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문화우위의 경제, 21세기 유목(遊牧)상품경제시대
2.중국 문화예술관광 산업정책의 한 측면, 그 시사성과 전망
Ⅱ 디지털(Digital), 디지털문화 그리고 발전추세
1.디지털의 탄생과 디지털 경제사회의 기본적 특징
2.디지털 문화의 실체와 그 발전추세
Ⅲ 민족문화의 법고창신(法古刱新)과 21세기 조선족문화
1.박연암의 법고창신 정신과 방법론
2.민족문화의 21세기적 법고창신을 위한 몇가지 담론
3.21세기 디지털문화와 중국 조선족문화
Ⅳ 크레비즈(crebiz)와 21세기 조선족문화의 산업화론
1.크레비즈(crebiz)의 개념과 태동 배경
2.크레비즈시대의 패러다임 시프트(paradim shift)
3.문화를 활용한 크레비즈형 기업의 성공사례와 시사점
4.21세기 중국 조선족문화의 크레비즈 산업화론
Ⅰ 21세기 문화경제시대와 중국의 문화예술산업
1.문화우위의 경제, 21세기 유목(遊牧)상품경제시대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는 문화의 세기, 하이터치(High-touch)문화의 시대라고 한다. 벌써 첨단과학기술시대/정보화 시대의 태양은 저물고, 문화예술의 시대/자연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들 말한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은 순차적 발전 경향성을 갖겠지만 현실경제의 흐름은 시대적 층위간의 다중적인 상호 융합적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해나갈 것이다. 전통과 현대, 과거와 미래의 혼합풍이 등장하고 토속, 전통적인 것과 외래적인 것이 한데 섞인 이상한 잡종들이 만들어지는가 하면 자연과 인공이 결합하는 혼성교배의 양상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첨단예술을 구사한다는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은 전통의 굿과 현대기술의 소산인 비디오를 자기 멋대로 혼성교배 시킨다. 갓을 쓰고 제사를 지내는가 하면, 컴퓨터와 인터넷, 위성통신, 비디오 등 첨단장비를 활용한다. 이러한 기술과 내용의 불균형은 희한한 효과를 낳는다. 종합예술로서의 영화가 막대한 대중적 위력을 발휘하고 음악, 미술, 영상, 무용 등을 다차원으로 결합한 비디오 아트가 각광 받는 현상은 현대문화가 지닌 혼합주의적 성향을 잘 보여준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문화양식은 ‘가장 최근의 것에다 각종 형식을 모자이크 하거나 혼합함으로써 새로움 자체를 우상화하고 신비화한다’고 한국의 사회평론가 백욱인은 21세기 디지털시대 문화현상을 스케치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을 둘러보면 인공과 자연, 현대와 과거, 여성과 남성간의 이분법적인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으며 이전에는 상호 대립적으로 보였던 것들이 한데 뒤섞이는 현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첨단과학기술과 미래상품을 선보이는 엑스포에 연일 10만 이상의 인파가 몰리는가 하면 '풍수지리'와 문화유적답사'가 새로운 유행으로 등장하고 있다. 방송, 출판, 영화, 음반 등 모든 문화상품이 제작 당사국에서의 출품시기와 국제적인 유통시기가 거의 같은 시기가 됨으로써 전 세계인의 동시 감상, 동시 구독 시대를 맞고 있다. 소위 현대와 복고의 순환현상, 문화의 동시화와 매체의 국제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적인 것과 국제적인 것, 민족적인 것과 세계적인 것간의 혼합잡종과 과거의 것과 미래적인 것의 혼성교배가 이루어지는 배경에는 정보혁명과 디지털기술의 발달이 놓여있다. 이러한 정보혁명과 디지털 기술발전을 토대로 한 문화현상의 상품화는 번창하는 문화레저산업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업종은 무엇일까? 산업사회의 이미지에 익숙한 사람들은 자동차 산업이나 철강산업을 연상하고 정보화 사회의 현실을 피부로 느끼는 사람들은 전자산업을 꼽을 것이다. 그러나 정답은 문화레저 산업이다.
미국에서는 영화산업 하나가 미국 10대 수익 업종가운데 5위안에 든다. 관광산업도 쇠퇴하는 미국제조업과 비교할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다. 이 관광산업과 관련된 레저산업은 불황을 모르는 채 날로 확장되고 있다.
이른바 대중 소비사회에서 문화레저산업은 가장 빠르게 번창하며 이것이 문화우위의 시대, 문화의 세기, 문화경제의 시대를 거론케 만드는 물질적 기반이 된다. 오늘날 대중문화의 부상과 문화우위 시대의 도래는 단순히 대중매체의 논리로만 설명될 수 없고 그에 걸 맞는 물질적 조건을 갖고 있다. 마치 이전에 제조업 상품들이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듯이 이제는 사람들의 문화적 욕망을 충족시키는 서비스 상품이 문화자본에 의해 대량으로, 그것도 다양하게 생산되고 있다.
좀 더 포괄적으로 보면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경계를 점점 더 모호하게 만드는 새로운 상품들이 핵심적 자리를 차지해 간다. 문화적 영역에서 소비되는 상품들, 예컨대 컴퓨터, CD, 인터넷 동영상, 각종 스포츠 레저용품, 휴대폰과 게임기, 영화, 애니메이션, 민속문화상품, 장수/보신건강식품, 문화유적 답사 등 테마 관광상품 등등이 여기에 속한다. EC 집행위원장 이었던 시대 비평가 자크 아탈리는 이를 유목(遊牧)상품이라 부르고 21세기가 유목상품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단정한다.
이러한 21세기 글로벌 유목경제시대에는 주요생산이 산업생산에서 문화생산으로 바뀌어 간다. 소니, 디즈니, AOL, 타임워너 등 새로운 경제 주도기업들이 하이테크기기와 더불어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음반 등을 문화산업 매체에 담아 판매하는 콘텐츠를 보라! 콘텐츠란 ‘인류의 이야기와 체험’이다. 이들 기업은 지구 구석구석에서 창출 돼 수 천년동안 축적 돼 있는 문화유산을 발굴해 유료상품화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경제현상을 체험경제(제레미리프킨), 크레비즈(crebiz)경제, 하이터치(High-touch)경제(존나이비스트)등으로 부른다.
바야흐로 세계는 문화가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정치의 시대와 경제의 시대를 건너 문화의 시대로 넘어가면서 디지털 문화세대가 시대의 주요한 흐름을 만들어내고 있다. 다니엘 벨은 정치는 평등을, 경제는 효율을, 문화는 자기충족을 각각의 목표로 삼는다고 한다. 가히 오늘의 시대는 문화의 시대에 걸맞게 생활문화라는 범주에 포괄되는 의식주생활, 성생활을 포함한 생활방식이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다. 또한 일반 대중의 상품소비도 물질적 소비욕구의 일차적 만족에서 정신문화적 소비와 서비스소비에 대한 욕구로 방향을 틀기 시작하였다. 뿐만 아니라 각종 일회성 소비재의 확산과 향락산업, 관광오락산업, 서비스산업의 발달, 그리고 문화산업 및 콘텐츠산업의 급격한 팽창은 산업에 대한 분류방식 자체를 바뀌게 할 것이라고 한다. 전체 경제의 분류방식은 이제 관광이동, 오락, 연예, 금융, 건강, 교육 그리고 주거생활 부문으로 재편될 것이라고도 한다.
2.중국문화예술 관광산업정책의 한 측면, 그 시사성과 전망
개혁개방이후 중국은 21세기 최대시장 및 개발 수요처로 등장하면서 급기야는 중관촌이 중국 실리콘밸리로 부상하는 동시에 하이테크기업이 급속한 성장추세에 있음을 볼 수 있다. 더불어 남북조선의 정상회담이후 21세기 동북아 경제문화 블록시대와 서부지역 대 개발 전략 프로젝트를 계기로 한 신 실크로드시대의 개막을 눈앞에 두고 하이테크 분야뿐만 아니라 하이터치(High-touch)형 문화예술 관광산업에도 정책적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베이징시가 2001년 3월경 고문화 거리인 류리창(琉璃廠)을 문화 산업원구로 건설한다는 방안을 통과시켰다. 이러한 문화 산업원구 건설계획은 이미 관련부서에서 작업을 시작한 상태로 베이징시의 이러한 방안은 전국 첫번째의 문화 산업원구 건설안이다.
