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숙시인님 안개여, 고난으로 오는 빛이여!(7/3, 백두대간 늘재~청화산~조항산~고모치~밀재~용추계곡~월영대주차장 산행일기)

[梅谷堂 김 경숙]

   
안개여,
고난으로 오는 빛이여!

     /梅谷堂 김 경숙

 
*일시: 7/3, 7시 40분 신갈 출발
*날씨: 습도 높고 안개 짙음, 하산길 비
    (10:35) 늘재 도착
    (10:40) 산행시작
    (11:05) 정국기원단
    (11;22) 조망대(소나무 1그루)
    (12;03) 미헬기장
    (12;06) ▲청화산 정상(970m)-10분간 휴식
    (12;21) 늘재2.6Km,시루봉3.1Km,회란석6.9Km,조항산3.7Km 갈림길
              (알바조심, 조항산 좌측 내림길)
    (13;06) 암릉시작
    (13;32) 갓바위(전망바위)-점심식사(20분간 휴식)
    (14;00) 갓바위재(삼송리 의상저수지 70분, 삼거리)
              청화산 80분, 조항산 50분
    (14;01) 헬기장
    (14;19) 암릉지대
    (14;48) ▲조항산(951m)
    (15;05) 이정표 조항산0.5Km, 고모치0.9Km 
    (15;15) 내림길에 참나물 군락지                 
    (15;30) 이정표 조항산1.1Km, 고모치0.3Km
    (15;36) 고모치(조항산1.2Km, 고모샘10m, 대야산3.8Km) 
              /백두대간 문경구간 동시걷기대회 표지판
    (16;11) 889m봉(둔덕산 갈림길, 마귀할미통시바위)
    (17;09) 849m봉
    (17;27) 밀재
    (18;15) 월영대
    (18;58) 대야산 청주가든주차장
    (19;08) 월영대주차장
    (20;00) 월영대주차장 출발

지천으로 피어있는 개망초꽃이 짙은 안개속에서 고물고물 실낱같은 바람에 졸고 있는 
풍경의 늘재에 닿은 시간이 10시 35분경이다.




반갑지는 않으나 그나마 비가 오지않아 다행이다 싶은, 짙은 안개속 늘재(490ｍ)에 섰
다. 속리산과 청화산 사이의 고갯마루다. 청화산을 향해 발을 옮겨놓는다. 청화산 들
머리에는 근년에 새로 세운 성황당이 있다. 성황당의 내력을 밝힌 비문에는 아예 ‘백두
대간 성황당’이라고 새겨두고 있다. 늘재가 한강과 낙동강 수계를 가르는 남쪽 최초의 
분수령이라는 점도 허름했던 옛 성황당을 허물고 새롭게 짓게 된 이유일게다. 



성황당을 뒤로하고 청화산을 향해 오르며, 문득 늘재의 유래가 궁금하여 지기 시작했
다. 이 구간을 지나면 남한 백두대간의 절반을 넘어선다는 고개, 궁금증은 이런 저런 
고민이랄 것도 없이 통쾌하게 결론을 지어버린다. 통쾌라기보다도 이런 식자적인 고민
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이며 산은 또 얼마나 단순하고 정직한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하
는 계기이기도 하다.



풀어 말하자면 ‘늘어지는 고개’라는 게 바로 늘재였던 것이다. 오랜 세월 사람들의 발길
에 채이던 고개에 무슨 고고하고도 화려한 의미가 담겨져 있을 것인가. 그저 길이 늘어
지도록 길게 나있으니까 늘재라 한 것일테지.

해발 380m의 고개, 늘재로 난 왕복 2차선  992번 지방도로(충북에서는 592번 지방도로) 
를 넘는 차량은 하루에 그리 많지 않은 듯 하다. 백두대간을 넘는 고개 중에도 가장 낮은 
축에 속하는 늘재, 하지만 이 고개에 최근 들어 여러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기도 했었다. 
바로 한반도 대운하 때문이다.

운하를 연구하는 실무자들은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방법에서 두 가지 안을 내놓았었는
데, 하나는 조령산을 통과하는 터널을 뚫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늘재에 ‘스카이 라인’
이라는 물길을 만들어 배를 하늘로 띄우겠다는 것이었다. 정말 배가 산으로 갈 수 있을
일인지....?

