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일 만에 다시 여성 청장 발탁 박물관·발굴현장 누빈 현장통 도자기·가마터 연구에도 밝아
꼭 39일 만이다. 새 문화재청장을 인선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그만큼 어려움이 많았다는 뜻이다. 새 문화재청장에 나선화(64) 사단법인 ‘생명과 평화의 길’ 상임이사가 24일 내정됐다. 변영섭 전 문화재청장은 지난달 15일 숭례문 부실 복구 논란으로 경질됐다.
한 달 넘게 공석이었던 문화재청장이 정해지면서 숭례문과 반구대 암각화 문제 등 관련 현안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주목된다. 전임자였던 변 청장이 경질된 후 여러 인사들이 청장 물망에 올랐으나 대부분 부담스럽다며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문화재 전문가는 “숭례문 복구 논란이 문화재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면서 누구도 청장직을 선뜻 맡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나 내정자도 처음에는 난색을 표했지만 주변의 적극적인 추천이 이어져 청와대가 최종적으로 결심을 한 것 같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 청장 자리를 계속 비워두는 데 대한 부담도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 내정자는 문화재청의 여덟 번째 수장이자 변영섭 청장에 이은 두 번째 여성 문화재청장이 된다. 출범 초창기 ‘한직’으로 여겨졌던 문화재청장은 고 노무현 대통령과 가까웠던 3대 유홍준 청장 시절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2008년 숭례문 화재가 일어나면서 시선이 집중됐다.
청와대는 24일 브리핑에서 “내정자는 관련 전문성과 경험이 뛰어날 뿐 아니라 문화재 관련 인사들과의 교류와 소통도 활발해 문화재청의 각종 현안을 원만히 해결해 나갈 적임자로 기대돼 발탁됐다”고 밝혔다.
나 내정자는 숙명여고와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이화여대 박물관에서 학예실장 등으로 30여 년간 재직하며 매장문화재분과위원, 동산문화재분과위원, 무형문화재분과위원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재위원을 거쳤다. 도자기 연구뿐 아니라 가마터 발굴에도 적극 참여한 도자사(陶磁史)의 권위자이기도 하다. 『한국의 소반』(1991), 『옹기의 원류를 찾아서』(2000), 『한국도자기의 흐름』(2005)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 울산 옹기엑스포와 부안 유천리 청자박물관 설립 등에도 관여했다. 가마터 외에도 경북 순흥 벽화고분을 비롯한 여타 고고학 발굴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2006년 이화여대 박물관을 그만두고 김지하 시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문화운동단체 ‘생명과 평화의 길’에서 상임이사로 활동해 왔다. 독신이며, 판단이 빠르고 강단 있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신임 문화재청장에게는 산적한 숙제가 많다. 우선 부실복원 논란에 휩싸인 숭례문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나 내정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전문가들이 다양한 방면에서 대책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방안이 나오는 대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차근차근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재 보존과 관리는 문화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바탕이 돼야 한다. 국민들이 우리 문화재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휘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신임 문화재청장은 숭례문을 비롯한 문화재 전반에 걸친 총점검을 거쳐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평생을 박물관과 발굴현장에서 살아 온 문화재 전문가이니만큼 잘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 나선화 문화재청장 내정자
1949년 6월 26일 서울 출생 숙명여고, 이화여대 사학과 졸업 1976~2006년 이화여대 박물관 근무 2004~2011년 한국박물관 학회 이사 2005~2013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2005~현재 인천시 문화재위원 2004~현재 사단법인 생명과 평화의 길 상임이사 저서 : 『옹기의 원류를 찾아서』, 『한국 옹기의 특성』, 『한국도자기의 흐름』, 『한국전통공예 도기』 등
4일 복구 1주년 맞는 숭례문 나선화 문화재청장 - 배기동 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장 대담
4월 2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숭례문 앞에서 나선화 문화재청장(왼쪽)과 배기동 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장이 복구 뒤 1년을 되짚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1년 숭례문 관련 사태를 반성과 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지금은 말보다 행동으로 하나씩 개선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라고 입을 모았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단청-목재 등 부실논란에 관계자 자살… 사고와 비리 줄이어 ▼ 복구 뒤 바람 잘 날 없던 1년
39일 만에 다시 여성 청장 발탁 박물관·발굴현장 누빈 현장통 도자기·가마터 연구에도 밝아
꼭 39일 만이다. 새 문화재청장을 인선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그만큼 어려움이 많았다는 뜻이다. 새 문화재청장에 나선화(64) 사단법인 ‘생명과 평화의 길’ 상임이사가 24일 내정됐다. 변영섭 전 문화재청장은 지난달 15일 숭례문 부실 복구 논란으로 경질됐다.
