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이었다.
종로 3가 국일관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배낭을 멘 중년의 남녀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종로3가 주변에 있던
가게들은 모두가 닫혀있었다.
오고가는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던 곳인지,
어젯밤에 사람들로 불야성을 이룬 곳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이른 아침은 너무나 조용했다.
나는 아침 일찍 나갔다.
혹시 늦을까 봐서 새벽부터 준비하고. 나갔다.
가끔은 한 두 사람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도로에서 무단정차하고 기다리는 버스를 봐온 적이 있었다. 그런 불상사를 방지하려고 서두른 결과로 추운 길거리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한 사람 혹은 두 사람씩 모여들 때마다 나는 인사를 했다.
어디 사는 누구인지도 모르지만 이틀을 함께 동행해야 하는 한 식구가 되기 때문이었다.
드디어 우리를 실어갈 버스가 도착해서 나는 내 자리를 찾아 앉았다.
빨강옷을 입은 긴 버스는 천천히 도심을 벗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도심을 벗어나 달리는 버스 안에서
여행의 즐거움에 가슴이 설레었다.
첫 번째 휴게소에 도착했다. 마약 김밥을 먹기 위해 버스에서 내렸다.
휴게소는 주말이나 휴가철이 아니다 보니 너무나 조용했다.
여행방에서 두 번째 가는 여행길, 아는 이가 별로 없었다.
휴게소 옆 의자에는 아는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앉아서 김밥을 어묵국물과 함께 먹고 있었다.
김밥을 들고 둘려봐도 함께 먹자는
이가 없었다.
나는 무르츰이 서 있었다. 그러다 빈 의자가 있는 자리로 갔다. 자리에 앉겠다고 앉아있는 분들에게 양해를 구하고서 앉아 김밥을 먹기 시작했다.
복수초 방장님이 어묵국물을 들고 오셨다. 우리는 그 국물을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첫 번째 도착한 곳이 논개 사당이었다.
바람 앞에 촛불 같았던 나라를 구하기 위해 자신을 버렸던 기녀의 애국정신을 기리기 위해 사당을 지어놓은 곳이었다.
너른 땅에 붉은 기와로 지은 집이
곳곳에 있었다.
옛날에는 사진기가 없다 보니 정확한 인물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사당 안에 모셔져 있었다.
당찬 여자는 저렇게 대의를 위해 자신을 버리는 용기도 있구나!
두 번째로 가는 곳은 공원을 잘 가꾸어 놓은 마을이었다.
지자체에서 우리들의 과거 삶의 모습을 잘 재현해 놓았다.
우리는, 우리 조상들은, 저렇게 살았었지?
길거리에서 자신이 직접 재배한 곡식을 들고 나와 돈으로 바꾸기도
하고 문물교환도 했었지.
모처럼 보는 지게가 옛 전에 고단한
삶이 보였다.
점심은 오곡밥을 이색적으로 만들어서 팔고 있는 식당이었다.
그런데 식사가 깔끔하고 맛이 있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가고 싶은 곳이었다.
드디어 통영에 도착했다. 통영하면 뭔가 다른 이미지가 떠오르는 고장이었다.
얼마 전까지도 음악회니 문학회가
있었던 예술의 고장이 아닌가?.
통영에서 우리의 저녁은 회와 술을 푸짐하게 먹고 마셨다.
나하고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찐빵선배님의 웃으게 소리에 즐겁게 식사를 했다.
여행은 바로 이 맛이야! 를 연발하면서...
숙소는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기에 충분하게 넓고 깔끔했다.
다음날 아침 새벽같이 일어났다.
같은 방에서 밤을 보낸 우리 일행들은 십년지기 마냥 깔깔거리며 커피와
과일을 나눠먹었다. 아침을 먹었다. 비진도를 들어가기 위해 배에 올랐다.
온돌이 있는 방에서 모두를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나는 눕지 않았다.
아침 바다를 구경하며 비릿한 갯내음을 맡고 싶었다.
바닷물을 가르며 조용히 가고 있는 배안에서 수평선 너머 먼 미지의 세계를 그리고 있었다.
바닷물이 가득 찬 고향바닷가에
나는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멀리 여객선이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뿡! 뿡!
뱃고동 소리가 17세 소녀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나도 저 여객선을 타고 수평선 너머
저 멀리 가고 싶었다.