이 계획은 향후 중관촌의 하이테크 산업원 구역과 장안가와 중앙 산업지구의 금융가구역, 그리고 류리창의 문화 산업원구역을 21세기 중국을 대표하는 디지털 베이징경제의 트로이카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류리창 관리위원회의 소개에 의하면 이번 문화 산업원구 건설이후 먼저 문화 상업경영 면적을 확장해서 베이징시 최대의 문화상품 위탁 판매지로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이와 동시에 수공예 제작업을 발전시키고 명, 청 시대 건축의 민간주택 형식을 수리 복건 한다는 방침도 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문화산업원구 건설은 특색 있고 브랜드 효과가 있는 류리창 문화자원을 이용하는 한편, 경영측면에서는 인터넷과 전자상거래 업무를 개시해서 류리창 문화 산업원구 ‘중국문화감상 자문사이트’와 ‘인터넷 민간시장’ 그리고 ‘인터넷 예술품전람’및 ‘예술진귀품 인터넷경매’ 등을 마련한다고 한다. 현재는 류리창 문화 산업원구가 전통 중국문화 산업화 차원이지만 이것이 영화, 애니메이션, 산업디자인, 캐릭터, 게임 등 현대적 디지털 문화산업과 결합할 때에는 ‘전통과 현대의 결합’이라는 놀라운 문화 산업적 융합 효과와 연관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중국의 문화예술 관광산업 정책과 서부지역 대개발의 신 실크로드전략 프로젝트, 탈 근대이후 중국 등의 동양문화에 대한 서양인들의 지대한 관심 등은 2001년 이후의 베이징 올림픽 특수경제를 매개로 해서, 중국 문화예술 관광산업은 비약적 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다.
광활한 지역에 퍼져 수백 수 천년 동안 전승되어온 문화유산을 보존하며 고유의 전통과 풍습을 지켜나가는 55개 소수민족들의 문화예술적 다양성은 오늘날 중국 문화예술 관광산업을 발전시키는 밑거름이자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질적 언어와 독특한 풍속문화들을 조화시키고 상생(相生)을 위해 실사구시하는 중국인들의 실용주의적 자세, 각양각색의 문화들을 대륙의 용광로로 녹여내 다양성의 일치와 공생문화를 꽃피워내는 합리적 사유과 융화정신은, 중국인이 가진 탁월한 특점이다.
이종배합/혼성교배의 창의성, 진정한 잡종성이 존중받는 21세기 디지털 문화시대에는 이러한 중국인의 특점이 세계문화를 리드해나가는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Ⅱ디지털(Digital), 디지털 문화 그리고 발전추세
1.디지털의 탄생과 디지털 경제사회의 기본적 특징
산업시대의 3D라고 하면 더러운 것(Dirty), 위험한 것(Danger) 그리고 힘든것(Difficulty)을 의미했다. 그러나 정보화 시대의 3D는 디지털(Digital),DNA 그리고 디자인(Design)이라고 한다.
그러면 정보화 시대의 핵심적인 원동력인 디지털(Digital)은 과연 무엇일까? 디지털을 이해하려면 디지털과 아날로그(Analog)의 차이점을 살펴보는 것이 디지털을 이해하는 단서가 될 것이다.
아날로그를 구성하는 최소단위가 아톰(Atom)이라면 디지털을 구성하는 최소단위는 비트(Bit)이다. 아톰이 물질계를 구성하는 최소단위라고 한다면, 비트(Bit)는 정보의 DNA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원자적 요소이다. 아톰이라고 하는 실체의 양을 연속적인 물리량으로 표시한 것이 아날로그라 볼 수 있는데 아날로그는 일련의 연속성을 순차적으로 표시한다. 아날로그 세계는 물질적 세계가 유통되는 세계이므로 원본과 복사본의 구분이 확연하다.
물질의 지배를 받는 아날로그 세계에서는 아톰을 누가 먼저 소유하느냐에 따라 부가 결정되고 경쟁력이 좌우된다. 이에 반해 디지털에서는 영상, 소리, 문자 등으로 표현되는 모든 정보들이 ‘0, 1’ 또는 ‘on, off’의 형태로 저장된다. 디지털 세계는 무형의 지식정보가 유통되는 세계이므로 이를 누가 먼저 소유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해당정보를 남과 다르게 활용하는 능력과 활용한 정보를 타인과 함께 공유하며 씨너지(synergy)를 창출하는 능력이다.
사람들은 디지털 혁명이 20세기를 마감하고 21세기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변화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마디로 물질적 실체나 유형의 상품이 시공간적 제약 조건 하에서 교환되던 아날로그 경제사회가 무형의 지식 정보와 시공간적 제약을 벗어나 빛의 속도로 호환되는 디지털 경제 사회로 옮겨지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경제사회는 다음의 몇 가지 기본적 특징을 내용으로 한다.
첫째로, 정보의 신속한 이동과 확산성이다.
디지털 정보는 네트워크를 타고 광속으로 확산되기 때문에 단기간에 새로운 정보가 신출귀몰하며 지식의 라이프 싸이클이 현격하게 단축된다.
둘째로, 변화가 불연속적, 불규칙적으로 일어나고 예측이 무의미해지는 복잡성이다.
전혀 다른 이질적인 다양한 정보들을 결합하고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역동적인 정보를 또 다른 형태로 조합함으로써, 전혀 다른 정보나 지식을 창출하는 능력을 중시하게 된다.
셋째로, 개인의 독자영역과 특이성이 존중되는 사회의 다원성이다.
특정집단에 소속되지 않고 자신을 중심으로 on-off Line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자신의 아이디어와 상상력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유목민과 같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프리랜서(freelancer)가 진가를 발휘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넷째로, 풍부한 상상력이 무한대의 가치를 발휘하는 가상성의 일반화이다.
디지털 광속 환경 하에서는 전통적인 생산의 3요소였던 토지, 노동, 자본보다는 시공을 초월하는 가상공간을 무대로 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무한한 상상력을 토대로 창출하는 지식이 더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낸다.
2. 디지털 문화의 실체와 그 발전추세
이제 디지털은 단순히 테크놀로지로서의 의미를 넘어서서 1990년대 중반이후 경제문화 및 산업 전반을 변혁시키는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디지털은 원리상 ‘ 0과 1’의 조합이고 의미론적으로 ‘아날로그의 반대말’이며 형태론적으로 테크놀로지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디지털에 대한 개념적 통념일 뿐이다. 통념을 떨쳐야 진정한 실체를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문화의 진정한 실체는 과연 무엇이며 이의 발전추세는 어떠할 것인지 한국의 디지털 문화 이론가 정진홍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와 프랑스 최고의 석학으로 불리우는 자크 아탈리의 견해를 참조하여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디지털 문화는 아톰과 비트가 결합하는 하이테크놀로지(High-technology)문화이다.
디지털은 아날로그와 대립하기보다는 오히려 아날로그적 요소와 결합함으로써 그 가치를 발양 시킨다. 진정한 디지털 문화는 아톰(Atom, 물질적 세계의 최소단위)이라는 씨줄과 비트(Bit, 전자적 세계의 최소단위)라는 날줄이 얽혀서 짜여지는 양탄자 혹은 그물망 같은 것이다.
