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꽃
정영선
어스름 녘
여섯 시를 대기하는 북 앞에서
그는 정적을 모으고 있다
계단 걸음마다에 고인 장엄
비가 내릴 듯
숲을 압도하는 고요
텅.
북소리는 몸을 관통하고
너머로 갈 때
인간의 북소리가 천지를 아프게 때린다
비가 거세어진다
북소리
빗소리
우리는 비에 젖고 북소리에 젖는다
마지막 북채가 둥글게 활을 그리느라 공중에 머문
여음은 점점 소리의 꼬리, 꼬리로 가늘어지다
사라진다
천천히 돌아서는 검정 고무신
속세를 막 건넌 젊은 스님 뒷모습이
지는 꽃처럼 슬프다
---애지, 2024년 여름호에서
몇 년 전 뉴욕에 살던 친구는 오랜 암투병 끝에 ‘이번 고비는 못 넘기겠다’는 말을 남긴 지 일주일만에 세상을 떠났고, 삼십 년 지기인 부산의 한 시인은 ‘애지초대석’의 특집호를 끝내자 마자 이 세상을 떠나갔다. 어떤 후배는 잡지 편집을 하다가 얼마전 심정지로 즉사를 했고, 어느 선배 시인은 느닷없이 유고시집을 투고하고 이 세상을 떠나갔다.
서산의 붉디 붉은 노을처럼 한 사람의 생애가 예측 가능하고 장엄하다면 얼마나 즐겁고 기쁘겠는가! 살아 있어도 산 것이 아니고, 느닷없이 뒷통수를 치며 이 세상을 떠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참으로 인생이 허무하고 부질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스름 녘/ 여섯 시를 대기하는 북 앞에서” “비가 내릴 듯/ 숲을 압도하는 고요”, “텅./ 북소리는 몸을 관통하고” “인간의 북소리가 천지를 아프게 때린다.”
“북소리/ 빗소리/ 우리는 비에 젖고 북소리에 젖는다.”
삶이란 느닷없고 예측 불가능한 것이고, 모든 생명체는 먼지와 때에 불과한 것이다. “천천히 돌아서는 검정 고무신”, “속세를 막 건넌 젊은 스님의 뒷모습이/ 지는 꽃처럼 슬프다.”
정영선 시인의 [지는 꽃]이 슬픈 것은 한 인간의 마지막 모습이고, 그 모든 인연이 다 끝났기 때문이다. 그의 잘못과 허물마저도 다 용서해주고 그가 살다간 고귀하고 거룩한 삶을 기념하는 것은 우리들의 책임과 의무이겠지만, 이 ‘지는 꽃’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는 하루바삐 ‘인간 수명제’를 실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떠날 때를 알고 제때에 죽는 죽음, 만인들의 찬사와 축하 속에 진짜 이별이 가능한 죽음, 이 세상의 삶이 아름답고 행복했다고 너무나도 자랑스럽고 떳떳한 죽음을 죽을 수가 있다면 모든 자식들을 다 효자로 만들고, 오늘날의 지구촌의 위기도 해소될 수가 있을 것이다.
‘인간 70 수명제’는 지상 최대의 과제이며, 인류의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 장엄한 인간 승리의 길이 될 것이다.
자본주의는 인류의 역사상 가장 사악하고 치욕적인 제도라고 할 수가 있다. 인간의 모든 가치를 돈에 두고 전통과 역사는 물론, 고향과 모든 가문과 혈통을 다 파괴시켰다. 돈과 직업을 쫓아 대도시로의 급격한 인구 이동은 전원도시와 농촌공동체를 붕시켰고, 대규모적인 주택단지와 아파트에 의한 주거 공간은 인간과 인간을 상호 적대시 하고, ‘우리’라는 국민의식과 공동체 의식을 다 붕괴시켰다. ‘저출산-고령화 현상’은 자본주의 사회의 독버섯과도 같고, 이 사회적 독버섯은 충효사상은 물론, 가장 근본적인 종족에의 의지를 부정하는 ‘나홀로 족’, 즉, 독신남성과 독신여성을 가중시키게 되었다. 일자리 부족과 주거불안, 그리고 공동체 의식은 커녕 상호 적대적인 감정은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고 무차별적인 고소와 고발전을 가중시켜 왔던 것이다. 유치원과 초, 중고등학교의 학생 수 부족과 교사 인력 감소, 전국의 대학교의 학생 수 감소와 교수 요원의 부족, 장난감 시장과 의류시장의 축소와 동화책을 비롯한 출판시장의 붕괴 등은 대한민국이 침몰 직전의 세월호이자 이 지구촌의 빙산의 운명과도 같다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오늘날의 지구촌의 위기는 인구의 과잉과 생태환경의 문제이지만, 그러나 우리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는 ‘저출산-고령화의 문제’라고 할 수가 있다.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의 첫 번째 해결책은 ‘인간 70 수명제’를 세계 최초로 실시하여 제때에 죽는 죽음, 자기 스스로 너무나도 당당하고 떳떳하게 죽는 죽음, 삶의 공포와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고 만인들의 존경과 찬양을 받는 ‘인간 존엄사 제도’를 하루바삐 실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요컨대 그 옛날에도 왕(아버지)이 늙거나 병들어도 죽지 않으면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고려장 제도’와 ‘제의적 왕살해 제도’가 있었던 것이다.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두 번째 해결책은 ‘홍익인간촌’을 만들고 결혼과는 상관없이 젊은 남녀들이 아이를 낳게 하고 그 지방자치단체가 그 모든 일들을 책임지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젊은 남녀들이 국가와 민족을 위하여 아이를 낳고 떠나가 주면 지방자치 단체가 아이들의 양육과 교육과 결혼까지 책임을 지고 미래의 일꾼으로 양성해내면 되는 것이다. 가문과 출신성분과 학력 등은 따질 필요도 없고, 오직 대한민국을 구원할 미래의 인재양성에 그 목표를 두고 모든 시민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세 번째 해결책은 ‘일부일처제도’를 유지하되 ‘일부다처제’와 ‘일처다부제’까지도 허용하고, 모든 독신남성과 독신여성들을 대대적으로 소탕해버리는 것이다. 모든 국가공무원과 대기업의 지원자들에게는 반드시 혼인계획서를 제출하고 그것을 실천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되고, 어린 아이들의 양육과 교육에 혼신의 힘을 다 쏟아붓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네 번째 해결책은 한국의 모든 대기업들이 오직 구국의 일념으로 스스로, 자발적으로 그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이다. 에스케이는 부산, 수원은 삼성, 울산은 현대, 마산은 효성, 대전은 한화, 청주는 엘지, 광주는 금호 등의 세계 최고의 명품 도시로 만들고 건설하는데 그 모든 힘을 다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하루바삐 일제식 암기교육을 폐지하고 독서중심의 글쓰기 교육을 통하여 무인도에서도, 제주도에서도 해마다 노벨상을 탈 수 있게 해야 하고, 대한민국 전체를 지구촌의 이상국가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국가가 있어야 국민도 있고, 국민이 있어야 세계적인 기업도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삼성, 현대, 엘지, 에스케이, 한화, 롯데, 효성 등의 몇몇 가문의 왕국으로 만들지 말고, 그 족벌주의를 뿌리뽑고 전국민의 지상낙원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
‘저출산-고령화’는 대한민국의 암초이고, 이 암초를 제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게 되는 것이다.
애국심, 즉, 나라사랑은 고귀하고 위대한 영웅을 만들고, 이 고귀하고 위대한 영웅은 단군조선을 건국하고 이 세계에서 가장 고귀하고 훌륭한 홍익인간들을 창출해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