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현, 집안일 26-1, 집을 그리다
정주현 씨가 햄버거를 먹고 싶다고 말했다. 그 한마디에 직원은 고개를 끄덕였고, 두 사람은 함께 버거킹으로 향했다. 익숙한 가게 안, 키오스크 앞에 선 정주현 씨는 메뉴를 천천히 살피며 주문을 했다. 햄버거 대신 양파튀김과 감자튀김, 콜라 한 잔을 고르고 결제까지 스스로 마치는 모습이 늠름해 보였다.
자리에 앉자 정주현 씨의 얼굴에는 작은 기대가 번졌다. 직원은 가방에서 준비해 온 A4용지와 볼펜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오늘은 식사만 하는 자리가 아니라, 올해의 집안일을 함께 그려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직원이 먼저 말을 꺼냈다.
“전임자 선생님들의 집안일 일지를 읽어봤어요. 요리도 하고, 청소도 하고, 장도 보고… 하루하루 정말 바쁘게 지내셨더라고요.”
“야. 히히.”
“그런데 집안일 이야기는 많았는데, 집을 꾸미는 이야기는 거의 없더라고요.”
“야.”
“그래서 생각해봤어요. 올해는 집을 조금씩 꾸며보는 건 어떨까요?”
“좋아요.”
“그럼 정주현 씨가 사는 집을 한번 같이 그려볼까요?”
직원이 종이와 펜을 건네자, 정주현 씨는 잠시 망설이다가 쑥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선생님이 그려요.”
직원은 종이 위에 천천히 선을 그었다. 거실, 부엌, 손님방, 베란다…. 집의 모습을 떠올리며 어디부터 꾸미면 좋을지,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좋을지 하나씩 이야기를 나누며 적어 내려갔다.
“어디부터 꾸미고 싶어요?”
“거실!”
거실을 시작으로 부엌과 손님방 이야기도 차례로 이어졌다. 정주현 씨는 점점 말을 더 보태며 고개를 끄덕였고, 집을 떠올리는 얼굴에는 작은 설렘이 묻어 있었다.
“그럼 필요한 건 어디서 사면 좋을까요?”
“다이소 가요.”
“좋아요. 오늘은 계획을 세웠으니까, 다음 주에는 다이소에 가서 무엇을 사면 좋을지 같이 의논해요.”
“야.”
햄버거를 먹으며 시작된 대화는 어느새 정주현 씨의 집과 일상을 그려보는 시간으로 이어졌다. 올해는 집안일을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정주현 씨의 색이 조금씩 스며드는 시간으로 만들어가기로 했다.
2026년 1월 8일 목요일, 김혜림
아주 예쁘고 근사하게 잘 꾸미기 바랍니다. 월평
첫댓글 정주현 씨와 새로운 일을 구상하시는군요. 정주현 씨가 올해는 더 바쁘게 지내실 것 같습니다. 한창 집 꾸미기에 관심이 많으실 때이기도 하니, 세심히 살펴 도우려는 김혜림 선생님 뜻을 감히 짐작해 봅니다. 재미 붙이는 일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