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화(梅) ■ 매화는 추위를 이기고 눈 속에서 피는 강인하면서도 고귀한 운치를 그 특성으로 한다. 살을 에이는 추위 속에서도 풍기는 매화의 향기는 맑고 깨끗한 인품으로, 눈 속에서도 아름다운 자태는 봄을 알려주는 선구자적인 뜻으로 표현되고 있으며, 반드시 늦겨울 이른봄의 추위속에 피는 강건한 특성은 훌륭한 덕성을 지닌 군자의 강인한 절개와 지조 및 세속을 초월한 은일로 상징되고 있다. 그래서 이러한 매화를 가리켜 雪中君子, 淸香, 玉骨, 花御史, 淸客, 世外佳人 등으로 부르기도 하였다. 매화가 재배되고 시의 대상이 되었던 것은 매우 오래 전부터였으나 수묵으로 그려지기 시작한 것은 북송 때였으며 창시자는 선승인 仲仁이었다. 그는 호남성 華光寺의 주지로 문인사대부였던 蘇東坡, 黃庭 등과 교유하면서 매화를 사랑하고 이에 대한 시를 읊고 지내다가 우연히 창문으로 매화나무의 성근 그림자가 빗겨드는 것을 보고 그 소쇄한 맛이 너무 좋아 붓으로 그 형태를 따라 그리다가 墨梅三味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발생된 묵매화는 같은 禪僧인 妙高에 의해 이론적 체계화가 시도되었으며, 南宋 때에는 꽃잎의 윤곽을 그리는 圈法이 완성되기도 하였다. 묵매의 이러한 전통은 원대에 와서 王, 吳太素 등에 의해 크게 성행되었으며 구도에서 북방식인 形式보다 남방식인 貫式이 더 유행하였다. 명대부터는 화보 등의 출현으로 다소 형식화되었지만 청대에 이르러 金農등의 개성파 화가들에 의해 보다 담채가 많이 곁들어진 화사한 모습으로 변화되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매화는 묵죽과 함께 고려 중기부터 그려졌으며, 조선시대에는 각 시기마다 구도와 기법을 달리하면서 독특한 양식으로 전개되었다. 조선 초, 중기에는 선비들의 기상과 밀착되어 고담한 모습으로 그려졌으며, 후기에는 문인화의 담백한 분위기가 강조되다가 말기에 이르러 趙熙龍 등에 의해 봄의 화사한 계절적 정취와 함께 보다 회화성을 짙게 나타내었다. 난초를 곡선미, 대나무를 직선미로 본다면 매화는 굴곡미에서 그 조형적 특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매화를 그리는 데는 전통적으로 다섯 가지의 필수적인 방법(五法)이 있다. 뿌리는 서로 얽혀야 하고 대목은 괴이해야 하고 가지는 말쑥해야 하며 줄기는 강건하고 꽃은 기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36가지의 병(三十六病)이 있다 하여 한 가지라도 잘못 그리면 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기본수련의 중요성과 함께 매화 역시 높은 경지에 들기가 어렵다는 점을 말해 주는 것으로 문제는 형식의 충실한 모방이 아니라 이를 