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매화의 명칭 매화는 한자어 매(梅)와 화(花)의 합성어이다. 원산지는 중국 광동성(廣東省), 사천성(四川省), 호북성(湖北省) 일대로, 매화는 그 한자명과 함께 한국과 일본으로 건너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확실한 기록은 없으나 한국에는 1,500년경 혹은 그 이전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에는 7, 8세기경 견당사(遣唐使)를 통해 중국에서 직접 전해졌다는 설이 있으나 대체로 한국 전래설이 지배적이다.
매화는 한중일 세 나라의 비교적 따뜻한 남쪽 지역에만 분포되어 왔기 때문에 동북 아시아 3국만이 공유하고 있는 특수하고도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 냈다.
유럽에는 17세기 말, 나가사키(長崎)의 네덜란드 상관(商館)에 주재했던 독일인 의사이며 식물학자인 캄퍼(Engelbert Kampfer)에 의해 처음으로 전해졌다고 한다.
일본을 통해 서양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그 명칭도 일본 살구(Japaness apricot)라고 되어 있으며 1835년 독일의 지볼트(Siebold)와 추카리니(Zuccarini)에 의해 붙여진 학명 'Prunus mume'에도 매화를 뜻하는 일본의 옛 명칭인 '무메(mume)'란 말이 들어 있다. 2. 梅의 한자 표기와 字源 『설문해자(說文解字)』에는 한자의 '梅(매)'를 '枏(남)'이라고 하고 먹을 수 있다고 했으며 '每(매)'는 음을 나타낸다고 풀이하고 있다(梅 枏也. 可食從木每聲).
기원전 2세기에 편찬된,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사서의 하나인 『이아(爾雅)』에도'梅(매)'를'枏(남)'으로 적고 있으며, 『삼국지·위지(三國志·魏志)』 왜인전에도 '梅'를 '枏'으로 표기하고 있다. 시대에 따라 다르게 표기했다고 볼 수만도 없다. 형주(刑州)에서는 '梅'라고 하고 양주(楊州)에서는 '枏'이라고 한다는 기록도 보인다.
이시진(李時珍)의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梅'를 옛글자인 '?'로 표기하고 있다. 이것은 열매가 나무 위에 매달려 있는 형상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매실과 살구는 같은 종류이므로 살구를 뜻하는 '杏(행)'의 글자를 거꾸로 하여 '?'로 표기한 것이라는 설도 있고 혹은 서가(書家)들이 '甘木(감목)'으로 잘못 알고 '某(모)'로 썼다가, 뒤에 '某' 대신 '每'를 붙여 '梅(매)'로 쓰게 되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일본의 저명한 한자 연구가인 히라카와 히즈카(白川靜)는 매의 고자 '?' 또는 두 개를 겹쳐 쓴 '?'는 살구나무의 '杏(행)'을 뒤집은 글자가 아니라, 나무(木) 위에 제기(祭器)를 매단 모양을 나타낸 것이라고 본다.
원래 한자의 기원인 갑골문자는 점복(占卜)의 기록을 위해 씌어진 것으로 매화나무를 상징하는 글자 역시 원시적인 수목 신앙이나 그 주술 행위에서 비롯된 것이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매실이 그 신앙과 어울려 약용으로 쓰인 것도 상상하기 힘들지 않다. 한자의 자원으로 보면 매(梅)는 꽃보다 신 열매(酸果)를 나타내고, 완상용으로서가 아니라 신에게 제사를 드리는 신성한 나무를 가리키는 글자였음을 알 수 있다. 3. 한국의 매화, 일본의 우메 개나리, 진달래처럼 한국인이 좋아하는 꽃 이름들은 대개가 다 한국말로 되어 있다. 도화(桃花), 행화(杏花)의 한자말 꽃 이름들에도 복숭아꽃 살구꽃이라는 순수한 한국말 이름이 있다. 그러나 매화는 한자말밖에는 없다.