디지털의 빠름도 중요하지만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활동은 빠름의 논리에 무임승차해서는 절대로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담론의 대상이 정보화든 디지털이든 사이버든 이 모든 것의 모태는 아날로그이다. 이를 망각할 때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디지털의 급류는 정보의 표피만 난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뉴밀레니엄 디지털 시대의 가치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아톰과 비트,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만나서 얽히는 그물코에서 창조된다. 바로 그 접경지대에서의 얽힘의 지점, 그 결합의 그물코에서 디지털 시대의 가치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둘째로, 디지털은 감성융합(fusion of sense)에 기초한 센소로지(sensology)문화이다.
디지털 원리의 외양은 0과 1의 조합이지만 기실 그것의 내용은 다름 아닌 감각, 느낌, 감성의 융합이다. 한마디로 말해 디지털은 느낌을 섞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간은 오감을 가지고서 그 오감을 자신의 몸안에서 자유로이 융합시킨다. 그런데 문제는 인간 몸 안에서는 자유자재로 융합할 수 있는 오감이 인간 몸 바깥으로 확장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인간은 그 오감을 자기 몸 바깥으로 확장하기 위해서 미디어를 발명했다. 라디오는 귀의 확장, 신문은 눈의 확장, 확성기는 입의 확장, 텔레비전은 눈과 귀의 확장과 같은 식이다. 이러한 것들이 이른바 아날로그시대의 미디어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종래의 아날로그시대의 미디어는 오감융합이 아니라 오감 분할방식으로 감각능력의 외재적 확장을 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시대는 인간의 몸안에서 가능했던 오감 융합을 다시 인간 몸 밖에서도 분리시키지 않고 확장가능하게 했다. 바로 디지털
화된 새로운 멀티미디어 환경을 통해서 말이다. 멀티미디어(Multi-media)란 이름 그대로 사운드(sound), 이미지(Image),텍스트(Text),데이터(Data)등을 컴퓨터가 융합한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보고 듣고 맛보고 냄새 맡고 더듬어보는 다양한 감각능력을 뒤섞어 확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감성융합을 가능케 했던 것은 컴퓨터, 인터넷, 멀티미어 등으로 대표되는 기술 발전이었다. 이러한 하이테크놀로지의 발전속도에 비례한 세상의 빠른 변화에 우리는 멀미를 느낄 지경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변화의 동력이 테크놀로지 즉 테크닉의 로직(The logic of technic)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테크놀로지에 대한 숭배’라고 할 만한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그것이 당연시된다. 모두가 테크놀로지를 경외하고 그 테크닉의 로직이 우리의 상상과 삶위에 군림하는 것을 기꺼이 수긍한다.
그러나 디지털화를 특징으로 하는 뉴밀레니엄 시대의 변화의 동력은 테크닉의 로직 즉 테크놀로지가 아니라 오히려 센소로지 곧 감성의 로직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감성의 로직’이란 무엇인가? 이것은 설명되기보다 느껴져야 하는 그 무엇이다.
저명한 피아니스트 앙드레 가뇽은 ‘바다위의 피아노’(unpiana sur lamer)라는 곡을 연주하기 앞서 청중들에게 ‘바다위의 피아노를 꿈꾸어 보라’고 연주 전에 관객들에게 주문한다고 한다. 바다 위의 피아노를 꿈꾸어 보라니? 테크닉의 로직 곧 근대적 이성과 계산적 합리성으로 무장한 사람은 바다 위의 피아노를 꿈꾸기 전에 먼저 바다위에 피아노를 안전하게(?)띄워놓을 궁리부터 할는지 모른다. “땟목 위에 띄워? 아니면 요트 위에 띄워?”하며 말이다. 그러나 앙드레 가뇽이 주문한 것은 그것이 아니지 않는가?
감성의 로직은 바다 위의 피아노를 직관적으로 꿈꾸게 한다. 상상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감성의 로직이란 “만약 이러저러하다면...”이라는 가정법의 울타리를 넘어선 원초적인 상상력의 운동양식과 닮아 있다. 근대적 이성과 계산적 합리성의 울타리에 갇히지 않은 상상력이 뛰놀 수 있는 마당, 바로 거기에서 감성의 로직은 싹트고 열매 맺는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뉴밀레니엄시대의 디지털문화는 테크닉의 로직이 아닌 감성의 로직에 바탕한 생각하기요, 상상하기다. 지난 시대의 우리의 상상력이란 사실 미디어 특히 시각 미디어가 전달해준 이미지의 모자이크에 불과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미디어 특히 시각 미디어에 갇힌 상상력, 사실상 상상의 진정한 힘이 거세되어버린 조각나고 파편화 된 공상의 흔적에 불과했다. 따라서 진정으로 상상하기 위해서는 경험적 이성과 계산적 합리성에만 의존하는 생각의 틀을 버려야한다. 자기 안에 숨어있는 감성의 돌기들을 모두 들추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자기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하고 겉으로 보이는 것에 매몰되지 않고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이전의 아날로그 시대가 ‘느낌의 분절시대’였다면, 디지털 시대는 ‘느낌의 융합시대’이다. 디지털화를 통해 ‘감성분열에서 감성융합’으로 전환하는 뉴밀레니엄 디지털 시대는 한 차원 높은 새로운 의미의 장의 조화(harmony)를 요구하고 지향한다.
그러므로 뉴밀레니엄 디지털 문화창조는 테크놀로지의 표피에 머물거나 기술발전의 급류에 휘말리지 않고, 센소로지의 심층으로 내려가 원초적인 생각과 지혜의 뿌리를 드러내고 감성의 로직이 그리는 마음의 회로도를 펼쳐보이는 일이다. 마음의 회로도를 그리고 그것을 펼치는 일, 바로 그것은 ‘생각하기에서 묵상하기’로 더 깊이 내려가 진정한 것과 궁극적인 것과의 ‘소통하기’를 이루는 일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그것은 감성융합에서 더 나아가 한단계 더 높은 영성융합의 경지를 배태시키고 예비하는 것이다.
셋째로 디지털 문화는 하이테크놀로지(High-technology)와 센소로지(sensology)를 넘어 나눔과 공유의 로직(the logic of share)즉 쉐어로지(sharelogy)와 형제애의 유토피아(utopia)로 나아가는 문화이다.
오늘날 급속히 진행되는 글로벌화와 정보통신혁명은 국경조차 의미를 상실할 정도의 광속으로 변해가는 무한경쟁시대를 만들어 버렸다. 세계는 오로지 경쟁력이 지배하는 글로벌 자본주의 장마당으로 변해버려 개인간에도 ‘너를 이겨야 내가 산다’는 살벌한 경쟁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나 아닌 남은 모두 경쟁상대이고 꺽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상황에서 남의 불행을 나의 행복으로 여기는 풍토는 당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풍토는 창조성의 빈곤과 이기주의(selfishness)가 극단화된 모습이다. 자기중심주의(I-centeric)와 창조적 사유체계에서는 타인과의 공존이 가능하지만 극단화된 경쟁의식과 이기주의 풍토에서는 관용과 공존의 미덕은 끼어들 여지가 없어진다. 승패가 분명한 제로섬게임(Zerosum game)상황이 치열해져 ‘너 죽고 나 살자’식으로 극단화 되면, ‘너도 죽고 나도 죽는’공멸의 네가티브섬게임(Negative sum game)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우리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인간은 경쟁과 사랑(나눔과 공존)으로 사는 것이다. 인간사회에 경쟁이 없으면 발전이 없다. 하지만 경쟁만 있고 사랑(나눔)이 없는 사회는 모두가 결국 쓰러질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진정한 디지털 문화인으로 사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변화를 즐기며 경쟁의 차원을 독창성의 경쟁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하나의 빵을 향해 모여들어 제로섬게임을 벌이면 개인의 몫은 줄어들고 승리했다 하더라도 피투성이의 승리일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창조의 여백이나 나눔과 공존 등 사랑의 미덕이 끼여들 여지가 없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독창성을 가지고 서로 다른 목표를 향해 나간다면, ‘너와 나 우리(사회)’모두가 승자(All-win game)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독창성의 경쟁문화와 사랑/나눔의 문화가 어우러져 참으로 인간다운 사회로 나아갈 수가 있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진정한 리더는 잉여가치를 착취해서 큰돈 번 갑부가 아니라, 독창성의 경쟁으로 사회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참으로 형제애의 유토피아, 나눔과 공유의 인간다운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자 인 것이다.
