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가 빨간색이 아니면 그럼 무슨 색일까?' <백봉거사 일화>
[재가불자 수행선원 보림선원장 일심행 보살님 /bbs]
보림선원을 설립하신 백봉 김기추 거사님은 늦게 불교에 입문하셨습니다.
57세에 우연히 친구분하고 절에 가셨다가 무(無)자 화두를 받고
오로지 원력 하나로 열심히 하셔서 2년여 만에 깨달으셨습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어떤 지식이나 바탕이 있어야 할 수 있다고들 생각하지만
누구나 바른 법을 만나서 바르게 수행을 하면
누구나 다 견성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신 분입니다.
대단한 메시지이죠.
(원장님은 전혀 불교를 접한 적이 없던 여대생 시절에
백봉거사님께 어떤 감화를 받았기에 수행에 입문을 하셨는지요?)
저는 나름대로 어려서부터 의문이 있었습니다.
어느 때 동생하고 둘이서 담벼락에 피어난 빨간 장미를 보고 있었어요.
제가 동생 보고 '저기 빨간 장미 좀 봐라.' 그랬더니
남동생이 '빨간 장미가 어디 있노?' 이러는 거였습니다.
사실 동생은 적록색맹이었던 것이죠.
빨강하고 녹색하고 막 섞여 있으니까 빨간색을 못 본 거였습니다.
저는 마치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거 같았습니다.
'아, 나는 이제까지 장미를 빨간색인 줄 알았는데
동생은 빨간색으로 못 본단 말이지?
그럼 장미의 진짜 색깔은 빨간색이 아닌 것만은 분명한데..
장미가 빨간색이 아니면 그럼 무슨 색일까?'
그때부터 아주 중요한 고민이 시작되었어요.
장미가 빨간색이 아니라면
이 세상도, 세상에 보이는 모든 것도 다를 수 있다..
그럼 과연 그 본래의 모습이랄까.. 본래의 본체라 할까..
그것은 과연 무엇일까?
그런 의문을 가지고 계속 고민을 했어요.
저는 장미꽃을 다른 사람도 모두 빨간색으로 보는 줄 알았는데
우리 동생은 빨간색이 아니라 초록색으로 봤다는 것이죠.
그러면 소나 말이나, 개나 돼지나..
또 다른 존재는 또 다르게 볼 수 있다면
장미의 본 색깔은 무엇일까? 하는 것이죠.
그게 너무너무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는 거예요.
색깔이 그렇다면 모양도.. 내가 보는 모양이 아닐 것이고..
아닐 수 있지 않습니까? 사실은..
그럼 내가 생각하는 사람들, 물체, 산, 나무.. 그런 것들의 본래 모습이
내가 보는 모습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가지고 자나 깨나 그 생각을 했어요.
장미꽃이 무슨 색일까?
그런데 백봉 거사님을 처음 만나던 날..
수반 위에 여러 가지 꽃들이 꽂혀 있었는데
법문하러 나오신 선생님이 제일 첫마디로
'이 백합이 무슨 색깔인가?' 이렇게 물으셨어요.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까봐
그동안 저의 의문을 다른 사람들한테 말도 못하고..
그랬는데 '아, 나하고 똑같은 생각을 하는 분도 있구나.'
깜짝 놀랐죠.
몸에 전율이 일어날 정도였는데
선생님이 딱 이러셨어요.
'비색!' (非色)
'무색!' (無色)
그 말씀 한마디에 그동안의 의문이 풀렸어요.
'그렇지.. 색이 아닌 색, 비색이니까
빨간색으로 보일 수 있는 눈한테는 빨갛게 보이고
초록으로 보일 수 있는 눈한테는 초록으로 보일 수 있고
노랑으로 보일 수 있는 눈한테는 노랑으로 보일 수 있겠구나.'
'모양도 어떤 모양으로 고정된 것이 아닐 것이다.
내 눈에는 이렇게 보이고, 다른 사람 눈에는 다르게 보일 수도 있고..'
그래서 그날 결심했죠.
'이 선생님께 공부를 해야 하겠다.'
그리고서 그게 불교공부라는 걸 알았고요
제가 잡고 있던 게 일종의 화두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처음엔 멋모르고 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 문하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했죠.
출처 : 불교는 행복 찾기
첫댓글 비색 무색,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