한국어의 고유명칭이 없었다는 것은 그것이 서민보다는 한자를 상용해 온 선비들의 꽃이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나무 전체를 가리킬 때에도 매(梅)라고 하지 않고 매화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거기에 다시 한국말 꽃 자를 겹쳐 '매화꽃'이라고 한다. '동해'를 '동해바다'라고 하여 한자에서 온 말을 자연스럽게 한국말처럼 꾸미려고 했던 조어법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매화를 '우메(ウメ)'라고 하며 문헌상으로는 『만요슈(萬葉集)』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우메는 일본 고유의 말이 아니라, 매실을 훈제하여 약용으로 쓴 '오매(烏梅)'의 한자말 오음(吳音)을 그대로 들여온 말이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그 명칭으로 보아 일본에 맨 먼저 들여온 것은 매화나무가 아니라 약용으로 사용한 오매였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한편 헤이안 시대에는 우메를 '무메(ムメ)'라고도 적었는데 무메는 매의 당음(唐音) 표기에서 온 것이라는 설도 있다.
결국 한국과 일본에서 梅로 표기되고 있는 자음(字音)은 한자음 'mei' 또는 'mui'에서 전화(轉化)된 것으로 한국어에서는 '매', 일본어에서는 '우메'가 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4. 군자와 선비를 상징하는 말들 바슐라르(Bachelard)의 말대로 중세의 연금술사들은 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수은이나 납에 여러 가지 신비한 이름들을 붙여 주었다. 하지만 황금이 아니다. 우리의 소인묵객(騷人墨客)들은 추위 속에서도 향기롭게 피는 매화를 부르기 위해서 수백의 이름, 수천의 수식어를 창안해 냈다. 그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바로 세한삼우(歲寒三友)요, 사군자(四君子)이다.
매화는 모든 생명이 잠들어 있는 한겨울 추위 속에서도 송죽과 함께 변치 않은 벗으로 우리들 곁으로 다가온다. 반갑고 의지가 되는 친구이다. 그래서 매화를 그냥 벗이 아니라, 청우(淸友)·청객(淸客)이라고 불렀으며, 이른 봄에 피는 것은 고우(古友)라고 이름하고, 봄철에 피는 것은 기우(奇友)라고 했다.
그러나 설중군자(雪中君子)로 일컬어지는 매화는 벗 이상의 것이 되기도 한다. 희고 맑은 꽃, 은은한 향기와 기고(奇古)한 나무의 형자는 선비들이 이상으로 삼고 있는 성리학의 이념과 군자의 이미지에 가깝다. 눈 속에서 견디는 내한성(耐寒性)과 다른 꽃보다 일찍 피는 조개성(早開性)은 매화와 군자가 공유하고 있는 덕이다.
그러므로 매화 가운데에서도 동지섣달에 피는 조매(早梅)에 한매(寒梅), 동매(冬梅), 설중매(雪中梅) 등 가장 다양한 이름들이 붙는다. 뿐만 아니라 일년 중 꽃 중에서 가장 먼저 핀다고 하여 매화를 화형(花兄) 또는 백화형(百花兄), 화형국제(花兄菊弟), 꽃의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화괴(花魁)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수식어로는 제일춘(第一春), 백설양춘(白雪陽春) 같은 말들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리가 노래 부르는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같은 봄꽃들은 소인배나 아첨꾼이 된다. 5. 글을 좋아하는 꽃나무 매화의 명칭이나 수식어들도 야콥슨(Jakobson) 같은 기호학자의 이론에 의하면 은유계(metaphor)와 환유계(metonymy)로 양분할 수 있다.
쉽게 말해서 붓이 문인을, 칼이 무인을 상징하는 것은 서로가 가까이에 있는 인접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고, 학이 문인을 호랑이가 무인을 상징하는 것은 유사 관계에서 생겨난 것이다. 매화를 군자로 보는 것은 화품과 인품이 서로 유사한데서 온 비유지만, 세한삼우의 벗으로 비유되는 매화는 겨울철에 자기 곁에 있는 식물로 인접 관계에서 생겨난 비유이다.