한 달 넘게 공석이었던 문화재청장이 정해지면서 숭례문과 반구대 암각화 문제 등 관련 현안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주목된다. 전임자였던 변 청장이 경질된 후 여러 인사들이 청장 물망에 올랐으나 대부분 부담스럽다며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문화재 전문가는 “숭례문 복구 논란이 문화재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면서 누구도 청장직을 선뜻 맡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나 내정자도 처음에는 난색을 표했지만 주변의 적극적인 추천이 이어져 청와대가 최종적으로 결심을 한 것 같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 상황에서 청장 자리를 계속 비워두는 데 대한 부담도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 내정자는 문화재청의 여덟 번째 수장이자 변영섭 청장에 이은 두 번째 여성 문화재청장이 된다. 출범 초창기 ‘한직’으로 여겨졌던 문화재청장은 고 노무현 대통령과 가까웠던 3대 유홍준 청장 시절부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2008년 숭례문 화재가 일어나면서 시선이 집중됐다.
청와대는 24일 브리핑에서 “내정자는 관련 전문성과 경험이 뛰어날 뿐 아니라 문화재 관련 인사들과의 교류와 소통도 활발해 문화재청의 각종 현안을 원만히 해결해 나갈 적임자로 기대돼 발탁됐다”고 밝혔다.
나 내정자는 숙명여고와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이화여대 박물관에서 학예실장 등으로 30여 년간 재직하며 매장문화재분과위원, 동산문화재분과위원, 무형문화재분과위원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재위원을 거쳤다. 도자기 연구뿐 아니라 가마터 발굴에도 적극 참여한 도자사(陶磁史)의 권위자이기도 하다. 『한국의 소반』(1991), 『옹기의 원류를 찾아서』(2000), 『한국도자기의 흐름』(2005)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 울산 옹기엑스포와 부안 유천리 청자박물관 설립 등에도 관여했다. 가마터 외에도 경북 순흥 벽화고분을 비롯한 여타 고고학 발굴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2006년 이화여대 박물관을 그만두고 김지하 시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문화운동단체 ‘생명과 평화의 길’에서 상임이사로 활동해 왔다. 독신이며, 판단이 빠르고 강단 있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신임 문화재청장에게는 산적한 숙제가 많다. 우선 부실복원 논란에 휩싸인 숭례문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나 내정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전문가들이 다양한 방면에서 대책을 연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방안이 나오는 대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차근차근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재 보존과 관리는 문화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바탕이 돼야 한다. 국민들이 우리 문화재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휘준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은 “신임 문화재청장은 숭례문을 비롯한 문화재 전반에 걸친 총점검을 거쳐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평생을 박물관과 발굴현장에서 살아 온 문화재 전문가이니만큼 잘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영희 기자
※ 나선화 문화재청장 내정자
1949년 6월 26일 서울 출생 숙명여고, 이화여대 사학과 졸업 1976~2006년 이화여대 박물관 근무 2004~2011년 한국박물관 학회 이사 2005~2013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2005~현재 인천시 문화재위원 2004~현재 사단법인 생명과 평화의 길 상임이사 저서 : 『옹기의 원류를 찾아서』, 『한국 옹기의 특성』, 『한국도자기의 흐름』, 『한국전통공예 도기』 등
4일 복구 1주년 맞는 숭례문 나선화 문화재청장 - 배기동 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장 대담
4월 2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숭례문 앞에서 나선화 문화재청장(왼쪽)과 배기동 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장이 복구 뒤 1년을 되짚으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1년 숭례문 관련 사태를 반성과 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지금은 말보다 행동으로 하나씩 개선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라고 입을 모았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단청-목재 등 부실논란에 관계자 자살… 사고와 비리 줄이어 ▼ 복구 뒤 바람 잘 날 없던 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