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개요
신은 성스러운 존재,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진 존재, 인간 생존이나 길흉화복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 인간과 우주의 본질적인 정신세계 등을 의미하며, 숭배하고 외경하는 대상 또는 특정 종교에서는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신에 관한 용어는 다음과 같다. ①귀신:크게 나누어 인신과 자연신이 있다. 인신은 사람이 죽은 뒤에 육체와 분리된 상태의 혼백·혼령. 자연신은 태양신·산신·수신 등 자연물에 의부해 존재한다는 각종 신. ②천신:하늘에 계시는 상제(上帝), 하느님을 비롯한 각종 신. ③불(佛)·선인:인간의 육체를 가지고 있으면서 초능력을 겸비한 존재 또는 그 경지를 지칭. ④정기(精氣)·정수(精髓)한 기운:인간과 우주에 편만된 맑은 기운 등으로 구별하여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신의 본질과 특성은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으나 종교적 전통과 신화적 해석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지닌다.
2. 초자연적인 존재
신은 여러 종교와 민간 신앙에서 숭배되고 있으며, 신을 믿는 유형에 따라 유일신주의(唯一神主義, Monotheism), 단일신주의(單一神主義, henotheism), 다신주의(多神主義, polytheism), 범신론(汎神論, pantheism) 등으로 나누기도 한다. 신화는 성스러운 존재 곧 신에 대한 이야기이며, 세계의 신화는 신을 초월적 존재이면서도 신의 능력과 행적에서 인간과 유사한 감정과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유일신 종교인 유태교·기독교·이슬람 등은 대체로 신의 세계인 성(聖)과 인간의 세계인 속(俗)은 절대적인 차이가 있다. 반면, 동양종교사상에 나타난 하늘과 인간, 상제와 인간의 관계는 상대적 차이를 지니면서도 천인합일(天人合一)·성속일체(聖俗一體)의 일원체계를 설정하고 있다. 유일신 종교에서는 절대적인 신과 원죄를 지은 인간과 성속이 완전히 다르다. 성에 대하여 전통 신학자인 루돌프 오토(Rudolf Otto)는 ‘거룩함(holiness)’이라 했고, 거룩함에 대한 체험을 ‘두렵고 신비로움(mysterium tremendum)’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합리적으로는 해석할 수 없는 ‘매혹감(fascination)’에 사로잡힌다고 보았다. 오토는 일체의 합리적인 요소를 배제한 종교체험을 ‘누미노제(Numinose)’라 부르고 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성스러움’이란 초월자의 세계이다. 인간이 처한 세속적인 세계와는 전혀 다른 것이며, 인간의 현실적 시간과 공간마저도 초월한 것이다. 기독교와 이슬람에서 말하는 ‘성스러움’이란 ‘절대적 타자(absolute the Other)’이며, 초월자이며, 세속적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하나님의 존재 자체에 대한 것이다. 따라서 세속적 존재인 인간은 절대적 존재로부터의 구원을 받기 위해, 죄를 씻기 위한 대속의 희생제의와 기도, 절대적 신앙과 신을 찬양하며 경배하는 예배 등의 의례가 발전하게 된다. 유일신 종교의 경우, 희생제의는 신령에게 희생제물을 바치는 의례이며, 신과의 소통체계에 있어서 희생제의를 통한 대속(代贖)의 의미가 강하게 나타난다. 유대인이 아브라함 때부터 바친 희생양은 인간의 죄 값을 대신하는 대속의 의미이며, 세례도 죄를 씻어내는 의미가 강하다. 예수의 경우, 십자가에 못 박힘으로써 인류가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원죄를 대신하려는 희생의 전통적 종교 의미가 강하게 깔려 있다. 한국사회에 최고신으로 통용되는 하느님·하늘님·한울님 등은 천신(天神)을 의미하며, 《삼국유사》에는 고대 한국사회에 최고신을 환인(桓因)·천제(天帝)·상제 등 한문식 표기로 나타내고 있다. 《삼국유사》는 환인의 아들 환웅이 인간 세상에 뜻을 두고 내려오는 과정을 설명한다. 단군신화에서 신단수는 신과 인간이 함께 만나는 공동의 장소이다. 환웅이 태백산 마루에 있는 신단수 아래에 내려와 신시(神市)를 이루고 곰이 여인이 된 이후에 계속해서 아이를 갖고자 기도할 때도 단수(壇樹) 밑에서 기도를 드리는 내용에서 찾아볼 수 있다(《삼국유사》 1권). 북부여의 창립과정에서 천제의 명을 받고 북부여를 세우고, 상제의 명을 받아 동부여로 옮기는 과정과 고구려의 건국신화를 기록하고 있다(《삼국유사》 1권, 紀異-北扶餘). 