자크 아탈리(Jacgues Attali)는 인류사의 유토피아(utopia)를 그것이 지향한 핵심적 목표를 중심으로 네 개의 큰 범주, 곧 영생, 자유, 평등, 형제애(박애)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영생, 자유, 평등 이 세 종류의 유토피아가 서로 충돌하는 상황에 도달해 있다. 종교는 공포를 극복할 수 없는 인간의 연약함을 지렛대 삼아 영생을 약속하는 대가로 자유를 제한한다. 자유가 존재하는 곳에는 이기주의의 덫을 벗어날수 없는 동시에 불평등과 불안정의 심화를 막을 수 없다. 역으로 명분이야 어떻든 심리적으로 질투심에 바탕한 평등은 오로지 자유의 폐허 위에서만 나타난다. 어쨋거나 그 유토피아들 가운데 어느 것도 스스로 설정한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
미래에 혹자는 종교성의 회귀를 예언할 것이고, 혹자는 평등이나 자유를 향한 새로운 길을 찾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어떤 이들은 공포나 이기주의나 질투심에 바탕을 둔 위의 세 유토피아 모두를 초월하여 각 자가 남을 행복하게 하는데서 자기의 행복을 찾는 유토피아를 상상할 것이고, 그것을 형제애의 유토피아라고 부르게 될 것이다. 형제애(박애)는 개인적인 행복을 타인의 행복과 결합시키는 유일한 이타적 유토피아이다.
오늘날에는 영생과 자유와 평등의 세 유토피아가 실패함으로써 형제애 유토피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유토피아는 다른 모든 유토피아들이 그랬듯이 필연적이면서도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재애(나눔과 공존)의 도래는 현대 디지털 경제의 내부에서 갈수록 빈번하게 나타나는 ‘서로가 상대의 성공을 필요로 하는 상황’ 즉 수학에서 이른바 ‘넌-제로섬 게임(Non-zerosum game)’이나 ‘윈윈 시츄에이션(Win-win situation)’이라는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사람들은 개인적인 이익이 전혀 걸려있지 않은데도 남에게 주는 기쁨을 추구하는 경우가 있다. 사회경제적 약자를 돌보고 연대하는 제3 쎅터영역의 민간단체들, 생태환경, 인권문제를 중심으로 지구촌 공동체를 형성시켜가려는 국제 NGO등의 급속한 증가를 보게 된다. 형제애는 사람들이 도시 생활의 고독을 거부하고 인간 형제든, 애완동물이든 타자를 열렬히 찾게 되면서 갈수록 중요한 의미를 띠게 될 가능성이 많다. 지식사회가 고도화 될 수록 형제애는 더욱 활짝 피어날 것이다.지식은 그것을 평가해주고 나누어 가질 사람이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그러므로 지식이 존중되는 사회에서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능력과 남과 자기를 비교하는 능력과 남과 관계를 맺는 능력을 잃지 않게 하는 형제애가 중요한 의미를 갖게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형제애란 자기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남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빌게이츠, 당신은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왜 정보의 공유와 나눔이 기술의 진보를 이끄는지를, 왜 기술과 정보는 빈부격차 없이 공유되고 나누어져야 하는지를, 문제는 ‘생각의 속도’가 아니라 ‘생각의 깊이’입니다.”라며, 정보 소스(Source) 공개를 무기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성에 맞서는 리눅스의 창시자 리누스 토발즈! 젊은 컴퓨터 천재 리누스 토발즈의 나눔과 공유의 오픈 소스(open surce)철학에서도 뉴밀레니엄 디지털시대의 형제애적 유토피아라는 아름다운 사상을 만나게 된다.
Ⅲ 민족문화의 법고창신(法古刱新)과 21세기 조선족문화
20세기 서구의 산업문명이 가져다준 대량 생산, 대량 소비의 결과는 대규모 차원에서 지구 환경에 절박한 위기를 가져왔다. 그리고 오늘의 뉴밀레니엄 디지털시대는 공간을 초월한 커뮤니케이션과 초스피드화로 세계는 더욱 좁아지고 이른바 무국경(borderless)의 전방위적 글로벌 경제시대가 되었다. 여기서 주요생산이 ‘산업생산’에서 ‘문화생산’으로 바뀌면서, 세계 중심 국가를 자처하는 다국적 문화의 확산전략의 힘이 너무도 막강하기에 문화의 획일화와 함께 민족문화의 위기론이 나온다.
시장 중심의 자본주의 체제가 생물학적 다양성을 없애고 천연자원을 고갈시켰듯, 문화자원을 발굴해 상품화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판매하는 문화상업주의적 미래경제 체제도 문화 다양성을 퇴화시키고 문화자원을 고갈시킬 위험성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여기서 우리에게 문화 다양성의 존재기반인 민족문화정체성 확보, 그리고 문화와 상업의 병존을 위한 대안적 모색이 요청된다. 민족문화 정체성 확보, 그리고 문화와 상업의 병존은 전통을 고스란히 계승하는 것이 아니라 근대적 현실에 걸맞는 창조적 계승 속에서 가능해 진다. 그러기에 창조적 계승(당대적 재창조)은 당대 정신에 충만한 시대적 소명을 철학적 기반으로 하여 이루어져야 하며, 해당 민족의 당대 세계가 처한 현실인식에서 비롯되어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창조적 계승의 모범적인 사상적 근거로서, 법고창신(法古刱新)의 정신과 방법론, 21세기디지털 민족문화 정립을 위한 법고창신 전략의 담론을 한국 민속 이론가 주강현의 논의를 참고로 하여 전개해 보고자 한다.
1. 박연암의 법고창신 정신과 방법론
조선시대 북학파의 대표적인 한 사람인 박연암은 「열하일기」에서 문학(문화)의 창조적 계승정신과 방법론으로서 법고창신(法古刱新)과 합변지기(合變之機)를 논하였다.
법고창신은 박연암이 창작한 것은 아니고 초정집서(楚亭集序)에서 따온 말이다. 그는 편벽된 ‘법고’와 ‘창신’즉 맹목적인 ‘법고’와 ‘법고’를 전혀 무시한 ‘창신’모두를 비판하고는 법고창신을 “진실로 옛것을 본받으면서도 변할줄 알고, 능히 전아(典雅)할 수 있다면 금문(今文)이 고문과 같아지는것이다.”라고 하였다.
합변지기(合變之機)의 합변은 ‘부분적인 요소를 합쳐서 이 요소들이 원래 지니지 않았던 새로운 뜻을 만들어내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즉 합변지기란 ‘옛것을 배워 그것에 집착만 하여서는 결코 훌륭한 글을 쓸 수 없고 옛것을 현실에 알맞게 변화시켜 쓸 때 비로서 새롭고 훌륭한 글이 창조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세기는 서세동점의 시대, 제국과 식민의 시대였고, 문화 역시 제국과 식민시대의 문화론이 지배적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바야흐로 21세기에 들어선 오늘의 문화지형도 역시 세계화를 내세워 만사를 오로지 세계적 차원의 담론으로 내몰고 있는 상황이다. 21세기초 글로벌 경제시대의 풍경은 더욱더 열려진 세계화의 이름으로 급격히 번성하는 문화 사대주의의 꽃밭과 같이 되고 있다. 21세기는 세계화의 시대이며 범지구적 차원에서 하나되는 문화의 시대이며 그리하여 민족문화에 대한 집착은 결국 고립화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주장이 대표적인 실례이다.
그러나 민족문화의 문맥을 부정하고 시공간을 뛰어넘는 미국 중심의 단일 문화 체제의 등장에 도사린 초국적 국제자본의 상업주의적 논리를 꿰뚫어 보아야한다.
