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일년에 한두 권
아빠는 일년에 한두 권 정도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을 읽는 것 같구나.
가장 처음 읽었던 <빅 픽쳐>만큼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그냥 영화 한 편 본다는 생각으로 읽는단다.
얼마 전에 또 신간이 출간되어서 포탈 다음에서 오늘의 인물로 소개되기도 했었단다.
아빠가 이번에 읽은 것은 그 신간은 아니야.
예전에 사둔 책을 이제서야 읽었어.
미국에서는 2005년에 출간되었고, 우리나라에는 2014년에 출간한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온>이라는 소설이야.
늘 그렇듯이 주인공의 추락과 반전이 있는 영화 한 편을 본 듯한 느낌이었어.
1. 30년 전 1973년
때는 1970년 즈음.
버몬트 대학교에 입학한 한나. 그가 주인공이야.
한나의 아빠는 유명한 좌파 교수로 1960년대 반전운동을 이끈 전설적인 교수였고,
한나의 엄마는 잘나가는 화가로 뉴욕에서도 유명한 커리어 우먼이었어.
한나의 엄마는 자존심이 세서
딸과 말다툼 이후 딸이 사과하기 전까지 절대 말도 하지 않을 정도였어.
그리고 남편이 이혼선언을 하자 자살 시도를 할 정도로 강한 성격의 소유자야.
간신히 목숨을 구하고, 자존심은 더욱 세어졌어.
그런 엄마라서 한나는 아버지와 더 친하게 지냈어.
엄마와 달리 한나는 현실에 수긍하고 타협하면서 사는 타입이었어.
대학 때 만난 의대생 댄과 결혼하여 22살에 첫아들 제프리를 낳았어.
물론 아예 길이 없었던 것은 아니였어.
파리에 갈 기회가 있었지만, 사랑하는 댄과 결혼을 선택했어.
그리고 댄이 펠험이라는 시골로 발령을 받았을 때도 내키지 않았지만 따라갔단다.
살기로 한 집은 배관이 고장이라서 아예 들어갈 수 없었고,
지저분한 모텔에서 며칠 지내다가 댄의 병원에 딸린 이층 집에 살게 되었단다.
펠험은 작은 동네라서, 비밀이 없었어.
아무도 모를 줄 알았는데, 하룻밤만 자면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알고 있었어.
한나에게는 익숙하지 않았지. 적응하기도 쉽지 않았어.
한나는 그 지루한 시골생활이 싫었지만, 일년 뒤면 그곳을 떠날 수 있다는 생각에 참았단다.
빌리라는 목수가 있는데, 약간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솜씨가 좋았어.
한나와 댄의 집도 그나마 살 수 있도록 해준 이가 빌리란다.
그런데 빌리가 스토커 수준으로 한나 주변을 돌아다녔어.
한나가 불안해 할 정도였어.
한나는 그 마을의 도서관 사서로 파트 파임을 일하기로 했단다.
그동안 제프리는 병원 간호사 베티의 엄마한테 맡기기로 했어.
...
지루한 삶에 지친 한나에게 유일한 낙은 친구 마지와 통화하는 것이란다.
거의 유일한 친구다야.
친구 마지를 만나기 위해 뉴욕 행을 계획했어.
사소한 일로 남편과 많이 틀어졌는데, 이번 뉴욕 행은 남편 댄도 흔쾌히 허락했어.
그러나 뉴욕으로 떠나기 며칠 전 시아버지, 즉 댄의 아버지가 쓰러져 위독하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댄은 멀리 아버지를 만나러 갔어. 한나는 꼼짝없이 제프리를 봐야했단다.
그런데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인이 미국 횡단 여행 중인데, 펠험 근처를 있다면서 하룻밤만 재워주라고 했어.
그 사람의 이름은 저슨.
남편 없는 집에 젊은 남자가 들어오는 것이 마음에 걸렸어. 더욱이 비밀이 없는 동네잖아.
예상대로 다음날 바로 모든 사람들이 다 알게 되었단다.
행동거지를 조심했지만, 저슨이 마음에 끌렸어. 말도 잘 통했어.
감정이 다른 모든 것보다 앞섰어.
이틀째 밤 그들은 격정적인 사랑에 빠졌단다.
한나는 이내 죄책감에 빠지지만 그 사랑에서 빠져 나오지 못했단다.
마을 사람들이 알게 되면 어쩌나 걱정도 했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이 우선이었어.
본능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저슨이 위안했어.
그런데, 저슨이 전화 한 통을 받고 행동이 바뀌었단다.
그리고 자신은 FBI 를 쫓기고 있는 몸이라고 했어. 미국횡단여행은 거짓말이었다고….
자신은 얼마 전 시카고 급진세력의 폭탄 테러와 관련이 있어서 FBI에 쫓기는 몸이라고 했어.
그래서 한나의 아버지한테 도움을 청했고,
한나의 아버지가 한나의 집을 소개해 준 것이라는 거야.