세상의 이목이 쏠렸었던 늘어지는 고개, 역설적이게도 늘재 부근은 예로부터 십승지(十
勝之) 중 하나로 불리던 곳이다. 십승지란 전란이나 굶주림, 천재지변으로부터 목숨을 
보전할 수 있는 축복받은 땅을 뜻한다. 십승지를 널리 알린 비결서 중 하나가 <정감록>
으로, 책에는 상주 속리산 동쪽의 우복동(牛腹洞)이라는 곳이 십승지로 알려져 있다. 동
네가 소의 뱃속처럼 생겨 사람이 살기 좋다고 전해지는 땅이지만 정확한 번지수까지 알
려주는 것은 아니라서 주변 사람들은 ‘그저 우리 마을이 우복동’이라고 믿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임진왜란, 병자호란도 피해간 이 땅에 콘크리트 스카이 라인이란 영 어색하기만 
하였던 것 같다.



갈길이 멀어도 5분의 여유로움은 가져보기로 하자. 후미에 남아 구석구석 풍경을 담아내
는 몇몇 일행님들과 백두대간비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긴 후 부지런히 앞서간 님들의 뒤를 
쫓아보기로 하였다.



 * 산행코스 ; 늘재-<1.6>-정국기원단-<0.89>-청화산-<3.7>-갓바위재-<1.15>-
                  조항산-<1.3>-고모치-<2.9>-밀재-<3.8>-용추계곡-<0.42>-
                  월영대 주차장 
* 산행거리 : 대간거리 11.54km/접속거리 4,22km/총산행거리 15.76km(8시간) 
                                         




속리산 구간을 지나 늘재~은치재까지의 구간은 험난한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구
간을 어떻게 나누어 산행할 것인지는 산행자의 보행속도에도 달려있겠지만, 험난한 암
릉구간을 얼마나 빨리 돌파하느냐에 따라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겠다.



오늘 우리는 늘재에서 청화산, 조항산을 거쳐 밀치까지 산행하기로 하였다. 그런 다음 
용추계곡을 거쳐 월영대주차장에서 마무리를 할 것이다. 결코 만만한 산행길이 아니다.

정국기원단(靖國祈願壇) 오르는 길에 산나리꽃..



2009년 6월 어느날 응봉산 산행길에 평소 존경하던 어느 님으로부터 산나리꽃 한송이
선물로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지었던 시 한편, 산나리꽃을 보니 문득 생각이 나기에
올려본다. 그래서 그런지 난 아직도 철없는 여인인 듯 싶어....^^



    산나리꽃


    꽃 한송이에도 
    위로가 되는 날이 있다.
    보이지 않는 가슴속 웅크린 연정 
    누가 헤아릴까.

    인생길 오다가다 
    꽃을 꺾어 마음 달래주는 이 있다면
    비록 주근깨 낀 얼굴이어도
    수줍은 홍안
    수심보다 더 깊은 가슴 밑바닥으로부터
    맑은 샘 끊이지 않고 흘리는

    산나리꽃보다 더 붉은 
    심장을 지닌
    철없는 여인이고 싶다.

                              09.06,16    

백두대간은 속리산에서 밤티재로 떨어지면서 기운을 잃는 듯하다가 늘티라고 부르는 늘
재(380m)에서 다시 힘을 모아 청화산(984m)을 솟구친다. 늘재는 992번 지방도로(충북에
서는 592번 지방도로)가 가로지른다. 늘재 넘어 입석리까지가 경북 상주시이며 청화산은 
문경시와 상주시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늘재를 떠나 청화산을 오르면서는 다행히도 비가 내리지를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
는데, 급히 오르막을 치고 오르다보니 습한 기온에 땀이 비오는 듯 하다. 

미동도 없는 대기, 깊이를 가늠할 길 없는 짙은 안개, 휴~~, 숨이 막힐 것 같은 무더위
는 끈적거리며 최고의 습도를 창출하기에 최선을 다하는 듯 하고, 금방이라도 헛구역질
이라도 해댈것처럼 울렁증이 일고 머릿속이 어찔어찔해지면서 산멀미가 일기 시작 한
다. 한순간 정지 모드였던 세상이 다시 돌아가기 시작 하고, 배낭 위에 한짐 포개놓은 
듯한 안개의 중량감이 휘청이도록 몸에 부담감을 가져다 준다. 이럴 땐 한줄기 바람처
럼 청량감 있는 매미의 울음소리 한소절 귀청에 닿아준다면 한결 힘이 날것도 같것만...

