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들녘의 벼 이삭을 보며
정말로 사계절(四季節)중에 가장 좋다는 가을이란 게
곱게 물들어가며 익어가니 아름다움의 극치(極致)이다
누구나 가을을 떠올리면 산하(山河)가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丹楓)이라고 할 것이다
내가 볼 때 가을이라면 넓은 황금 들녘에 고개 숙인
벼 이삭들이 바람에 넘실넘실 춤추는 모습이 아닌가
생각든다
요즘 수도권(首都圈)이나 지방(地方)으로 가다 보면
농촌 들녘을 보게 된다
이미 북부지방은 추수(秋收)가 끝난 곳이 많읉테지만
저멀리 남도 지방은 아직도 일손이 남아있다
고개를 숙인 벼 이삭들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농부(農夫)들의 피와 땀이 스며든 결과물(結果物)이다
그런데 요즘 들녘을 바라보면 뭔가 사뭇 다른 느낌을
받는 것은 벼 이삭들이 제대로 숙이지 못한 모습이다
이것은 세월(歲月)따라 현대화 속에 편한 기계(機械)에
의존(依存) 하다보니까 벼 이삭도 알아보는 모양이다
이른 봄철에 논갈이부터 트랙터로 시작해서 모내기도
이앙기로 하고 여름철에 병충해 방지에 농약(農藥)도
기계로 하게 된다
가을에 추수(秋收)도 콤바인에 의존하니 너무나 편한
세상(世上)에 살아가는 요즘이다
농사를 짓는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 동시에
힘들고 노동력(勞動力)부족이다 보니 어쩔수가 없다
한편 농사를 짓는 것도 기계(機械)에 의존하다 보니까
대부분 혼자서 일을 하게 된다
이로 인해 예전처럼 마을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서
힘든 이웃을 도와주고 도움을 받던 공동체(共同體)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전의 일이다
세상의 흐름 속에 농촌(農村)도 도시(都市) 못지않게
인정(人情)도 메말라 간다
이뿐이 아니라 무슨 물건이 필요해서 쓰고 싶을 때
이웃집에서 빌려 쓸수가 없으면 무조건 갖추어야만
살아 갈수가 있다
농촌(農村)도 기계화(機械化)가 되기 전만 해도
이웃 간에 인정(人情)이 넘쳐서 일손을 도와주고
무슨 음식(飮食)이 생기면 나누어 먹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늦은 봄에 모내기라던가 가을걷이도 서로 간에
도와주고 하던 미덕(美德)이 사라지고 말았다
마을의 골목길마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아이들
어른들 할 것 없이 목소리가 끊어지지 않았던
그 시절(時節)이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그 당시엔 봄부터 가을까지 이웃간에 인정(人情)이
넘치도록 일손을 도와주니 하늘도 알았나 보다
그 결과 들녘에 벼 이삭들도 잘 익어 땅에 닿도록
고개를 숙인 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은 기계화 덕분(德分)에 예전처럼 벼 이삭들도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벼 이삭들도 농촌(農村)의 인정(人情)이 메말라가는
모습을 알기 때문이라 생각 든다 ...... 飛龍 / 南 周 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