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황제가 마시던 가배차를 아시나요?
한국의 커피 역사는 18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세기 말 고종황제가 즐겨 마셨다던 ‘가배차(茶)’가 바로 커피이다. 가배는 커피의 발음을 한자로 음차한 이름인데 일반 사람들은 커피의 쓴맛 때문에 서양에서 온 탕국이라고 해서 ‘양탕국’이라고도 불렀다. 고종이 커피를 처음 만난 시기는 아관파천으로 러시아 공사관에 피신해 있을 당시로 전해진다. 그때 커피 맛에 반한 고종은 1897년 경운궁으로 돌아온 뒤에도 커피를 즐겨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고종에게 커피를 자주 대접한 사람은 바로 앙투아네트 손탁 여사이다. 1885년 주한 러시아공사를 따라 내한해 한국에서 생활한 손탁 여사는 프랑스 출신의 독일인이다. 손탁 여사는 러시아를 통해 커피를 들여 왔는데, 이후 ‘한러밀약’의 중심인물로 활약하는 등 조선독립운동을 전개한 공로가 인정돼 고종황제로부터 한옥을 헐고 지은 양관(서양식 건축물)을 하사받는다.
손탁 여사는 새롭게 지은 양관의 실내장식을 서구풍으로 꾸며 손탁빈관 경영을 시작했는데, 이것이 손탁호텔의 전신이다. 이후 서양식 호텔의 필요성을 느낀 고종황제는 손탁빈관을 헐고 그 자리에 2층 규모의 양옥을 지어 본격적인 서구식 호텔인 손탁호텔을 세워 손탁 여사에게 경영을 맡겼다.
손탁호텔은 지금의 정동에 위치해 왕의 거처였던 덕수궁과 가까웠고 주한 외교관들이 자주 드나들었다. 러시아풍으로 지어진 손탁호텔에는 30개 정도의 객실이 있었는데 2층은 국빈용 객실로 운영됐다. 이후 손탁호텔은 1917년 이화학당에서 사들여 기숙사로 사용했는데, 현재는 그 자리에 ‘이화 100주년 기념관’이 들어서 있다.
글. 편집실 참고 자료.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손탁호텔』(이순우, 하늘재,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