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꿈
4년만에 찾아오는 월드컵 시즌이라서 6월에는 축구 영화가 많이 개봉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배경으로 한
비무장 지대 남북한 군인들의 축구 이야기 [꿈은 이루어진다]를 비롯해서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에밀 쿠스트리챠 감독의 다큐멘타리 [축구의 신 : 마라도나]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태균 감독의 [맨발의 꿈]은
동티모르 유소년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김신환 감독의 실화를 영화로 옮긴 것이다.
2천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세계지도에 동티모르라는 나라는 없었다.
지난 2002년 5월 20일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한 동티므로는 국민소득이 100불 정도에 불과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이다.
전직 프로 축구선수였던 김원광(박희순)은 현역 은퇴후 여러 사업에서 실패를 거듭하다가
마지막 비지니스를 찾아 2002년 동티모르로 향한다. ![](https://t1.daumcdn.net/cfile/163E4A274BE2F7B37E)
동티모르 독립 과정에서 주민들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상처가 아물지 않은 채
맨발로 공을 차는 수많은 아이들을 김원광은 발견한다.
그는 한국대사관 직원인 인기(고창석)를 비롯해서 여기저기 돈을 빌려 축구용품점을 냈지만
가난한 아이들은 축구화를 살 수 없다.
그래서 생각해낸 아이디어가
아이들에게 짝퉁 나이키 축구화를 먼저 지급하고
하루 1달러씩 2달에 걸쳐 갚게 하는 장기 할부제도였다.
[맨발의 꿈]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동티모르 최초의 배우들이다.
오디션을 통해서 선발된 아이들은 실제로 뛰어난 축구실력을 갖추고 있다.
질풍처럼 상대 진영을 돌파하는 축구 신동 라모스(프란시스코),
독립 과정에서 집안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원한이 쌓여 있기 때문에
라모스와는 패스도 하지 않는 모따비오(페르디난도),
신체는 허약하지만 날렵한 기술을 갖고 있는 뚜아(주니오르)와
그의 여동생 조세핀(말레나)은 모두 실제 인물이다.
아이들의 순수한 눈망울과 그들의 축구에 대한 열정을 보고
자청해서 무보수로 아이들을 지도하기 시작한 김원광은,
히로시마에서 열린 유소년 국제 축구대회에 참가를 신청했지만
항공료가 없어 대회 참석이 어려워진다.
이 사실이 국내에 알려지면서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 선수돕기 운동이 펼쳐지고 한
국 기업의 후원으로 대회에 참석한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대표팀은
당초의 예상을 깨고 6전 전승으로 대회 우승을 차지한다.
![](https://t1.daumcdn.net/cfile/183E4A274BE2F7C381)
이 기적같은 실화를 소재로 김태균 감독은,
솜씨 좋게 드리볼을 하며 멋진 슛으로 성공시키는 라모스처럼
과장되지 않게 표현하면서 우리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내러티브도 단순하지 않다.
동티모르에 정착하는 과정서 겪는 김원광의 이야기와 감정선은 세밀하게 드러난다.
박희순은 세속의 때가 묻어 있으면서도 순박한 김원광이라는 캐릭터를
사실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우리 관객들에게는 너무나 낯선 동티모르의 현장감을 최대한 살리면서
카메라 워킹이나 편집은 속도감 있게 전개하고,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의 깊은 진정성은 유지한 것이
재미와 감동을 주는 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