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인 것은 무엇일까?
한국 사람이지만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 한국적인 것 그 내면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부끄럽지만 잘 알지 못한다. 어렴풋이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확실하게 대답할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내가 확실히 한국의 정서를 이해하고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느낀다는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 속해있는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듯하다.
분석해보라고 한다면 어려워했겠지만 느낌으로는 알 수 있다. 한국적 정서, 사상을 느낌으로 알 수 있다면 무엇을 통해 알 수 있을까? 대중들에게 가장 쉽게 다가오는 것은 예술일 것이다. 음악, 문학, 회화, 조각 등 예술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다. 그중에서 회화와 조각은 한국의 사상과 그 정서를 시각을 통해 가장 먼저 다가오게 만든다.
올해 여름 국립중앙박물관에 가서 국보로 지정된 반가사유상 2점을 보았다. 당시 삼국시대 특유의 불상 양식과 섬세함을 바로 앞 가까이에서 보고 오니 나에게 다가오는 수많은 그 느낌들이 새로웠다. 자세히 알고 가진 못했지만 직접 눈으로 보았을 때 느껴지는 그 기분이 반가사유상 이름처럼 나를 많은 생각이 들도록 했다. 어쩌면 이는 단지 불교적 색채가 가미된 단순 불교적 감상일 수도 있고, 외형이 주는 그 아름다움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한국에서의 외형의 기준과 한국적 불교는 가까이 있는 중국과 일본의 불교와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물론 한, 중, 일이 공유하는 동양적 정서와 문화적 공통점이 있지만 이 모두는 결코 같지 않다. 고대의 그리스 문화와 사상을 중심으로 헬레니즘 문화가 퍼져나가고 유럽 국가들이 공유하는 무언가가 있지만 각 국가가 가지는 특징들이 분명히 있듯이 한, 중, 일의 문화도 각각의 특징과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우리와 중국과 일본이 어떻게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
백제의 금동대향로도 단지 아름답다고만 표현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가치를 우리는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를 배우고 그 당시에 어떤 사상들이 들어와 있는지 알기에 우리는 간접적으로나마 백제부터 내려온 그 한국적인 ‘느낌’을 알 수 있다. 당시 백제미술의 섬세함과 중국, 일본과는 다른 균형 잡힌 형태를 통해 한국만의 고즈넉함과 조화 정신, 그리고 당시에 추구했던 삶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위와 같은 수월관음보살도와 불화가 유행했다. 그리고 중국과는 구분되는 고려만의 기술과 무늬가 그림 속에 들어있다. 그것을 보고 이 불화가 고려의 것인지 아닌지를 구분한다. 단순히 회화 자체만을 보고 고려의 회화 기술의 발전이 한국적 사상을 나타낸다고 말할 수는 없다. 고려만의 불화 기술이 발달했음은 고려 내에서의 불교의 성행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고려시대만의 불교가 어떠했는지 그 의미를 우리는 파악할 수 있어야한다.
김환기의 작품과 변시지, 이중섭의 작품에서도 우리는 분명히 설명하진 못하더라고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단순히 한국적인 미(美)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우리의 정서와 어떠한 정신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비평가들은 이 작품들에 대해 당시의 시대상과 작가의 삶을 통해 무엇을 표현해내고자 하는지를 설명한다. 그 설명 안에서 체계화된 한국적 사상에 관련된 이야기를 찾을 수도 있고 혹은 비평가들의 해석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언가를 느낄 수도 있다. 태극, 음양의 조화를 설명하면서 그것이 어떻게 대중의 삶에 파고드는지, 조선 유학이 인간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알 수도 있을 것이고 그 외에 어떠한 다른 여러 가치들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가치들을 알고 있기에 간송 전형필 선생은 일제강점기 당시 한국의 문화재가 일본에게 넘어가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았던 것이 아닐까.
시대가 변화해가면서 한국적 정신과 사상 또한 변화해가고 있다. 변화함에도 그 안에는 예전부터 이어져서 오고 있는 토대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 기본이 되는 근본 사상을 현대에 와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느낄 것인지가 중요한 시점인 것 같다. 하지만 단지 변화하는 대로 흘려보내는 것이 아닌 비판적으로 판단하고 그 가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인이지만 한국철학과 관련하여 생각보다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너무 없어 과제물을 어떻게 내야할지 막막했다. 그래서 평소 관심이 있던 부분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니 문화재, 예술과 관련된 것이어서 자유롭게 써본다. 예술 작품들을 직접 보러 다니며 느낀 나의 그 순간 순간의 감정들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고 바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었기에.
첫댓글 한국적인 미를 찾아나설 때는 시대별로, 국가별로 공통점을 찾아내는 일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날 서구화된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반영되고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하지요. 그러므로 박물관에 소장하고 있고, 진열되어 있는 특정시대의 국보, 보물 등의 유산 등을 유의 깊게 보는 일이 중요합니다만, 그것 자체가 한국적 미로 정의될 수는 없습니다. 한국은 아다시피 특정시대, 특정국가로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대가 변화해가면서 한국적 정신과 사상 또한 변화해가고 있다."라고 주장했는데요. 그 면면에 흐르고 있는 것은 불변하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