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학사에는 돈오돈수와 돈오점수라는 큰 논쟁이 존재한다.
한국 불교의 전통적 수행이론으로서 확고한 자리를 잡은 돈점논쟁은,
깨달음의 이후에도 계속해서 점진해야 한다는 지눌의 돈오점수론과 이에 반문을 제시하는, 성철스님의 비판으로 이루어져 있다.
성철스님에 의하면, 돈오점수에서의 ‘돈오’는 진정한 깨달음이 아니라 거짓 깨달음이며, 돈오의 의미를 왜곡하고 있다고 보았다.
성철스님의 돈오돈수에서 ‘돈오’는 궁극적 깨달음으로써 깨달음 이후에 더 이상의 수행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론적으로 돈오점수론과 돈오돈수론은 모두 의미 있는 논쟁으로 느껴지지만, 일을 시작한 현재 내 상황에서는 돈오돈수론이 과연 내 삶에서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진정한 깨달음이란 무엇일까. 진정한 깨달음이란 과연 존재하는가 요새 나는 일을 하면서, 이성적으로 깨닫는 것이 모두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몸소 체험한다. 그 어떤 것도 아무 노력없이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없다. 쉬워 보이는 사과 하나 써는 것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특정 수준에 다 다라도 공부해야 할 것이 더 늘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사과를 3mm로 다이스 하게 되면 조금 더 섬세한 맛이 나고 2mm로 다이스 하면 또 다른 맛이 난다. 이건 Noma 요리책에서 읽는다고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이 아니다. 이론적으로 습득하고 또 수행을 통해 깨지고 부셔져봐야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이다.
1.조금 더 세밀하게 컷한 사과의 맛
2. 그리고 시행착오
책에서 나온 tartare를 더 맛있게 컷팅하는 방법, 책과 이론으로 깨닫는다고 할 지라도 수행하고 연습하지 못하면 진정으로 아는 것이 아니며, 괴리감만 느끼게 된다.
첫댓글 성철스님의 돈오돈수는 아마도 실천의 계기가 되는 불완전한 깨달음, 또는 깨달음의 씨앗이 아니라 모든 것을 급작스럽게 통째로 깨달은 것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깨달음이 오면 인생은 전적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지요. 일반적으로는 이런 경험을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계기로서의 깨달음 뒤에 점진적인 수행을 통해 온전한 깨달음으로 나아간다고 할 수 있겠지요. 더 정확하게 말하면 지금까지 그런 생각에 도달하게 한 많은 과정을 거쳐서 점오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수없는 시행착오인 점수를 통해 온전한 깨달음에 도달하게 된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