신라 경덕왕이 충담(忠談)과의 대화에서 천제 또는 상제에게 자식을 기원하는 내용이 나온다. 《삼국사기》에도 진한·마한과 관련한 건국신화에서 상제와 그의 아들, 호위하는 용(龍)에 관련한 기록이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환인의 아들인 환웅의 강세신화와 천손이 직접 하늘에서 내려와 나라를 통치하는 신화적 전승이 19세기 이후 근·현대 한국사회에서 발생한 한국신종교에서도 강하게 나타난다. 조선후기 오랫동안 전승해온 미륵신앙과 도참사상에 기초한 혁세(革世) 내지 진인(眞人) 출현을 대망하는 민중신앙과 결합하여 카리스마적 교조를 중심으로 종교운동이 발전했다. 새로운 시대의 도래와 후천의 대문명세계를 기대하는 개벽사상은 불교의 당래불(當來佛)사상인 미륵불(彌勒佛, Maitreya)신앙과 도참(圖讖)사상에 나타난 정도령신앙과 연결된다. 미륵신앙은 미륵불이 주재하는 도솔천에 왕생하기를 갈망하는 미륵상생신앙과 미륵불이 직접 현세하여 인간의 현실생활을 바꾸어 줄 것을 기원하는 미륵하생신앙이 있다. 한국신종교에서 받아들인 미륵불 신앙은 현세에 미륵불이 출현하여 도탄에 빠진 민중을 구원하고 이상적인 용화세계의 현세적 도래를 갈망하는 미륵하생신앙이다. 이능화(李能和)는 ‘조선신교원류고(朝鮮神敎源流考)’를 《사림(史林)》에 연재하여 한국의 고유종교인 신교(神敎)라 명명하고 그 역사와 보편성을 개괄적으로 논하고 있다. ‘신교(神敎)’의 의미는 일반적으로 ‘신의 가르침’으로 해석할 수 있겠으나, 확대 해석하면, 한국 고대신앙으로 소급하여 올라갈 수 있다. 이능화는 삼한의 천군(天君)과 소도(蘇塗), 부여의 영고(迎), 고구려의 동맹(東盟), 부여의 고등신(高登神), 가락의 설락(楔洛), 백제의 천지산천에 대한 제사, 신라의 일월신(日月神)에 대한 숭배, 고려의 팔관회(八關會) 등이 모두 한국종교의 원류인 단군신교(檀君神敎)로부터 전해진 것이라 보고 있다. 또한, 범신론의 측면에서, 자연현상인 태양·달·별·구름·바람·비·우레·벽력 등 모두 신격이 있고 동서남북과 중앙의 오방(五方), 또 사방사유(四方四維) 24절후 등 모두가 신격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3. 신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신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신앙을 통한 구원의 과정과 수행을 통한 궁극적 진리 또는 성스러운 세계를 구현하는 과정이 다르게 나타난다. 그리스도교와 이슬람 등 절대적 신의 성스러움과 인간과 만물의 창조신화를 토대로 한 종교는 대체로 인간의 창조물로서의 인식(Creature feeling)과 인간의 원초적 죄(original sin)를 씻고 구원을 얻기 위해 신에 대한 절대적 신앙을 강조하는 구조를 갖는다. 반면, 우빠니샤드철학에 나타난 힌두교의 범아일여(梵我一如) 사상은 브라흐만(Brahman)이란 절대적 신에 대한 신앙(bhakti)과 자신의 내적 수행을 통해 하나가 됨을 강조한다. 일반적으로, 한국신종교는 신과 인간의 관계에 있어서 서로 다름을 설정하기도 한다. 한국의 전통문화는 지고신(至高神)으로서의 하느님(天)·자연신·인격신을 함께 믿고 있었으며, 이 신들이 복합적 성격을 띠고 있었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한국신종교의 신앙의례는 대체로 신과 인간의 이분법적 구조의 대속적 희생제의라기보다는 하느님·천제·상제·천지신명(天地神明)을 대상으로 위로 향한 신앙과 더불어 천인합일(天人合一)의 성속일체(聖俗一體)를 중시한다. 최제우의 신관은 범재신적이며 우월적 신관을 가지고 있다. 최제우(水雲崔濟愚)의 경우, 전반적인 교리의 체계와 신앙대상인 천주(天主), 곧 한울님에 대한 사상은 《동경대전》과 《용담유사》에 주로 나타난다. 그는 천주라는 용어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를 내리지 않고 있지만, 여러 가지 최제우의 종교체험에 대한 설명에서 그 의미를 유추해 볼 수 있다. 한국의 민족종교에 나타난 신 또는 신명(神明)이란 유일신사상과는 달리 인간과 분리된 초월적 존재가 아니라, 인간 세계에서 생을 마치고 죽어 신계(神界)에 들어가 선령신(先靈神)으로서 신명의 세계에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신은 하나의 보편적 기운이면서 진리적 존재이며 따라서 이 세계에 충만되어 있는 인간을 떠나서는 따로 존재할 수 없는 생명의 본질, 대인간적(對人間的) 존재로 파악하고 있다. 천도교는 시천주(侍天主)·사인여천(事人如天)·인내천(人乃天)의 사상에서 보듯이 천인합일을 중심으로 교리체계를 완성시켰다. 천도교의 수행의례에서도 신앙의례와 복합적으로 연관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사람마다 한울님을 모시는 시천주신앙과, ‘사람이 곧 한울님이니 한울님과 같이 섬겨야 한다’는 사인여천·인내천사상이 동학·천도교 교리의 핵심이다. 