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ofstar: 지금 나만 지루해? Gmod하는 것도 질리고 배틀필드를 4시간 더 하기도 싫어.
/Jrev13: 별로? 난 지금 되게 재밌음. 너만 지루함
/LmiLegend: 나도 지루해. 딴 거 좀 하자.
난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았다. 시간은 오전 4시였고 내일은 학교에 가야 했지만 친구들이 꼬시는 바람에 밤새 게임을 하기로 했다. 난 한숨을 쉬곤 내일 아침엔 이걸 후회할 거야 하고 생각하며 힘겹게 눈을 다시 떴다.
/Jrev13님이 타이핑 중…
/Jrev13: 너네가 존나 이상한 거임 ㅋㅋㅋ
/Kmofstar: 어떻게든 시간을 보내버려야 함. 우리 이제 학교 가려면 두 시간 반 정도 남았는데, 이제 뭐 할래?
/LmiLegend: 월드 오브 탱크?
/Kmofstar님이 타이핑 중…
나도 잠깐 그걸 할까 생각했었지만, 월드 오브 탱크는 사실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뭐라도 해야 한다면, 난 레인보우 식스 시즈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친구들은 아무도 좋아하질 않았다. 걔들은 게임이 너무 천천히 흘러가서 별로 재미가 없다고 했다.
/Kmofstar: 아니 싫어. 월드 오브 탱크 꺼지라 그래, 너무 반복적이잖아, 좋은 탱크 얻겠다고 삽질하는거 별로 재미 없어.
/Jrev13: 나도 Kmof말에 동의함.
/LmiLegend: 보이스챗 하고 싶은 사람 없냐? 타자 치기 싫어.
/Kmofstar: 미친 절대 싫어. 8시간동안 헤드폰 끼고 있었더니 귀 아파 죽겠는데 지금 누가 말까지 해대는 건 싫다고. 그냥 소리 끄고 게임할 거야.
/martin님이 채팅방에 입장했습니다/
/martin님이 타이핑 중…
/Jrev13: martin이 누구야?
/Kmofstar: 전혀 모르는데? 누가 초대했어?
/LmiLegend: 나 아님. Martin 너 뭐임? ㅋㅋㅋㅋㅋ?
/martin: 안녕 친구
/Kmofstar: ㅋㅋㅋㅋㅋㅋ알겠어 너네 중에 누가 세컨계정으로 들어왔네, 난 이런 거 하나도 안 무서움. 노력은 가상했다 ㅋㅋㅋ
/Jrev: 난 아닌데
/LmiLegend: 나도 아님ㅇㅇ 걍 강퇴시킬까?
/Kmofstar: 알았어, 내가 함.
난 마우스에 손을 올리고 martin의 이름을 클릭했다. 프로필 창이 떴는데 이름, 소개도 없고 프로필 사진은 그저 까만색이었다. 밑으로 내려 보자 그 계정은 만들어진 지 겨우 며칠밖에 안 됐다고 써 있었다.
/Kmofstar: 좋아 ㅋㅋㅋㅋ진지하게 누가 이 ㅈㄹ중이냐 저 계정 만들어진 지 며칠밖에 안 됐잖아. 날 갖고 놀 생각하지 마셈
/Jrev: 나 아니야.
/LmiLegend: 아 그냥 빨리 강퇴시켜. 그냥 게임이나 하자
/Kmofstar: 알았어 알았어, 그치만 너네 나한테 장난치는 거면 내일 나한테 말해야 된다. 둘 중 누가 한 건지 진짜 궁금하네
난 martin의 이름을 오른쪽 마우스 버튼으로 클릭했고 여러 선택지가 떴다. 강퇴 버튼을 누르고는 메뉴 버튼을 껐다.
/Kmofstar: 이제 강퇴 됐겠지.