25분쯤 오르자 전망대인가 하였더니 뜻밖의 비석이 보인다. 짙은 안개 때문에 조망은
없고, 비석의 몸돌 중앙에는 ‘정국기원단(靖國祈願壇)’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 제단
이 만들어져 있다. 오른쪽과 왼쪽에는 ‘백의민족중흥성지’·‘백두대간 중원지’라는 글자
가 한자로 병기돼 있다. 이제 백두대간은 현대적 산악신앙의 경배대상으로 자리 잡았음
을 입증하는 증거이다. 



지리산에서부터 걸어온 사람들은 이곳에서 지나온 절반의 길을 반추하며 앞으로 남은 
길에 대한 또 다른 의지를 다질테지만, 한편으론 금강산 부근 어디쯤이 되어야 할 백두
대간의 중원이 번지를 잃고 이곳에 있어야 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마치 분재처럼 사람의 손을 많이 탄 소나무들이 주위를 감싸고 있고, 기계로 깍은 화강
암 향받침대나 까만 표지석이 자연스럽지 못해 거부감이 드는 것도 오랜 세월 산을 오
르고 내리면서 자연스러움에 길이 들어있기 때문인 점도 감출 수 없는 것 같다.

남으로는 속리산, 북으로는 조령산 암봉이 펼쳐져 세상 살만한 곳은 어디인가 고민하며 
평생을 주유천하했던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은 자신을 스스로 ‘청화산인’이라 부를 
정도로 이 산에 빠져들었다 한다. 해발 984m에 지나지 않는 청화산이 대 실학자에게 
어떤 인상으로 남았기에 자신의 호를 그렇게 지었을까. 그는 청화산을 두고 ‘앞 뒤편의 
경치가 지극히 좋음은 속리산보다 낫고, 산의 높고 큼은 비록 속리산에 미치지 못하나 
속리산같이 험준한 곳이 없다’고 적으며 자못 복 받은 땅이라고 했다. 

지금의 시선으로서는 그 전부를 알 수 없지만 그에게 남다른 혜안이 있었던 것만은 사
실인 듯 하다. 낙엽솔과 마사토가 깔린 능선 양옆으로는 바로 아랫마을이 길어야 30분
이면 닿을 거리에 있고, 백두대간이 우리네 삶과 결코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맑은 날이면 이곳에선 문장대와 속리산의 암봉들을 조망할 수 있을테지만 오늘은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사진 ; 은비님)



15분을 더 올라 전망대인 듯한 곳에 분재같은 멋진 소나무 한 그루 서있는 곳이다. 조
망할 수 없는 아쉬움의 연속이다. 이곳은 그냥 지나치기 쉬우나 바위를 오르면 멀리 속
리산 연봉과 화북면 전경, 도장산(828m)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훅~하고 시원한 
바람이 산 아래로부터 불어온다. 모처럼만에 날아갈 것 같은 기분으로 오르기를 계속
한다. 



청화산 정상까지는 간간히 바위가 나오기도 하지만 별다르게 어렵거나 위험한 곳은 
없다. 산 아래에서 소나무가 많던 숲은 고도를 높일수록 참나무 숲으로 변해 있었다.
가장 척박한 땅에 자라는 것이 소나무다. 그래서 소나무는 작은 바위틈에서도 뿌리를 
뻗는다. 오랜 세월 솔잎이 땅으로 썩어 들어가 양분이 되고나면 비로소 참나무와 같은 
활엽수가 자리 잡기 마련이고, 그와 경쟁이 되지 않는 소나무들은 고사해 간다. 숲은 
생각보다도 훨씬 건강했다.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도록 안타까운 이 자연의 법칙에 놀
랍도록 숲은 충실하고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청화산을 오르는 길 도중 얼굴을 스치
는 잡목의 가지들을 전지하시기에 더욱 더 바쁘신 상야님이시다. 위험한 구간 지날 때
마다 훈계 하시랴 사진 찍으시랴 거기에다 잡목 가지까지 치시랴.. 그래도 아무것도 안
하고 산을 오르는 박꽃향기 보다는 항상 여유로워 보이신다.ㅎㅎ..



소나무가 있는 전망대로부터 5분 더 오르다보면 로프가 매여있는 암릉구간이 나오고,



이어서 10분 후엔 천연의 계단이라 이름짓고 오른, 돌계단의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이
루어진 너덜길을 지나게 된다. 