한울님을 천상의 절대적 존재로서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 및 자연 만물에 내재하고 있는 존재로 보고 있기 때문에, 위로 모시는 것뿐만 아니라 내재화되어 모시는 의례의 과정을 중요시한다. “사람이 다 수심정기 하여 마음이 화하고 기운이 화하면 능히 면하리라(疾病人皆守心正氣而 心和氣和則 能可免也)”(《동경대전》)고 하여 수행을 통한 마음을 지키고 기운은 바르게 함으로서 질병을 치료하도록 했다. 절대적 타력의 힘에 의해서만 치유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재적 천성과 합일하기 때문에 치유도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성인과 범부는 또한 서로 다르지 않으며, 한울님은 인간에게 내재하고 있는 본래의 마음과 동일시되고 있다. 예를 들면, 주문은 ‘지극히 한울님을 위하는 글(至爲天主之字)’이다. 주문의 모양인 궁을(弓乙)의 그 모양은 곧 마음이라 했고, 그 마음은 각자 자신에게 있는 본연의 한울이며 천지만물이 본래 한마음임을 밝히고 있다. 천주인 한울님을 정성으로 모시면(시천주), 인간이 곧 한울님이 된다(인내천). 유교의 천인합일 사상과 일맥상통하며, 한울님과 인간 등 성속을 구분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전혀 차이를 두지 않고 한울님을 내재화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4. 인간과 우주의 본질적인 정신세계
도교사상은 노자의 《도덕경》과 장자의 《남화경》을 비롯해 《옥추경》·《음부경》·《주역참동계》 등의 저술을 통해 발전되었다. 도교사상은 마음을 독립된 별개의 존재로서가 아니라 정·기·신(精氣神)의 종합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있다. 도교는 일신상에 있어서는 마음을 다스리고 기운을 다스려 몸의 건강을 유지하는 기본적 수행을 통해 불로장생을 넘어 불로불사를 얻고자 한다. 몸은 곧 신(神)이 머무는 집이다. 여기서, 신이란 절대적인 신에서부터 신령한 존재 그리고 생명적 존재에 이르기까지 다층적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내용은 노자 《도덕경》에서 몸에 대한 하상공(河上公)의 해석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노자도덕경》 ‘하상공장구’에 의하면, 인간 신체의 장기 내에 존재하는 다섯 종류의 신이 있다고 한다. 곡신불사(谷神不死)에 대해 “신은 오장의 신을 말한다. 곧 간장은 혼(魂), 폐장은 백(魄), 심장은 정신(神), 신장은 정기(精), 비장은 지(志)를 각각 간직하고 있다. 오장이 상하면 이 다섯 신은 떠날 것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들 몸을 건강하게 지킬 때에 오장신(五臟神)이 머물게 되고, 우리 들 몸이 상할 때에 오장신도 떠나게 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오장신 사상은 《태평경(太平經)》과 《황정내경경(黃庭內景經)》 등의 도교문헌에도 나타난다. 인간과 신은 서로 상통하는 존재이며 인간의 몸은 신령이 머무는 집과 같다. 몸에 있는 정기(精氣)는 생명을 유지하는 힘이 된다. 몸에 정기를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생명의 지속성과 깊은 연관이 있다. 한국의 도교사상은 마음을 몸과 기운에 연계하는 이론과 기철학적 관점에서 심신수련의 방법을 체계화했다. 마음은 모든 몸의 행동기능을 주관하는 축이며 중심이다. 마음의 근원인 본연의 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선과 악이 결정된다. 마음은 천지의 중심이며, 선과 악이 들고 나는 문이며, 도의 길이기에 신령과 인간을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매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마음은 도를 실천하는 주체이며 예법을 실현하는 길이다. 마음은 하늘에도 작용하고 땅에도 작용하며 사람에게도 작용하는 천지의 중추로서 기능한다. 이러한 도교사상과 수행방법을 토대로 무위자연 사상과 내단(內丹)사상을 심화시키고 심신수련의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여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불로장생을 추구하는 사상체계를 발전시켰다. ,〈朴道廣〉
첫댓글 _()_
나무아미타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