그러나 매화가 선비와 동일시되는 것은 유사 관계와 근접 관계가 즉 은유와 환유가 결합된 형이라고 할 수 있다. 추위에 굴하지 않고 꽃을 피우는 매화가 가난을 극복하고 그 이상을 실현하려는 한사(寒士:가난한 선비)를 상징하고 있는 것은 두말 할 것 없이 유사 관계에 의한 것이다.
하지만 뜰에 심은 지매(地梅)든 서재나 매실(梅室)에서 기르는 분재든 간에 글을 읽는 선비 곁에 항상 붓처럼 놓여져 있는 매화가 선비의 상징물이 되는 것은 근접 관계에서 오는 결합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이렇게 은유와 환유가 한데 어울려 만들어 낸 상징어가 호문목(好文木)이라고 하는 매화의 별칭이다. 진(晋)나라 무제(武帝)가 공부할 때, 글을 열심히 읽으면 매화나무에 꽃이 피고 책읽기를 게을리 하면 꽃이 시들어졌다는 고사에서 생긴 상징어이다.
"학문이 융성할 때에는 매화를 많이 심어 가꾸었고 학문이 쇠퇴할 때에는 그 그림자마저 볼 수 없다"는 말처럼 매화는 문을 나타내고 그것을 측정하는 잣대로 사용되기도 한다. 매화촌(梅花村)이라고 하면 단순히 매화꽃이 핀 마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학식과 문덕이 높은 고결한 선비가 살고 있는 마을이라는 상징어이다.
그리고 매화를 장원화(壯元花)라고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뭇 경쟁자를 물리치고 과시에서 장원에 급제한 선비는 백화를 누르고 겨울에 가장 먼저 핀 매화와 유사하다. 그러면서도 장원급제한 선비에게 내리는 어사화의 이미지는 유사성이 아니라 인접성을 나타낸다. 매화를 상징하는 장원화나 화어사(花御使)라는 말은 모두가 선비와 매화를 동일시한 것으로 그것이 사대부 문화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가를 보여 주는 예이다.
사(士)라고 하면 문사(선비)가 아니라 무사를 의미하며, 과거 제도라는 것이 없었던 일본인들에게도 매화는 학문의 신, 스가와라 미치자네(菅原道眞)를 상징하는 분신이다. 그리고 일본에는 매실을 깨물면 글을 까먹는다는 속신도 있다. 그러고 보면 한중일 세 나라는 매화를 호문목(好文木)이라고 부르는 문의 상징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고현일사, 설중고사(雪中高士), 식춘(識春) 등 매화를 나타내는 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매화는 현명하고 학식이 높은 사람으로 의인화한 것이다. 6. 신선과 은자를 표상한 별칭 매화는 군자나 선비의 유교적 상징만이 아니라 매은(梅隱), 매선(梅仙)이라는 말에서 나타나듯이 도교적인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희고 고결한 꽃 모양이나 깊은 산 눈 속에 숨어 향기를 내뿜는 매화는 마고산(麻姑山)에 사는 신선에 비유되기도 하고 평생을 고산에 숨어 산 임포(林逋) 같은 은사(隱士)를 상징하기도 한다.
빙기옥골(氷肌玉骨)이나 빙자옥질(氷姿玉質)이라는 말은 살결이나 몸매가 얼음과 옥돌처럼 희고 맑은 것을 나타내는 말로, 티없이 깨끗한 매화의 이미지에서 따온 수식어이다. 그러므로 매화의 모양은 신선이나 귀인, 그리고 높은 정절을 지닌 미녀와 등가 관계에 있다.
매화를 아내로 삼고 학을 아들로 삼아 일생을 살아가는 이른바 매처학자(梅妻鶴子)란 말은 북송 때의 시인 임포가 자신의 은둔 생활을 나타낸 말이지만 매화가 대나무나 난초 혹은 국화와 짝을 이루지 않고 학과 결합되어 있는 것은 유교적인 선비보다는 신선의 경지를 암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세외가인(世外佳人), 매화가 보여 주는 탈속(脫俗), 아치고절(雅致高節)과 같은 일련의 수식어들은 도교의 이미지와 그 상징성을 담고 있는 말들이다.
