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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정화 “나의 연기 감성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 지 궁금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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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한 매력’ 엄정화는 그런 사람이이다. 나이는 엄정화에게 숫자에 불과하고 ‘란제리 패션’은 그녀에게 또 다른 시도이자 도전의 상징이다. 그녀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18년 동안 쉼 없이 달려 왔다. 엄정화의 오랜 친구 방송인 최화정은 그런 엄정화를 두고 ‘그녀는 안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고 말했다. 엄정화가 선보이는 새로움은 때론 란제리 패션처럼 조금은 민망하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엄정화의 매력인 동시에 힘이다. 엄정화의 이런 성향은 그녀의 연기 인생에서 더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그녀는 ‘가수는 보통 배우로 성공하기 힘들다’는 불문율을 깨고. 현재 충무로에서 믿음을 주는 당당한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엄정화는 최근 개봉한 [당신은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에서 겉은 화려하지만 생활고에 시달리는 현대여성의 이중성을 연기하며 다수 관객의 호응을 얻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엄정화가 영화계에서 지금과 같은 입지를 구축한 것은 아니다. 그녀는 하루아침에 스타가 된 신데렐라와는 거리가 멀다. 엄정화는 1992년 영화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로 데뷔했고, 이후 1993년 드라마 [굿모닝 영동]에도 출현했지만 ‘미흡한 연기력’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그대로 후퇴하는 듯 했다. 하지만 안주를 모르는 엄정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엄정화는 가수로써의 자신의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영화에 녹아들기 위한 첫발을 조심스럽게 내딛기 시작한 것이다. 엄정화는 2001년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 출현해 사랑과 결혼에 대해 이중적인 가치관을 가진 ‘연희’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해 냈다. 이 영화를 통해 엄정화는 제39회(2003) 백상예술대상 영화 여자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며 자신의 이름 석 자를 배우반열에 올려놓기에 이른다. 당시 엄정화와 호흡을 맞추었던 감우성은 ‘엄정화는 연기가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을 때마다 울곤 했다’며 그녀의 의지를 역설적으로 칭찬했다. 엄정화의 이런 노력은 곧 빛을 발한다.
이후 그녀는 ‘당당, 여우, 솔직’이라는 캐릭터를 획득하며 영화 속에서 능청스런 연기를 펼친다. 엄정화는 2003년 영화[싱글즈]에서 화통한 현대 직장여성 ‘동미’ 역할을 맡았고, 2005년 영화 [내 생에 가장아름다운 일주일]에서는 당당하고 여우같은 여의사 역할을 맡아 열연했다. 당시 영화 속에서 선보였던 엄정화의 눈빛과 대사는 배역과 하나가 되어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영화 [싱글즈]에서 부당한 상사를 망신 주며 던졌던 ‘동미’의 한마디 ‘이게 널 위한 액션플랜이다. 이 씨방 새야’라는 대사는 지금까지도 잊혀 지지 않는 어록으로 남아있다. 한마디로 엄정화가 섹시 가수에서 여우같은 배우로 성공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바로 열정을 가득품은 그녀의 무모한 도전이었던 것이다. 엄정화는 여전히 달리고 있다.
혹자는 영화 속에서 일관되게 보여 지는 엄정화의 이미지를 혹평하기도 한다. ‘속물적이고 여우같은 캐릭터가 아니면 엄정화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엄정화는 당당한 현대 여성의 캐릭터 뿐 아니라 다양한 배역도 꾸준히 연기해오며 내공을 쌓아왔고 현재도 그 과정에 서있다. 당당한 현대 여성이 그녀가 잘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그 외의 역할들은 그녀가 다시금 만들어가고 있는 도전 과제들이다. 엄정화는 2003년 드라마 [아내]에서는 정신적으로 아픈 남편을 지고지순하게 사랑하는 ‘현자’역할을 맡아 ‘엄정화의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바 있다. 또 드라마 [12월의 열대야]에서는 푼수 같고, 바보 같으면서도 감성이 풍부한 유부녀 ‘영심’이 역할을 맡아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연기력을 과시 했다. 이어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는 어린 꼬마 제자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변두리 피아노 선생님 역할을 소름끼칠 정도로 완벽히 연기해 내기도 했다. 이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엄정화가 꼬마 제자를 타국에 보내고 오열하는 신이 있다. 이 장면 속 엄정화의 연기는 ‘진정성’ 그 자체였다. 엄정화는 그렇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간 그녀가 쌓은 내공의 힘이 절정으로 발휘된 영화는 2005년 작 [오로라 공주]에서다. 이 영화의 출연 계기는 엄정화의 강력한 요청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 영화에서 그녀는 모성애와 슬픔, 복수심을 동시에 지닌 연쇄 살인마 역할을 훌륭히 소화해 냈다. [오로라 공주]의 방은진 감독은 ‘엄정화는 매 신마다 재촬영 요구를 수차례나 했고, 30번까지도 다시 찍은 적이 있다’고 털어놨다. 이 영화에서 엄정화는 자신의 감정이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 지 시험에 보았던 것이다. 그 노력의 대가는 바로 상패로 돌아왔다. 엄정화는 [오로라 공주]를 통해 제7회(2006)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누구도 엄정화를 막을 수 없다 엄정화는 올해로 데뷔 18년차를 된 가수 겸 배우다. 너무나도 험난하다는 연예계에서 그녀는 이제 당당히 대모로써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엄정화는 대모라면 응당 갖춰야할 권위나 품격이 없다. 영화계의 큰 행사인 영화대상 시상식에서 란제리 의상을 입고 공연을 하는 엄정화의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엄정화의 힘은 바로 이것이 아닌가 싶다. 여타 동년배의 여배우들이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고개를 떨어뜨리며 신비한 미소를 지을 때, 엄정화는 과감한 노출의 옷을 입고 살짝 민망한 액션을 취하면 손을 흔든다. 신비주의의 힘을 빌리지 않아서 일까. 엄정화는 연기 경력에 비해 지독히도 상복이 없는 배우 중 하나다. 또 [오로라 공주]에서 완성도 높은 연기를 선보였음에도 ‘어딘가 미흡하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엄정화가 과감한 노출을 할 때마다, ‘나이 먹어서 추태다’라는 모진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엄정화는 인기에 비례하며 따라붙는 ‘악플’과 ‘혹평’에 아랑곳 하지 않는다. 그녀는 자기중심을 잃지 않는 멋진 여성인 것이다. 합창단 멤버에서 가수로 그리고 연기자로 그녀는 무한도전 해왔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노력해왔다.
누군가는 말한다. ‘지금이 엄정화의 정점이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엄정화는 파워 인터뷰에서 ‘40.50대 자신의 연기 감성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 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엄정화는 평생 자신을 시험하며 그 과정을 고스란히 즐길 것이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때론 미흡함을 또는 황당함을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는 그녀가 거둔 성과에 지금처럼 박수를 보내지 않을까. 필자는 엄정화가 제 2의 란제리 룩을 입고 다시금 무대에 등장해줬으면 한다. 이미숙 기자 (veronika@cinetize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