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을 강타한 패션 아이템은?
초등학교에 다닐 땐 해가 바뀌는 게 좋았다. 그러면 점점 학년이 높아지니까. 하지만 20대 중후반을 살고 있는 지금은 해가 바뀌는 게 무섭다. 그러면 완벽한 20대의 후반이 되니까. 아직까지도 지금이 2007년인지 2008년인지도 헷갈리지만 어느덧 2008년도의 달력도 한 장 밖에 남지 않았다. 이 한 장마저 사라져버리기 전에 한 해를 정리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 첫번째는 올해 가장 많이 사랑 받은 패션 아이템이다.
GOYARD Saint Louis Bag
지난 주에 이태원에 와인을 마시러 갔다가 이미테이션 가방을 파는 숍에 들어갔다. 이미테이션은 최신 트렌드 중에서도 가장 잘 팔리는 제품만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이 곳에 가면 요즘 인기 있는 가방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쇼 윈도우 한 켠엔 고야드의 생 루이 백이 걸려 있었는데 진품처럼 교묘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얼마냐고 묻자 사만 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현금으로 사면 더 깎아줄 수 있다는 덧붙임도 함께. 올해 초에만 해도 소위 ‘짝퉁’도 15만원은 훌쩍 넘었던 제품이라 의아해하자 가짜 물건을 잔뜩 팔던 아저씨는 덧붙여서 말했다. ‘거리에 나가면 다 들고 다니는데 이제 그거 사도 빛도 못 봐요.’라며 팔 생각도 않으셨다. 파는 사람조차 시들해진 고야드의 생루이 백은 올해 내내 여성들의 팔에 걸려 거리를 수놓았다. 이효리, 송윤아 등 국내 스타는 물론 힐러리 더프, 카메론 디아즈, 니콜 리치 등의 할리우드 스타들의 파파라치 컷에서도 어렵잖게 발견할 수 있었다.
다른 명품의 잇 백들과는 다르게 고급스러운 분위기보다는 가볍고 편안하게 들 수 있는 디자인에 컬러도 원색으로 다양하게 나와 있어 고르는 재미 또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당긴 것. 진품은 무늬 하나하나를 아라비아 고무로 만들어진 잉크로 직접 그린다고 하는데, 진품은 100만원을 넘어서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Fake로 대체 했다고 한다. 잇백이 되었다고 해서 본사에서도 이익을 봤을지 모르겠지만 올해 가장 핫한 아이템이었던 것만큼은 틀림 없다.
1. 화이트 컬러의 원피스에 하얀 고야드를 매치하여 깔끔한 스타일을 선보인 카메론 디아즈
2. 캐쥬얼한 복장에 요긴하게 매치한 힐러리 더프의 고야드
남성들의 새로운 패션 아이템 Bow Tie
학생다운 이미지를 돋보이게 해주는 프레피 룩과 범생이 중의 범생이의 패션인 너드 룩이 2008년도 남성들의 패션을 강타했는데 그의 일환으로 소품인 보타이가 넥타이를 대신하여 남성들에게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보타이는 원래 형식적인 파티나 레드 카펫 위의 남자배우들이나 착용하는 아이템으로 생각해왔지만 올해에는 패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남자라면 하나 정도는 구매한 아이템으로 사랑 받았다.
보타이에 뿔테 안경, 짧게 접어 올린 바지를 입고 조금은 어설프면서도 촌스러운 분위기를 내는 것이 2008년도엔 하나의 새로운 패션이었다. 길거리를 지나가는 촌스러운 중딩이나 고딩들을 얕봤다가는 트렌디하지 못하다는 핀잔을 들을 수 있다.
1. 올 초 인터뷰를 할 때 보타이를 매고 등장한 윤희석. 매력적인 미소만큼이나 잘 어울렸다.
2. 청룡영화제 레드카펫 위에 슈트와 함께 보타이를 착용한 이병헌. 레드카펫에서의 보타이는 기본이다.
3. 패션쇼에 보타이에 뿔테 안경을 끼고 너드 룩을 연출한 디자이너 알버 앨바즈. 보타이가 포인트를 주며 세련된 모습을 잘 살려주었다.
아티스틱한 조형물로 재탄생한 여성들의 럭셔리 SHOES
1. 지미추 2. 수콤마보니 3. 마놀로 블라닉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의 영향 때문인지 점점 다양화 되어 가고 있는 소비자들의 욕구 때문인지 올해는 유난히 아티스틱한 구두들이 많이 선보였다. 지미추나 마놀로 블라닉, 크리스챤 루부탱은 물론 국내에서도 수콤마보니, 더 슈, 나무하나 등 다이나믹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구두들이 줄지어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다이아몬드 반지 대신 신발장을 사달라는 캐리 브래드 쇼의 외침대로 발 전체를 화려하게 수 놓아주는 하이힐은 여성들의 로망으로 자리잡았다.
패셔너블한 소품 Scarf
1. 셀러브리티 려원의 스카프 패션은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 되었다.
2. 빅뱅의 지드래곤 역시 스카프 하면 떠오르는 인물
가을이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꺼내 쓰는 스카프이지만 올해는 무더운 여름에도 스카프를 하고 있는 패션 피플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려원의 스카프와 권지용의 스카프는 큰 인기를 얻었는데, 려원 스카프의 브랜드를 묻는 질문이나 매는 법 등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기도 했다. 10대의 아이돌 빅뱅은 입는 옷마다 히트를 치며 명품을 잘 모르는 10대들에게도 그 이름이 익숙해지게 하는데 큰 공을 세웠다. 그 중에서도 권지용이 자주 하고 나온 스카프 패션은 티셔츠 한장에도 특별한 아이덴티티를 주며 패셔너블한 모습으로 탈바꿈해주었다.
심플하지만 시크하게 Stripe T-shirts
명품 브랜드는 물론이고 동대문 시장이나 고속터미널에서 한 집 건너 하나씩 볼 수 있었던 아이템이 있다. 바로 스트라이프 티셔츠. 평범한 듯 하지만 심플하면서도 상큼한 멋을 주는 매력에 셀러브리티들이 빠져 들기 시작했고 우후죽순처럼 보세브랜드들에서도 카피를 하기 시작했다. 스트라이프의 크기나 컬러에 따라 다양한 멋을 내는 것도 스트라이프 티셔츠의 매력 중 하나. 스트라이트 티셔츠를 입은 셀러브리티들이 아무거나 입은 듯 하지만 시크해 보이는 것도 일반인들이 이 티셔츠를 즐겨 입게 만든 요인이 되었다. 싼 것은 오천원 짜리 지폐 한장이면 구입할 수 있을 만큼 대량으로 생산해내는 2008년도를 히트한 인기 아이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