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4일 (토요일)
◈ 산행경로
청평역
조가터교(07:01)
청우산(08:25)
임도(09:33)
절고개(09:44)
두밀리고개(10:17)
대금산(10:46)
약수봉(12:08)
깃대봉(12:50)
매봉(14:00)
전패고개(14:52)
전패봉(16:30)
연인산(16:46)
상판리(18:26)
현리
대성리역
◈ 산행거리
23.2km
◈ 산행시간
11시간 25분
◈ 산행기
컴컴한 조가터교를 건너 민가 뒤로 능선으로 붙어 뚜렷한 산길과 만나서 귀를 에는 바람을 맞으며 조종천 너머로 청평의 깃대봉 자락을 바라보다 된비알을 치고 좁은 공터에 낡은 삼각점과 정상석이 놓여있는 청우산(619.8m)에 올라 막걸리 한 모금을 마시며 오래된 기억들을 떠올린다.
바짝 말라버린 잡목과 낙엽들을 헤치고 기상시설물을 지나 임도로 나가서 수리봉으로 이어지는 명지지맥과 헤어져 이정표에 대금산 방향 안내판만 떨어져 나간 절고개에서 산으로 들어가 맹렬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벗었던 파일점퍼까지 껴입지만 여전히 몸이 떨려와 난감해진다.
삐죽삐죽 솟은 대금산을 바라보며 성가신 잡목들을 헤치고 온통 시들은 덤불들이 덮고 있는 두밀리고개를 건너 험준한 암 능들을 통과해 기상시설물과 정상석이 서 있는 대금산(x705.8m)으로 올라가 따사한 햇살을 맞으며 약수봉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능선과 둘러쳐진 절벽들을 바라보고 다시 막걸리를 마신다.
예전의 기억대로 가능하면 어지러운 우횟길을 피해 바위 지대들을 타고 험한 암 봉들을 지나 정상 안내판이 서있는 약수봉(x848.2m)을 넘어서 깊게 파인 아찔한 절벽들을 통과해 박무 속에 흐릿하게 펼쳐지는 축령산과 운악산을 둘러보다가 정상부의 암벽을 휘돌아 삼각점이 있는 깃대봉(909.3m)으로 올라간다.
여전히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올 3월에 가평역에서 올라왔던 송이봉 능선을 가늠하다가 남은 막걸리를 아껴 마시고 얼마 전까지 두텁지도 않은 상의에 바람막이 하나로 엄동설한을 견디었던 생각을 하면 이제는 많지 않은 나이에 완전히 쇠락의 길로 빠진 것 같아 기운이 빠지고 평소의 부실했던 몸 관리가 아쉬워진다.
낙엽에 쭉쭉 미끄러지며 거친 능선을 내려와 이른 봄 녹아가는 눈속에 복수초들이 만발했던 초원들을 지나고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암 능들을 넘어서 낯익은 통신 시설물이 있는 매봉(933.5m)으로 올라 맞은편 헬기장에 앉아 이제 다가온 연인산을 생각하며 상판리에서 19시 20분 마지막 군내버스를 탈 수 있을지 시간을 헤아려본다.
완만하게 떨어지는 능선을 지나서 임도를 타고 전패고개(우정고개)로 내려가 들쭉날쭉한 이정표의 거리에 짜증을 내며 힘을 내어 가파르게 이어지는 뚜렷해진 산길을 서둘러 타고 가다 전에도 신세를 졌던 안부의 쓰러진 나무에 걸터앉아 남은 음료수를 마시며 쉬고 위험하지 않은 절벽을 통과해 아직도 멀리에 모습을 보이는 연인산으로 향한다.
오늘 처음으로 빈 몸으로 내려오는 가족들과 지나쳐 너른 헬기장이 있는 전패봉(x1055.1m)으로 올라가 지척에 서 있는 연인산을 바라보며 안도를 하다가 서둘러 반질반질한 산길을 타고 대피소 갈림길을 지나 나무 계단들을 타고 텅 빈 연인산(1076.8m)으로 올라간다.
전망대에 서서 거센 바람을 맞으며 황혼에 물들어가는 지나온 산길과 명지산 너머로 화악산을 둘러보고 장쾌하게 펼쳐지는 한북정맥을 기웃거리다 남은 술을 다 마시고는 밝은 시간에 하산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애재비고개와 명지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을 버리고 바로 왼쪽 지능선으로 꺾어 가파른 돌길에 미끄러지며 올 6월에 올라왔던 보아귀골로 향한다.
줄줄이 걸려있는 경기둘레길의 친숙한 리본들을 보며 랜턴을 켜고 계곡으로 떨어져 꽁꽁 얼어붙은 물길들을 피해서 돌을 밟으며 수량 많은 보아귀골을 한동안 지나 시맨트 임도를 만나 상판리 도로의 버스 승강장으로 내려가 몰려오는 한기에 몸을 덜덜 떨며 55분 남은 마지막 군내버스를 기다리지 못하고 택시를 불러 현리로 나간다.
▲ 조가터
▲ 청우산 정상
▲ 임도
▲ 두밀리고개
▲ 핼기장에서 바라본 대금산
▲ 대금산 정상
▲ 약수봉 정상
▲ 깃대봉 정상
▲ 매봉 정상
▲ 전패고개
▲ 청우산에서 대금산과 매봉을 지나 연인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 연인산
▲ 연인산 정상
▲ 연인산에서 바라본 명지산과 화악산
▲ 전패봉과 대금산
▲ 노적봉과 칼봉산
▲ 운악산
▲ 청계산과 귀목봉
▲ 보아귀골
▲ 상판리
첫댓글 오매 그짝에 산 다 닳컷네요
청우산서 연인산까지 상상도 못하는 거리를,,,
잘 지내시지요...?
이젠 설악이 풀렸네요...
뭔 상상도 못할 거리...?
어제 점심을 깃대봉에서 묵었는데~ 연인산쪽 발자국이었네여~ 이짝은 이제 인적도 드물어요 ㅠㅠ
깃대봉에서 비숫한 시간에 있었네요...
예~~요즘 인적이 뜸합니다. 잡목도 걸기적거리고요.
@킬문 전 어제였읍니다 ㅎ
하루차이죠
그렇네요.가평이 제일 만만하지요...하여튼 좋은 곳입니다.^^
별보기 산행이네요.
사진에서도 매서운 추위가 느껴집니다.
추위는 영하 4-5도라 별로인데 이제 몸이 낡아서 더한 것 같습니다.
힘 좋던 시절이 아닌 요즘으로 볼 때 대단한 거리입니다
난 끈질김이 부족해서 적당히 하고 탈출하고 마는데 아무튼!!!
이제 연식이 오래 되었음을 절실하게 느낍니다. 조금은 늦어져도 오랫동안 다닐 수 있기를 항상 바랍니다...
긴 길을 걷고 우정고개에서 다시 올려치기가 잘 안될텐데요. 요즘의 저는 상상조차 안됩니다 ㅎㅎ
ㅎㅎ 우정고개에서 꽤 많이 올려치지요. 많이 다녀봤던 길이긴 하지만 언제나 힘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