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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초등학교41회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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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게시글
―······ 자유게시판 스크랩 무지개 빛깔 우의를 대하던 날에
승시기 추천 0 조회 21 14.06.20 23:49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친구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정(情)이 곱고 아름다운 일곱 빛깔로 피어났다. 초등학교 동기모임에서다.  누가 말을 안 해도 언제나처럼 밤잠을 설쳐가며 천엽이며 쇠간 등 안주거리를 장만해 온 친구, 하도 비싸 쉽게 사먹지 못하는 체리를 비롯 제철 과일을 바리바리 싸들고 온 친구, 단지 모임 장소에 가까이 산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닭백숙 김치 온갖 양념 따위 음식재료와 그것들을 요리할 도구는 물론 각종 마실 것을 마련해 자기 차로 모셔 오고서도 모임 현장에서는 주방장 역할까지 해 준 친구, 투망으로 직접 고기를 잡아 올려 '도리뱅뱅이'와 '어죽'으로 입을 즐겁게 해 준 친구, 다른 친구들이 먹기 편하게 닭의 살을 발라내 준 친구, 멀리 대전에서 새벽같이 달려 온 친구, 노래와 춤으로 흥을 돋구어

준 친구, 삼겹살로 뒤풀이까지 해 준 친구 등 하나같이 그 마음이 살갑기만 하다. 어디 그뿐인가. 참석해달라는 문자만 날린 어찌보면 무성의하기 그지없는 내게도 '고생했다' '고맙다'고 웃어주는 그들이 어찌 곱고 아름답지 않으랴. 

우리가 웃고 떠들며 놀던 정자 난간 바람구멍으로 바라보이던 저 잔디며 그 구멍으로 들어온 햇살이 만들어 낸 문양은 밝고 환한 그날의 분위기였다. 체력적 부담이 따르고 그에 따라 체력이 뒷받침되는 몇몇 친구만 어울리던 산행과 달리 모두가 한 자리에 퍼질러 앉아 일상의 고단함과 팍팍함을 모두 벗어 던져 버리고 먹고 마시면서 정담을 나누고 있으니 그 분위기가 어찌 밝고 환하지 않으랴. 단언컨데 이보다 더 유쾌한 힐링캠프는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수원 영통에서 1차 집결지인 전철 1호선 소요산역까지 가려면 대중교통으로는 어떤 경로를 택하든 두 세 번은 갈아타야 하고 시간도 세 시간 정도 걸린다. 또 휴일은 대중교통의 배차간격이 평소보다 길기 때문에 까딱 잘못하면 세 시간을 훌쩍 넘기고 만다. 수원역느로 나가 1호선을 이용하는 경로, M버스로 서울역까지 가서 1호선으로 갈아타는 방법, 영통역에서 분당선을 타고 가다 정자역에서 신분당선으로 갈아타 양재역에서 3호선 환승 다시 고속터미널역에서 7호선 또 도봉산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기, 분당선을 이용해 '영통역'에서 '강남구청역'까지 가서 7호선으로 갈아타고 가다 '도봉산역'에서 1호선으로 갈아타기 등 여러 경로를 시물레이션 해 본 결과 마지막 경로가 가장 효율적일 듯싶어 염두에 두고 막 집을 나서려는데 특근한다고 30분쯤 먼저 나간 막내에게서 전화가 들어왔다. 버스를 탔다가 속이 안 좋아 내렸는데 아무래도 차를 가지고 가야겠다며 영통홈플러스 앞으로 차 좀 갖다 달라는 것이었다.  결국 차를 끌고 나갔고 내 경로계획을 들은 막내가 7호선 전철을 탈 수 있게 논현역까지 태워주었다. 그 덕분에 약속시각보다 1시간 먼저 소요산역에 도착했다. 막내의 배탈기가 내겐 행운이 됐으니 전화위복이요 새옹지마인 셈이었다. 

 

하지만 열차시각표를 보는 순간 망연자실했다.  너무 일찍 도착해 일행을 기다리는 시간이 꽤 지루하고 따분하겠다고 생각?는데 그 느낌이 싹 사라졌다. 열차 운행 간격을 한 시간으로 알고 있었는데  두 시간이었고 10시 30분에 모이더라도 한 시간 이상 기다렸다가 11시 34분 열차

를 타야 했기 때문이다.  얼굴이 달아 올랐다. 사전에 정보를 정확히 알아보지 않고 오래된 정보만 믿고 일을 추진한 탓에 친구들을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제대로 하려면 직접 사전답사를 하여 치밀한 계획을 세웠어야 했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 그날 모임이 더 엉망이 되지 않도록 신경쓰는 게 상책이었다. 다행히 친구들이 별로 불평하지 않고 열차 대신 버스로 최종 목적지로 이동했다. 물론 몇몇 친구들이 이제 나이가 나이인지라 순발력이 떨어진 탓인지 전철을 잘못 타거나 엉뚱한 곳에서 기다리다가 한참 늦게 도착했지만 그걸 문제삼는 친구도 없었다.  그렇게 배려심이 많은 친구들이 고맙고 자랑스러운 만큼 치밀한 계획을 세우지 못한 내가 더 부끄러워졌다. 모임 며칠 뒤까지도 그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아 엊그제  내 수강생들에게 부탁 혹은 당부할 때 쓰는 영어 문구로 이런 예를 들기도 했다. "Please be more careful in the future.(앞으로는 좀 더 주의해 주세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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