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무간도>의 감독 유위강의 헐리웃 작품이라 무척 기대했다. 그러나 주위에서 들리는 평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관람 결과... 역시나 내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무간도 시리즈 이후... 그래... <데이지>와 <상성-상처받은 도시>까지는 그나마 그래도 봐줄만 했다. 근데 이 영화... 진짜 한숨이.. 쩐다 쩔어....
2. 스릴러 영화는 기본이 플롯이다. 그러나 이영화의 플롯은 제대로 짜여진 구석이 없다. 끊어찍기와 점프컷, 와이드 컷팅이 난무하는 기교만 살아있을 뿐.....
3. 리차드 기어의 연기가 아까울 정도다. 맡은 바 최선을 다한 괜찮은 연기였음에도 동기부여가 덜 된 시나리오 상의 캐릭터 관계로 좋은 연기가 안타까울 뿐이다.
4. <양들의 침묵>, <세븐>에 대한 오마주가 여기저기 비친다. 거기에 버디수사물의 기본인 고참과 후임의 구도까지는 괜찮다. 근데 이런 여러가지 요소들을 모아서 테크닉으로 버무린 결과.... 니맛도 내맛도 아니다. 뷁....ㅡ,.ㅡ;;
5. 묘하게도 살인마 강호순씨 연쇄살인 뉴스와 맞물려 개봉되었다. 물론 이는 수입사의 작전이다. 영화 <트랩>은 미국시사회 이후 갖은 혹평에 시달리다가.. 끝내 극장에 걸어보지도 못하고 바로 DVD로 직행한 영화다.(참고로 이 영화는 미국에서 2006년 개봉작이다.) 이걸 강호순 살인사건의 분위기를 이용해 개봉한 수입사의 작전이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6. 이 영화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들은 동기부여가 전혀 없다. 먼저 주인공인 리차드 기어의 역할.(배역 이름이 생각 안난다.ㅡ,.ㅡ;;) 도대체 왜 이렇게 경찰도 아니면서... 주위에서 욕을 먹어가면서도 사건수사에 집요한지,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성범죄자는 폭력으로라도 응징하고 싶어하는지, 도대체 왜 그렇게 성격이 까칠하고 정신병적으로 느껴질만큼 집착이 강한지 영화는 이 캐릭터에 관해 그 어떤 것도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이 캐릭터에 동화되어 몰입자체가 안된다. 게다가 영화는 끝까지 리차드 기어가 해임된건지 사임한건지 정확히 알려주지도 않는다. 스릴러 영화가 몰입이 안되면 볼장 다 본거다. 거기다가 내용에 도움이 안되는 에피소드는 오히려 긴장감유지와 몰입에 방해만 줄 뿐이다. 따라서 해임이니 사임이니 하는 사족의 대사들은 애초에 필요가 없다. 단순히 후임을 받아야 될 구실이라면... 그냥 사임이든 해임이든 한가지만 선택하면 된다. 그리고 또 한가지... 그 식당에 신문을 펼쳐놓은 사람은 도대체 누구인가.. 끝까지 영화는 알려주지 않는다. 범인들이 펼쳐놓았다고 하기에는.... 후반부 그 관찰관이 접근하고 있다며 당황할 필요가 없다. 신문을 펼쳐놓은것은 결국 그를 끌어들이기 위함인데.... 그럼 이들이 나눈 대화와 흐름이 맞질 않는다. 그리고 클레어 데인즈가 열연한 그 후임역할 또한 마찬가지다. 왜 그렇게 폐쇄적이며.... 감정의 격해짐이 쉬운지.. 분명 무슨 트라우마가 있어서 그것때문에 자신의 집에 온 고참관찰관(아, 이제 이름이 생각났다. 에롤이다)을 눈물 콧물을 짜가면서 내보내야 하는지..... 뭔가 설명해줄것 같으면서도 그 트라우마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없다. 그래서 이 배역에도 동화되기 힘들다. 마지막으로, 시작하자마자 납치되었던 중요피해자 해리엇의 문제다. 범인들 입장에서는 해리엇을 영화가 끝날때까지 살려둘 이유가 없다. 만약 그런 이유가 있다면... 영화는 전혀 설명해주지 않는다. 거의 등장도 안하다가... 영화말미... 갑자기 때가 되었다며 해리엇을 죽이려 한다. 그것도 하필이면 에롤이 거의 추적이 끝나서 자신들을 덥치기 직전에 말이다. 이쯤되면 이건 클라이막스를 연출하기 위한 억지에 가깝다. 해리엇이 살아야 스릴이 유발되니까.... 이렇듯 이 영화 도무지..... 내용이 하나도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이래서 스릴러영화는 각본을 쓰는 작가의 능력이 90%를 차지한다고 하는 것이다.
7. 영화 관람 결과.... 무간도 이후의 필모그래피와 그 완성도를 보면.... 유위강 감독이 헐리웃 입성작으로 사이코범죄스릴러를 택한 것이 최대의 패착으로 보인다. 그는 액션스릴러가 제격이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글쎄.... 그의 모든 내공을 너무 무간도에 쏟아부은 탓일까.... 아마도 유위강 감독은 다시는 <무간도>같은 영화는 못만들어낼 것 같다.
8. <양들의 침묵>, <세븐>에 대한 오마주는 이 영화를 지탱하는 축이다. 그러나 각종 클리셰가 난무하면서... 오마주에 대한 느낌은 오히려 모방에 가깝게 느껴진다. 특히 마지막 씬은 세븐과 거의 흡사하니... 이걸 오마주라 해야하나 .... 표절이라 해야 하나... 아니면 패러디라 해야하나... 햇갈린다.
9. 그래도 리차드기어의 연기는 좋다. 내공은 바로 이런 것이다. 이토록 깨어진 캐릭터를... 그래도 볼만하게 느껴지게 한 것은 모두 리차드 기어의 연기 덕이다. 그리고 클레어데인즈는 연기경력이 오래 되었음에도... 아직은 뭔가......좀 그렇다. 미모도 나이가 먹을수록..... 안습이 되어가고.... <터미네이터3> 때 이미 클레어 데인즈는 약발 다했다..... 아! 내가 너무도 좋아하던 줄리엣이...왜 이모양이 되었는지...ㅜ.ㅜ 그때의 로미오는 지금 최고의 배우대열에 올라섰는데...ㅜ.ㅜ 그리고 잠깐 등장했던 에이브릴 라빈.... 카메오 출연이기 하지만... 왜 하필이면 얼굴가죽이 다 벗겨지는 배역이니...ㅠ.ㅠ
10. 총평하자면....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전개되는 이 영화는... 그래서 도움상회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월 29500원으로 만나뵙는 고품격 혹평서비스~~ 지금 전화주세요.
첫댓글 ㅎㅎㅎ 형님의 이런 긴 영화평도 아까울 만큼의 쓰레기급 영화였다고 보여지네요... 왠만한 스릴러 영화 마니아를 자부하는 저도 영화 보는 순간순간 자리를 뜨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어요... 리차드 기어-클레어 데인즈가 비록 초A급 배우는 아니지만, 나름 인지도 있는 배우과 감독이 만들었음에도 이정도 영화 밖에 못 만들었다는 건 쫌...
감독이 영화 세븐을 인상깊게 봐서인지, 거의 매 씬 마다 카메라를 의도적으로 흔들거리면서 찍으니 완전 구토 유발 영화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