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속의 또 다른 나라 스코틀랜드.
영국은 그레이트브리튼 섬의 잉글랜드, 웨일즈,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 섬 북쪽의 북아일랜드로 구성된 연합왕국(국가)입니다. 스코틀랜드의 역사는 한마디로 잉글랜드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한 항거의 역사라고 할 수 있죠.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영화, 멜 깁슨 주연의 <브레이브 하트>는 스코틀랜드 독립투쟁의 영웅, 윌리엄 웰레스를 그린 영화입니다. 잉글랜드의 폭정에 맞서 독립을 위해 싸웠던 윌리엄 웰레스가 목숨을 걸고 얻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자유’ 입니다.
이제 시작하는 5일간의 스코틀랜드 여행은 자유를 향한 스코틀랜드 사람들의 열정과 바램, 그 흔적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따라가 보는 여행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스코틀랜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열쇳말이 있습니다. 흔희 체크무늬로 알려져 있는 타탄, 스코틀랜드의 국화인 티슬(엉겅퀴), 백파이프, 스카치위스키, 골프의 시원, 하이랜드(고원지대) 등입니다. 타탄은 주로 고원지대에 거주하던 스코틀랜드의 부족들을 상징하는 무늬이자 색깔입니다. 부족 간에 서로를 알아보는 구분을 하던 것이 타탄의 기원이 되었다고 하니 고원지대를 중심으로 터를 잡고 살았던 이들의 삶의 특색을 보여주는 문화인셈이죠.
티슬(엉겅퀴)이 스코틀랜드의 국화가 된 데는 비운의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 스튜어트의 삶과 이어져 있습니다. 시대의 비극 속에 생후 9개월만에 스코틀랜드의 여왕에 오르고, 어머니의 섭정 속에 프랑스로 건너가 프랑스 왕비가 되며, 이후 과부가 되어 돌아온 스코틀랜드에서 두 번의 결혼 과정에서 모함을 받게되고 도움을 청하러 피신을 간 사촌 잉글랜드의 엘리자베스1세 여왕에 의해 갇혀있다 결국은 참수형에 처해진 메리여왕의 피가 뿌려진 자리에 피어난 꽃이기 때문입니다. 티슬은 스코틀랜드의 흔한 야생화로 이번 여행 중에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럼 이제 스코틀랜드 여행을 시작해볼까요. 스코틀랜드 여행은 9월 2일 글래스고우에서 출발합니다. 인구 500만 명의 스코틀랜드 최대도시 글래스고우는 산업혁명을 거치며 성장한 중공업 중심도시였지만 지금은 약간 쇠락한 분위기입니다. 스코틀랜드의 예술작품과 전통문화를 전시하고 있는 캘그로브 박물관과 글래스고우대학을 지나 글래스고우 시청사를 돌아봅니다. 시청사 마당 한 켠에는 얼마전에 끝난 런던올림픽 오륜기가 눈에 띄더군요.
버스를 달려 이동한 스털링에는 언덕위에 멋진 위용을 자랑하는 스털링성이 우릴 반깁니다. 이 곳이 바로 스코틀랜드 국민영웅 윌리엄 웰레스가 잉글랜드군을 무찌른 현장입니다. 이어진 전투에서 스코틀랜드는 드디어 독립을 쟁취하게 되지요. 또한 메리여왕이 생후 9개월만에 대관식을 하고 프랑스로 떠나기 전까지 유년시절을 보낸 스튜어트 왕조의 성이기도 합니다. 메리여왕이 갇혀있던 지하감옥, 대관식을 하던 궁전까지, 역사의 흔적이 아스라한 아름다운 절벽위의 성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또한 스털링 성 앞에서 사먹은 달콤했던 아이스크림, 그날 저녁 묵었던 이백년 넘은 옛 학교기숙사 호텔의 고풍스러움도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다음날은 본격적으로 하이랜드로 떠나는 날입니다. 스털링은 하이랜드와 로우랜드의 중간지역이지요. 스털링을 출발한 버스는 점차 꼬불꼬불한 산길을 돌아가며 고원지대로 들어섭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이 새롭습니다. 키 작은 잡풀로 이뤄진 고원지대에 지천같은 계곡들이 흘러드는 광활한 고원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보기엔 멋지지만 사람이 살기에는 척박해 보이는 곳, 이곳에 깃들어 살아간 하이랜드의 사람들의 삶이 녹녹치 않았으리라 짐작됩니다. 구릉에 보라색 헤더꽃이 지천입니다. 스코틀랜드사람들은 가을꽃인 헤더꽃이 피면 겨울이 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합니다. 글렌코의 비극이 있었던 곳이라는 ‘세자매바위’는 최고의 포토존입니다. 다들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하며 인증샷을 남겨봅니다.
포트윌리암 강가에 있는 빨간 지붕의 멋진 식당에서 바삭한 돼지고기와 붉은양배추샐러드로 기분좋은 점심식사를 즐기고, 전설의 괴물 네시가 살고 있다는 검은 네스호를 유람선으로 돌고, 폐허가 된 전설의 성 우르어콰트성도 돌아봅니다. 숙소는 인버네스의 엔틱호텔. 인버네스 시내를 흐르던 네스강가의 다리에서 본 석양은 참 아름다웠지요.
하이랜드의 중심도시, 그리 크지 않지만 아기자기한 인버네스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날 아침, 현재는 관공서로 사용중인 인버네스캐슬을 돌아보았습니다.
