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7주간 월요일: 썩은 띠와 거룩한 누룩
PACOMIO
연중 제17주간 월요일
1독서: 예레 13,1-11 <이 백성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이 띠처럼 되고 말 것이다.>
복음: 마태 13,31-35 <겨자씨는 나무가 되고 하늘의 새들이 그 가지에 깃들인다.>
제목: 썩은 띠와 거룩한 누룩
1. 썩어버린 아마포 띠
예언자 예레미야는 하느님의 말씀대로 아마포 띠를 사서 허리에 둘렀습니다. 성경에서 허리에 매는 띠는 하느님과 백성 사이의 친밀한 계약을 뜻합니다. 사람의 몸에 딱 붙어 있는 띠처럼,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이 당신 곁에 단단히 붙어 살아가기를 바라셨습니다.
그러나 백성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제 고집대로 우상을 좇았습니다. 유프라테스강가 바위 틈에 묻혀 썩어버린 띠는 주님을 떠난 백성의 비참한 결말을 보여줍니다.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사악한 백성이 내 말을 듣기를 마다하고, 제 고집스러운 마음에 따라 다른 신들을 좇아 다니며 그것들을 섬기고 예배하였으니,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이 띠처럼 되고 말 것이다.”(예레 13,10) 주님과의 생명력 있는 일치를 버리고 완고함에 빠진 삶은 결국 아무런 가치도 남지 않는 썩은 띠가 되고 맙니다.
2. 순종으로 묶는 허리
수도 전통에서 허리띠는 영적 싸움을 치르는 이들의 단단한 내적 상태를 보여주는 거룩한 상징입니다. 수도승들은 허리에 띠를 매며 마음의 겸손과 온전한 절제를 다짐했습니다. 성 베네딕도 역시 “신앙과 선행의 실천으로 허리를 묶고 복음성서의 인도함을 따라”(베네딕도 규칙서 머리말 21절) 주님의 길을 걸어가자고 권고합니다.
성경에서 ‘허리를 묶는 것’은 하느님께 즉시 순종할 준비가 되었음을 뜻하는 깊은 표현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를 탈출할 때 허리에 띠를 매고 서둘러 음식을 먹었던 것처럼, 허리를 동여매는 행위는 세속의 욕심을 끊어내고 주님의 뜻에 즉각 응답하겠다는 결단입니다. 썩어버릴 내 고집을 버리고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며 굳건히 결합하는 것이 신앙인의 참된 자세입니다.
3. 세상을 바꾸는 누룩
이렇게 하느님께 순종하며 묶인 삶은 자기 혼자만의 신앙에 머물지 않고 세상으로 퍼져나갑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를 일상의 작은 누룩에 비유하여 선포하셨습니다. “하늘 나라는 누룩과 같다. 어떤 여자가 그것을 가져다가 밀가루 서 말 속에 집어넣었더니, 마침내 온통 부풀어 올랐다.”(마태 13,33) 하늘나라는 눈에 보이는 거창한 기적으로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가운데 시작되어 은밀하게 세상을 변화시킵니다.
밀가루 반죽 속에 숨겨진 누룩처럼, 하느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이들은 세상을 안에서부터 거룩하게 부풀려 올립니다. 특히 공동체 안에서 앞장서고 이끄는 이들이 먼저 스스로를 비추어 보아야 합니다. 억압이나 두려움으로 사람을 누르는 외적 권위는 백성을 썩게 만들지만, 겸손한 순종에서 나오는 복음적 권위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공동체 전체를 생명으로 변화시키는 거룩한 누룩이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매일의 삶 속에서 주님과 단단히 일치하여, 세상을 거룩하게 변화시키는 은총의 누룩으로 살아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