통하여 자신의 감성과 뜻을 얼마만큼 구현시킬 수 있는가에 참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필법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 담긴 정신세계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매화의 품종으로는 白梅, 紅梅, 朱梅, 時梅, 綠梅, 千葉梅, 九英梅 등이 있다. 그리고 많이 다루어졌던 화제로는 月梅, 雪中梅, 老梅, 羅浮梅, 西湖梅, 庭梅, 梅, 夜梅 등이 있다.
■ 매화의 화제 ■
⊙ 瓊花浴月(경화욕월) - 구슬 같은 매화가 달빛에 어른거린다. ⊙ 孤芳皎潔(고방교결) - 고고히 꽃답고 맑고 깨끗함. ⊙ 孤芳獨茂(고방독무) - 고고히 꽃답고 홀로 무성함. ⊙ 高士美人(고사미인) - 지조있는 선비와 아름다운 여인 같은 매화. ⊙ 孤山淸影(고산청영) - 외로운 산 맑은 그림자. ⊙ 空山裁玉(공산재옥) - 고요한 산에 옥을 발라놓은 것 같은 매화. ⊙ 空山裁玉(공산재옥) - 고요한 산에 핀 매화. ⊙ 君子之交(군자지교) - 매화의 지조는 군자의 사귐. ⊙ 冷香寒玉(냉향한옥) - 싸늘한 향기가 찬 구슬같은 매화. ⊙ 萬古淸香(만고청향) - 만고에 변함없는 향기. ⊙ 萬玉玲瓏(만옥영롱) - 매화가 일만 구슬처럼 영롱하다. ⊙ 梅林解渴(매림해갈) - 매화 수풀에서 갈증을 푼다. ⊙ 梅竹雙淸(매죽쌍청) - 매화와 대가 둘다 맑다. ⊙ 墨影含芳(묵영함방) - 수묵으로 그린 매화의 그림자가 꽃다운 향기를 머금었네. ⊙ 芳信先傳(방신선전) - 꽃다운 봄 소식을 먼저 전하는 매화. ⊙ 雪裏開花(설리개화) - 눈 속에 꽃이 핀다. ⊙ 歲寒三友(세한삼우) - 추위 속의 소나무 대나무 매화. ⊙ 歲寒二雅(세한이아) - 추위 속의 대나무 매화. ⊙ 歲寒二友(세한이우) - 추위속의 매화 국화. ⊙ 素艶芳馨(소염방형) - 흰 꽃송이 꽃다운 향기. ⊙ 素艶芳馨(소염방형) - 흰 꽃송이에 꽃다운 향기. ⊙ 疎影橫斜(소영횡사) - 매화의 성긴 그리자 옆으로 비스듬히 누웠네. ⊙ 神僊雪氷(신선설빙) - 신선의 고장함이 눈과 얼음과 같다. ⊙ 暗香籠月(암향농월) - 달빛에 어려 있는 매화. ⊙ 暗香浮動(암향부동) - 매화 향기가 떠서 움직인다. ⊙ 暗香疎影(암향소영) - 매화의 향기와 가지의 그림자. ⊙ 雨香雲淡(우향운담) - 비는 향기롭고 구름은 담담하다. ⊙ 韻勝格高(운승격고) - 운치가 뛰어난 격조높은 매화. ⊙ 幽姿疎影(유자소영) - 은은한 자태와 그윽한 그림자. ⊙ 幽香帶月(유향대월) - 그윽한 향기에 달빛이 서리었다. ⊙ 一庭春色(일정춘색) - 매화가 피니 온 뜰이 봄빛이로다. ⊙ 一枝春信(일지춘신) - 매화 한 가지가 봄 소식을 전한다. ⊙ 一枝春花(일지춘화) - 한가지의 봄꽃. ⊙ 臨風一笑(임풍일소) - 봄바람에 핀 매화의 웃는 모습. ⊙ 節操自持(절조자지) - 절개와 지조를 스스로 지닌 매화. ⊙ 早梅春信(조매춘신) - 