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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권 찌꺼기 대한체육회부터 싹 털어 조사해야
운동선수들은 웬만하면 잘 참는다. 고대 그리스 시기부터 스포츠의 덕성(virtus)을 압축하면 ‘극기’(克己)다. 자기 자신을 못 이기는데 상대를 어떻게 이기겠나. 운동선수들은 이런 스포츠의 논리가 비교적 체화되어 있는 편이다. 더구나 대한민국 대표 선수까지 됐다면 극기의 토대는 준비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안세영 선수가 아무리 개성이 강한 캐릭터라 해도 "7년을 악착같이 참았다"는 그의 말을 일단 믿어주는 게 맞을 것 같다.
안 선수는 배드민턴 협회에 대한 불만을 폭로하면서 "올림픽에서 우승하고 싶고, 악착같이 달렸던 이유 중 하나는 내 목소리에 힘이 실렸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했다. 기어코 파리 올림픽에서 우승해 협회를 향해 하고 싶은 말을 하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안 선수가 하고 싶은 말은 복잡한 게 아니다. "배드민턴 협회가 부디 선수들에게 맞춤형 관리를 좀 해달라"는 것이다. 지난해 10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전 도중 무릎 힘줄이 끊어졌는데도 협회가 무신경하게 조치했다는 불만이 농축돼 있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배드민턴 협회나 안 선수에 있지 않다. 핵심은 대한체육회다. 대한체육회는 배드민턴 협회를 비롯해 각 종목 협회의 상위 단체다. 이기흥 현 대한체육회장은 2016년 문재인 정부 시기 대한체육회장 및 IOC 위원으로 선임돼 지금까지 그 자리에 있다.
이 회장은 7일 "안세영의 주장을 들었지만, 협회의 어떤 점이 서운했는지가 확실치 않고 주장의 근거가 모호하다"며 "귀국하면 체육회 차원에서 배드민턴 협회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 회장이 협회를 조사하게 되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대한체육회에는 이 회장을 비롯해 문재인 정권 때 선임된 임원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차제에 대한체육회를 싹 털어서 정부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 이 회장의 재임 8년간 대한체육회는 숱한 스캔들에 휘말렸다.
최근에는 "대한체육회 임원들의 연임 조항을 폐지해달라"며 상급 기관인 문체부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보다 못해 지난 7월 2일 유인촌 문제부 장관은 "대한체육회의 정부 지원금 4200억을 전액 삭감하겠다"며 초강수를 뒀다. 파리 올림픽 선수단 해단식 후 체육계에 남은 문 정권 찌꺼기를 깨끗이 청소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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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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