그때 내 마음을 아는지 내 머리 위에서 갈매기가 끼룩끼룩거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비진도에 도착해서 비인봉을 오르려고 올려다보니 까마득히
높아 보였다.
과연 내가 저기를 오를 수 있을까
하며 가파른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힘들다고 도로 내려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시원한 남해 바다를 보기 위해서 오르고 또 올랐다.
비인봉에 올라서 바다를 내려다보니 잔잔한 바다와 아름다운 해안선이 보였다.
해안선을 따라서 몽돌 해수욕장 위로 마을이 보였다. 울긋불긋 아름답게 꾸며진
마을이 고즈넉해 보였다.
땀범벅이 된 몸은 숲 속을 지나가는 바람이 말려주었다.
비인봉에 올랐던 우리 일행은 두 그룹으로 나뉘었다. 조금 더 오르면 정상에서 완만한 내리막 길로 가는 길과, 나와 몇 분은 오던 길을 도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비인봉에서 내려가는 길은 가팔랐다.
나와 다른 길로 갔던 분들이 그 길의 아름다움을 얘기했다.
나도 그 길을 걸을걸 하고서 가지 못한 길에 아쉬움이 남았다.
뭐, 인생도 다 그렇지 뭐, 가지 못한 길은 항상 아쉬움이 남는 거지! 아직도 젊은 날의 가지 못한 길에
아쉬움이 남아서 때론 가슴에 통증을 느끼기도 하지만.
조용한 몽돌해수욕장에서 몽돌 위에 앉았다. 여름휴가철이 아닌 바닷가는 너무 조용했다. 바닷물이 조용히 다가와 내 발밑 몽돌에 부딪히면서 하얀 포말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내 얼굴이 비치듯 깨끗한 바닷물이 말없이 흐르는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 배들 타고 비진도에서 나오는 바닷길은 조용했다.
전쟁이 끝나고 잿더미에서 성장 시절을 보냈던 우리 50년도 생들은 그야말로 이상은 높게 몸은 치열하게 살았다.
이제는 지난 시간들...
평화롭고 풍요하고 여행이 주어진 지금 이 시간. 이제는 시간이라는 기차에서, 남은 시간들은 저 바다처럼 조용하고 평화롭기를 통영 앞바다를 향해 빌어봤다.
첫댓글 나국화님
여행 잘 다녀오셨군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댓글까지 오늘도 소중한 날 되세요 ~
@나국화. 네
여행방에 끝내주는 여행스케취 최고입니다 ㅡ후기로 보답하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댓글까지 선배님 덕분에 여행이
더 재미있었어요 ~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댓글까지 오늘도 편안한 하루되세요 ~
나국화님~
이런 재주가 있으셨군요~~^^
어찌 이리 찾았던 곳들을 조목조목 예쁘게도 쓰셨는지 감탄하며 읽었네요ㅎ
벌써 추억이 되어버린 여행이지만 다시 또 추억으로의 여행, 즐거웠습니당~~^^
남해님 불러보니 넘 반갑네요
따뜻하고 친절했던 님을 생각하니 미소가
얼굴에 번지네요
아름다운 노래는 덤이고요
아름다운 인연들 감사했어요
리사이틀 까지 보여주었으니 한층더 값진여행이었죠~
@나국화. 에고~ 부끄부끄임다ㅠ
담여행에서도 뵙기를요~~^^
@남해 그래요
담 여행에도 꼭 함께하기요 ㅎ
나국화 언냐~♡
함께 여행~
무쟈게 즐겁고
반가웠습니당~.^♡
행복 가득 담긴 글도~짱!!
이쁜 우리 꽁아님 만나서 겁나 반가웠어요 감사합니다 ~
나국화님 비진도여행 후기 감사합니다 ^^
복수초 방장님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또한 좋은 여행지를 안내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또 뵙기를 바랍니다 ~
아름다운 비진도 여행기 참 잘쓰셨어요
잠시 머물다 갑니다
설파님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나국화 선배님의 글 아름문학상에서
많이 뵈어인지 언제나 맛깔스럽고
고급진. 비진도 후기글 잘 감상하고 갑니다 ^^
어머머
아직도 기억해 주어서 감사합니다
언제나 복된 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