일찍 핀 매화가 봄 소식을 전한다. ⊙ 早傳春信(조전춘신) - 일찍 봄 소식을 전하는 매화. ⊙ 蒼龍臥雪(창룡와설) - 눈에 덮인 매화 가지. ⊙ 鐵骨生春(철골생춘) - 매화의 가지에서 봄이 왔네. ⊙ 淸香暗送(청향암송) - 맑은 향기를 보내는 매화. ⊙ 寒骨淸珍(한골청진) - 찬 뼈대에 맑은 구슬같은 매화. ⊙ 江路野梅香(강로야매향) - 강 길에는 들 매화 향기롭다. ⊙ 溪梅作小春(계매작소춘) - 시냇가의 매화가 작은 봄을 이루었다. ⊙ 孤芳壓俗姿(고방압속자) - 고고한 꽃다움이 속된 모습 누르다. ⊙ 弄花香滿衣(농화향만의) - 매화를 희롱하니 그 향기가 옷에 가득하다. ⊙ 梅邊別有香(매변별유향) - 매화나무 주변에 별다른 향기가 있네. ⊙ 梅邊有別春(매변유별춘) - 매화 주변에는 특별한 봄이 있노라. ⊙ 梅將雪共春(매장설공춘) - 매화는 눈과 봄을 함께한다. ⊙ 梅化如高人(매화여고인) - 매화는 기품이 고사와 같다. ⊙ 餘香千載淸(여향천재청) - 매화에서 풍기는 그윽한 향기는 천년 뒤까지 맑으리. ⊙ 雨熟野梅黃(우숙야매황) - 비 한동안 오니 야매는 노래진다. ⊙ 早梅消息動(조매소식동) - 이른 매화는 보이게 안보이게 움틀대다. ⊙ 淸極不知寒(청극부지한) - 지극히 맑은 매화가 추위도 모르네. ⊙ 春近有梅知(춘근유매지) - 봄이 가까움을 매화가 있어 알겠노라. ⊙ 風吹梅徑香(풍취매경향) - 바람이 매화 길에 부니 향기롭다. ⊙ 香中別有韻(향중별유운) - 그윽한 향기 속에 특별한 운치가 있다. ⊙ 江上梅花獨自春(강상매화독자춘) - 강 위의 매화는 홀로 스스로의 봄. ⊙ 梅花獨對寒流潔(매화독대한류결) - 매화는 찬 시내를 대해 홀로 맑다. ⊙ 半夜梅花人夢香(반야매화인몽향) - 밤중에 매화는 꿈에 들어와 향기롭다. ⊙ 半窓明月數株梅(반창명월수주매) - 반쯤 열린 창문밖의 밝은 달 아래 두어 그루의 매화나무. ⊙ 氷肌玉骨不知寒(빙기옥골부지한) - 얼음과 같은 살갗, 옥 같은 뼈에 추위를 알지 못하네. ⊙ 氷姿雪魂自無塵(빙자설혼자무진) - 얼음같은 모습과 눈같은 정신이 스스로 티끌을 없앤다. ⊙ 雪裏香來蝶未知(설리향래접미지) - 눈속에서 향기나니 나비 알지 못한다. ⊙ 雪滿山中高士臥(설만산중고사와) - 눈 가득한 산속에 고사인 매화 누웠다. ⊙ 瘦梅疏竹一窓風(수매소죽일창풍) - 메마른 매화 성긴 대, 한 창의 바람. ⊙ 水邊林下自燃春(수변임하자연춘) - 물가의 수풀 아래는 자연히 봄이다. ⊙ 水殿風來暗香滿(수전풍래암향만) - 물가의 전각에 바람이 불어오니 매화의 그윽한 향기가 전각에 가득하다. ⊙ 心與梅花一樣淸(심여매화일양청) - 마음은 매화와 더불어 한결같이 맑다. ⊙ 愛梅自古屬詩人(애매자고속시인) - 매화 사랑함은 자고로 시인에 속한다. ⊙ 玉雪爲骨氷爲魂(옥설위골빙위혼) - 옥 같은 눈을 뼈로 삼고 맑은 얼음으로 혼을 삼네. ⊙ 一枝梅花和雪香(일지매화화설향) - 한 가지 매화가 눈과 더불어 향기롭네. ⊙ 一枝疏影臥東窓(일지소영와동창) - 한가지 성긴 그림자 동창에 와 누웠다. ⊙ 竹裏梅花淡泊香(죽리매화담박향) - 대나무 속에 매화가 피니. 