/Jrev: 진짜 이상했다 ㅋㅋㅋ Legend가 한 게 분명함 그새끼 쓰레기잖아 ㅋㅋㅋ
/martin 님이 타이핑 중…
/Kmofstar: 아 진짜 누구야 ㅅㅂ그만하라고
/martin: 응 보ㅑ
/Kmofstar: 대체 뭐야 이게, 진짜 니네 둘 중에 하난데 말 안 하는거면 너네도 강퇴시킬 거임 장담한다
//단체 전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난 놀라서 의자에서 떨어질 뻔했다. 스피커가 음소거 상태가 아니었던 걸 모르고 있었다. 갑자기 울린 벨소리는 날 놀라 까무러치게 만들었다. 나는 스피커의 음소거 버튼을 누르고는 스크린을 돌아봤다.
//martin, LmiLegend + 1 사람 이 전화 중//
나는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냥 무시하기엔 너무 이상한 일이었다. 난 다시 마틴을 강퇴하려고 했지만 되지 않았다. 혼란스러워서 난 다시 전화 팝업창을 쳐다봤다. 누군진 몰라도 이젠 그냥 놀아줘 보기로 했다. 난 초록색의 “전화 받기” 버튼으로 마우스 커서를 가져가고는 클릭했다. 채팅방 화면이 전화 화면으로 바뀌었고, 내 친구 두 명의 프로필 사진과martin의 까만 사진이 떴다. 난 재빨리 헤드폰을 연결해서 머리에 썼다.
숨소리. 누군가가 마이크에 대고 숨을 쉬는 소리가 제일 먼저 들려왔다. 소리가 엄청나게 컸는데, 마치 누군가 마이크를 입에 바짝 올려 대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마이크엔 팝 필터가 달려 있지 않은 게 분명했다. 소리가 엄청나게 크고 갈라져 있었으니. 빠르게 소리를 줄였다. 숨소리가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숨소리 뒤로는 두 명의 친구가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뭐라고 하는지는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조금 후 친구들은 전화를 끊어 버렸다. 난 마우스에 손을 올리곤 빨간 색 “전화 끊기” 버튼으로 움직이려고 했는데 갑자기 화면이 바뀌어 버렸다. 새까만 프로필 사진이 갑자기 로딩 아이콘으로 바뀌었다. martin이란 사람이 카메라를 켜고 있던 거다.
자, 지금쯤 나에 대해 알아 둬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난 정말이지 모든 걸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개새끼다. 인터넷에서 뭘 보든 난 그저 의심부터 하고 질문을 던져본다. 누군가 나한테 심령현상이 찍혔다는 영상을 보여주면 난 그저 비웃고는 논리적으로 반박한다. 하지만 이때 내가 본 건 완전히 다른 거였다. 그건 꾸며낸 것도, 어떤 개자식이 장난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본 건 진짜였다.
로딩 아이콘이 사라지고 이미지가 떠올랐다. 검정. 내가 처음 본 건 그거였다. 그리곤 뭔가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계속 어둠 속을 관찰하고 관찰하자 누군가 걷고 있는 게 보였다. 처음에는 어디인지 잘 보이지 않았지만 곧 잔디가 보였다. 그렇게 잘 보이진 않았지만 보이긴 보였다. 갑자기 어둠이 밝은 빛으로 바뀌었다. 걷고 있던 사람이 플래시를 켠 것 같았다. 난 더 가까이 봤고 잔디와 함께 멀리 나무도 보였다. 그 사람은 갑자기 휙 돌아섰고 난 공포에 차갑게 피가 식는 기분이었다.
난 그 사람이 어디 있는지 정확히 알아챘다. 그가 돌아서자 카메라는 집 한 채를 비추었다. 불은 하나도 켜져 있지 않은 집, 2층 창문에서 약하게 새어나오는 노란 빛 하나만 빼고. 그 사람 바로 옆에는 우리 아빠의 그릴과 접이식 의자가 놓여 있었다. 집의 맨 오른쪽에는 우리가 정원용품을 구비해 두는 작은 창고가 보였다. 이 인간은 우리 집 뒷마당에 서 있던 거다. 난 의자에서 뛰쳐나가 앞문과 뒷문이 모두 잠겨 있는지 확인했다. 잘 잠겨 있는 걸 확인하고는 난 다시 위층으로 뛰어올라가 화면을 보았다. 난 친구들이 쓴 ‘너 괜찮냐’ ‘너 자냐’등의 수많은 메시지들을 넘겨서 쭉 스크롤을 내렸고 마틴이 쓴 하나의 메시지가 보였다.