눈 내린 산중으로 매화를 찾아다니는 탐매(探梅), 심매(尋梅)에서는 신선이나 은자를 찾아 적극적으로 나서는 구도의 상징성을 엿볼 수 있다. 7. 매화에 관한 특이한 일본 명칭 중국과 한국은 같은 유교 문화권으로 매화에 대한 명칭이나 상징어들이 별 차이가 없지만 대륙에서 떨어진 섬나라 일본에서는 매화에 관한 낯선 명칭들이 많이 발견된다. 무엇보다 일본의 하이카이 같은 시작법에서는 계어(季語)라는 것이 있어서 매화에 관련된 말도 일정한 틀에 맞춰 정해져 있다.
그 중에서도 목화(木花)라고 하면 한국에서는 무명(綿)을 짜는 원료인 솜을 생산하는 식물을 뜻하지만, 일본에서는 '고노하나'라고 하여 매화를 가리키는 별칭의 하나이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매화에 나무가 아니라 풀 초(草)자를 붙여 향기와 관련한 별칭이 많다. 향기로운 풀이라는 뜻의 니오이구사(혴草)를 비롯해 가사미구사(香散見草), 카바에구사(香榮草), 그리고 바람을 기다리는 풀이라는 뜻의 가제마치구사(風待草) 등이 있다. 8. 매화나무의 부분별 명칭과 관련어 매화나무와 관련된 명칭과 수식어들은 첫째 꽃(모양·색채·향기), 둘째 가지와 나무, 셋째 매실 등으로 크게 나누어진다.
우선 매화꽃은 꽃받침, 꽃잎, 꽃술, 꽃자루로 나뉘며 각각에 따라 명칭과 관련어들이 파생된다. 꽃자루는 비교적 짧은 편으로 0.2~0.5밀리미터에 이르며, 긴 것은 10밀리미터가 되는 것도 있다. 꽃받침은 녹색, 진홍색, 연홍색으로 계란형이며 대부분 5~6매이고 7~8매인 것도 있다. 꽃잎은 흰색, 분홍색, 붉은 자주색이며 그 색깔에 따라서 백매, 홍매, 청매, 주매 등 여러 이름이 붙게 된다. 그냥 매화라고 하면 백매를 가리킬 경우가 많다.
헤이안 시대 때 매화를 뜻하는 일본어의 무메(ムメ)는 백매만을 의미하는 말로 쓰였고 홍매는 그냥 홍매라고 불렀다. 또한 매화는 그 색깔만이 아니라 꽃받침의 색깔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진다. 그 중에서 가장 으뜸으로 치는 것은 백매 계통의 꽃받침이 초록색을 띤 녹악매(綠켍梅)로, 매선(梅仙)이라 일컫는 송나라의 임포와 한국의 퇴계 선생이 가장 아끼고 사랑했던 매화 종류이다.
꽃잎은 그 수에 따라서 여러 가지 이름이 붙고, 품종을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크게 나눠 보면 꽃잎이 다섯에서 일곱까지 한 층으로 된 매화꽃을 홀꽃잎(단엽)이라 부르고, 그것이 8~14장이나 겹으로 된 매화꽃을 쌍꽃잎(복엽)이라고 한다. 그리고 꽃잎이 15장 이상이고, 3층 이상 되는 것을 만첩꽃잎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매화 꽃잎은 5장이 표준형이다. 매화를 도안화한 장식 문양들은 거의 모두가 다섯 이파리로 중국의 철학자 소옹(邵雍)은 매화꽃의 다섯 잎을 평화, 화해, 행운, 관용, 인내의 상징이라고 풀이한다. 음양오행에서는 상징의 기본 수를 다섯으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엽으로 된 다섯 꽃잎을 선호한다. 하지만 이따금 여섯 잎짜리의 육화(六花)가 눈 모양의 육각과 같다고 하여 그 상징적 의미를 중시하는 완상객들도 있다.
