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자살한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 손자인 고(故) 이재찬(46)씨는 19일 빈소도 없이 홀로 영안실에 머물렀다. 5년 전부터 월세 아파트에서 혼자 살다 간 이씨의 마지막 가는 길도 쓸쓸했다.
이씨 시신은 18일 오후 7시 50분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병원에서 서울삼성병원 영안실로 옮겨졌다. 그러나 장례식장에 빈방이 여럿 있었는데도 그의 빈소는 차려지지 않았다. 18일 이씨 시신이 처음 안치됐던 순천향대학병원에는 빈소가 차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친구와 지인 5~6명이 찾았지만, 이날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는 빈소가 없어 조문객도 눈에 띄지 않았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과거 사업 등으로 이씨와 인연을 맺은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빈소가 어디인지 묻는 전화가 여러 통 걸려오기는 했다"고 말했다. 장례식장에서 유가족이나 삼성그룹 관계자들 모습도 볼 수 없었다. 장례식장 관계자는 "유가족들이 영안실을 찾았는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이씨 시신은 19일 오전 비공개로 입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발인은 20일 오전 11시 30분 진행되고 시신은 화장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보통 빈소가 없는 장례는 고인(故人)의 가족이 없는 경우에 치러진다. 이씨 지인들은 이씨 형제들이 평소 삼성가(家) 모임에 잘 나가지 않은 채 은둔 생활을 했고, 이씨 가족이 대부분 해외에 사는 데다 별거 중인 부인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빈소 없이 장례를 치르는 게 아니냐고 짐작했다.
이씨의 한 친구는 "범(汎)삼성가 친척과 가족 중 누구도 이번 일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재벌가 3세의 끝이 이렇게 허망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