그런 다음 24분 후 청화산 정상 바로 아래 미헬기장에 당도하게 된다. 모처럼만에 세 
여인 포즈를 취해 보았다.




청화산 정상을 향해 오르는 도중에 만나진 여름 야생화들이다. 수없이 산행기를 써
오다 보니 예전에 이미 한번씩은 다 올려보았을테지만, 오래간만에 흔한 그 이름들
다시 한번 되뇌어 보면서..

원추리꽃 홍싸리꽃.. 




미역줄나무꽃 기린초..




노박덩굴과의 미역줄나무는 메역순나무라고도 하는데, 흔히 다래나무의 수꽃이나 
개다래라고 잘못 알고 계시는 분들도 많다. 봄에 새순을 따서 나물로 이용하기도 하
는데 본인의 경험으로는 다래순과는 맛이 좀 달라 약간 깔끄러운 맛이 있고 떫은 맛
이 강하다. 데친 다음 맑은 물에 담가두어 쓴맛과 떫은 맛을 우려낸 후에 묵은 나물
처럼 갖은 양념하여 들기름에 푹 볶아내면 먹을 만 하다. 약용으로 쓰이기도 하고 
류마치스 관절염에 특효를 보인다고 한다.

미헬기장에서 3분쯤 올라서면 곧바로 이정목이 나오고, 오른쪽 위로 청화산 정상석
이 세워져 있다. 관심을 두고 오르지 않으면 까딱 이정목을 지나면서 숲에 가리워진
정상석을 못보고 곧바로 우회로로 진행할 수도 있으니, 오른쪽 정상석을 꼭 둘러가
는 것이 억울하지 않을 일이다.(사진 ; 은비님)



청화산 정상에서는 눈 아래 남동쪽으로 원적사가 내려다 보인다. 신라 때 원효대사가 
창건한 원적사의 포근한 모습이 아름다운 곳, 그러나 지금은 바로 눈앞의 정상석과 후
미 일행들 몇분만이 눈에 보일 뿐 청화산 정상에서의 가시거리는 5m도 안된다. 일반산
행일 경우 원적사까지 차량으로 올라와서 원적사를 거쳐 청화산 정상까지 오르기도 한
다. 정상에서 백두대간 길을 버리고 원적사와 상주시 화북면 입석리 의상저수지쪽으로 
내려갈 수가 있으며 길은 뚜렷하다.

정상 바로 앞 도장산(828m)과의 사이에는 계곡이 유명한 쌍룡계곡으로 여름에는 많은 
피서객이 찾는 곳이다. 속리산, 원적사와 심원사, 쌍룡계곡 등 명찰과 비경지를 두루
끼고 있는 청화산은 당일 산행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는 산이다. 정상에 오르는 제일 빠
른 길은 원적사를 지나서 오르는 길이며 하산길도 잘 나 있다.

☞ 청화산과 우복동

청화산 동쪽 시루봉은 그 남쪽 도장산(828m)을 아늑하게 감싸안고 분지형을 이루
고 있다. 바로 이곳을 세상에 둘도 없다는 명당 우복동이라 한다. 우복동을 지리산
의 청학동과 경기도 가평군 어디에 있다는 유교사회의 이상향인 판미동과 함께 전
설적인 이상향이다.

이 우복동은 평생을 선비가 살만한 땅을 찾아다녔다는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
청화산은 뒤에 내외의 선유동을 두고 앞에는 용유동에 임해 있다. 앞뒤편의 경치
가 지극히 좋음은 속리산보다 낫다.  산의 높고 큼은 비록 속리산에 미치지 못하나
속리산 같이 험준한 곳은 없다. 흙봉우리에 돌린 돌이 모두 수려하고 삼기가 적고
모양이 단정하고 평평하여 빼어난 기운이 흩어지지 않아 자못 복지다."라고 적고
있다.



청화산 정상에서 동쪽으로 내려 10분 거리에 시루봉 가는 갈림길에서..
       


늘재2.6Km, 시루봉3.1Km, 회란석6.9Km, 조항산3.7Km 갈림길에서 조항산 좌측(북쪽) 
내림길로 내려야 한다. 직진할 우려가 있으니 알바에 유념해야 할 곳이다. 