꽃잎의 숫자로 매화를 구분하여 중엽매, 천엽매, 구영매(九英梅) 등으로 명명하기도 한다. 9. 암향과 월매 매향을 수식하는 말 가운데 가장 많이 사용해 온 것이 암향(暗香)이다. 매화의 향기는 강한 편이 아니다. 그래서 밤이 깊어 사위가 적막할 때 비로소 먼 곳에서도 스며드는 은은한 향기를 암향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밑에 부동(浮動)이라는 말을 붙이기도 한다. 그래서 월황혼(月黃昏)이라는 임포의 시구가 있듯이 매화의 향기는 대낮보다는 으스름한 달빛과 잘 어울린다. 은은하고 청아한 매화의 후각적 요소를 어렴풋하고 차가운 달빛의 시각적 특성으로 전환시킨 것이 바로 월매도(月梅圖)요, 야매도(夜梅圖)이다.
또한 매창(梅窓)이라고 하면 달빛에 매화 그림자가 창문에 비치는 것을 뜻하고, 소영(疎影)이라고 하면 그 매화가 바람에 흔들리는 어렴풋한 그림자의 이미지를 가리킨다. 향기의 후각, 달빛의 시각, 그리고 꽃 가지의 그림자가 불러일으키는 촉각적인 이미지들은 서로 조응하여 공감각적인 시너지 효과를 준다. 10. 매화의 나무와 가지 매화 가지는 그 꽃의 이미지를 결정짓는 요소로서 일지매(一枝梅)가 의도(義盜)를 나타내고 일지춘(一枝春)이나 일지춘색(一枝春色)이 봄을 상징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보아도 그 중요성을 알 수 있다.
강남일지춘(江南一枝春)은 봄소식을 전하고자 매화 가지 하나를 친구에게 보냈다는 뜻이 되고, 철간선춘(鐵幹先春)이라고 하면 곧고 힘차게 뻗은 매화 가지에 물이 오르면서 달라지는 색깔에서부터 이미 봄을 예감할 수 있다는 섬세한 마음의 표현이다.
가지가 하늘로 곧게 뻗은 것을 직지매(直枝梅)라 하고, 아래로 처져 늘어진 것을 수지매(垂枝梅), 수양매(垂楊梅)라고 부른다. 그리고 가지가 굽은 것을 우유매(尤游梅)라고 한다. 달을 향해 수직으로 솟아 올라간 한국의 묵매나 일본의 고린(光璘)파 그림의 창매(槍梅)는 모두가 직지매의 모양을 그린 것이다.
곧게 뻗쳐 부러질지언정 구부러지지 않는다는 매화나무 가지의 특성은 선비의 곧은 지조나 여인의 정절을 나타내는 상징이다. 반면에 수양매(垂楊梅)는 수양버들처럼 가지가 밑으로 늘어져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꽃이 땅을 향하여 피기 때문에 겸손의 상징으로 삼으려는 선비들도 있었다.
구부러진 줄기에 푸른 이끼가 끼고 비늘 같은 껍질이 생긴 고매(古梅) 혹은 노매(老梅)의 매력은 꽃과 그 향기 못지않다. 더구나 그 늙은 나무에 앳된 가지가 돋아나 꽃을 피우는 것은 회춘의 상징으로 반가움을 샀다.
오랜 세월 동안 모진 풍상을 겪으면서도 깨끗하고 의연한 자세로 살아온 고매의 자태를 수식하는 옥골(玉骨)이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고매에 새 가지가 돋아 꽃이 피는 것을 회춘의 상징으로 보았으며 그림에서는 대나무의 직선, 난초의 곡선에 대응하여 매화를 굴곡의 미로 특징짓는다. 11. 매화의 열매의 명칭과 관련어 꽃은 관상용으로 이름이 높고 그 열매는 약용과 식용으로 이용도가 높다. 심미적인 것과 실용적인 것의 양명성을 모두 지닌 과실목이다. 그 열매는 원형, 계란형, 타원형이며 껍질은 얇은 막으로 되어 있고 털이 있다. 색깔은 녹색, 분홍색, 노란색, 진홍색 등이며 양쪽 측면은 눌려 있고 윗부분은 골이 있다.
