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 박남희
토스(toss)에서 주는 선물에 당첨되어
콘칲을 받게 되었다는
딸내미의 기분을 옆 좌석에 태우고 달린다
난데없이 이마트 24에
콘칲 대란이 얼어나서 가는 곳마다 꽝
그런데 내게 또 명령이 떨어졌다
아빠 이제 두 군데만 더 가보자
이쪽 이마트 24는
저쪽 이마트 24에게 나를 토스한다
나는 딸내미에게 어떤 공일까
자동차 기름 값 8천원에
아빠 스트레스 값 만원이니까
도합 만 팔천 원짜리 공
그래, 구르는 게 공이다
이왕에 공이 된 몸
이리저리 구르다가
이마트 24 콘칲에게 수없이 버림받고
바람 빠진 바퀴가 되어 집에 왔다
당첨은 무슨 당첨, 속으로 중얼거리다가
환갑을 훌쩍 넘긴 아빠는 딸내미에게 덜컥 당첨되어
기어코 말 잘 듣는 아빠가 되었다
손이 예쁜 딸내미는 이 늙은 아빠를
내일은 또 어디로 토스하려나?
- 계간 <다시올 문학> 2023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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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남희 시인(평론가)
1956년 경기 고양 출생,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문학 박사 졸업
1996년 〈경인일보〉 및 199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등단.
시집 『폐차장 근처』 『이불 속의 쥐』 『고장 난 아침』 『아득한 사랑의 거리였을까』 등.
평론집 『존재와 거울의 시학』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