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 좋아들 하세요? 전 메밀로 만든 국수라면 환장합니다.
메밀소바, 냉메밀, 메밀우동, 막국수, 평양식 냉면 등등.
사실 요즘은 메밀맛이 그다지 좋은 계절은 아닙니다.
메밀은 가을에 추수해두었다가
늦가을부터 겨우내 틈틈이 찧어가며 조금씩 먹던 것인데
요사이는 가을에 한꺼번에 도정해 자루에 담아 보관합니다.
아무래도 가루로 보관하다보면 시일이 지나는 것도 그렇지만
날씨가 따뜻해지고 습해지면서 메밀향도 달아나고
가뜩이나 찰기가 없는 메밀가루가 더 푸석푸석해진다고 합니다.
메밀의 맛이 없어지니 전분이나 기타등등을 더 많이 넣게 되고
메밀 특유의 구수함이 사라집니다.
그래서 메밀국수는 겨울에 먹는 것이 맛있다고 합니다.
제가 아는 집들 중, 서울에서 괜찮은 곳은,
평양식 냉면을 하는 곳인데 공덕동에 있는 을밀대란 곳입니다.
매니아들의 냉철한 시각으로 보자면
원조 태조 정통 오리지날 평양냉면은 아닐 겁니다.
면발도 굵은 편이고 육수 맛도 강한 편입니다.
그래도 평양냉면에 기본을 둔 평양식인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전 이 집에서 냉면은 육수가 아니라
면 맛으로 먹는 것이구나 하고 한 수 배웠습니다.
한국식 메밀치고는
도정을 많이 한 메밀가루을 사용한 듯 비교적 하얀 국수,
냉면이라고 보기에는 굉장히 굵은 듯 하지만
쫄깃하면서 질기지 않고 메밀 특유의 구수한 맛이 살아있는 국수입니다.
육수는 평양식치고는 맛이 강한 편입니다.
보통 평양식은 맹물처럼 담백하고 흐린 듯한 육수가 주종인데
여기는 고기 맛이 강하게 나는 진한 맛입니다.
육수를 반쯤 얼린 듯 사각거리는 얼음들과 같이 나오는데
맛이 진해도 느끼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굵은 메밀국수와 잘 어울리는 맛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격이 5,000원이던가 6,000원이던가 합니다.
양은 냉면치고는 굉장히 많습니다. 한 그릇으로도 든든합니다.
전 메밀국수가 술 먹은 다음날 해장용으로 많이 생각나고 많이 먹습니다.
개운한 육수와 구수한 메밀이 숙취에 아주 좋습니다. 온 몸이 개운해지죠.
근처에 선배집이 있어 가끔 신세지면 다음날 이걸 꼭 먹으러 갑니다.
가면 먼저 뜨거운 육수를 줍니다.
천천히 속을 달래고 있다보면,
반쯤 얼어 사각사각거리는 얼음이 떠 있는 커다란 그릇에 냉면을 한가득 줍니다.
먼저 육수 위로 솟아있는 면을 조금 먹어 봅니다. 그 날 메밀국수의 맛을 보는 것이죠.
그리고 육수를 한 입 마셔봅니다. 역시 그날그날의 육수의 상태를 살피는 것입니다.
간을 살핀 다음 식초, 설탕, 겨자 등등으로 취향에 따라 간을 다시 합니다.
아마 시중에서 먹던 시고 달콤한 맛을 찾으시는 분이라면
식탁 위의 양념 통들을 통째로 들어부어야 할겁니다.
육수 본래의 맛을 즐기시되
아무래도 고기국물인 육수의 진한 향을 중화하기 위해 식초 약간,
국물이 약간 간간하지만 그래도 뭔가가 아쉽다면 설탕으로 맛을 보충하고,
전체적으로 음기가 강한 냉면에 양기를 불어넣기 위해 겨자를 더합니다.
이제는 볼이 터질 정도로 국수를 가득 밀어 넣고 천천히, 천천히 씹습니다.
조금 씹다보면 메밀 특유의 맛, 구수하고 감칠맛이 있는,
다르게 보자면 약간은 텁텁하면서도 싫지 않은 촌스런 메밀의 향과 맛이 우러납니다.
그때 육수를 마셔주면 입안에서 서로 이질적인 국수와 육수의 맛이 어우러져
기가 막힌 맛이 나는 것 같습니다.
보통 갈비나 불고기, 어복쟁반을 위주로 하면서 냉면을 하는 곳이 많은데
이곳은 냉면을 위주로 수육이나 홍어 등을 간단한 안주로 내어놓습니다.
위치는 6호선 대흥역과 공덕역 사이 딱 중간입니다.
어디서 내려도 거리는 똑같습니다.
공덕역에서 신촌쪽으로 가다보면 대흥역과의 중간쯤에
오른쪽 골목으로 한국통신이 있습니다. 표지가 작아서 잘 찾아야 보입니다.
그 한국통신 바로 앞에 을밀대가 있습니다.
서강대에서는 걸어서도 다닐 수 있는 거리죠.
다만 그날그날 준비한 반죽과 육수가 떨어지면 거기서 장사 접습니다.
일찍 가시던가 운이 좋아야겠죠.
제가 여기에 누군가와 같이 갔다가 실패한 적 없습니다.
맛있습니다. 지금도 생각납니다.
아마도 메밀도 중독이 있다면 제가 그런 경우가 아닐까합니다.
메밀집 맛있는 곳 아시면 추천 좀 해주세요.
첫댓글설명이 굉장하세요~ 저도 님처럼 면 맛에는 지지합니다만, 육수맛은 영.... 서울 입맛이라 그런가 잘 맞지 않습니다. 면에 대한 정성에는 동의하지만 6000 원은 좀 비싼듯, 같이 파는 수육값은 고기 몇점에 이만원. 비쌈 ㅡ.ㅡ 볼이 미어터지도록 국수 먹는 맛^^ 인정 (-,-)/
첫댓글 설명이 굉장하세요~ 저도 님처럼 면 맛에는 지지합니다만, 육수맛은 영.... 서울 입맛이라 그런가 잘 맞지 않습니다. 면에 대한 정성에는 동의하지만 6000 원은 좀 비싼듯, 같이 파는 수육값은 고기 몇점에 이만원. 비쌈 ㅡ.ㅡ 볼이 미어터지도록 국수 먹는 맛^^ 인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