법고창신의 민족 문화론은 복고주의 민족문화론도 사대주의 문화론도 아니다. 자 민족 중심의 민족문화만이 옳다거나 그것에 의해서만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다는 주장은 시대착오적이기 까지 하다. 어떻게 자민족의 문화에만 좋은 것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소위 민족 문화에는 반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것들이 수두룩하고, 전통이라는 것은 무기이기도 하기만 때로는 그 무기가 자신을 겨누는 독화살이 될 수도 있다.
시대가 변하면 문화도 변하게 마련이며 전 근대사회의 민족문화가 고스란히 21세기 디지털시대의 좌표가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민족문화의 21세기적 법고창신! 그것이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민족문화의 발전전략일 것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민족문화의 21세기적 법고창신을 위한 담론을 살펴보자.
2.민족문화의 21세기적 법고창신을 위한 몇 가지 담론
1) 물성(物性)의 문화에서 다시 영성(靈性)의 문화로
물성의 문화란 물질적 재부를 자본주의적인 상업적 가치로만 판단하는 문화라고 할 수 있는데, 자본주의 시대에 물성의 문화가 문화적 헤게모니(Hegemony)를 쥐게 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우리는 물성의 문화를 금과옥조로 떠받드는 시대, 황금만능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면 영성의 문화란 무엇인가? 그것은 혼이 깃들인 문화이다. 서구 문화개념인 예술은 동양식으로는 ‘예도 (藝道)’이다 . ‘술(術)’과 ‘도(道)’는 격이 다르다. 현실은 ‘예술’이라는 개념이 지배하고 있으나, 동양인은 ‘예도’를 내 팽개칠 수 없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예술이 부정될 필요는 없으나, 영성이 깃들인 예도를 추구해야 하는 것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이들의 문화적 과제이다.
20세기에 영성과 물성의 문화는 상호 대립적인 모습으로 나타났으나 본질적으로는 하나이다. 천지의 만물은 모두 같은 기를 받지만 질이 서로 달라 서로 다른 신기(神氣)를 갖게 된 것 이라는 최한기의 기(氣)에 관한 이해방식을 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물량적 문화, 속도전의 문화, 전격전의 문화에서 오히려 작은 문화, 느림의 문화, 진지전의 문화로 나아감으로써 우리는 문화적 영성을 회복할 수 있다. 다중복제, 다중합성 문화의 대량 생산시대라 하여 민족 문화의 수공업성이 평가 절하될 이유는 없다. 문화의 시대라는 담론 속에는 문화의 대량복제, 대량 확대 재생산을 통한 문화자본의 증식이라는 본질이 담겨있다.
민족문화의 어떤 부분들이 덜 자본주의적이고 비 경쟁적이라 하여 포기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민족문화의 상당부분이 국지적이고 세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여 천시해서는 더더욱 안될 것이다. 수십만 kg 단위로 생산하는 공장김치의 확대생산을 통해 김치를 세계화하며 국제시장에 진출할 필요도 있고, CD롬에 담겨 수십 수백 만장이 팔리는 사물놀이도 중요하다. 반면에 김장독에 버무려 넣는 김치와 신명나는 굿판의 풍물굿은 문화적 정체성을 위하여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에 김장독의 김치 맛과 풍물굿의 직접적 신명이 없어진다면 대량복제와 확산의 문화 자본적 가치증대도 자기 기반을 잃고 생명력을 잃을 것이다.
우리는 자본제적 가치만을 척도로 놓고 전적으로 자본제적 사고만을 수행하는 물성의 가치관을 뛰어넘는 영성의 가치관을 이끌어 내야 한다. 그리하여 혼이 깃든 문명을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돈을 벌어들이기 위한 문화산업론만의 잣대로 전통문화의 법고창신전략을 사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각각의 문화산업론 뒤안길에서 영성의 문화를 채근하고 그 가능성을 열어놓는 밑줄 긋기를 계속해야할 것이다. 이러한 영성회복에 대한 집단적 노력은 전 대중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일종의 문화운동으로서 21세기 민족문화의 르네상스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자본의 국제적 파동이 강화되고 있는 현실에서 물성의 문화를 벗어나 영성의 문화로 나아가는 민족문화의 희망의 근거는 생명의 외경 그리고 공유와 나눔을 생각하는 문화관을 모색하는 노력 속에서 나온다고 생각되어진다.
2) 세계화와 에스닉 붐(Ethnic Boom), 그리고 문화 다원주의
세계화는 양면성을 가진다. 세계화는 획일적 문화의 보편화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각 민족 특유의 문화예술, 먹거리 등이 인기를 얻게 되는 양면성도 지닌다. 에스닉 붐(Ethnic Boom)으로 토속문화의 상품적 변별성이 나타나거나 느닷없이 복고풍이 되살아나는 측면도 있다. 세계화는 세계문화를 필연적으로 세계적 거대상품으로서의 판아메리카나 문화권으로 단일화 시키면서, 동시에 각 개의 ‘에스닉 (Ethnic)’을 차별 상품화시키는 결과를 빚는 탓이다. 에스닉은 고유성을 간직하되 전통적 의미에서의 고유성이 아니라 자본주의 국제 거래 품명(구색맞추기)으로서의 에스닉으로 새롭게 부각될 수 있는 계기를 맞고 있다. 가령 일본 내에서 오키나와 민요에 기초를 둔 류크 음악의 선율에 매력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으며 일본인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김치를 사들이는 것도 일종의 에스닉 붐이다.
세계문화의 꽃밭은 빨강꽃, 파랑꽃, 노란꽃같은 백화가 만발한 꽃밭이어야 하며, 단일 빛깔로 이루어진 꽃밭은 평화의 꽃밭이 아니다. 미국을 위시한 ‘세계문화의 종주국’을 자처하는 국가들은 단일색의 꽃밭을 세계문화의 꽃밭이라고 어거지 쓰며 심지어는 다른 빛깔의 꽃밭을 짓밟는 횡포를 부리기도 한다. 반드시 미국 영화만을 볼 이유가 없는데도 약소 국가들에게 미국영화 보기를 강요하는 것은 그런 횡포의 일종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에스닉의 상품화라는 문제 때문에 고유민족문화는 강렬한 상품으로 부각되고 있다.
오늘 21세기의 흐름을 볼 때,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세계화는 획일화 보다는 오히려 시장의 다원주의로 옮겨갈 가능성이 많다. 세계적인 기업들 조차 고객의 문화에 맞춰 상품을 다양화할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현지 기업과의 연합을 통해 자신들의 세계성을 은폐하면서 문화를 혼합한 다양한 상품을 끊임없이 만들어 낼 것이다.
그런 다양성은 언어, 음악, 요리 등 여러 부분에서 나타나고 있다. 자동 번역기술이 진보하면 언젠가는 오늘날 빈사상태에 놓인 모든 언어들이 소생하게 될 것이다. 음악부분에서 는 미국 음악으로 획일화하기는커녕 문화적 뿌리가 다양한 리듬과 멜로디, 악기, 노랫말을 혼합하여 새로운 장르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3) H2 O 민족문화론, 무형문화의 발양을 위하여
물의 본질은 H2 O 이다. H2 O 는 조건과 상황에 따라 고체(얼음), 액체(흐르는 물), 기체(수증기)로 존재한다. 문화라는 H2 O 는 조건과 상황에 따라 고체(얼음). 액체(흐르는 물).기체(수증기)로 존재한다. 문화라는 H2 O 역시 인간 삶의 조건과 상황에 따라 유형문화, 무형문화로 나타난다. 그런데 오늘날 세계문화유산의 실상은 유형문화중심적 사고에 젖어있고, 그중독의 여파가 심하여 유형문화를 중시하고 무형문화를 뒷전에 밀쳐놓고 잊는 것이 현실이다.
