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게 허락된(?) 개인택시노동자를 거부한다!
이 땅의 15만 법인택시노동자들이 꿈속에서라도 그리는 것이 바로 개인택시노동자이다. 사회적 멸시와 천대만을 받는 법인택시노동자, 그들은 한치라도 더 나을 것 같은 생존권을 보장받기 위하여 개인택시노동자를 소망한다.
하지만 택시노동자들은 개인면허를 받기 위하여 불가능에 가까운 무사고 경력을 쌓아야 하며, 천민택시자본에게 10여 년이 넘는 세월동안 장시간 저임금의 노동착취를 당할 수밖에 없고, 또한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받는 등의 혹독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 과연 개인택시노동자를 꿈꾸는 것이 더 이상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스스로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대도시의 경우에는 택시시장의 완전포화로 인하여 더 이상의 개인택시 신규면허가 중지된 상태이다. 이에 개인면허를 취득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법인택시노동자들은 수 천 만원이 호가하는 개인면허를 빚을 내어 사는 수밖에 없고, 그 빚에 대한 중압감속에 과로할 수밖에 없다. 장시간 과로하는 택시노동자로 인한 택시소비자의 안전은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국가의 개인택시면허 매매 허용은 중대한 실정이므로 즉각 중지되어야 한다.
오늘도 택시노동자들은 술 취한 자본의 거리를 공차로 헤매며, 마지막 생존의 몸짓을 취하고 있지만 이 천박한 자본주의는 택시노동자들에게 그 고단한 생계를 포기하라고 악랄하게 강요하고 있다. 84년 박종만열사의 분신투쟁으로부터 30 여명이 넘는 택시노동자가 온 몸에 불을 붙이는 살신성인의 극한투쟁을 벌였고, 그 중에 약 25명의(?) 택시노동자가 초개처럼 목숨을 버렸다.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에서 단일 업종 중 이렇게 많은 열사들의 죽음이 발생한 곳이 있던가? 일년에 한 명 이상의 노동자가 노동법 화형식을 치렀지만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 곳,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며 생존의 희망이 점점 사라져 가는 곳, 바로 그 곳이 대한민국 택시판이다. 기약 없는 초과착취의 삶, 굴종의 삶, 노예의 삶을 과연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작금의 택시정책의 부재는 민중들의 교통권을 일개 개인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하고 무지에서 출발한 개인택시제도에서 기인했음을 알아야 한다. 국가가 택시노동자들의 단결을 원천적으로 파괴하기 위한 파편술로 개인택시제도를 활용했으며, 또한 개인택시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경유지로만 유효했던 이 땅의 법인택시제도는 전체 택시노동운동의 기술집적과 단결투쟁을 태생적으로 불가능하게 했다. 개인면허를 취득한다는 것이, 법인택시노동자라는 노예신분에서 개인택시노동자라는 개인사업자(사장님)로의 신분상승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매우 치명적인 오판이다. 법인택시노동자가 천민택시자본에게 고용된 노동자라면 개인택시노동자는 면허를 발급해준 당해 기초지역단체장에게 고용된 노동자일 뿐이다. 개인택시노동자도 변함없는 '현대판 노예제도' 안에 속해 있다는 것을 절대로 혼동해서는 안 된다. 즉 택시노동운동을 구조적으로 파편화하려는 극히 불손한 의도를 가진 개인택시제도를 해소하는 과정이야말로 택시노동운동의 악순환을 끊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 될 것이며, 이는 절대당위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 이를 간과한다면 개인택시와 법인택시의 모든 노동자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점점 저급 교통수단으로 추락하는 택시를 고급 교통수단으로 새롭게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낮은 수준의 택시문화는 교통소비자들의 '보행의지 저하'와 '빨리빨리 문화'가 더해져 국민건강권 침해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단거리의 경우, 버스 요금보다 낮은 수준의 택시 요금이 교통소비자들에게 필요 이상의 택시 수요를 야기하며, 품위가 낮은 수준의 택시문화가 형성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따라서 품위 없는 저질 택시문화에서 일해야 하는 택시노동자가 사회적으로 낮은 대접을 받는 것은 아마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제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택시문화를 정립하여 교통소비자와 택시노동자가 모두 함께 만족하며 어울리는 공동체사회를 건설하기 위하여 우리 택시노동자들은 이렇게 주장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의 노동력을 생존권에도 못 미치는 헐값으로는 절대로 당신들에게 팔지 않겠다"라고 우리 택시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압살하는 천민자본에게 죽을 힘을 다해서 강력하게 외치야 한다. 죽는 힘을 다해서 외친다면 다함께 사는 길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적당히 수세적으로 싸운다면 결국 또 다시 패배하여 소수의 천민택시자본가들만 잘 살게되고 우리는 서서히 죽을 것이다. 노예같이 비참한 택시노동자로 비인간적인 삶을 살아가야 한다면 이미 죽어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 땅의 택시노동자들에게 고한다! 과연 노예근성을 과감하게 버리고 역사의 주인으로 우뚝 서서 썩어 빠진 천민자본에게 소리 높이어 외칠 수 있겠는가! 동지들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나의 삶을 남의 손에 맡겨 놓는 타율적인 노예근성을 버리고 주체적으로 나의 삶을 설계해야 하지 않겠는가! 동지들 배짱 한번 부려보자. 아니면 모두 죽는다! 진짜로 그렇다!
신자유주의 개혁세력의 무한한 확대와 노사타협주의로 일관하는 사회적 합의주의의 창궐을 경계하자! 택시노동운동의 성숙과 택시노동운동의 진정성을 위하여 개량적 택시노동운동과 반노동운동적 조합주의를 버리자!
전국 개인택시노동자와 법인택시노동자의 총단결 총투쟁을 기대하며 건투를 바란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8시간 노동으로 인간답게 살아보자!
정부는 즉각 군지역으로 전액관리제를 확대 시행하고 훈령에서 법령으로 입법화하라!
개인택시노예제도 즉각 폐지하라!
노동자가 잃을 것은 쇠사슬이고 얻을 것은 온세상이다!
2004. 11. 14. 전태일열사 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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