한나는 아버지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꼈어.
FBI가 저슨이 이곳에 있는 것을 눈치를 채서 이제 이곳에서 도망을 가야 한다는 거야.
캐나다로 도망을 가려고 한다고 하는데, 한나에게 운전을 해달라고 했어.
한나는 거절했지.
하지만, 저슨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FBI에게 다 실토할 것이라고 협박을 하였단다.
어쩔 수 없이 한나는 밤새 그를 차에 태워 캐나다에 내려주었단다.
아들 제프리도 함께 데리고 갈 수밖에 없었어.
다음날 아침 집에 도착하니 빌리가 모든 것을 알고 있었어.
그들이 키스한 것도, 사랑을 나눈 것도, 캐나다를 다녀온 것도 모두 알고 있었어.
한나는 간절한 마음으로 빌리에게 부탁했어.
모든 것을 아무에게도 이야기하지 말아달라고.... 비밀로 해달라고..
빌리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단다.
한나는 앞으로 댄에게 충실하겠다고 다짐하였단다.
2. 30년 뒤 2003년
한나와 댄은 이후 안정된 결혼생활을 이어왔단다.
댄의 의사생활도 성공하였고, 한나는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일해왔어.
그의 아들 제프리는 변호사로 일하고, 어느덧 서른 살이 되어 결혼도 하였단다.
제프리는 지독한 보수 성향을 가지고 있고, 공화당을 지지하고 있는데, 한나는 이것이 맘에 들지 않았어.
한나는 딸 리지도 낳았는데, 리지는 MBA 취득을 했고,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었단다.
하지만, 사랑에 있어서는 잼병이었어. 뜨겁게 사랑하고 헤어지면 큰 상처를 받곤 했어.
나이를 먹어도 마찬가지였어.
최근에는 아주 위험한 사랑을 하고 있었단다.
TV에도 출현하는 유명한 피부과 의사 마크와 사랑에 빠진 것이야. 문제가 되는 건 그가 유부남이라는 거지.
한나가 너무 걱정되어 마크에게 직접 전화해서 그들과의 관계를 해결하려고 노력도 했단다.
한편, 친구 마지는 암에 걸려 투병 중이었어. 그래도 아직 홍보회사의 사장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었단다.
어느날 마지로부터 안좋은 소식이 왔어.
30년 전 그 망할 저슨이 책을 썼는데, 한나와 있었던 일을 적나라하게 적었다는 거야.
그 내용이 너무 심각해서 전화했다면서, 그 책을 보내주겠다고 했어.
아참, 한나의 아버지는 여전하시고, 한나의 엄마는 알츠하이머로 요양 중이란다.
딸 리지한테 전화가 왔어.
쾌활한 목소리. 마크가 이혼하겠다며 자신에게 청혼했다고 했어.
그 전화를 받고 느낌이 이상해서 마크에게 전화했더니 전혀 다른 소리를 하였단다.
리지가 스토커짓을 한다는 것이야. 그래서 경찰에 요청하여 접근금지 명령까지 내렸대.
다시 리지한테 전화를 했더니 연락두절이었어. 이후 리지는 행방불멸이 되었단다.
한나는 걱정이 되었어.
한나는 아버지와 함께 리지가 살고 있는 보스턴으로 날아갔단다.
며칠이 지나도 여전히 한나는 연락두절이었어.
한나는 경찰과 리지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리지가 낙태수술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단다.
한나는 딸과 이렇게 소원한 관계였나? 하면서 죄책감도 느꼈단다.
아들 제프리에게 리지의 실종을 이야기하니까, 자신에게 안 좋은 영향만 생각했어.
오로지 그 실종사건이 신문기사로 나오지 못하게 할 방법만 생각했단다.
그런 제프리의 모습에 한나는 실망감을 느꼈단다.
보스턴에 있었지만, 며칠째 소득이 없었단다.
그래서 다시 집에 있는 포틀랜드로 왔어.
한나는 리지의 실종에 애가 타는데, 남편 댄은 무관심인 것 같아서 말다툼을 하기도 했단다.
3. 깊은 추락과 반전
며칠이 지난 뒤 결국 신문기사가 나왔어.
아주 노골적으로 나왔단다.
언론이란 것이 원래 그렇잖아.
독자들이나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려고 왜곡하고 선정적으로 내보내고...
유명한 피부과 의사와 불륜을 일으킨 금융계의 유능한 커리어 우먼의 실종.
그런데 기사는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된 원인이 부모의 잘못일 수 있다는 기사를 내보냈어.
집과 한나가 선생님으로 일하는 고등학교, 댄의 병원은 난리가 났단다.
기자들의 끈질긴 인터뷰 요청과 자극적인 질문에 한나가 충동적인 말실수를 하였단다.
그 말실수가 다시 언론에서 확대포장이 되었어.
이 일이 있고, 친구 마지가 연락을 해와서 대변인 역할을 해주겠다고 했어.