/martin: 지금 들어간다.
컴퓨터 화면에서 몸을 확 빼며 난 내 방에 있는 하나의 창문 밖으로 뒷마당을 내다보았다. 뒷마당은 가운데에 있는 나무 한 그루 빼곤 거의 비어 있었다. 나무 위에는 남자가 서 있었다. 키가 아주 크지만 정말 마른 남자. 남자는 찢어진 청바지와 셔츠 하나밖에 입고 있지 않았다. 남자는 정원의 센서등들을 자극한 게 분명했다. 정원이 이제 전부 밝혀져 있었으니. 난 아주 세세한 것들까지 볼 수 있었고 내가 본 건 정말 무서웠다. 남자는 나뭇가지 위에 쭈그리고는 눈에서 광기를 내뿜었다. 그의 입은 정신병자마냥 쭉 찢어져 웃고 있었고, 보이는 건 징그럽게 썩은 노란색 치아들뿐이었다. 그의 손엔 핸드폰과 손전등이 쥐어져 있었다.
갑자기, 그는 손전등과 핸드폰을 옆으로 던지고는, 나무에서 뛰어내려 집 뒷문으로 갔다. 커다란 소리들이 들려왔고 누군가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밑층에서 들려왔다. 부모님은 내 방으로 뛰어들어와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내 남동생은 아빠의 다리를 붙잡곤 옆에 서 있었다. 난 뭐라고 해야 할 지 몰라서 그냥 밑에 집으로 침입하려는 남자가 있다고만 말했다. 부모님은 밑으로 뛰어내려갔고 나한텐 동생을 위층 욕실에 데려다 놓고 문을 잠그라고 했다. 동생 손을 잡고는 우린 욕실로 걸어갔다. 문을 닫고 잠그고는 난 뒷문으로 뛰어내려갔고 곧 토를 할 뻔했다.
그 미친 남자가 우리 아빠의 시체를 땅 위로 끌고 다니고 있었다. 우리 엄마의 잠옷이 아니었다면 문 옆에 있던 빨간 색 더미가 뭔지도 알아보지 못했을 거다. 그 피에 젖은 피부와 고기덩어리들이 우리 엄마였던 거다. 난 소리를 지르곤 뒷문을 잠갔다. 그 미친 놈은 문에 달린 창으로 네 발로 달려왔다. 무서워서 뒷걸음질치고는 난 위층 욕실로 달려가 동생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했다. 문이 열리자 난 바로 들어가서 문을 다시 잠갔다.
난 이 망할 욕실 안에 남동생이랑 내 노트북만 가지고 몇 시간 동안이고 갇혀 있는 중이다. 동생은 자꾸 나한테 배가 고프다고 하는데 난 뭐라고 할지도 모르겠고, 내가 이 상황을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굶어 죽는 게 그 괴물을 마주하는 것보단 나을 거 같다. 내 노트북은 이제 거의 다 죽어가는 중이고, 난 이제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몇 시간 전에, 난 창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고, 지금까지 한 시간 동안은 미친 듯이 주절거리는 소리와 함께 발소리를 들었다. 마치 그것이 집안을 마구 뛰어다니고, 벽을 기어다니며, 우릴 찾는 것 같았다. 제일 끔찍한 건, 그 모든 소리가 5분 전에 멈췄단 거다. 이제 발소리도, 이상한 주절거림도 들리지 않는다. 쾅쾅대는 소리도 안 들린다. 더 나쁜 건 난 차라리 그 소리들이 다시 들려왔으면 한다는 거다. 그게 정말 돌아왔으면 한다, 왜냐면 뭐가 됐든 문 밖에서 이 괴물이 침착하게 숨을 내쉬고 문고리를 긁으며 기다리고 있는 것보단 나을 테니까.
첫댓글 ㄷㄷ뮤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