무형문화는 기본적으로 민중의 자산이다. 무형문화의 거대한 힘은 민중성에 기초하여 문화적 보편성을 획득한다. 민중문화의 요체가 무형문화속에 잘녹아있다.
아프리카 민중들이 고기를 잡으면서 부르는노래, 중국의 민중들이 명절날 즐기는 춤, 자연의 변화에 따라 즐기는 다양한 축제들, 천연의 재료로 만든 술, 민간요법등의 무형문화는 민중의 삶속에 수증기처럼 흐르는 물처럼 존재한다.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오면서 전통적 무형문화를 이어나가는 민중의 문화창조력은 사실상 고립되어있다. 전통적 문화환경이 형성되어 있는 사회가 아닌 탓으로 농어민들은 그저 고립무원의 힘겨운 삶 속에서 무형의 자산을 이끌어 나갈 뿐이다. 한마디로 자신을 대변할만한 ‘문화적 이익집단’이 존재하지 않음으로 개별민중의 힘으로 무형문화가 이어져나간다. 일반문화예술과는 달리 전통적 무형문화는 시장경쟁력도 약하다.
그러나 무형문화는 해당 민족문화를 구성하는 근본토대일 뿐만 아니라 법고창신하여 21세기에 대비할 수 있는 결정적인 자산이기 때문에, 자본제적 시장논리로만 재단할 수 없는 문화적 자산가치를 지닌다. 무형의 문화를 보존하는 일은 문화산업화의 절대적인 지름길이다. 사찰의 전통음식을 잘 보관한다면 현대적인 음식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전통적 가구를 잘 전승시킨다면 현대적 가구를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적소유권의 시대, 디지털정보화사회에서 무형문화는 끊임없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으며,자산가치만으로도 무한하다. 무형의 음식문화를 산업화시키고 나아가서 더 세계화시켰을 때 그자산은 무한대로 번식한다. 또한 무형의 문화에는 민중의 집적된 총의가 담겨 있기 때문에 시민사회의 대중적 평등문화에서 보장받을 역사적 환경이 축적되어 있다. 무형문화는 놀라운 기동성을 가지고 있으며 문화적 확산도 가능하기 때문에, 무형의 자산은 오늘날 국가권력의지와 무관하게 새롭게 평가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무형문화나 무형문화재의 경제적 가치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이것이 e-비지니스나 하이터치비지니스와 접촉하면서 무한한 경제가치를 창출하기시작하면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무형문화가 지니는 본질적 힘이 주목되면서, 무형문화의 토대인 민속의 개념확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전근대 풍속의 해체와 새로운 풍속의 생성이라는 지난 100년 간의 사회역사적 변동 속에서 현존의 민속개념가지고는 21세기 디지털시대를 이끌어나갈 수가 없게 되었다. 민속은 진부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고창신하여 새롭게 재해석되고, 신화. 철학. 성풍속. 역사. 문학. 예술. 생태. 영상등 다양한 측면에서 재조명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민속’은 21세기 디지털시대의 중요한 화두로 부각되고 있다.민속은 세계화시대의 대안의 하나이며, 민중의 생활문화는 시민사회의 또다른 대안이 되는 탓이다. 봉건성에 안주하는 전통이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야한다. 전통문화의 문화산업화가 국가전략적 목표가 되고, 전통의 진실된 보존이 우리 미래 삶을 보장하는 근거지가 될 수 있다는 가치관이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무형문화의 가치는 학문의 내적틀에만 안주할것이 아니라, 언론, 출판, 영상, 여성, 생태, 정책등 다양한 분야의 시각으로 총화될 필요가 있다.
4) 민족문화의 진지전 구축과 시민경제시대
민족문화의 법고창신 전략에서 빼놓을수 없는것은 문화의 진지전 구축전략이다. 이태리의 마르크스주의 이론가 그람시는 문화헤게모니론을 전개하면서, 문화의 진지전을 논파한적이 있다. 그람시에게서 진지전은 반자본주의 부문에서의 헤게모니투쟁으로 이해했으며, 진지전이 지녀야 할 보편적 성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바 있다.
“국제적 상황은 투쟁의 민족적 성격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특정국가의 국제관계들은 ‘독창적’이고, 어떤의미에서는 독특한 조합의 결과이다. 즉 이들 국제관계는 그독창성과 독특성이 이해되고 인식될 때, 그관계들을 지배하고 지도할 수 있다. 확실히 발전의 노선은 국제주의를 지향하고 있지만 출발점은 민족이다.”
민족문화를 보존. 계승발전시켜나가는데에는 진지전이 가장 적합하다. 요소요소마다 진지를 구축하고 대나무를 키우듯이 저변을 촘촘히 확대해나가는 작업이 요구된다. 한국소설가 황석영의 표현을 빌린다면 모죽론(母竹論)이 그것인데, 대나무의 삶에서 진지전을 어떻게 구축할것인가하는 예를 보게된다.
“처음 심는 대나무가 모죽(母竹)입니다. 그러면 이대나무가 삼백육십도 방향으로 뿌리를 뻗어나가는데 일정한 간격이 되면 각뿌리에서 죽순이 올라오지요. 뿌리는 땅밑을 수평으로 뻗어나갑니다. 이듬해에는 이죽순이 어머니 대나무와 같은 크기로 죽죽자라나게 됩니다. 그래서 한구역의 대숲을 이루게 됩니다. 밖으로는 각개의 독립된 대나무지만, 땅밑으로 그뿌리가 그물망처럼 얽혀있지요. 그래서 대밭에는 풀한포기 들어가 자랄수가 없습니다. 이네트워크가 어찌나 강고한지 일본에서 지진이 나면 대밭으로 피신을 한다고 합니다.”
‚
민족문화산업화의 전격전방식은 실패로 끝날 확률이 높다. 민족문화의 본질적 성격이 전격적이지 않은 탓이다. 전격전은 언뜻 성공할것 같지만, 세계자본주의 시장에서 한때의 유행으로 그치거나 한탕주의의 환상으로 끝날가능성이 많다. 수공업생산은 늘상 대량산업의 반대로 인식되어 미숙한 단계로만 생각하는 사고는 전현대적 사고방식이다. 21세기 글로발경제시대라는 다품종 소량생산방식이 생산방식의 주요흐름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주목해야한다. 또한 오늘의 시대는 세계화와 지방화가 일체화되는 글로칼라이제이션화(Glocalization)시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과 개미군단이 지배하는 시민경제시대를 맞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문화의 진지전 구축전략은 민족문화의 법고창신과 시민경제시대를 열어가는 핵심적 요소이다.
5)민족문화의 정체성과 진정한 잡종문화
잡종의 힘은 질기고 강하다. 우리는 민족문화를 질기고 강하게 만드는 또하나의 길로서 잡종화를 주목해야할 것이다. 민족문화의 법고창신을 통하여 새롭게 창조되는 잡종은 사실은 잡종이 아니다. 그것은 새로운 문화창조인 것이다. 획일화를 막는길가운데 하나역시 ‘창조적 존재학’으로서의 잡종화이다. ‘창조적 존재학’으로서의 진정한 잡종은 혼성모방과는 다르다.
잡종과 혼성모방과 왕왕 혼동되거나 경계가 애매하기도 하나, 양자는 다르다. 잡종을 이종배합, 지평융합을 통한 ‘새로운 융합”의 산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잡종은 대등한관계로 만나야하며 유전자를 이어받고는 있되, 전혀 별개의 창조물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반해서 혼성모방은 ‘아리랑 드레스’처럼 혼재되어 참신한 창조력과는 별관계가 없다.
