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
지나치면 독이 된다(過猶不及). 그렇다. 언제부터인가 밤에 잠자다가 입천장이 깔깔해지고 소변이 잦은 듯하여 이상하다 싶어 병원을 찾아갔다. 피와 소변 검사를 한 결과 의사의 소견은 당뇨병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당화혈색소 수치가 8.2,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나 놀랐다. 너 자신을 알라고. 십여 년 전 정년하고 나서 이런저런 이유로 집안에서 운동을 별로 하지 않고 때때로 뭔가를 자주 먹었다. 허전함 때문도 있었던 듯. 시원섭섭함도 한 몫. 키는 65센티에 몸무게가 85킬로까지 올랐다. 14층까지 계단을 오르노라면 헐떡거리는 숨결은 물론 너무 힘들어 네 번 정도 앉았다가 힘겹게 올라오곤 했다. 안 되겠다 싶어 식사량은 줄이고, 운동량은 늘리고. 그러다 수 년 전에 삼국유사사전 자료도 모을 겸 기회가 닿아 중국 길림성 장춘의 길림외국어대학에 1년 동안 초빙교수로 가 있었다. 중국 음식이 대부분 기름진 것이 많고 향신료가 강한 편이다. 조심은 했지만 음식의 영향도 당뇨와 무관한 것은 아닌 듯했다. 게다가 중국에서 돌아온 다음 해 베트남 하노이 옆 타이응웬대학에 초빙교수로 한 학기 동안 가 있었다. 그곳은 고온다습했다.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로 더우니까 시원한 코카콜라를 많이 마셨던 기억, 입에 설탕을 들어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온 뒤 잠자기 전 혹은 새벽녘에 입천장이 깔깔하고 목이 마르며 소변에 거품이 둥둥 뜨는 현상이 일어났다. 갑자기 몹시 불안한 생각이 엄습했다. 발톱을 깎으려고 보니 왼쪽 엄지발톱에 누렇게 갈라져 있었다. 무언가 눈도 침침하고 자꾸만 피곤기가 더했다. 나의 인생 열차 속도가 이제 75킬로미터. 지난번 검사에서 혈당치가 230, 공복 혈당이 150, 아, 이러다 서산에 노을 물들고 해가 지는 것 아닌가. 병원 약을 받아 매일같이 먹고 있다. 이것저것 당뇨에 대한 민간요법에도 관심을 두게 되었다. 고향 친구와 전화 끝에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당뇨 상황을 말했다. 그거 동의보감(東醫寶鑑)에 다래가 좋다던데... . 내가 알아보겠다더니 정말 얼마가 지난 뒤 그가 산다래를 부쳐왔다. 고마웠다. 요즘도 수시로 차를 만들어 마신다. 또 대전에 사는 처제가 여주차를 보내왔다. 어디를 보니 두릅이 좋다고. 함께 같은 직장에서 일했던 갈헌 선생이 전화 끝에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본인은 가족력이 있어서 오래전부터 잠자기 전에 적어도 2-30분 정도 걷고 잔다고. 안 그러면 다음 날 목이 뻣뻣해짐을 느낀다. 밥도 잡곡밥이 좋다면서 자신은 벌써 잡곡밥을 먹은 지가 오래되었다고. 얼마 뒤 갈헌 선생이 양평 6백 고지에 산장 겸 농사를 짓고 사는데 거기다 땅두릅을 심었는데 땅두릅을 따서 잘 먹고 있다고. 얼마 뒤 우체국 택배로 땅두릅을 보내왔다. 무농약으로 기른 두릅이라고. 삶아서 그냥 먹어도 된다고. 길손은 평소 고기류를 좋아하지 않고 주로 두부나 달걀과 채소 등을 즐겨 먹었다. 어디 보니 민간요법으로 가시오갈피 차와 호박으로 만든 음식을, 초를 친 두부를 먹고 비파 차를 마시면 효과적이라고 했다. 다양한 약재들이 날 향해 손짓하는 듯. 요즘은 차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 달 조사에서도 공복혈당도 120 정도로 다른 질병과의 합병증세가 없다면 지금대로 잘 관리하라는... . 예방이 치료보다 낫다고. 내 탓이다. 나의 당뇨병 탓을 누구에게 돌릴 것인가. 모두가 내 탓임을 잘 알면서도, 난 괜찮아라고, 거울을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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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수1일 전
이제 벌써 내년이면 8순이 되시니까 당뇨와 고혈압, 그리고 전립선은 옆에 함께 따라다니는 친구와 같은 존재가 아니겠습니까? 지금까지 그래오셨듯이 앞으로도 이 어려움을 잘 이겨내시리라고 믿습니다. '과유불급'도 있지만 더 중요한 '일체유심조'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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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울tv3일 전
감동받았습니다 당뇨.고혈압 생노병사 겪어야 할 과정 잘 다스리면 더 건강합니다 하루 1시간 무조건 걷고 식생활 개선 40년 체험 자신 마음 몸은 자신이 의사입니다. 마음 비우시고 건강하시고 행복한 그림 중요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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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an cimmerian3일 전
선생님 항상 책으로만 듣던 말씀을 방송으로나마 뵐 수 있어서 좋았는데 건강 소식을 듣고 왠지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저는 우도의 학풍에서 나고자라 선생임을 직접 뵐 기회가 없었습니다. 젊었을 때는 언젠가 당연히 만나뵐 수 있을것 같았지만, 이제는 그런 소망의 막연함을 알 수 있는 나이가 된 것 같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앞으로도 좋은 말씀과 저술 많이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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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풀벌레 가을 소리 여름은 가고,
들꽃 잎새마다, 벌들의 노래여라
건행하소서
https://youtu.be/xNkZ4UIlHs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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