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돈 나와라 뚝딱
송순자
세 사람이 돈에 관하여 이야기를 했다.
돈에 노예가 되었다는 말도 아니지만, 돈의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한다.
지인 1. “방앗간을 운영할 때 옷에 묻은 쌀가루가 돈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지인 2. 세든사람이 있었는데 연탄 아궁이에서 물이 나와 연탄불이 꺼진다는 불편을 주인에게 말하면서
“아궁이에서 물이 나오듯이 돈이 나왔으면 좋겠어요.”라고 하더란다.
밭에 대추나무 한그루가 있는데 사과 대추나무였다. 어느 해는 가지가 부러질 정도로 대추가 열려서 가지가 축 늘어진 적이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있다가 이렇게 말했다.
“저 열매가 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땐 돈이 필요했다. 아들의 결혼도 있는데 며느리에게 미안하여 어찌해 볼 도리가 없어서 마음만 탔다. 도깨비방망이라도 두들겨서 돈 나와라 뚝딱하는 방망이라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옷에 묻은 쌀가루가 얼마나 많이 묻었길래 그것이 돈이었으면 하고 말했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분의 절박한 삶이 느껴졌다.
방앗간 일이란 무겁고 힘든 일이고 일찍 일어나야 하는 일들이다. 오랫동안 방앗간 일을 하는 분들을 주변에서 보면 무릎 수술, 허리 수술 건강이 좋지 않아서 이중고를 견디며 참아내는 분들이 있다. 힘든 만큼 삶의 질도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남의 집에 세들어 살아가는 세입자도 돈에 궁색한 것은 사실이다. 삶의 질이란 물질에서 만족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가난해지면 사랑은 뒷문으로 나간다.라는 말이 있다.
가정에서 부부의 다툼은 물질적인 문제에서 오는 경우가 아주 많다.
내가 그렇게 살아왔다.
봄부터 가을 추수까지 밭에 왔다 갔다 하지만 밭에서 얻어지는 것은 실질적으로 큰 소득이 없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밭에 오가는 자동차 연료비라든가 각종 비료, 농자재, 농약 등을 사지 않으면 지출이 안 되는데 필요한 것을 구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밭작물을 심다 보면 이러한 것들이 필요하다. 추수 때가 되면 판로도 어려움이 있다.
아름아름 지인들의 소개를 통해서 팔기도 하는데 가격 비교를 듣게 되고 그러면 남보다 더 많이 받아서 기분 찜찜하다. 팔아도 팔지 않아도 농작물 생산하여 돈 만져보기 어렵다. 어느 해 사과 대추나무에 대추가 주렁주렁 가지가 늘어지게 열린 것을 보고 있다가 이것이 다 돈이라면 얼마나 좋으랴 하며 헛된 꿈을 꾸었다.
인생을 살다 보면 돈 때문에 인간관계가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하는 것이 돈이다.
가족관계, 형제자매관계도 부모의 유산 문제 때문에 화목하지 못하고 반목하며 지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많으면 많은 대로 적으면 적은 대로 인간관계는 돈 때문에 화목해지기도 하고 적대관계가 되기도 한다. 진정한 부자는 가난해도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한다.
내 인생에서 가장 부유하게 살고 있음에 감사하다 큰 병 앓아 본 적 없고 내 자녀들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으니 무엇이 부러우랴! 요즘은 평범함이 비범이라고 하지 않는가.
노년에 자녀들로 인해 마음고생 하는 지인들도 많이 보아왔다. 작은 것에 행복해하고 감사하니 마음의 부자가 되었다.
첫댓글 돈 나와라 뚝딱. 글 나와라 뚝딱~~ 뚝딱하면 글이 나오는 그 필력이 부럽네요.
글맛 나는 글 잘 읽었습니다.
그러게요. 글이 뚝딱, 뚝딱 나옵니다.
그동안 꾸준히 글을 써오셨나 봅니다.
솔직담백한 글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