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733 --- 도쿄 신주쿠의 소매치기 한국인 거리
하코네 지방 관광을 끝내고 일본의 수도인 도쿄로 향했다. 2시간 30분쯤은 달려가야 한다. 마침 추석 명절 주간으로 아무래도 이동 차량이 많다 보니 고속도로가 다소 막혔다. 그들은 조용조용 했다. 검소함이 몸에 배고 기본질서를 지키며 그런 중에도 자존심과 긍지를 지니고 있다. 우선 도쿄의 거리는 웅장했다. 그러나 깔끔했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다시 고가도로로 거미줄처럼 연결된 도로를 차들이 열심히 내달렸다. 작은 운하도 보였다. ‘신주쿠’의 한국인촌으로 갔다. 그 화려한 시내와는 달리 어딘가 좀은 촌스럽다고 할까. 어딘가 궁색한 모습이다. ‘소매치기 다발지역’이라는 한글 경고판이 보였다.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라는 우리 속담이 있다. 국내에서는 못 살겠다며 그래도 나름대로는 잘살아보겠다고 이웃 일본까지 어렵게 왔을 터이다. 그러나 막상 낯선 외국에 와보니 더 앞이 캄캄했을 것이다. 그동안 배운 것이라고는 남 등쳐먹는 것밖에 몰랐던 모양이다. 달리 살아볼 길을 찾지 못하고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여전한 소매치기다. 얼마나 극성을 피웠으면 한국인의 얼굴 같은 곳에 버젓이 경고판까지 세워놓아야 했을까. 조금만 나가면 깨끗하던 거리와는 달리 지저분하고 어수선하다. 도로변 상가 앞에 잡풀이 수북하고 담배꽁초 음료수병이 널려져 있다. 자전거까지 무질서하다. 예까지 와서 피눈물 났을 테지만 못된 버릇은 버렸어야 했는데 뭐 아깝다고 가슴에 끌어안고 있나 싶었다. 일본에서 한국과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려니 많은 눈총을 받았을 것이다. 그래도 이것이 정이라는 것인가. 처음에는 창피스럽고 울화가 나면서 오지 말고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본 것 같았다. 비록 도심을 벗어난 변두리이지만 어쨌거나 한국인 거리에서 한국인이 경영하는 점포나 간판을 보니 그래도 반가움으로 다가왔다. 아무래도 은연중 핏줄이 당긴 것이다. 김치찌개를 모처럼 제대로 배불리 먹었단다. 이것이 음식문화이면서 정서인 것을 어쩌랴. 밤거리는 대체로 가로등까지 어둑어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