? 유머도 액션도 모두
피상적이고, 단순히 영화 자체에만 머물 뿐이야.
킬리만자로, 솔직히 영화를 보고 나서 유쾌한 기분이
들 수 있는 영화는 결코 아니다. 그러나 내가 킬리만자로
에 끝없는 애정을 보내는 이유는, 그 영화에 진정으로
인간애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비열한 인간상을 비웃으면서도
한편에서는 살려고, 살아보려고 발버둥치는 인간들을
그리고 있다.
바보처럼 실수하고 그래서 죽고. 누구나 실수는 한다.
하지만 말이야. 그냥 말 몇마디로 용서해 줄 수는
없는 거 아니야? 실수에는 책임이 따르고 그 책임은
어쩔 때는 목숨으로 갚아야 할 때가 있다. 그러니까
인간이고, 그래서 인간이지.
그게 얼마나 부당하고 억울한가 하는 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냥 삶이 그래. 그러니까 그냥 살아.
아니면 죽든지.
이 영화는 미숙하다. 아직은 2%가 부족하다. 어딘가에서
베낀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처음치고는 꽤 괜찮다.
박신양의 깡패 연기도 여기에서는 그야말로 물이 올랐다.
형에서 동생으로 완벽하게 변해가는 모습이 설득력있게
읽힌다. 아마 파리의 연인 폐인들은 이 영화에서 한귀주의
말투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악몽을 견디고
죽음을 넘을 수 있는 자는 그 작은 기쁨에 미소를 짓겠지.
한번 보라고 권하고 싶다. 재미있다. 슬프다. 감동적이다.
지랄같다. 그냥 그렇다. 우리가 사는 이 개같은 세상처럼.
그대들의 걸음마다 진실함이 깃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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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만자로 - 박신양님이 죽고계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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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9.06 10:4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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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보고싶네요.
전혀 조폭영화가 아닌데 쩝 남걱정 할때 아닙니다 당신 걱정 합니다- 말투 대략 원츄.
어찌되었든 조폭 찌끄레기가 나오긴 하니까요, 따지고 들자면 두사부일체도 학원물이지 조폭영화는 아니죠. 대충 대충 그리들 분류.
아, 그리고 이게 조폭영화라고는 안했습니다. 단지 조폭영화로 대충 분류될 수 있을 테니, 붐에 편승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얘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