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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장르문학, 매혹적인 이야기꾼 강지영
사랑, 죽음, 삶과 판타지, 욕망에 대한 매혹적인 이야기는 보는 순간 사람을 사로잡는다. 호러, 판타지, 미스터리 등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장르 사이를 매끄러지듯 빠져나가며 이야기를 눙치는 솜씨는 일견 성석제를 떠올리게 한다. 또 트랜스젠더, 시체애호층, 사채, 벌집, 지하철 세일즈맨, SM 클럽, 재개발 빌라, 샴쌍동이 등의 사회적 소재로 서늘하고 슬프면서도 웃긴 이야기를 펼쳐가는 솜씨는 노숙한 장인을 연상시킨다. 또 재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사회적 소재를 건드리는 그 촉각이 흥미롭다.
서늘한 환상의 세계
<그녀의 거짓말>은 성전환자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동시에 시체애호증까지 뒤섞인 기묘한 소설이다. 그곳에서 진짜와 가짜, 삶과 죽음의 경계는 무화된다.
강지영의 세계는 근친상간, 살인, 유괴와 고문 등으로 점철된 지옥이다. 거기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인간이 아닌 다른 무엇이 되어야 한다. 제목이 인상적인 에서는 죽은 자들이 살아난다. 죽은 사람이 다시 돌아오면 정말로 기쁠까? 어쩌면 산 사람들은 그가 없는 인생을 더 원한 것은 아니었을까? 강지영은 정말 잔인하게 근본적인 것들을 의심한다. <굿바이 파라다이스>는 강지영의 세계관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당신이 지난 생이라고 기억하는 그곳이 바로 지옥이었습니다.”
삶이, 세상 자체가 호러, 판타지, 코믹, 스릴러가 범벅된 비빔밥이다
대출로 만난 남과 여의 기묘한 사랑 이야기, 벌집 끝자의 양딸을 탐내 싸움을 벌이는 조선족 입분과 흑인 혼혈녀 티파니, 현실에서 벌어지는 황당한 일들이 한줄도 쓰지 못하는 자신의 소설을 능가하는 무궁화빌라의 소설가 지망생, 산채로는 영원히 나디아를 소유할 수 없는 연쇄살인마 벙어리, 서로를 죽여야만 살 수 있는 샴쌍둥이와 사향나무 아래서 야한 소설을 탐닉하는 기괴한 노파, SM 클럽에서 벌어진 진짜 살인사건과 지옥에서 간신히 탈출했는데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야 하는 무한순환선 같은 인생의 자동차세일즈맨, 사랑하는 사람을 죽여야 다시 진정 죽을 수 있는 환생한 좀비들. 그들은 이 지옥 같은 세상에서 죽이고, 만지고, 애틋해 하고, 속이고, 어이없는 일을 벌이고, 포기하고, 다른 존재를 꿈꾸고, 자살하지만 이 여러 층위가 섞인 무간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그들은 진심으로 죽음을 축하하는 것이다. “Happy deathday To you!"
▶ 추천사
죽음은, 그들의 가장 큰 욕망이다.
강지영의 세계는 참혹하고, 아름답다. 사지를 절단하고, 눈에 포크를 찔러넣고, 발목에 전선을 감아 태워버리는 광경을 ‘참혹함’이라고 한다면, 참혹함 그 자체가, 강지영의 세계에선 통용되는 아름다움이다.
강지영의 소설에 범죄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그녀가 창조한 인물들이 극히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 혹은 자신의 존재를 입증하기 위해서, 그들은 살인을 택한다. 희생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강지영의 희생자는 기묘하게도 죽음으로써 자신의 존재증명을 한다. 강지영의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스릴이나 수수께끼가 아니라 살인자와 희생자의 마음이다. 그리고 죽음이야말로, 그들의 가장 큰 욕망이다.
강지영은 이 세상의 지옥을 구현하는 작가다. 그리고 그 지옥은, 곧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누군가는 그 지옥에서 살고 있고, 어쩌면 언젠가 우리도 그 지옥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죽음은 때로 구원이 될 수 있다. 강지영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든다.
- 김봉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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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공포, 판타지 등 다양한 영역의 글쓰기를 하고 있는 강지영의 단편집입니다.
발랄, 경쾌한 단편들을 즐기실 수 있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