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로 달려온 길
강순희(향원)
운전은 인생과 닮았다.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길을 가다보면 우리네 인생길이 떠오른다.
오르막 내리막을 번갈아 굽이굽이 달려가기도 하고 고속도로처럼 평탄한 길을 시원하게 달리기도 한다. 수시로 바뀌는 도로 여건과 교통 상황 때문에 목적지에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때도 많았다. 우리는 어떤 차를 타고 있느냐보다 어떤 길을 어떻게 달려왔는지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언뜻 떠오른다.
초임지에서 8년, 또 다른 곳에서 8년을 보낸 후 대구에서 비교적 가까운 칠곡군으로 전근해 올 무렵 자동차를 구입했다. 시내버스, 시외버스, 시골버스 등을 번갈아 타던 불편함을 벗어나 처음으로 자가용 출퇴근이 가능하게 되었다. 내가 근무하는 초등학교에 딸아이를 입학시켜 1, 2학년 2년 동안 차에 태워서 같이 다닌 적도 있다. 아이는 수업이 끝나면 소 외양간이 있고 마당에는 닭이 있는 친구 집에서 놀기도 했다. 퇴근하려고 차를 몰고 나오면 아이는 운동장 어디선가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마당 강아지처럼 쪼르르 뛰어와 차에 탔다. 자가용은 대구를 생활 근거지로 하는 내가 칠곡, 구미 등 먼 곳까지 출퇴근을 할 수 있게 해 주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이들을 양육할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존재였다.
긴 시간, 변화무쌍한 길들을 달려왔다. 때 아닌 삼월 봄눈이 도로를 덮고 차선을 다 지워버린 일. 갑자기 쏟아지던 폭우에 시야가 가려지고 비상깜박이만 켜고 서 있다시피 한 도로. 가을 안개 속에 파묻혀 안개등을 켜고 조심스레 헤쳐 가던 일. 겨울의 빙판길. 순탄했던 길보다 힘들었던 기억이 더 생생하다. 이제 보니 운전면허를 취득한 지 23년이나 지났다. 지난 해 여름,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갱신했다. 2025년까지 허락은 받았는데 과연 그 때까지 운전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운전대를 잡으면 여전히 조심스럽고 자꾸 순발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는 느낌도 든다.
차가 달리는 것을 보면 운전하는 사람의 인격도 보인다. 특히 고속도로에서 뒷 차가 충분히 안전거리를 두면서 규정 속도대로 달려오면 내 마음은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그러나, 과속과 난폭 운전이 주는 피해는 여전한 것 같다. 2013년 앞산터널로가 개통되었다. 수성구와 달서구를 빠르게 연결해 주는 편리함 때문에 처음에는 이용을 했었다. 규정 속도가 80km이고 왕복 6차로 도로이다. 도시 내의 터널 중에서는 가장 길다고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고속도로에서처럼 100km 이상으로 질주한다. 4km가 넘는 터널을 80km를 유지하며 달리다보면 휙휙 속도를 내어 달리는 다른 차들 때문에 공포감을 느낀다. 터널에 갇힌 듯한 느낌까지 들며 터널을 다 빠져나올 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과속 단속 카메라도 보이지 않고 사고의 위험성이 커 보인다. 그래서 좀 둘러가더라도 앞산순환도로를 이용할 때가 많다.
퇴직을 한 후에는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는 경우가 많다. 시내에 나갈 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한번은 너무 오래 자동차를 운행하지 않아서 방전이 되어 시동이 걸리지 않은 적도 있었다. 차는 적당한 속도로 달려야 전기가 생산된다는 것을 정비소에서 듣고서야 알았다. 그 뒤로는 가끔 일부러라도 차를 이용한다. 그런데 한번은 황사가 심한 날 차를 타고 나갔다가 주차장에 세워두었는데 그 뒤 며칠 만에 타려고 보니 보닛 위에 길고양이 발자국이 또렷하게 찍혀 있었다. 얼마나 먼지가 쌓였으면 그럴까? 처음 새 차를 구입했을 때의 설렘과 만족감은 사라지고 시간이 갈수록 무관심해진다. 최신형 차를 보면 욕심이 난다. 그러나 아직 충분히 더 탈 수 있기에 내 차를 좀 더 아껴주어야겠다.
자동차는 시간을 줄여주고 거리를 좁혀 주며 우리의 일상을 안락하게 바꾸어 놓았다. 첨단 과학의 집합체지만 그것을 안전하게 움직이고 통제하는 것은 전적으로 운전자에게 달렸다고 생각한다. 항상 생명의 소중함과 나와 다른 사람의 안전까지 생각해야 한다. 사고 안 내는 것이 가장 운전을 잘하는 것이고, 내가 운전을 제일 못하는 사람이라 여기면서 양보 운전, 방어 운전, 배려 운전을 하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 가깝게 다녀오거나 아니면 제법 먼 거리를 운행하고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나면 나는 꼭 한마디 하고 차에서 내린다.
“감사합니다. 무사히 다녀오게 해 주셔서…….”
첫댓글 지금의 우리집 차의 모습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직장이 지하철 구간이라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다 보니 차를 자주 세워둡니다. 차가 상히지 않게 수시로 운행합시다.
살아온 길. 달려온길.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자동차와 함께 달려온 길을 적라라 하게 쓰신글 잘 읽었읍니다. 감사합니다.
내생애에 자동차를 굴리며 살 수 있다니! 먼 옛날을 돌아다 보면 꿈같은 얘기입니다. 이제 자동차는 우리 생활의 한 방편이요 분신같은 존재입니다. 이를 아끼고 잘 관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나의 차를 한번 더 둘러봐야갰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자동차 운행 길이 우리네 인생길과 같다는 비유가 아주 그럴싸합니다. 도로사정.신호등.타인 운전자와 관계 등 차를 몰고 나가면 하루 일진을 차량의 운행에서 느낄 때가 많습니다. 운행후 귀가시 지하주차장에 주차할 때 저도 '나의 애마'를 칭찬해 줄 때가 많습니다. '덕분에 무사히 잘 다녀왔다고요' 좋은 글 공감하면서 잘 읽었습니다.
운전하면서 오고간 길이 인생길이란 말씀 공감합니다. 지나간 날이 그대로 담긴 글이네요. 감사하다고 말할 수 있는 오늘을 감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많이도 공감한 글입니다. 살아온 길 돌아보면 자동차가 달려가는 길이 인생의 삶이라고 느껴집니다. 울 영감 겨울에 아무것도 없는 빈 들판을 나다니는 습관이 있답니다. 가까운 길도 아닌 한참 떨어진 길을 방전예방이라는 차원이라 생각해야 겠습니다.
운전면허증이 시민 자격증 입니다. 23년간 운전하시며 희로애락을 잘 정리하셨습니다. 우리아들 두명도 아내가 근무하는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함께 다녔습니다. 맞벌이 가정의 애로사항을 공감하며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