청화산에서 간간이 나타나는 암릉길을 지나 2시간쯤 지나면 갓바위재에 닿는다.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나 상주시 경계지점인 의상저수지에서 청화산이나 조항산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나 있는 지점이다.






801m봉을 오르며..



겨우 올라선 801m봉, 바위봉에 걸터 앉아 물도 마시고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801m봉
에는 전망좋은 바위가 있으며 좌측으로 우회로가 있다.



벼랑길 긴 내림이 시작되는 지점에 소나무와 함께..



위험구간을 내려서기 전 햇살님이 지고 온 자두를 꺼내어 한알씩 나누어 준다.
 


험준한 산행길엔 과일 한쪽도 소중하게 생각 되어진다. 갈증도 나고 위험한 곳을 내리
자니 긴장도 되고, 그 와중에 자두 한입 베어무니 새콤한 맛이 온 몸에 배어들며 정신이 
번쩍 들고 달콤한 맛은 피로감을 앗아간다. 아, 아직도 그 상큼하던 자두의 맛을 떠올리
면 금방 입안에 침이 하나 가득 고인다. 



바위내림길을 내려 숲길 한옆에 꽃을 피우고 있는 야생화의 이름이 깻잎나물이라며 상
야님 가르쳐 주신다.



769m봉을 향해 오르다 숲속에 웅크리고 앉은 윤대장님 발견, 무엇을 하시는가 하였더니 
산더덕을 캐고 계셨다. 그 향기만으로도 배가 불러라.



"심  봤  다~~!" (근데 너무 작아요~^^)




769m봉을 오르니 앞서 오른 일행님들 점심식사를 하고 계셨다.(13;32)



짙은 안개속에서도 그 곳이 얼마나 전망이 좋은 곳이라는 것을, 바위에 걸터앉아 산 아래
에서 솟구쳐 오르는 안개 입자들의 빠른 몸놀림에서 감지하며.. 이 곳이 갓바위가 아닐까 
추측을 해본다.



769m봉을 지나 내리막을 내려서니 갓바위재다. 



갓바위재는 우측으로 상궁마을, 하궁마을을 지나 연천리로 내려서는 길이 완연하고 갓바
위재에서 약 10m쯤 전진하게 되면 헬기장이 하나 나오는데, 이 곳에서는 왼쪽으로 괴산군 
청천면 입석리쪽의 의상저수지로 내려서는 길이 보인다.



갓바위재에서 잠시 쉬었다가 다시 조항산을 향하여 진행하다 보면 헬기장을 지나게 되고,



헬기장을 지나 능선에 올라서면 정상이 손에 잡힐 듯이 보이지만 암릉을 오르내리며 가야 
하기 때문에 예상했던 시간보다 1시간 정도가 더 걸린다. 암릉길은 오르내림이 많고 날씨 
탓으로 바위가 물기를 먹어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다.




갓바위재서 조항산을 향해가며 헬기장 지나 능선에 암릉구간이 몇군데 나타나고 정상이 
바로 앞에 보이지만 암릉길 오르내리는 구간이 몇군데 이어진다. 




뒤쫓는 일행들의 모습이 짙은 안개에 가려 희미하게 보인다.



바위능선 내림길이다. 난이도가 높다.




조항산(951m)정상에도 표지석이 있다. 



정상석 뒷면에는..



조항산에서 고모치까지는 1.4Km, 조항산에서 가파른 길을 0.5Km 내려서니 이정목이 나
온다. 고모치까지 0.9Km.. 기어이 참아주던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왕 땀으로 젖은 몸,
그대로 맞고 내려가기로 하고서..



조항산에서 내리는 길에 '이제는 위험구간이 끝났다'고 생각을 하였는데, 비가 내려서
내림길이 질고 경사가 심하여 바위능선 보다 오히려 위험하다. 참나물 군락지를 지나
면서 박꽃향기가 잠시 한눈 파는 사이 넘어지면서 약간의 부상을 입게 되고 발목의 통
증으로 인하여 그렇잖아도 힘든 산행길이 고통의 길로 바뀌고 말았다. 얽힌 사연은 훗
날 대간 완주 하는 그 날 쏟아 놓기로 하고서..