다음 여행지는 영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된 피트로크리 마을입니다. 동화책에나 나올법한 예쁜 집들과 작은 교회가 있는 피트로크리 마을은 참 예쁘고 정겨웠는데, 길가의 집들이 모두 선물가게로 상업화된 점은 조금 아쉽기도 했지요. 마을에서 한 점심식사는 스코틀랜드 전통요리인 하기스로 먹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순대랑 비슷한 건데, 선지에 각종 곡물을 넣어 동그랗게 빚은 동그랑땡 비슷한 요리입니다. 피를 넣으면 푸딩, 안 넣은 건 하기스라는데 맛은 둘 다 비슷했습니다.
스코틀랜드하면 스카치 위스키로 유명합니다. 우리도 이번 여행길에 위스키에 대해 많이 배웠지요. 근처에 있는 벨위스키 양조장을 둘러보았습니다. 무엇보다 물이 좋아야 맛있는 술이 나올 수 있는 법, 스코틀랜드는 맑고 좋은 물을 원료로 각종의 몰트위스키를 섞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다양한 블렌디드 위스키를 탄생시킨 것입니다.
던디로 이동하며 방문한 글래미스캐슬. 정말 동화속의 궁전같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무엇보다 나무들이 우거진 넓디넓은 초록의 마당은 오래도록 머물고 싶었지요. 이 성은 현재의 엘리자베스 영국여왕의 외갓집이자 세익스피어의 맥베스의 무대가 된 곳입니다.
던디에 도착해 북극해와 이어지는 테이강가의 호텔에서 하룻밤 쉰 뒤, 골프의 기원지로 알려진 세인트 앤드류스를 여행합니다.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가나 한번은 와보고 싶어한다는 세인트앤드류스 올드코스와 골프박물관, 스월킨 브릿지를 천천히 산책해봅니다. 골프코트 바로 옆,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북해 바닷가 벤치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요.
이제는 스코틀랜드의 수도이자, 스코틀랜드 여행의 마지막코스인 에딘버러로 갑니다. 에딘버러 대학을 중심으로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스코틀랜드 문화와 역사의 중심지, 에딘버러는 프라하, 파리와 더불어 유럽의 3대 야경명소로 손꼽히는 아름다운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 중심에는 에딘버러성이 있습니다. 스코틀랜드 왕권의 상징인 ‘운명의 돌’, 성에서 가장 오래된 마가렛 채플 등이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에딘버러성에서 내려다 보는 에딘버러 시내와 바다풍광은 더할 나위 없이 고풍스럽고 아름다웠습니다.
에딘버러성에서 홀리루드성까지 동서를 잇는 길을 로얄마일이라고 하는데, 대략 1.6km정도로 여기서 마일이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1마일은 1.6km라고 합니다. 로얄마일은 고풍스런 자갈길을 따라 오래된 건물과 고풍스런 교회와 호텔이 이어지는 운치있는 길입니다. 우리도 이 길을 걸어 박물관과 에딘버러 야경,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의 상징인 성자일스 성당, 영국왕실의 여름별장인 홀리루드궁, 칼튼힐을 둘러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영화 <다빈치코드>의 무대가 된 로슬린 채플로, 흥미진진한 곳이었습니다. 각종 상징으로 가득한 건축물을 둘러보며 기회가 되면 하나하나 풀어보고 싶은 호기심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에딘버러성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박물관식당에서의 디너, 로얄마일의 어두컴컴한 뒷골목식당에서 맛본 콩스프와 생선파이 등 우리 입맛에는 좀 느끼하기도 했지만 다양한 스코틀랜드의 음식문화를 체험하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척박하지만 신비하고 새로웠던 하이랜드의 자연풍광, 잉글랜드와의 독립투쟁으로 점철된 스코틀랜드의 역사와 파란만장한 메리 스튜어트 여왕의 삶의 흔적, 타탄으로 드러나는 부족문화, 위스키와 골프 등 자신의 전통을 살려 개발한 스코틀랜드만의 음식과 문화 등은 새로운 스코틀랜드를 발견하는 알차고 흥미진진한 시간이었습니다. 기대 이상의 풍성한 느낌으로 다가온 스코틀랜드여행은 그래서 즐거웠고 두고두고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 스코틀랜드 여행일정
9/2(일) 글래스고우(캘그로브 박물관, 시청사), 스털링성
9/3(월) 글렌코 세자매바위, 벤네비스산, 포트윌리엄, 우르어콰트캐슬, 네스호유람선, 인버네스 도착
9/4(화) 인버네스캐슬, 피트로크리 마을, 벨위스키양조장, 글래미스캐슬, 던디 도착
9/5(수) 세인트 앤드류스 올드코스와 골프박물관, 에딘버러(에딘버러캐슬, 로얄마일, 야경, 성자일스성당)
9/6(목) 로슬린채플, 홀리루드성, 칼튼힐, 벨파스트로 이동
첫댓글 조회수가 급증하는게 이상하네요. 누가 링크를 걸었나.. 아무쪼록 이글은 우리 천하장군 회원들끼리 스코틀랜드의 여행을 회고하고 추억을 나누는 자리입니다. 무단이용이나 도용이 없길...
초록별님의 여행후기를 읽어 내려가면서 그 때의 그 감동을 다시한번 음미하는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후기를 읽으니까 정리가 쫙~되네요!!
항상 감사합니다.
정말 조회수가 급격히 올라가네요.막아놓았지요?
안간 사람들도 가본것처럼 느끼며 보았습니다. 수고했습니다.
그동안 돌아본 Castle이 너무 많아 헷갈리는데 초록별님의 여행후기를 읽으면서 재확인하여 블로그를
채워 갑니다. 자세한 후기를 올려주시니 너무 너무 감사합니다. 수고 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