언론과 어떤 인터뷰도 하지 말라고 그랬어.
그러면서 더 안 좋은 소식을 알려주었어.
저슨이 쓴 책을 어떤 보수주의자가 읽고 나고, 책 속에 저슨이 사랑을 나눈 의사의 아내가
바로 한나라는 것을 밝혀냈고, 한나가 바로 실종된 리지의 엄마라고 또 공격을 했다는 거야.
휴.. 설상가상.
사실 저슨이 쓴 책의 내용은 저슨에 유리하게 왜곡되어 사실과 많이 달랐거든.
사랑을 나눈 거야 사실이지만, 캐나다에 데려다 준 것은 협박에 의한 것인데,
책에서는 사랑해서 자진하여 데려다 준 것이라고 써 있었어.
그 밖에도 여러 가지 내용들이 한나를 의도적으로 나쁘게 쓰였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썼어.
이제 이 내용도 온 세상에 밝혀지는 것은 시간문제야.
한나는 더 커지기 전에 댄에게 30년 전 있었던 일을 이실직고 하고 사과를 했어.
정말 충동적인 일이었고, 후회하고 있다고...
하지만, 댄은 짐을 싸들고 나갔어.
한나의 추락은 이어졌단다.
(사실 이런 주인공의 추락은 더글라스 케네디 소설에서 자주 나오는 설정이란다.
추락할 때까지 추락하다가 결국에는 반전하여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구조.
약간은 식상하긴 하지만, 그래도 반전이 주는 카타르시스를 기다리게 되더구나.)
방송과 언론에서는 연일 한나에 대한 공격이 이어졌어.
마치 마녀사냥과 같았어.
학교에서는 결국 짤리고, 집 유리창은 남아 남질 않았어.
아들 부부도 앞으로 연락하지 않겠다고 했어.
남편 댄은 이혼을 하자고 했는데, 이미 바람을 피우고 있었던 거야.
그것도 한나의 친구와 말이지.
비록 추락했지만, 한나는 여전히 실종된 리지 걱정이었단다.
…
그러나 그렇게 추락했지만, 한나를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었어.
바로 한나의 아버지와 절친이자 대변인인 마지.
그리고 수사 초기 때부터 딸의 실종 수사를 도와주던 경찰관 리어리.
그들이 있었기에 마지막 반전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는구나.
마지는 TV 프로그램에서 저슨과 함께 출현하여 토론할 자리를 마련했어.
한나는 처음에는 거절하려고 했어.
자신도 없고, 자신이 또 말실수를 할 것 같았기 때문이야.
마지의 설득으로 방송출현을 결심했단다.
마지에 의해 예행 연습을 많이 했지만,
실제 방송에서는 욱해서 언성이 높아지는 등 말실수를 했어.
이젠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했던 증인이 등장했어.
경찰관 리어리가 찾아낸 결정적 증인.
30년전 펠헴에서 한나를 짝사랑했던 목수 빌리.
빌리는 한나를 짝사랑해서 한나와 저슨의 모든 대화를 들었고, 그것을 기억하고 있었어.
빌리의 진실된 발언은 지금까지 한나가 한 이야기가 모두 사실이었고,
저슨의 발언이 모두 거짓이라는 것이 밝혀졌단다.
이 방송 이후 한나는 모든 직위를 되찾았어. 학교에서도 다시 일할 수 있었어.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과도 받았어.
저슨의 출판사에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해서 거금의 보상금도 받았어.
그 보상금으로 아직도 행방을 알 수 없는 리지의 이름으로 장학재단도 만들었단다.
그리고 아들 제프리와 화해를 했어. 하지만 남편 댄과 연락은 끊었어.
하지만, 여전히 한나의 마음은 리지의 실종으로 아팠어.
5달이 지나고 한나는 휴직을 하고 젊었을 때 가려고 했다가 못간 파리를 가려고 했어.
파리로 떠나기 전날 아버지 집에서 묵었는데,
놀랍게도 리지의 전화를 받았어.
리지는 실연을 당한 후 노숙 생활을 하다가 정신과의 도움을 받고 나서
캐나다 밴쿠버에 정착하여 잘고 있었대.
지금은 심적으로 많이 좋아져서 연락을 했다는 거야.
그동안 연락하지 않은 야속함보다 한나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단다.
딸이 건강하게 잘 있으면 된 거야.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겠어.
그렇게 기쁜 마음을 갖고 파리로 떠났단다.
이상이란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구조와 스토리라인이 기존 작품들과 유사하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재미있는 영화한편 봤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앞으로도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은 가끔 영화 한편 보는 마음으로 읽어볼 생각이란다.
책제목 :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지은이 : 더글라스 케네디
옮긴이 : 조동섭
펴낸곳 : 밝은세상
페이지 : 584 page
펴낸날 : 2014년 11월 07일
책정가 : 14,500원
읽은날 : 2016.02.06~2016.02.10
글쓴날 : 2016.02.15,1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