조항산 정상 표지석을 뒤로 하고 백두대간길을 500m쯤 따르면 계속 왼쪽(북서쪽)으로 
내려가게 된다. 이 길이 의상저수지쪽으로 이어지는 길로, 종주팀들이 잘못 들곤 하는 
곳이다. 여기서는 능선길을 잘 가늠하여 고모치까지 내려서야 하는데 옛고개 모습이 
뚜렷한 고모치를 찾아야 한다. 돌을 모아둔 흔적이 있는 이곳은 옛날 백두대간을 넘던
고개라고 한다. 



고모치 0.3Km 남겨두고 또 다른 이정목이 세워져 있다. 그 곳으로부터 6분후 고모령에
도착(15;36), 고모치에서는 우측으로는 고모치광산으로 내려서는 길이, 좌측으로는 입
석리로 내려서는 길이 확연하다. 이 곳에 옛날 성황당이 있었다고 하나 지금은 약간의 
돌무더기만 있을 뿐이다.



발목 통증으로 10m밖에 안되는 고모샘에 내려가질 못하고 상야님 떠다주시는 석간수
로 목을 축이고..(상야님께서는 고모샘을 두번 왕복하셨다. 한번은 물을 뜨시러 가셨고,
두번째는 사진을 찍으러..ㅎㅎ)



고모샘..



과거 "비내리는 고모령"의 액션영화와 노래로 유명한 고모령이 이곳과 관련이 있다는
설이 있어서 직접 조사를 해보았다. 고모령은 대구시 동촌 유원지 부근에 있는 인터불고 
호텔과 만촌 자전거 경기장 사이의 길을 통해서 고모리와 고모역으로 넘어가는 고갯길로
서 이 곳의 고모치(고모령)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밝힌다. 대구의 고모령에 전해지는 전설
도 유행가의 내용과는 좀 거리가 있다 생각되지만..^^



조항산(951m)은 문경시 농암면쪽으로는 암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조망이 좋다. 남쪽으로 
속리산과 청화산이, 북쪽으로 둔덕산, 희양산, 대야산이 보이며, 특히 둔덕산으로 갈라
지는 889m봉 우측의 희양산쪽 마귀할미통시바위의 암벽이 멋지다.

889m봉을 오르며.. 발목 통증으로 한걸음 한걸음이 고통으로 이어진다.




889m봉인 둔덕산(마귀할미통시바위) 갈림길에서..



여기서 보면 희양산이 그리 멀리 보이지 않지만 대간길은 대야산을 거쳐 버리미기재-구
왕봉-희양산으로 U字 모양 돌아서 이어진다. 조항산정상에서 북쪽 아래  고모령쪽은 고
모치광산이 있어 채석작업을 하는 탓에 대간 허리부분이 허연 속 살을 드러내고 있는 곳
이 세 군데나 보인다. 더 이상 대간이 훼손되지 말아야 하는데, 안타까운 심정 금할 길 없
다.



고모치에서 능선을 타고 오르면 889m봉에서 둔덕산으로 이어진 능선과 만나게 되고, 이 
갈림지점에서 북쪽(좌측)으로 854m봉을 지나 서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849m봉을 지나면 
큰 집채바위 옆을 돌아 밀재로 향하게 된다.



889m봉에서 849m봉을 향해 약 50m정도 전진하면 왼쪽으로 청천면 상송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넓찍한 바위를 만나게 된다. 오래전 상야님께서는 이 곳을 지나시다 물
이 떨어져서 이 바위에 앉아 한참을 쉬어 가셨다는 추억담을 내놓으셨다.



잠시 후 집채바위를 돌아..




저것이 마지막 봉우리인가 하고 기대하고 기대하기를 수차례 후 849m봉에 도착한 시간
16;57..



그로부터 20분 후 먼저 내리셔서 외쳐대시던 상야님의 "심 봤 다~~" 소리를 들으면서
밀재에 도착한 시간이 17;29이다. 공사하려고 가져다 놓은 모래자루 위에 무조건 걸터
앉아 잠시 쉬어가자 청한다. 오늘 처음으로 뵙게 된 우영호씨가 건네는 시원한 배 한쪽
으로 목을 축이고서..



늘재에서 밀재까지 당일에 걷는다면 많이 걷는다고 할 수 있으니 이곳에서 내려가는
것이 적당하다. 아니면 조항산 정상에서 조금 내려와 충북쪽으로 내려서야 한다.