그 향기 담박하다. ⊙ 枝繞春風降雪香(지요춘풍강설향) - 매화나무 가지에 봄바람이 부니 내리는 눈도 향기롭다. ⊙ 晴雪梅花照玉堂(청설매화조옥당) - 개인 눈과 매화꽃이 집안에 비치네. ⊙ 春近野梅香欲動(춘근야매향욕동) - 봄 닥아오자 야매의 향기 동하려 한다. ⊙ 春到梅邊千里心(춘도매변천리심) - 봄이 매화가지에 이르니 마음은 벌써 술렁이네. ⊙ 獨有梅花白 含香色相奇(독유매화백 함향색상기) - 홀로 핀 매화가 희니 향기를 머금은 빛깔이 더욱 신기롭다. ⊙ 素艶雪凝樹 淸香風漫枝(소염설응수 청향풍만지) - 흰 꽃은 눈이 나무에 엉긴 것 같고, 맑은 향기는 바람결에 가지가 가득하다. ⊙ 香中別有韻 淸極不知寒(향중별유운 청극부지한) - 매화의 향기 속에 특별한 운치가 있고 맑음이 극진하여 추위를 모른다. ⊙ 風引三春香 雪弄南枝色(풍인삼춘향 설롱남지색) - 사람은 삼춘가절의 향기를 끌어오고, 눈송이 같은 매화는 남쪽 가지의 빛을 희롱한다. ⊙ 獨有梅花白 含香色相奇(독유매화백 함향색상기) - 홀로 핀 흰 꽃이 향기를 품으니 빛깔이 더욱 신기하구나. ⊙ 昨夜前村深雪陽春又見梅花(작야전촌심설양춘우견매화) - 간밤에 앞마을에 눈이 많이 내리더니, 따뜻한 봄에 다시 매화꽃을 보네. ⊙ 老枝橫出數花新 誰寄茅齊雪夜春(노지횡출수화신 수기모제설야춘) - 늙은 매화가지 가로 뻗어 두어 꽃 새로우니 뉘라서 초가에 눈 오는 밤 봄을 보냈나. ⊙ 萬花敢向雪中出 一樹獨先天下春(만화감향설중출 일수독선천하춘) - 일만 송이 꽃이 감히 눈을 뚫고 나오니, 한 그루의 매화나무가 온 천지에 봄을 앞질렀네. ⊙ 雪消晴幹寒餘白 月上疏枝淡似金(설소청간한여백 월상소지담사금) - 눈 녹고 개인 가지에 고드름이 희게 달리고 달은 늙은 가지에 올라 금과같이 맑네. ⊙ 疏影橫斜水淸淺 暗香浮動月黃昏(소영횡사수청천 암향부동월황혼) - 성긴 그림자 가로 비끼니 물 맑고 얕아 그윽한 향기 떠도니 달은 황혼이라. ⊙ 素節自矜高士操 淡粧元稱美人心(소절자긍고사조 담장원칭미인심) - 깨끗한 절개는 선비의 지조를 자랑하고 소박한 단장은 본래 미인의 마음일세. ⊙ 詩高自與梅花好 食談方知菜味長(시고자어매화호 식담방지채미장) - 시흥 높으니 스스로 매화 좋아해 식성 담박하니 바야흐로 채소 맛좋음 알더라. ⊙ 有梅花處惜無酒 三嗅淸香當一杯(유매화처석무주 삼후청향당일배) - 매화 있는데 술이 없음이 애석하나, 세 번 향기를 맡으매 술 한잔 마신 것 같도다. ⊙ 臨水一枝春早占 照人千樹雪同淸(임수일지춘조점 조인천수설동청) - 물에 임한 한가지가 봄을 일찍차지해 사람에 비친 많은 나무 눈과 같이 맑아라. ⊙ 姑射仙人氷雪容 塵心已共彩雲空 年年一笑相逢處 長在愁煙苦霧中 (고사선인빙설용 진심이공채운공 연년일소상봉처 장재수연고무중) - 고사산 선인의 빙설같은 모습 속진의 마음 이미 채운과 함께 비웠다. 