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최근 선박 화재 등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노조는 방지대책 발표 전날에도 또 근로자가 숨지는 등 한달동안 8명의 근로자가 숨졌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선박 화재 등 근로자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9개 안전환경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의 안전환경실로 개편하겠다고 29일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잇따라 발생한 안전사고로 고인이 된 근로자와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국민 여러분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안전경영부를 비롯한 각 사업본부 산하의 9개 안전환경조직을 대표이사 직속의 안전환경실로 개편한다. 총괄책임자는 전무급에서 부사장급으로 격상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작업 현장에서 중대한 안전수칙 위반이 있을 경우 안전관리자가 작업중지권을 즉각 발동할 수 있도록 작업중지권을 강화한다.
일주일 단위로 발생한 재해건수를 기준으로 사고위험 주의보나 경보를 발령하는 사고위험 경보제도 도입된다. 2인 3개조의 사고위험 특별진단팀 상시 운영, 사고 유형별 대응 매뉴얼 점검 등도 이뤄진다.
현대중공업 측은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반영해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고, 자체 감사를 통해 책임자 문책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며 “안전한 작업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종합적인 안전 쇄신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중공업의 재발방지 대책 발표는 최근 잇따른 산재사고가 발생해서다. 지난달 25일에는 족장(선박 건조 시 작업 받침대)해체 작업 중이던 3명이 바다로 떨어져 2명은 구조됐으나 1명은 숨졌다.
또 지난 21일에는 현대중공업에서 건조하던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에서 불이 나 두 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됐다.
특히 이달 26일에도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배의 녹을 제거하는 샌딩 작업을 하던 정(44)모씨가 에어호스에 목이 감겨 숨진 채 발견됐다.
노조와 관련 유족들은 사고사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경찰 측은 자살에 무게를 두고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또 재발방지 대책 발표 전날인 28일 오후 8시 49분께는 현대중공업 안 부두 도로에서 협력업체 직원 김모(38)씨가 2m 아래 바다에 빠져 실종됐다.
해경 측은 차량 수신호를 하던 김씨가 난간이 없는 부두 옆 도로를 걸어가다가 발을 헛디뎌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동료 직원 등을 상대로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현대중 노조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현대중공업과 계열 공장에서 한달동안 8명의 하청 근로자가 산재사고로 숨졌다. 이에 현대중공업에 대한 특별감독과 근본적인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대내외적으로 커지고 있다.
금속노조 울산지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29일 울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은 잇단 산업재해와 관련해 사용자로서 책임을 다하라”고 밝혔다.
또 현대중 노조는 전국금속노동조합과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과 함께 지난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중공업이 근본적인 산재사망 중대재해 예방 근본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노조 선전편집실 김병조 부장은 “이러한 산재 사고는 구조적인 문제라고 보고 있다. 숙련되지 않는 노동자들이 단시간에 생산작업 현장에 투입되기 때문이다”며 “최소한 안전작업에 대한 기초소양교육이 마련돼야 한다. 직영노동자가 아닌 하청노동자들이 사고를 당하고 있어서, 중대재해가 일어나면 관리감독을 맡은 직원과 부서장까지도 책임이 물어져야 하는 강력한 인사조치가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중 노조는 산재사고 예방차원에서 관련 행사인 ‘안전기원제’를 자체적으로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지역 노동계 전문가는 “최근 현대중공업 산재사고를 보면 하청 근로자들이 숨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동안 회사를 상대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현대중 하청근로자들이 원청 노조와 연대하는 움직임이 현장에서 일고 있다”며 “하청근로자들이 산재사고를 겪을수록 원하청 공동투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