밀재는 대야산 산행의 중요한 지점이어서 안내판과 뚜렷한 길이 있으므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야영하든지 동쪽 다래골을 내려서서 용추계곡을 지나 경북 가은읍으로 
나가도 되고,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로 가도 된다. 조항산 정상에서 밀재까지 약 3시간 정
도 소요되며 크게 위험한 곳은 없다. 그러나 내리막길이 거칠고 경사가 심하여 조심하지 
않으면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구간이니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긴장을 늦추어
서는 안된다.

밀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동쪽 용추계곡으로 내려섰다. 날씨가 흐린 탓에 계곡에 들
어서니 어둑어둑 하여지기 시작한다. 최고의 인내심을 요하는 순간이다. 이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아니면 좀 더 인내심을 발휘할 것인가, 사람이 가장 고통스런 순간이 울고싶을 때
울 수 없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되었던 밀재에서 월영대까지 고통속에 걸으면서.....


    안개여, 고난으로 오는 빛이며!


    밝은 날의 세상은
    모두가 나의 친구였다.
    짙은 안개가 산정을 덮은 지금
    나무들도 서로를 외면하고
    산봉우리들도 서로의 등을 돌린 채
    능선을 끊고 돌아누웠다.

    안개가 씹다 놓아둔 한 여름 숲은
    짙은 풋내를 발산하고
    안개바람에 휘둘린 내 몸둥이에서 나는
    살향과 섞여 산능은
    지독한 고독에 휩싸였다.

    벼랑을 감쪽같이 메워버리고
    내몸마저도 내게서 앗아가버리려 하는
    고난의 빛으로부터
    아폴론은 휘바람을 불며
    신화를 불러올 것인가

    어디에선가 들리는 듯한
    성난 헤라의 치맛자락 끌리는 소리만이
    나의 발목을 휘어잡고
    주체할 수 없는 산고의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넣는다.

    세상의 이로운 것들과는
    모두 단절케 하고
    고독의 편린만이 어둠속에 
    열광하며 번득이는 허공

    안개여, 고난으로 오는 빛이여!

    서로를 잊고 가르고
    끝내는 고독으로부터 풀려난 풍경들은
    어둠을 씻고
    고난속에서도 빛을 몰아올 것인가

    안개속에 먹혔던 하나하나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빛을 발하기도 전에
    난 허공을 가르는 희미한 길 위
    날개 접고 섰는
    한 마리 봉황새가 되어

                              10.07,03   



월영대를 지나 용추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은 경치가 빼어나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기도 하
다. 월영대를 지나면서 맑은 계곡물에 몸을 담가 그 간의 흘린 땀과 피로를 씻어내니, 어렵
게 그어논 또 한구간의 대간길이 지도상에 선명하게 나타나는 듯 하다. 몸을 씻고 월영대
에서 산악회차가 있는 월영대주차장까지 오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그러나 뒤에서 격려와 
용기를 불어넣어 주셨던 상야님과 윤대장님의 따뜻한 배려에 포기할 수 없었던 하루의 힘
든 여정, 이제와 돌이켜보니 고통으로만 걸었던 대간길이 아니었음을 다시 한번 새삼스럽
게 되새기면서 두 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번 구간이 속리산국립공원에 속하기는 하지만 행정구역은 상주와 보은에서 문경과 괴산 
사이로 바뀌는 곳이다. 지각변동기 남한의 백두대간이 용틀임하면서 허리 부분에 힘을 많
이 쓴 탓일까. 도상거리 15㎞ 남짓인데 숱하게 봉우리를 오르내리면서 경사가 급하고 기암
절벽이 많아 대간 전 구간 중에서도 특히 난 코스로 힘들었던 구간이다. 하지만 날씨만 좋
다면 경치 또한 아름답기로 빼어난 구간이 아니었을까 아쉬움을 남기면서, 건강과 기회가 
주어진다면 맑은 날 다시 한번 이 구간을 걸어보리라 미련을 남겨둔다.

오늘 산행이 생각보다는 많이 늦어져서 8시간 남짓 걸렸다. 힘들었던만큼 오랜시간 기억
속에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이란 기대를 해보면서, 함께 하여주셨던 대간2기님들 모두 고
생 많으셨습니다. 특히 대장님들과 상야님께 심심한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10.07,03  
 
       



  

[최미옥]

운무가득한 산하의 사진을 보니 난코스의 산행으로 많이 힘들었을 님이 그려집니다.... 에고, 등뒤에 짊어진 가득한 짐,,,,좋은추억으로 남으리. 늘 건강하시옵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