해마다 한 번 피어 서로 만나는 곳에 모진 안개속에 수연이 길이 있다. ⊙ 君自故鄕來 應知故鄕事 來日綺窓前 寒梅着花未 (군자고향래 응지고향사 내일기창전 한매착화미) - 그대 고향에서 왔으니 응당 고향 일 알리라 오던 날 비단창 앞에 한매 꽃이 치었더냐. ⊙ 梅花得月太淸生 月到梅花越樣明 梅月蕭疎雨奇絶 有人踏月繞花香 (매화득월태청생 월도매화월양명 매월소소우기절 유인답월요화향) - 매화가 달 얻으면 하늘이 생기고 달 매화에 이르면 모양 날려 밝다. 매월이 쓸쓸하니 비 더욱 기이하고 사람 달빛 밟으니 꽃향기 둘렸다. ⊙ 梅花莫嫌小 花小風味長 私見竹外影 時聞月下香 (매화막혐소 화소품미장 사견죽외영 시문월하향) - 매화 꽃 작다고 싫어하지 마라. 꽃이 작으면 풍미 뛰어난다. 잠깐씩 대 밖의 그림자도 보고 때로는 달빛 아래 향기도 맡는 것을. ⊙ 夢覺瑤臺踏月華 香魂影橫 斜 似嫌玉色天然白 一夜東風染彩霞 (몽각요대답월화 향혼고고영횡사 사혐옥색천연백 일야동풍염채하) - 꿈 깨어 요대에서 달 빛을 밞으니 꽃 향기 고고히 그림자 가로 비꼈다. 옥색 싫은 것 같아 천연으로 흰데 하룻 밤 동풍이 아름다운 노을 물들인다. ⊙ 問春何妻來 春來在何許 月墜花不言 幽禽自相語 (문춘하처래 춘래재하허 월추화불언 유금자상어) - 묻나니 봄은 어디서 오며 봄은 와서 어디메 있는가. 달이 지고 나자 꽃은 말 없는데 깊은 산의 새들 스스로 속삭인다. ⊙ 白雪初晴皓月來 暗香疎影臘前梅 自將冷淡欣然立 不向東風怨未開 (백설초청호월래 암향소영납전매 자장냉담흔연립 불향동풍원미개) - 흰 눈 개이자 밝은 달 떠오니 은은한 향기 성긴 그늘의 섣달의 매화 몸소 냉담하게 혼연히 서서 오지않는 동풍을 원망해 피지 않네. ⊙ 百玉堂中樹 開花近客杯 滿天風雪裏 何妻得夫來 (백옥당중수 개화근객배 만천풍설리 하처득부래) - 백옥당 가운데 있는 나무에 꽃이 피면 가까이 있는 손님 술잔을 든다. 하늘 가득 찬 풍설속에 어디에서 이것을 얻어 왔는가. ⊙ 碧癎千尋逈 寒梅幾樹春 芳枝邊水淨 瘦影波新 (벽간천심형 한매기수춘 방지변수정 수영읍파신) - 푸른 도랑은 천길이나 먼데 한매 몇 그루에 봄이 왔다. 꽃다운 가지 물가에 맑고 수척한 그림자 물결에 짖어 새롭다. ⊙ 北風吹倒人 古木化委鐵 一花天下春 萬里江南雪 (북풍취도인 고목화위철 일화천하춘 만리강남설) - 북풍이 사람에게 휘몰아치니 고목은 거친 쇠로 화한다. 매화 하나 피니 천하가 봄인데 먼 만리 강남엔 눈이 내린다. ⊙ 三十年前植此梅 年年長向壽筵開 至今疾風霜後 每到花時不忍來 (삼십년전식차매 연년장향수연개 지금최질풍상후 매도화시불인래) - 삼십년 전에 이 매화 심었더니 해마다 늘 수연 향해 피었다. 지금에는 풍상에 꺾여 버린 뒤라 매양 꽃 필 때면 참아올 수 없네. ⊙ 雪滿山中高士臥 月明林下美人來 瀟灑江梅似玉人 倚風無語澹生春 (설만산중고사와 월명임하미인래 소쇄강매사옥인 의풍무어담생춘) - 눈 쌓인 산중에 고사가 누었으니 달 밝은 숲 아래 미인이 찾아온다. 