진정한 잡종은 상호평등성에 기초한 결합에서 가능하다. 상호평등성에 기초하지 않은 서구중심적 혼성문화(fusion)는 토착민속과 지역전통음식을 위협하여 결국은 점진적으로 왜곡시키다가 소멸시켜버린다. 동시에 지역주민들을 점차적으로 민족음악에 무감각해지도록 만들어 버린다. 우리는 잡종과 마구잡이 혼성모방을 혼돈하는 경우가 많다. 진정한 잡종은 역동성과 창조력을 지니면서 계속 전승이 거듭되지만, 혼성모방은 단명으로 끝날뿐이다. 그런면에서 혼성문화(Fusion)와 민족문화의 법고창신은 성격이 전혀 다르다.강한 잡종은 전통과 공존한다. 전통이 온전하게 보존되면서 문화의 지역성이라는 진지전적 토대위에서 새롭게 법고창신하는 가운데 가장 강한 잡종이 생겨난다
.
지역문화가 살아있는 가운데 중앙문화가 더불어 사는것이며, 민속문화가 사는 가운데 세계문화의 백화가 만발한 꽃밭도 가능한 것이다. 민족문화를 역사적으로 개관해보면, 토박이 문화와 외래의 들어온 문화의 융합으로 만들어진 잡종이 수두룩하다. 유구한 세월동안 변치않는 단일민족문화라는 개념은 틀린 것이다. 진정한 문화적 충격은 문화발전의 원동력이며, 그렇게 만들어진 잡종은 이미 잡종이 아니라 법고창신의 새로운 창조물이다.
3, 21세기 디지털문화와 중국조선족문화
오늘날 디지털정보혁명을 주도하며 하이테크벤처산업의 메카로 불려지고있는곳이 미국캘리포니아에 있는 실리콘밸리이다. 이 미국 실리콘밸리가 하이테크 벤처산업의 메카로서 기능할 수 있는 배경과 조건이 많은데, 그중의 하나로 꼽히는 것이 서로 다른 민족과 문화를 이종 배합시켜면서 변화와 독창성을 추구하는 문화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중국은 향후 디지털경제시대를 헤쳐나가는데 있어서, 아주 좋은 환경과 조건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56개 민족의 문화예술적 다양성과 그것을 대륙의 용광로에 녹여내어 융합 시켜나가는 천혜의 나라, 중국에서 조선족은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고 있다.
중국조선족의 문화적 우세는 중국대륙의 문화와 조선반도문화를 융합한 복합성과 잡종성에 있다. 이러한 특성은 중국의 다른 지역과 한반도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성이며, 이것이 중국조선족의 독특한 문화 자원인 것이다.
지역적으로는 중국과 한반도 그리고 극동러시아를 연결하는 고리에 처해있다. 이러한점을 감안한다면, 중국, 한반도, 러시아, 일본, 중앙아시아를 연계할 수 있는 경제문화적 중계계통, 전환계통, 융합계통 구축전략으로 21세기 동북아시대/ 신실크로드시대를 순발력있게 개척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중국조선족의 문화적 특성 위에서 전개해나갈 조선족 문화전략의 21세기적 과제를 도출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21세기 디지털문화와 중국조선족 전통문화간의 접목 및 지평융합을 통해, 21세기형 디지털중국조선족문화로 다시 태어남으로서 문화의 보편성과 독특성을 획득해 나가야할 과제이다.
둘째로, 북경 및 지방 대도시내의 조선족 집중촌 형성을 통해 동북3성의 농촌집거지구와 연계하는 21세기형 민족문화진지네트워크 (on/off-Line)구축에 힘써야 할 과제이다. 탈농촌화된 선진산업사회의 예를 보더라도, 녹색식품, 관광, 주말농장등을 매개로 한 도농연계활동을 통하여 농촌의 공동화를 막고 민족 공동체 문화를 보존 계승 발전시키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셋째로, 문화와 산업의 상호보완적 양성순환과 아름다운 병존의 과제이다.
문화는 산업화 되어야 하지만, 문화산업주의에로만 경도된다면 문화기반이 고갈되어 문화산업자체의 존폐위기에 놓이게 된다. 전통민속문화예술이나 순수문화예술은 시장경쟁력도 약하고 자유시장경제의 상업성과 일정한 거리가 있기 때문에 국가나 자치단체의 보호육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업이 전통민족문화나 순수문화예술을 후원하는 ‘기업 메세나운동’이나, 하늘과 조상이 물려준 귀중한 역사적 유물이나 문화재, 자연을 국민적 재산으로 영구보전 하기위해 무절제한 사업화에 맞서 사회단체가 공동체적 문화유산을 공동으로 소유관리하는 ‘내셔날 트러스트운동’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문화와 상업의 양성순환과 아름다운 병존이 가능하다.
넷째로, 역동성과 창조력을 가지고 21세기 동북아시대/ 신실크로드시대/글로벌경제시대를 선도해나갈수 있는, 민족문화의 21세기적 법고창신과 잡종문화 재창조의 과제이다. 중국대륙의 56개 민족가운데서 화합단결, 호흡하며 한반도와 극동러시아, 일본, 중앙아시아 등과 연계 접변할 수 있는 것은 차이니즈 코리안이 누릴수 있는 천혜의 우세이며 강한 잡종으로 발전, 번성해나갈 수 있는 조건이 될 것이다.
다섯째로, 위에서 서술한 과제해결을 토대로 민족문화의 디지털화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문화산업화로 나아가는 과제이다.
중국은 동양문화를 대표하는 나라이기에, 중국에서 히트시키고 그것을 세계인의 구미와 취향에 맞게 개선한다면 세계적 보편성을 획득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디자인, 캐릭터, 음악과 무용등에서 대륙의 웅혼한 기상과 호탕한 기백 그리고 조선족 사물놀이의 신들린듯한 신바람의 영성이 농축되어 나타난다면, 세계적인 문화상품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한국 사물놀이의 신바람이 세계문화시장에 바람을 일으키는 것을 볼 때, 진정한 잡종의 문화상품은 더 말할나위 없을 것이다.
Ⅳ 크레비즈(crebiz)와 21세기 조선족 문화의 산업화론
1. 크레비즈(crebiz)의 개념과 태동 배경
20세기말 미국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한 하이테크벤처산업이 디지털신경제의 견인차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21세기초 벤처산업분야에서 다시 새로운 물결이 몰려오고 있다.
첫째 첨단제조업벤처 둘째 정보기술(IT) 및 인터넷벤처 셋째 바이오 벤처에 이어 벤처의 제 4물결이 몰려오고 있다. 이 ‘제 4물결’의 이름은 21세기벤처의 새로운 대안이라고 불리우는 크레비즈(crebiz)이다. 크레비즈(crebiz)란 크리에이티브 비즈니스(Creative Business)를 줄인말이다. 이는 미국에서 처음 쓰인말이지만, 일본에서는 창조산업, 창조기업, 창조경영, 창조비지니스활동등의 용어로 통용되고 있다. 어떤이들은 하이터치 벤처(High-Touch venture)와 유사개념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crebiz는 culture. concept. creativity, character. contents...등 모두 C자로 시작된다. 그래서 C-비지니스라고 부를수도 있다. 제 4물결시대는 소프트웨어(software)비즈니스시대이다. 왜냐하면 이전시기 벤처로 불리웠던 인터넷과 e-비즈니스는 이미 하나의 도구(tools)로서 뉴하드웨어(New hardware)로 전락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크레비즈(Crebiz), C-비즈니스, 하이터치(High-touch, 고감도, 고사유)비즈니스, 뉴소프트웨어 비즈니스 시대로 진입되었다. 하이테크벤처와 인터넷 네트워크시대의 비즈니스를 상징하는 용어는 e-비즈니스와 전자상거래(e-commerce)였다. 그러나 포스트 하이테크벤처(post-high tech venture)인 크레비즈시대에는 e-비즈니스에서 c-비즈니스로, 나아가 C-캐피탈리즘(자본주의)으로 상징화될 것이다.
