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구유막(學求愈邈)學 : 배울 학求 : 구할 구愈 : 더욱 유 邈 : 아득할 막
학문은 구할수록 더욱 아득해지는구나대학자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께서
돌아가시기 5일 전에
조카에게 자신의 유언을 적게 했다.
그 한 조항에 자신이 지은 자신의 묘소에
새길 명(銘)을 쓰라고 한 내용이 있다.
선생이 스스로 지은 명 가운데는
"학문은 구해도 더욱 아득해지고(學求愈邈),
벼슬은 사양해도 더욱 얽힌다(爵辭愈)"라는 구절이 있다.젊을 때 이 구절을 처음 보고
"그렇게 학문이 깊고 넓은 대학자께서
겸손하셔서 이렇게 말씀하셨겠지"라고 생각했다.
그 뒤 유학을 집대성한 주자(朱子)가
돌아가시기 1년 전에 자화상에 쓴 글은
"예법을 다루는 곳에서 차분하게 행동하고
(從容乎禮法之場),
인의의 창고에 푹 젖어들어야지
(沈潛乎仁義之府).
이런 일에 내가 뜻은 있었으나 힘이 허락하지 않았다
(是予蓋將有意焉, 而力莫能與也)"였다.주자가 평생 예법과 인의를 연구해
시원하게 통해 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으나
능력이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돌아가시기 1년 전에 고백했다.
사람이 평생 공부한다고 해도 얼마 못 한다.
책 1만권 읽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거의 다 거짓말이다. 30년 동안 매일
1권씩 읽어야 1만권을 읽을 수 있다.
어떤 학자를 '사서삼경(四書三經)에
통달했다'고 칭찬하는데,
사서삼경에 통달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퇴계선생이나 주자가 자신의 부족한 면을
공개했다고 해서 그 위상이
낮아지는 것이 전혀 아니다.
주변에 "내가 한국에서 최고다"고
하는 사람이 없지 않은데,
이런 사람들은 대개
학문이나 인격이 형편없는 사람일것이다.
참된 공부를 안 해 봤으니
학문이 얼마나 넓고 깊은 줄을
아직 모르기 때문이다.
-옮긴 글-
출처: 바람에 띄운 그리움 원문보기 글쓴이: 학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