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방민준의 골프오디세이’를 손에 쥐었습니다.
원고와 삽화를 출판사에 넘긴 뒤 어떤 모습의 책이 나올까 초조히 기다렸는데 출판계에도 코로나 영향이 미쳐 거의 4개월 만에 책으로 태어났습니다.
택배로 온 책을 받아들고 가슴이 뛰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권의 책을 냈지만 이런 흥분은 처음입니다. 책이 너무 멋지게 나왔기 때문입니다. 표지, 구성, 배치 등이 모두 제 상상을 뛰어넘었습니다. 제가 쓴 글이었지만 골프 철학의 정수가 담겨 있었습니다. 즉시 출판사 대표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만 제 흥분과 감사의 뜻이 얼마나 전달되었을까 의문입니다.
참고로 이 책을 내게 된 저의 생각을 아래에 덧붙입니다.
‘골프 오디세이’를 펴내며
골프와의 만남은 작은 우연이 단초였으나 그 여정은 장대했습니다.
지인에 이끌려 골프채를 잡은 뒤 제게 골프는 취미나 도락이 아니었습니다. 육체를 단련하기 위한 운동도 아니었습니다. 골프채를 잡은 지 1주일도 지나지 않아 골프의 심연을 알아채고 전인미답(前人未踏)의 밀림이나 오지를 탐험하는 자세로 바닥 모를 골프의 심연으로 빠져들었습니다.
골프를 접해본 사람들은 그 불가사의성(不可思議性)을 두고 무지개나 신기루를 좇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결코 만족을 얻지 못하고 목표에 이르지 못하면서도 골프채를 놓지 못하는 것을 두고 ‘악연(惡緣)’ 또는 잘못 만난 ‘웬수’라고까지 말합니다.
저는 호머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의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된 느낌으로 험하디험한 골프의 바다를 항해했습니다. 트로이가 멸망한 뒤 신들의 노여움과 사랑에 얽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10여 년 바다를 떠돌며 방랑한 오디세우스처럼 30년 넘게 무궁무진한 골프 세계를 탐험해왔습니다.
골프와 얽힌 지난 세월을 톺아보면 그것은 구도의 길이었고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아 헤매는 항해였습니다.
골프와 인연을 맺은 뒤 간단없이 이어지는 깨달음을 그동안 여러 권의 에세이집, 소설, 칼럼으로 담아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깨달음의 진화를 실감하면서 골프라는 험난한 길에 들어서 헤매는 사람들을 위해 나침반이나 지침서가 될 수 있는 것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감히 불경이나 성경 같은 골프 철학서를 남기고 싶은 욕심이 일었습니다.
30여 년간 써온 칼럼 중에서 정수(精髓)를 뽑아 엮었습니다. 아침에 깨달았다가도 저녁이면 잊는 골프의 속성을 생각해 늘 머리맡에 두고 아무 때나, 아무 페이지나 들치면 골프에 관한 지침과 지혜를 접할 수 있는 책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동안 저와 라운드하면서 숱한 깨달음의 기회를 주신 분들, 골프를 이유로 가정을 소홀히 해온 남편과 아비를 너그럽게 용서해준 아내와 딸 아들에게 고마움을, ‘버드 피쉬’에 이어 ‘골프 오디세이’의 출간에 흔쾌히 응해주신 도서출판 어젠다의 김지훈 대표님께 특별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20년 11월 방민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