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근처에서 타학교 학생 9명과 같은 학교 학생 2명이 친구에게 돈을 내놓으라며 주먹으로 친구의 머리와 다리를 때리는 것을 봤다. 그런데 그 학생들이 내게 현장을 봤다는 이유로 불편한 내 오른쪽 다리를 걷어차는 등 폭행을 했다."
"중학생인 피해자가 폭행, 갈취에 못 이겨 전학을 가고, 이사를 했지만 학교로부터 재발방지 교육을 받았다는 가해 학생은 우리집 주소를 알아냈다며 카톡으로 협박 및 보복성 메시지를 보내 집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떨고 있다."
(117센터의 접수된 실제 사례)
늘어가는 학교폭력
지난달 117 학교폭력센터에 접수된 학교폭력 신고는 모두 616건으로 하루 평균 19.87건이 일어났는데요. 지난해보다 25배 가량 늘어난 것입니다. 폭력의 발생 장소는 학교 안 41.1%, 등하굣길 25.9%,였습니다. 여성청소년과 117신고 센터의 신영숙 경감을 만나 학교폭력의 실태와 예방법을 들어봤습니다.
"학교폭력을 목격한 친구들이 외면하지 말고 신고해줘야 해요.
학부모, 선생님의 관심과 재발방지 교육이 중요합니다."
<117 신고센터 센터장 신경숙 경감>
Q. 학교폭력 신고는 하루에 얼마나 접수되나요?
A. 평균 20건이 조금 넘어요. 예전보다 많이 늘었어요.
Q. 신고 건수가 늘어난 것 같은데요?
A. 네,그동안은 학생들이 학교 폭력을 당해도 신고하기 꺼려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신고는 보복을 부르고 학교 생활이 더 어렵게 될까봐 걱정도 되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던 거지요. 하지만 대구 사건 이후로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느끼면서 신고 건수가 많이 늘어난 것 같아요.
학생들 중에는 아직도 신고에 대해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경찰에서는 철저히 신고자를 보호하고, 24시간 문자 접수도 받고 있으니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은 꼭 신고해 주세요.
Q.가장 흔한 학교폭력은 어떤 유형인가요?
A. 왕따, 폭력, 갈취에요. 그 다음이 휴대전화나 인터넷으로 모욕하는 인신공격이나 명예훼손 등이 있고요.
Q.신고를 접수하면서 안타까웠던 경우가 있었다면 말씀해주세요.
A."모레가 개학인데 학교가기가 무섭고 두렵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에요. 피해자는 답답하고 힘든데 주변에 고민을 털어 놓을 사람이 없다는 얘기도 많이 해요. 부모님이 걱정하실까봐, 선생님께 말씀드리면 문제가 더 커질까봐 말하지도 못하고 혼자 끙끙대다 안 좋은 선택을 하는 친구들도 많고요.보호 대상인 장애인을 괴롭히는 경우도 늘어서 안타까워요.
Q.신고 학생중에서 자살 충동을 느끼는 학생들도 있나요?
A.상당히 많아요. 혼자 고민하다가 사태가 심각해지는 경우도 많아요. 학교폭력으로 자살한 자녀가 생각나 신고했다는 부모의 신고도 있었는데 많이 안타까웠어요. 피해 현장을 목격한 학생도 학교 폭력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에 혼자 죄책감을 느끼면서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에 빠지기도 해요.
Q.피해 학생에게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나요?
A. 피해 학생은 대부분가해 학생보다 신체적, 경제적으로 열등한 경우가 많아요. 주변의 다른 친구들은 좋은 옷입고 비싼 가방 들고 다니는데 나는 왜 이럴까? 하며 위축되는 거죠. 학생들이 민감한 사춘기다 보니 말 한마디에 큰 충격을 받고 고민하다 우울증으로도 이어질 수 있죠.
Q. 가해자의 특징이 있나요?
A. 가해 학생이나 부모는 학교폭력에 대해 쉽게 생각하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 해요. '장난인데 괜찮겠지' 하지만 피해 학생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실제 피해를 당한 학생들이 다른 학생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까워요.
Q.가해자의 실제 처벌 사례가 있나요? 미성년자는 봉사활동에 그치거나 처벌을 안 받는 걸로 아는데요.
A. 가해 정도에 따라 달라요. 자진 신고를 했거나 가벼운 사안의 경우는 인성교육이나 선도만 받고 끝나죠. 하지만 중대한 폭력, 보복성이 있는 폭력, 반복되는 폭력에 대해서는 강력한 재발 방지교육과 함께 피해자 보호와 사후 방지교육까지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학교폭력이 심각해진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A.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피해 학생을 이해하지 못하는게 문제인 것 같아요.
'참으면 되지 그걸 가지고 그러면 그러냐?' 라고 대수롭게 받아들이는 부모가 있는데, 피해 학생은 '자살하고 싶다', '학교 가기 싫다', ' 자퇴하고싶다', ' 전학 가고싶다' 등 고통을 호소합니다.
가해 학생 역시 '장난으로 그랬다' 면서 아무렇지 않게 여기고, 가해자 부모도 자녀를 감싸고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게 문제입니다. 입장 바꿔 생각하는 배려가 절실해 보입니다.
Q. 117센터 신고 후 실제로 해결된 사례가 있나요?
A. 광주 동부경찰서에서는 중학생 형들에게 "돈을 뺏기고 맞았어요" 라며 초등학생이 신고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신고 즉시 관할 지구대에 연락해, 경찰관이 신속하게 출동해 학생을 보호한 사례가 있습니다. 피해 학생은 너무 빨리 와서 신기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Q. 생활 속에서 방지하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A.학교 폭력을 목격한 친구들이 즉시 신고를 해줘야 해요. 모든 폭행이나 언어 폭력은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게 대부분이에요. 때문에 주변 친구들이 신고를 해줘야해요. 대부분 현장을 봐도 못 본척합니다. 신고하면 왕따당할까봐 외면하는 거죠. 하지만 같이 나서서 해야해요. 방관자들이 있기 때문에 학교폭력이 계속 이어지는 겁니다.
Q.학교폭력 에방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A. 인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학생들에게 하는 말 한마디가 행동 하나가 큰 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걸 인식해야 해요.
또한 학교폭력은 초등학교 때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철저히 교육해야해요. 인성교육이 중요합니다.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장난이었다고 하는 가해자들이 많아요. 또 반성문쓰기 같은 일회성 처벌이나 한 번의 교육으로 끝나지 말고재발방지 교육을 해야합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상담이나 사후처리도 같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학교 폭력 신고방법
경찰청에서는 증가하고 있는 학교폭력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전화신고 외에 다양한 온라인 신고 채널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신고와 처벌, 재발방지 교육도 중요하지만 학부모님과 선생님, 주변 친구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자녀의 말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제자에게 관심을 더 기울이며, 친구의 고통을 덜어주려고 노력한다면 학교 폭력은 사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