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성
정재율
놓친 풍선을 잡으려고
있는 힘껏 손을 뻗는 사람이 있었다
구름이 펜스 바깥으로 나가도
이곳이 놀이동산이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었고
인형 탈을 쓴 무리를 쫓아가는 아이들과
벤치에 앉아 사진을 찍는 연인들 사이로
퍼레이드가 길게 이어졌다
이렇게 많은 인파 속에서도
사랑하는 사람을 한 번에 찾을 수 있다고
너는 그것이 바로 사랑이라고
높은 곳에 있던 보트가 물살을 가르며 내려올 때
물이 묻을 까 봐 얼굴을 가려주는 것처럼
서로에게 손차양을 만들어주고
어떤 장면은
영원을 살게 했다
나뭇잎들이 원을 그리며
천천히 내려왔다
많은 것을 놓쳐본 사람만이
많은 것을 쥐고 있다는 사실을 너는 알고 있었을까?
새가 다른 새에게 모이를 주는 장면에서
한참 동안 머물러 있다가
우리는 어느새 퍼레이드 줄을 따라
함께 걷고 있었다
인파 속에서
무언가를 놓쳐본 적 있는 손들이
서로를 놓치지 않으려고
꽉 붙잡고 있었다
펜스 안쪽으로
구름이 다시 넘어오고 있었다
―계간 《문학과 사회》 2023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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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율 / 1994년 광주 출생. 2019년《현대문학》신인 추천으로 등단. 시집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온다는 믿음』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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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4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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