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108편은 시편 57편, 시편 60편과 비슷한 내용이 많은 시(詩)입니다. 시편 60편은 “다윗이 교훈하기 위하여 지은 믹담, 인도자를 따라 수산에둣에 맞춘 노래, 다윗이 아람 나하라임과 아람소바와 싸우는 중에 요압이 돌아와 에돔을 소금 골짜기에서 쳐서 만 이천 명을 죽인 때에”라는 표제(標題)를 붙이고 있습니다. 다윗이 이스라엘 북쪽의 아람 연합군과 전쟁하고 있을 때 다시 돌아와 에돔과 소금 골짜기에서 싸워 12,000명을 죽였을 때에 기록한 시라고 그 배경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소금 골짜기에서 대승(大勝)을 거두었으나 에돔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이전에 이스라엘이 일시적으로 곤경에 처했을 때 하나님께서 함께해 주셔서 승리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내용을 담은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편 108편은 시편 60편뿐 아니라 시편 108편의 앞부분은 시편 57편(다윗이 사울을 피하여 굴에 있던 때에 지은 시)의 일부 내용과도 같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아마 시편 108편은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온 이후에 시편 57편과 시편 60편의 내용을 조합하여 만든 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두 시편이 모두 다윗이 쓴 시이기에 시편 108편도 다윗의 시라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시는 아마 바벨론에서 포로 생활을 하면서 하나님만이 이스라엘(유다)을 구원하시고 돌봐주실 분이시라는 것을 노래하기 위해 이 시편으로 찬양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편 108편은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을 주관(主管)하시는 분, 이 세상의 모든 역사(歷史)를 주관하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라는 것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유일한 구원자는 하나님이심을 고백합니다(6절). 하나님은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자들, 곧 이스라엘(유다) 백성을 구원하실 분이시기에 주님의 구원을 베풀어 달라고 간구합니다. 그러면서 7절부터 9절까지는 이스라엘(유다)의 주변 국가들의 이름과 이스라엘(유다)의 지명들을 거론하면서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의 손 안에 있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7절에 나오는 세겜(Shechem)은 이스라엘의 요단강 서편을 대표하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고, 숙곳(Succoth)은 요단강 동편을 대표하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약속하신 모든 땅, 약속의 땅을 하나님께서 주관하시고 있음을 고백하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8절 역시 이스라엘 동쪽의 길르앗(Gilead)과 서쪽의 므낫세(Manasseh), 그리고 북왕국 이스라엘의 수도인 사마리아(Samaria)가 있는 에브라임(Ephraim)과 남왕국 수도인 예루살렘(Jerusalem)이 있는 유다(Judah) 지역을 거론하며, 이스라엘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중심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그곳들도 하나님의 투구와 규(圭, Scepter)로 묘사하며 이스라엘의 모든 땅이 하나님의 주권(主權) 아래 있음을 고백합니다.
더 나아가 이스라엘(유다)의 주변에 있는 모압, 에돔, 블레셋 등의 족속들은 이스라엘(유다)를 중심으로 이스라엘을 섬기는 족속들로 묘사하고 있습니다(9절). 모압(Moab)은 하나님의 목욕통, 에돔(Edom)은 하나님께서 신발을 벗어 던질 곳으로 묘사합니다. 목욕통이란 표현은 그 당시 종들이 주인의 목욕물을 받아두고, 주인의 몸과 발을 씻기기도 하였던 것을 떠올리게 하고, 신발을 벗어 던진다는 말에는 신을 보관하는 장소로 삼는다는 의미와도 같은데, 그 당시에 주인의 신발을 관리하는 것도 역시 종들이 하는 일이었기에 모압이나 에돔이 모두 하나님 앞에서 하찮은 존재로 하나님을 섬기는 종들에 불과하다는 것과 하나님이 그들 역시 주관하시고 있음을 묘사하는 내용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블레셋(Philistines) 위에서 외치신다는 표현은 블레셋을 굴복시키시는 하나님을 묘사하는 내용입니다. 다윗 시대에 블레셋은 이스라엘에 굴복하였다는 것을 떠올릴 필요가 있습니다. 에돔은 함락시키기 어려운 매우 견고한 성인데 하나님께서 그러한 견고한 성을 함락시킬 수 있도록 도우실 분이시라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10절의 말씀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버리지 않으시고 함께하시면 어떤 대적이든 이길 수 있고,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면 하나님을 의지하여 담대히 대적들과 맞서 싸워 이길 수 있음을 고백합니다(10절~13절). 아무리 큰 난관(難關)이라도, 아무리 돌파하기 어려운 큰 장벽이 가로막고 있더라도, 아무리 거센 풍랑이 몰려오더라도 전능하신 창조주 하나님,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면 넉넉히 이길 수 있다고 고백하는 시가 시편 108편의 내용입니다.
그래서 시편 108편은 하나님은 하늘 위에 높이 들리시며, 하나님의 영광은 온 땅에서 높임 받으시기에 마땅하다는 것을 고백합니다(5절). 그러한 하나님께 감사하며 찬양해야 함을 노래합니다(3절). 전능자이신 하나님께서 인자를 베푸시며, 거짓이 없이 진실하셔서 언제나 변함없으신 하나님이심을 노래합니다(4절). 그러한 하나님이시기에 다윗은 하나님을 노래하고 찬양하기로 마음을 정하였고(1절),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 일찍 일어나 비파와 수금을 비롯한 악기들까지 동원하여 하나님을 찬양합니다(1절, 2절). 어떤 어려움과 고통과 풀기 어려운 문제들도 하나님이 함께하시면 모두 해결할 수 있기에, 그러한 전능자 하나님, 인자하시고 신실하신 하나님을 노래하며 찬양하겠다는 고백입니다.
하나님만이 우리의 구원자이시며, 보호자이시며, 해결자이십니다. 그렇기에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만 의지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며, 하나님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무리 크고 강대한 대적이 나를 에워싸고 있다고 하더라도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면 넉넉히 이기게 될 줄 믿습니다. 오늘도 그러한 크고 강대하신 하나님을 의지하며, 하나님을 찬양하며 하루를 넉넉히 승리하는 삶이길 기도하며 기대합니다. (안창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