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림책, 동화, 청소년 소설, 동시… 무엇 하나 빠지지 않는 전천후 작가 윤미경 시인의 세 번째 동시집 『빙하 바이러스』가 출간되었다. 시인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눈을 틔워 줄 수 있을까 고민을 멈추지 않는다. 『쌤통이다, 달님』에서는 사계절과 24절기를, 『반짝반짝 별찌』에서는 북한말을 재료 삼아 아이들과 세상 사이에 다리를 놓아 주었다. 『빙하 바이러스』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조명한다. 신음하는 지구를 들여다보며 우리가 무심코 보아 넘긴 진실을 콕 집어 묻는다. 왜 소풍 갔던 동물이 돌아오지 않는 거지? 왜 물고기들이 목숨 걸고 오징어게임을 하는 거지? 지구의 아픔을 알아봐 주고, 돌보아 주자는 시인의 목소리는 우리가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저자 소개
글: 윤미경
동화와 동시를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 2012년 황금펜 문학상에 동화 「고슴도치, 가시를 말다」가 당선되어 등단했습니다. 무등일보 신춘문예, 푸른문학상,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우수동화상을 수상했고, 2019년에는 「시간거북이의 어제안경」으로 MBC창작동화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지은 책으로 동화 『거울아바타 소환 작전』, 『우리 학교 마순경』, 동시집 『반짝반짝 별찌』, 그림책 『커다랗고 작은』, 청소년 소설 『얼룩말 무늬를 신은 아이』 등이 있습니다.
그림: 심보영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을 이야기와 그림으로 만듭니다. 『식당 바캉스』로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토끼행성 은하늑대』, 『따끈따끈 찐만두 씨』, [붕붕 꿀약방] 시리즈, 『대단한 수염』 등을 쓰고 그렸고, 『우다다 꽁냥파크』, 『깊은 밤 필통 안에서』, 『기뻐의 비밀』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출판사 리뷰
우리의 지구는 평화롭지 않아요
환경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자연이 파괴되고 동식물이 멸종하기 시작한 지는 이미 오래고, 홍수·가뭄·폭염 등 지구의 비명이 계속되고 있다. 분명 이상한 일인데, 사람들은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른 채 무너져 가는 지구 위에서 평화로운 척 살고 있다. 시인은 궁금한 게 많은 화자를 내세워 이상하지 않느냐고 이대로 괜찮은 거냐며 의문을 던진다.
요즘 바다를 뜨겁게 달구는 게임이 있어/모든 물고기가 종일 게임에 몰두하고 있지//찢어진 그물 사이에서 길 찾기/깨진 유리 조각에 베이지 않고 빠져나가기/비닐을 뒤집어쓰지 않고 통과하기/찌그러진 깡통에 갇히지 않고 지나가기/플라스틱과 먹이 헷갈리지 않기/바늘 끝에 매달린 지렁이에 속지 않기//성공하는 물고기는 많지 않아/하고 싶지 않아도 그만둘 수 없어//물고기들은 서로 물었어/이 게임을 왜 해야 하는 거야?/언제까지 해야 하는 거야?//하지만 답은/아무도 몰라.
_?오징어게임? 전문
오징어게임이라는 제목에 솔깃한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바다에서 진행되는 오징어게임은 그야말로 목숨을 걸어야만 하는 무시무시한 게임이다. 게임 참가자인 물고기들에게 주어지는 상금은 없다. 오직 살아남기 위해 버티는 것뿐이다. 드라마 속 이야기면 좋으련만, 지금 바다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게임 설계자는 바로 인간이다. 바닷가에 놀러 갔다가 버리고 온 캔, 과자 봉지가 바다로 흘러가 게임장을 만들었다. “왜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물고기들은 “그물”과 “비닐”에 몸이 감기지 않게, “찌그러진 깡통에 갇히지 않”게 위험천만한 바닷속 삶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여름 바닷가에서 한 내 행동을 되돌아보자. 나는 물고기에게 미안한 행동을 하진 않았나?
그치만 환경 얘기는 다 어려운걸요?