산뜻한 강매는 미인을 닮아서 바람 의지해 말 없으니 맑은 봄이 생긴다. ⊙ 我家洗硯池邊樹 朶朶花開澹墨痕 明月孤山處士家 湖光寒浸玉橫斜 (아가세연지변수 타타화개담묵흔 명월고산처사가 호광한침옥횡사) - 우리 집 세연지가의 나무엔 가지마다 꽃 피니 담묵의 흔적 달 밝은 외로운 산 처사의 집에 호수 빛 차게 스며 매화 가로 비꼈다. ⊙ 愛看仙資白雪容 惟恐他日落枝空 年年一聞香日 長在歡情美園中 (애간선자백설용 유공타일낙지공 연년일소문향일 장재환정미원중) - 신선 바탕 백설같은 모습 보기 사랑하나 다만 어느 날 떨어진 가지 빌가 두렵다. 해마다 한 번 피어 향기를 맞는 날 깊이 아름다운 동산에서 기쁜 정에 잠긴다. ⊙ 月下獨吟時 寒香暗襲衣 直疑春信早 胡作團飛 (월하독음시 한향암습의 직의춘신조 호접작단비) - 달빛아래 홀로 시를 읊을 때 매화향기 그윽히 옷에 스민다. 그렇다 봄 소식 빠른 줄 알고 나비가 떼지어 날지나 않을지. ⊙ 有梅無雪不精神 有雪無詩俗了人 薄暮詩成天又雪 與梅倂作十分春 (유매무설부정신 유설무시속료인 박모시성천우설 여매병작십분춘) - 매화 있어도 눈이 없으면 정신마저 거칠고 눈이 있어도 시가 없다면 세속화 된 사람이라, 박모에 시 이루어지니 하늘에서 또 눈이 내려 매화와 더불어 넉넉히 봄을 아울러 짓는다. ⊙ 一樹寒梅白玉條 迫臨村路傍溪僑 不知近水花先發 疑是經春雪不消 (일수한매백옥조 박림촌로방계교 부지근수화선발 의시경춘설불소) - 한 나무 찬 매화 백옥같은 가지가 시골길에 바싹 붙어 시내다리 옆에 있다. 물이 가까우면 꽃 먼저 피는지 모르지만 봄 지나도 아직 눈 안 녹은 것이나 아닐런지. ⊙ 墻角數枝梅 凌寒獨自發 遙知不是雪 爲有暗香來 (장각수지매 능한독자발 요지불시설 위유암향래) - 담모퉁이의 두어가지 매화 추위 떨치고 스스로 피었네 멀리에서 이것이 눈 아님을 앎은 그윽한 향기가 오기 때문이라. ⊙ 竹色淸梅色 梅香澹竹香 色香相蕩滌 眼鼻細參詳 (죽색청매색 매향담죽향 색향상탕척 안비세참상) - 대나무 빛은 매화빛보다 맑고 매화 향기는 대나무 향보다 맑다. 색과 향기가 서로 깨끗이 씻으니 눈과 코가 자세히 뚜렷하다. ⊙ 盡日尋春不得春 芒鞋踏遍頭雲 還來適過梅花下 春在枝頭已十分 (진일심춘부득춘 망혜답편농두운 환래적과매화하 춘재지두이십분) - 종일 봄 찾았으나 봄은 얻지 못하고 짚신 끌고 언덕위의 구름속 서성이네. 돌아오다 마침 매화 밑을 지나니 가지머리에 이미 봄이 충분히 있었네. ⊙ 春風園裏君先發 月夜慇懃對美人 千紫萬紅渾失色 小園驚動兩三枝 (춘풍원리군선발 월야은근대미인 천자만홍혼실색 소원경동양삼지) - 봄바람 동산속에 그대 미리 피니 달밤에 은근히 미인을 대한다. 울긋불긋한 꽃들이 혼연히 빛 잃으니 작은 동산은 두세가지에 놀라서 움직인다. ⊙ 寒巖如削鐵 凡木未堪依 獨有梅花冷 疎疎點翠微 (한암여삭철 범목미감의 독유매화랭 소소점취미) - 추위 속 바위는 쇠 깍아 놓은듯 해 범상한 나무들은 의지함 감당 못한다. 홀로 매화는 차가움이 있어서 듬성듬성 점들이 아련히 푸르르다. |
출처: 쓸쓸히 채워져 있고 따뜻이 비워진 숲 원문보기 글쓴이: 들이끼속의 烏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