매실이 익지 않은 것은 청매(靑梅)라고 하고, 익어서 누렇게 된 것은 황매(黃梅)라고 한다. 매실은 다닥다닥 열리고 그 안에 씨가 꽉 차 있어 민속 신앙에서는 풍요와 다산의 상징을 나타낸다. 그리고 매우(梅雨)는 매실이 익을 무렵에 오는 오뉴월 장마를 뜻하는 말로 매림(梅霖)이라고도 한다. 한국에서는 낯선 말이 되었지만 일본에서는 오늘날에도 쓰유(つゆ)라고 하여 일상어로 많이 사용한다.
일본말 '우메'의 어원이 되었다는 오매(烏梅)는 덜 익은 청매를 볏집을 태워 나온 연기로 훈연(燻煙)하여 말린 것으로 지사(止瀉),구충(驅蟲)의 약재로 쓰인다. 매실은 보기만 해도 갈증이 멎는다고 하여 망매지갈(望梅止渴)이라고 한다. 이 말은 조조(曹操)가 언덕 너머에 매림이 있다는 말로 병사들의 입에 침을 괴게 함으로써 갈증을 씻었다는 고사에서 생겨난 말이다.
식용으로는 매실로 술을 담은 매실주와 초록매실 같은 음료수를 만든다. 그리고 일본 특유의 식품으로 매실을 사용하여 시조(紫蘇:차조기)를 붉은색이 돋게 절인 우메보시(梅干し:매실 장아찌) 등이 있다. 매실은 외국산에 눌린 꽃과는 달리 오늘날에도 동북 아시아의 고유한 건강식의 이미지를 살려 시장성을 높이고 있다.
매실의 크기에 따라서 매화에 붙이는 이름이 달라지는데 행매(杏梅)는 열매의 크기가 이름 그대로 살구만한 중간형이며 신맛이 많이 나고, 한국의 천매와 율곡매는 그 열매가 감귤과 복숭아만큼 크다. 풍후매(豊后梅)는 일본 품종으로 매실 중에서 가장 큰 열매가 달리는 것으로 잼이나 농축액을 만드는 데 쓰인다.
우메보시(매실 장아찌)를 식품으로 사용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그것을 담는 데 적합한 품종이 인기를 모으게 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일본 남부 시골 고등학교의 교사였던 타카다가 길러 1951년에 우수종으로 뽑혀 개량한 남고매(南高梅), 그리고 홍매 계통인 대엽저간(大葉猪肝) 등이 있다. 품종에 따라서 매실의 크기가 달라지는 데 매실의 크기는 품종을 결정하는 표시가 된다.
이 밖에 매화는 품종에 따라서 수백 가지의 명칭을 갖게 되고 명소에 따라서 나부매(羅浮梅), 향도매(向島梅) 등의 이름이 생겨나기도 한다. 특히 매화와 관련된 한중일의 지명(부록 참조)까지 합치면 매화와 관련된 이름들은 수천 수만을 헤아리게 될 것이다. 한국에는 매화의 명소가 없다. 문일평은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삼남(三南)의 난지(暖地)에 매화가 있기는 있으나 그는 동매(冬梅)가 아니요 춘매(春梅)이며, 경중애화가(京中愛花家) 사이에 예로부터 매화를 배양하였으나, 그는 지종(地種)이 아니요 분재(盆裁)뿐이다.
매화를 많이 재배하여 완상(玩賞)에 공함에는 일종의 난방 장치를 했는데 경성 방송국은 곧 옛날 김추사(金秋史) 옹의 선대 이래 별장으로 아주 이름 높은 홍원매실(紅園梅室)이 있던 곳이요 운현궁에도 매실이 있었고 이 밖에도 매실 있는 집이 흔하였다 한다."
명소만이 아니라 한국에는 중국과 같은 매림(梅林)이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매실이나 서재에서 매화를 가꾸고 분재로 늘 곁에 두고 벗으로 삼을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