뉴스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환경 문제를 이야기한다. 미세 플라스틱이 사람의 혈액에서도 발견되었고, 지구가 점점 뜨거워져 빙하가 녹고 있으며 꿀벌의 수도 급감하였다. 계속된 환경 파괴로 지구 상황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아직도 우리는 남의 집 불구경하듯 손 놓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문제를 인식해야 조심하고 해결할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윤미경 시인은 어렵게 느껴지는 뉴스를 또랑또랑한 화자의 시선으로 가져와 기발하고도 허를 찌르는 동시로 만들어냈다.
고래 편의점엔/없는 게 없어//라면도 있고/과자도 있고/복숭아 통조림도 있고/내가 좋아하는 콜라도 있지//어쩌자고/고래 배 속에 편의점을 차렸는지 몰라/이제 보니/고래 편의점은 엉망이야/순 빈 병에 빈 봉지에 빈 깡통뿐이잖아//그래서일까/고래 편의점은 금방 문을 닫았어/편의점만 없어진 게 아니라/고래가 통째로 없어졌거든.
_?고래 편의점? 전문
바닷가에 고래 사체가 떠밀려 왔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먹이와 함께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은 고래는 배 속에 플라스틱이 쌓여 죽는다. 화자는 고래 배 속에서 나온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편의점 물건에 빗댄다. 고래 배 속에서는 과자 봉지, 음료수병, 심지어 신발까지도 발견되었다. 물건이 그득그득한 편의점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둘 다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점까지 똑같다. 어쩌다 고래 편의점이 생기게 되었는지, 왜 금방 문을 닫았는지 짧은 동시지만 독자의 마음에 전해지는 것은 작지 않다.
당찬 화자는 “나뭇가지에 걸”린 비닐봉지가 허세를 부리며 “조금 쉬다” 간다고 하지만 “백 년이 몇 번 지나도” “나무가 지쳐 먼저 죽을 때까지” “절대 그대로일 거”라며 심각성을 알리기도 하고(?난감한 봉지?), 동물들이 “친구들과 술래잡기 하던 길”에 인간들이 “막무가내 시꺼먼 길”를 만들어 “술래잡기하다 영영 못 찾는 길”을 만들었다며 인간의 이기심을 고발하기도 한다(?아무도 돌아오지 않는 길?). 또 지구는 “시끄럽고 더러운 행성”이라며 “조용히 은밀하게” 지구를 우주에서 사라지게 할 “작전을 펼치”는 “요원들”이 가득하다며 일침을 던지기도 한다(?은밀한 작전?).
그럼 우리가 무얼 하면 되죠?
시인은 1부에서는 자연과 육지 동물의 고통을, 2부에서는 바다와 바다 생물의 고통을, 3부에서는 인간의 잘못과 인간에게 미칠 영향을 노래하며 환경에 대한 다양한 문제를 제기한다. 나아가 4부에서는 어떻게 하면 지구를 구할지 있을지 방향을 제시한다.
내용물을 비우고 상표를 제거하라/최대한 납작하게 몸을 줄이고/뚜껑은 꼭 챙겨 쓰고 모여라//투명 페트병 병정은 투명 페트병 전용에 집합/색깔 페트병 병정은 일반 플라스틱용에 집합/숟가락 빨대 작은 플라스틱 병정은/모두 일반 쓰레기통으로 집합한다//각자 자기가 있어야 할 곳을/절대로 이탈하지 말라/잠자코 때를 기다리면/옷 가방 운동화 가구로/다시 탄생할 수 있다는 걸 명심하라!
_?플라스틱 병정 훈련? 중에서
플라스틱은 가볍고 값싼 아주 편리한 재료이지만, 오랜 시간 동안 분해되지 않아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 분리배출을 통해 자원으로 재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데, 정작 분리배출을 올바르게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시인은 플라스틱을 “병정”에 빗대어서 병정들이 제각기 필요한 모습을 갖추고 바른 장소로 집합하는 장면으로 그려 냈다. 정보지에서 보던 내용을 플라스틱 병정 대장의 목소리로 치환해서 읽으니 병정놀이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대충 하던 분리배출도 병정 대장의 구령에 맞춰 재미있게, 올바르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남은 만두 두 개를 싸 달라는 엄마가 창피했”던 화자가 “진짜 창피한 게 뭔지 생각해 봐”라는 “엄마 말을 꼭꼭 씹”으며 무엇이 부끄러운 행동인지 생각할 기회를 가진 것처럼(?만두 두 개?) 독자들도 이 동시집을 통해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우리가 사는 지구를 위해 행동하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