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3일 부활 제5주간 토요일 요한 15,18-21 < 너희는 세상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가 너희를 세상에서 뽑았다. >
-전삼용 신부
세상을 거스르는 사람들 ‘데모 저지에 임하는 경찰의 방침’ 1, 절대 희생자가 발생 않도록(경찰의 희생자 있더라도); 일반 시민 피해 없도록 2, 주동자 외는 연행치 말 것(교내서 연행금지) 3, 경찰봉 사용 유의(반말, 욕설엄금) 4, 주동자 연행 시 지휘보고(식사 등 유의) 광주 항쟁 시 전남 도경국장 안병하 국장 지휘서신 내용이라고 합니다. 요즘과 비교해서도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약자를 위한 지시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대세를 따르지 않았던 이런 지시를 하기 위해 얼마나 고생을 하셨을지 예상할 수 있습 니다. 당시 신군부에 협조하여 상당수 인사들이 5-6공을 거치면서 출세가도를 달렸고 그들은 지금도 광주의 진실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혼자의 힘으로 나라의 힘을 거스르는 결단을 한 안병하 국장은 지금의 우리에게도 큰 감동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그분은 광주민주화운동의 대치선을 ‘경찰-계엄군’ 대 ‘광주시민’에서, ‘계엄군’ 대 ‘경찰-광주시민’으로 바꾸어놓았습니다. 그래서 경찰간부들이 광주시민의 편을 든다고 계엄군에게 심하게 구타당하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반면 당시 광주시민 들은 경찰서가 파괴되지 않도록 항쟁기간 동안 철저하게 보초까지 섰다고 합니다. 80년 5월 24일 경찰지휘본부를 설치했던 안 국장이 임무수행을 위해 직접 도경에 들어가 보니 경찰국장실의 명패, 모자, 정복, 서류 등은 물론 관사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안 국장은 당시 육사 8기생으로 김종필 민자당대표위원, 윤흥정 5,18 호남지역 계엄사령관 등과 육사 동기였습니다. 전남도경국장은 탄탄한 그의 인생에 한 번 거쳐 가는 평범한 근무지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80년 5월 19일 계엄사가 경찰병력을 무장하도록 지시했지만 안 전 국장은 “광주시민이 모인 곳을 향해 총을 쏠 수 없다. 경찰이 무장하는 경우 시위가 악화될 우려가 있으며 4·19때를 보아도 경찰을 무장시킬 수 없다. 무장 지시를 따르지 않겠다.”며 항명하였던 것입니다. “더 이상 경찰이 역사의 죄인이 돼서는 안 된다. 내 한 몸 희생해서 무고한 광주시민의 생명을 해치지 않고 나아가 경찰의 명예를 더럽히지 않을 수만 있다면 이 부당한 지시를 거부하겠다.” 결국 안 국장은 신군부의 강경 진압 명령을 거부하였다는 이유로 5월 26일 직위해제 당했고 보안사 동빙고 분실로 끌려가 10여일의 온갖 혹독한 고문을 당하였으며, 그 고문 후유증으로 1988년 10월 10일 광주의 한을 품은 채 생을 마감하였습 니다. [출처; ‘위민정신의 표상’ 고 안병하 경무관을 추모하며, 오마이 뉴스, 2007,10,12 외] “지시를 거부하겠다.” 세상은 이런 사람을 용납하지 않습니다. 세상은 자신들이 흐르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 이들을 두려워 합니다. 세상이 우리에게 하는 지시는 무엇일까요?경쟁하여 이겨야 하고, 좋은 대학과 직장에 취직해야 하며, 넓은 아파트 에 살고 높은 권력을 위해 노력하는 등 정신없이 사는 것을 요구합니다. 왜냐하면 자신을 뒤돌아볼 시간을 가지라는 것은 곧 세상이 자신들을 속이고 있다는 것이 발각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세상이 당신을 미워하였듯이 당신의 제자들 또한 미움을 받을 것이라고 하십니다. 예수님과 제자 들을 박해했던 그 세상이 지금은 존재하지 않을까요? 세상은 그 때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여전히 자신을 거스르는 이들을 미워합니다. 세상은 우리가 가만히 있기만을 원합니다. 그러나 성령의 힘은 그 반대입니다. 움직이고 새로이 변화되기를 원하십니다. 따라서 성령의 힘을 따르다보면 이렇듯 세상에게 박해를 당하게 마련인 것입니다. 그렇다면 세상에 잘 적응하고 있다면 한번쯤은 자신을 뒤돌아 볼 일입니다. 세상의 끝에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그리스도는 칼을 주러 오셨습니다. 불을 지르러 오셨습니다. 반드시 저항세력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이 저항에서 오는 고통을 받기 싫어서 그냥 주저앉아서 그 물살에 몸을 맡기고 살아가기도 합니다. 세상과 타협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 것은 죽은 것입니다. 살아서 물살을 거슬러야 살아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마지막 숨이 남아있을 때 까지 끊임없이 움직여야 합니다. 옳고 그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열정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열정만 있었습니다. 교회를 박해했습니다. 그럼에도 그 열정을 보시고 올바로 잡아주셨습니다. 물이 흐르는 곳의 끝은 항상 되돌아 올 수 없이 떨어지는 폭포가 기다린다는 것을 명심합시다. 폭포를 지나면 바다로 나아 가 미아가 되어버려 더 이상 땅으로 되돌아 올 수 없음도 생각합시다. 이 세상이 종국에 가게 될 곳에 가지 않기 위해서는 세상과 맞설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입니다. “내가 세상을 이겼다.”라고 하신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우리도 세상과 타협하지 말고 이 세상을 이기는 사람이 됩시다. 수원교구 전삼용 요셉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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