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받은 하느님의 은사를 다시 불태우십시오' (6)
여기서 티모테오가 받은 하느님의 은사는 사목적 직책과 소임과 관련된 것이다.
그런데 사도 바오로는 티모테오가 받은 은사가 외적이거나 가시적인 형태로 드러나는
어떤 것이 아니라 내적인 은혜라는 점을 '그대가 받은'(호 에스틴 엔 소이;ho estin
en soi; which is in you)이란 표현을 통해 드러낸다.
더 정확하게 번역하면, '네 속에 있는' 이다.
곧 티모테오는 하느님께로부터 사목적 소임을 감당하기에 필요한 은사를 이미
부여받았으므로, 그 받은 은사를 다시 불일듯 일으키면 되는 것이다.
여기서 '다시 불태우십시오'라고 번역된 '아나죠퓌레인'(anazopyrein)은 본래
'계속해서 새롭게 불타오르도록 하다','계속해서 극렬하게 타오르도록 하다'라는
뜻을 지닌 '아나죠퓌레오'(anazopyreo)의 현재 부정사로서, '티모테오 안에 있는
은사가 새롭게 불타오르도록'이라는 의미이다(to kindle of fresh; to fan into flame).
사도 바오로가 보기에, 티모테오에게는 거룩한 하느님의 사목을 위임받던 당시의
은사들이 식지 않고 계속 뜨겁게 타오를 필요가 있었다.
아마도 당시 나이가 어렸던 티모테오는 내적으로는 교회 내에서 활동하던 거짓
교사들로 인해, 그리고 외적으로느 점차 가중되는 로마 제국의 그리스도교
탄압으로 인하여 크게 위축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당시 로마 감옥에 있었던 사도 바오로는 자신의 영적인 아들 티모테오에게
에페소 교회의 지도자로서의 사목을 잘 감당하게 하기 위하여, 안수받을 때의 일을
회상시키는 것이다.
무릇 모든 그리스도교 봉사자들은 그들 자신이 받은 일들이 아무리 보잘것없고 작은
일일지라도,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그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만한 특별한 은사를
주시어 그 일을 맡긴다는 사실을 지속적으로 확신해야 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비겁함의 영을 주신 것이 아니라, 힘과 사랑과 절제의 영을
주셨습니다.'
원문에는, 원인이나 이유를 나타내는 접속사 '가르'(gar; for)가 포함되어 있어서,
티모테오에게 그의 안수식을 상기시켜 그가 부여받은 하느님의 은사를 다시
불태워야 하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그 이유를 밝힘에 있어, 사도 바오로는 영어의 'not ~ but' 용법처럼, 전자를
부정함으로 후자를 보다 강조하는 '우 ~ 알라'(u ~alla)란 표현을 사용한다.
사도 바오로가 먼저 부정하는 것은 '비겁함의 영'이다.
'비겁함의'로 번역된 '데일리아스'(deilias)는 본래 '의기소침함'이나 '비겁함',
'두려워함'을 뜻한다.
따라서 여기서 언급된 '비겁함의 영' 곧 '의기소침한 마음'이나 '비겁한 마음',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번역되고 이해됨이 타당하다.
사도 바오로가 이 부분에서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당시 티모테오로 하여금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고자 함이다.
그렇다면, 티모테오가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영'(마음 혹은 정신; 프뉴마;
pneuma)은 무엇인가? 그것은 일차적으로 '힘의 영'이다.
여기서 '힘'(능력)으로 번역된 '뒤나메오스'(dynameos)는 사도 바오로 특유의
표현으로, 로마서 1장 16절에 '나는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복음은 먼저
유다인에게 그리고 그리스인에게까지 믿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구원을 가져다
주는 하느님의 힘이기 때문입니다.'라는 어구에서 강력하게 표명된 바로 그 힘
(능력)이다.
나아가 티모테오가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것은 '사랑의 영'이다.
여기서 '사랑'으로 번역된 '아가페스'(agapes)는 갈라디아서 5장 22절에서
표명된 대로, 성령의 열매 가운데 하나로서 두려움을 물리치는 힘이다(1요한4,18).
마지막으로 하느님께서 부여하는 것은 '절제의 영'이다.
여기서 '절제의 영'으로 번역된 '소프로니무스'(sophronimus)의 원형
'소프로니스모스'(sophronismos)는 '보존하다'(루카17,33)라는 의미의 동사
'소죠'(sozo)와 '생각'이란 뜻의 명사 '프렌'(phren)의 합성어로서, '근신하다',
'통제하다'라는 뜻을 지닌 동사 '소프로니죠'(sophronizo)에서 파생한 명사이다.
이것은 단적으로 말해 '자기 통제'(self-control)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