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두근두근거려요~"
정훈이
가
내일부터 2박3일동안 경주로 수학여행을 가게 되었습니다.
정훈이가 그동안 짧은 야외 학습은 다녀봤지만
이렇게 긴 시간 집을 비우는 여행을 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정훈이가 들떠서
옷이며 세면 도구를 챙기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남편이 흥분을 했습니다.
"정훈아 아빠가 버스 타는데까지 따라가줄께"
"좋아요"
그건 저도 좋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어짜피 옷이며 세면 도구가 든 가방이 제법 무겁고
친구들과 나눠 먹고 싶다고 넉넉히 사달라고 해서
천원에 4봉지하는 묶음 과자 한덩어리에다가
음료수 넣은 봉지의 부피만해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아빠가 짐을 옮겨 주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남편이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합니다.
"정훈아 아빠가 경주까지 따라가줄까?"
"선생님이 부모님 따라오시면
절!~~~대!로! ~~않된다고 했어요"
방송에서만 보던
유난떠는 부모가 있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남편이 그럴 소리를 할 줄 몰랐는데
정훈이의 하는말을 들어보니 그렇게 아이들 수학여행이나
무슨 일이 있으면 어디를 막론하고 다니는 부모님들이
한두명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아빠! 절대로 따라오시면 않되요!~!!"
정훈이는 오래간만의 자유를 침범 당할까봐
오히려 아빠를 견제했고
남편은 괜시리 서~~~~운해하는 눈빛이였습니다.
제가 아는 남자 청년하나가 저에게 했던 말이 있습니다.
"아니 왜 남자는 애들 급식이나 환경 정리하는데 가면
않되요? 나는 결혼해서 아이 낳으면 매일 매일 학교가서
밥도 퍼주고 환경미화도 다 해줄건데 ............."
얼마나 꿈이 파란만장한지.....
그런데 아직 짝을 만나지 못해 장가를 가지 못했습니다.
속히 그 꿈이 이루어지길 오늘 이순간 잠시 기도하게 됩니다.
내일 점심은 도시락은 싸와야된다고해서 마트에 다녀왔습니다.
"어머 너도 6학년이니 우리 애도 6학년인데.."
그곳에서 일하시는 분이 정훈이 도시락을 준비하러 왔다는
소리에 아는체를 해주셨습니다.
"아주머니는 반찬 뭐 준비하실거에요"
"반찬은 무슨 반찬요 귀찮은데 유부초밥이나 하나 해주면 되죠
아줌마도 유부초밥이나 하나 싸줘요"
....................."저는.........유부초밥 싫어해요...."
더이상 그 아주머니와 말하지 않고 곁을 떠났습니다.
유부초밥을 싸줄 수도 있고
김밥을 싸줄 수도 있고.......
빵 한조각 싸줄수도 있고...........
시간이나 형편이 않되면 아무것도 해주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귀찮아서 유부초밥해주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정훈아 엄마가 도시락 댑빵 좋게 싸줄께"
"이야~~~!!! 우리 엄마 최고다."
아이들 도시락 댑빵 좋은거 싸준다고해야
동그랑땡 몇개 계란물 입혀서 구워주고
햄이라도 하나 얹어주면 최고 댑빵 도시락입니다.
그것을 정훈이도 알고 저도 압니다.
정훈이가 "이야 우리 엄마 최고다." 소리 칠 수 있는 것은
엄마가 진짜 산해진미 가득한 반찬을 해주어서가 아니라
우리 엄마는 귀찮아하지 않고
도시락 싸준다는 기쁨의 소리였습니다.
귀찮아서 그 한마디가 아니라 댑빵 좋은거 그 한마디가
오히려 좋은 양념이 되고 멋진 반찬이 된다는 것을
정훈이에게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약국으로 갔습니다.
정훈이가 차를 많이 탄적이 없는데 몇시간씩 차를 타면
멀미를 할 것 같아 귀 밑에 붙이는 멀미약을 사러 갔습니다.
코끼리 아저씨가 팔을 벌리고 서있는 약통이 귀여웠습니다.
안에는 패취가 두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처음 사용해보는 거라
패취 겉봉에 붙어있는 설명서를 읽다가 한참을 웃었습니다.
참고사항 2번 내용에
2. 어린이 키미테패취를 붙이거나 떼어낸 후에는
손에 묻은 약을 깨끗이 씻어야합니다.
부주의로 손에 묻은 약이 눈에 들어가면
일시적으로 눈동자가 커질 수도 있습니다.
이야~~!!이거 만지고 난 다음에 내 눈을 비벼야 되겠네^^*
제가 눈동자가 까맣게 조금만 더 컸으면 좋겠다. 하는
약간의 바램이 있습니다.
"이런 부작용이면 너무 신나지~~~"
정훈이도 제 말을 듣더니
"엄마 진짜로 눈동자가 커져요?"
제가 어느날 갑자기 까맣고 커다란 눈동자로 나타나면
붙이는 멀미약의 부작용으로 눈 미인이 된 줄 아세요~~~
일시적으로만 눈동자가 커진다고 했으니
이밤에
아예 눈에 한번 붙이고 자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멀미약 부작용으로 한참을 웃어 행복한 저녁이였습니다.
내일 아침 일찍 일찍 일어나서
귀찮아서가 아니라 기분 좋은 댑빵 최고 도시락을 싸겠습니다.
또한 교회 주일 식사 준비할때도
귀찮아하지 않고
기분 좋게 댑빵 최고 주일 식사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주님 기쁜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게 하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