이러한 크레비즈의 태동배경은 하이테크벤처의 단점이 여기저기서 나타나면서 부터이다. 즉 하이테크벤처가 그한계성을 드러내면서부터이다.기업에서 기술과 경영은 수레를 끄는 양쪽 바퀴이다. 그러나 이전의 벤처시대에는 기술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한쪽 바뀌만 커지고 말았다. 한쪽바퀴가 더 큰 수레로는 속도를 내어 아무리 빨리 달려봐야 제자리에서 맴돌 수밖에 없다.
이러한 벤처의 허점을 개선한 비즈니스가 바로 크레비즈다. 크레비즈는 자신만이 갖고있는 Culture(개성). Concept(생각의 차이와 깊이)등이 곧 자산이고 거대한 보물창고가 된다. 그래서 크레비즈는 하이테크 벤처보다 성장가능성이 훨씬 높다. 더욱이 이 크레비즈는 자신만의 컨셉으로 하기에 과거의 하이테크벤처처럼 엄청난 기술개발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성공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가 살고있는 이 시대는 농경혁명, 산업혁명, 정보혁명을 거쳐 ‘포스트 실리콘밸리 (Post silicon vally)시대’에 접어들었다. 탈정보화사회의 문턱에 들어선 것이다.
대중적 수요 없이 기술만을 자랑하는 첨단 하이테크벤처는 투자자와 수요자의 외면을 당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따라주지 않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기술 그 자체로는 발전이지만 비즈니스로서는 허상이다. 러시아가 기초기술측면에서는 세계적으로 앞서있지만, 비즈니스측면에서는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이다.
지구촌의 젊은이들을 주축으로 한 21세기의 수요층은 단순한 첨단제품보다는 신문화에 대한 접속을 더 바라고 있고, 자기 멋대로의 개성/ 개방/ 즐거움/ 문화적 가치 등을 추구하는 성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크레비즈시대의 전형적인 문화는 개별화/ 개성화/ 미락추구화 경향성이다. 이미 지구촌 곳곳에서 하이테크벤처가 첨단임을 내세워 자화자찬하는 동안 수요층은 새로운 컬쳐(Culture)와 에콜로지(ecology)를 찾아 눈을 돌리고 있다.
따라서 포스트 하이테크벤처시대에 비즈니스를 잘하려면, 전 세계 수요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 앞으로 수요자의 창의적인 욕구를 충족시킬수 있는 방법은 첨단기술과 새로운 문화가 서로 손을 잡게 하는길 뿐이다. 이미 문화와 벤처는 시장수요에 따라 서로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벤처와 문화는 곧 결합하게 될 것이다.
한국의 경제 평론가이자 한국경제신문의 기자인 이치구의 명제와 논의 전개를 참조로 해서 글을 전개해보자. 이치구기자의 명제에 따르면,
첫째로, 벤처(Venture)와 문화(Culture)는 곧 결혼한다.
둘째로, 벤처와 컬쳐가 결혼해 자식을 낳으면 크레비즈(crebiz)라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탄생한다.
셋째로, 크레비즈는 벤처와 컬쳐의 융합이다. (crebiz = venture +culture)
2. 크레비즈시대의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
크레비즈 바람이 일본에서 일어난 것은 일본이 모방과 개선으로 계속 미국을 따라잡으려(catch up)하다가는 또다시 ‘빌게이츠의 대포바퀴’에 깔릴지 모른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더 이상 미국을 이길만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판단아래 1997년 중소기업 창조활동촉진법을 만들어 정부가 창조기업을 만드는데 전면적인 지원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산업정책의 한분야로서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단계일뿐 크레비즈의 전체적인 패러다임을 설정하지는 못했다. 이글에서 크레비즈시대의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를 정리해보자.
<크레비즈사회의 패러다임 시프트>
구분 농업화 사회 공업화 사회 정보화 사회 창조화 사회
시기혁명권위법칙기술지향생산형태스케일추구경쟁력 B.C 3세기이후농경혁명봉건자연법칙도구공동화소품종소량풍곡다산생존노동의 양 18세기 이후산업혁명집권정치법칙엔진, 에너지표준화, 씨스템화소품종대량중후장대질, 량노동의 질, 량 20세기 후반이후정보혁명분권경제법칙컴퓨터, 통신네트워크화다품종 소량경박단소속도생각의 속도 21세기초 이후창조혁명개성문화법칙컨셉버추얼화다품종 단종가상무한미락생각의 차이와깊이
일반적인 벤처와 문화가 결합을 하면 당연히 문화산업(culture industries)이나 크레처(creture)가 탄생할 것으로 짐작하기 쉽다. 벤처와 컬처를 조금씩 닮은 새로운 산업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벤처라는 남자와 문화라는 여자가 결합을 했다고 양측을 적당히 닯은 문화산업이 나올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문화인류학에서는 하나의 문화가 다른문화를 만나면, 크로스 컬처(cross culture)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이때 이문화는 양쪽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크레비즈는 하이테크벤처라는 ‘부모’의 힘을 빌려야 하지만, 곧 성장해서 지구촌의 생태(ecology)를 변화시키면서 새로운 시장을 형성시켜갈 것이다. 많은 경제학자와 미래학자들은 정보혁명에 이어 곧 창조혁명이 밀려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크레비즈가 세계비지니스를 지배하는 시대에 접어들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크레비즈가 이렇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이유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문화가 개성화되면서 개인의 소비가 국가경제를 주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만 보아도 이미 국내 총생산(GDP)가운데 개인소비가 전체의 61.4%를 차지했다.
창조화사회가 오면 가격경쟁 및 기능경쟁의 경제 법칙은 쇠퇴하기 시작하고, 인간중심과 생태를 앞세우는 문화법칙이 우세를 보이게 될 것이다. 특히 새롭게 불어오고 있는 신자연주의 영향으로 자연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지구촌의 자연생태를 인간이 가능한 간섭하지 않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될 것이 전망된다.
이런 크레비즈시대에는 개성이 가장 존중되는 가치로 작용하게 된다. 여기에서 개성이란 개인의 성격(Individuality)을 중시해서 그의 캐릭터(Character)를 가치로 인정해주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집단동일성(Identity)을 강조하던 풍조는 차츰 사라지고, 개인의 부가가치를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내게 된다. 기업도 자신의 개성을 강조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된다.
그동안 ‘소유의 경제’가 주도했지만 이제는 ‘즐거움의 경제’가 주도하게되며, 생태를 중시하는 에코경제(eco-economics)도 새로운 분야로 떠오르게 된다. 물론 이같은 패러다임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완전한 형태의 크레비즈시대가 오기 전에 15%의 크레비즈시대, 30%의 크레비즈시대, 60%의 크레비즈시대로 성큼성큼 바뀌게 되는 것이다.
3. 문화를 활용한 크레비즈형 기업의 성공사례와 시사점
1)세계적 청바지업체 리바이스(Levis): 의복과 문화의 만남
리바이스의 창업자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1849년 한해동안 10만명이상이 일확천금의 벤처를 꿈꾸며 금을 캐러 서부로 향했던 골드러시(Gold rush)를 타고 백만장자가 되었다.
그는 황금을 캐서 백만장자가 되기위해서가 아니라 옷을 맞추어주는 양복점을 차려 돈을 벌기위해 서부로 왔다. 그는 천막에 쓰이는 질긴 조크천으로 청바지를 만들어 광부들에게 팔았다. 이렇게 질기고 튼튼한 청바지는 광부들에게 대단한 호응을 얻었고, 골드러시붐을 타고 청바지는 작업복의 대명사가 되었다. 스트라우스는 서부에서 금을 캐지는 못했지만, 청바지로 거부가 되었던 것이다. 금을 캐러 나선 광부들이 하이테크벤처기업가였다면, 청바지를 만들어 판 스트라우스는 크레비즈기업가인 셈이었다.
스트라우스는 벤처에 몰리는 문화를 최대한 활용해서 큰돈을 벌었다. 처음에는 청바지란 기능성이 중요했다. 광부에 이어 카우보이들이 입을 때까지만 해도 청바지는 세계적인 옷이 아니었다. 그러나 청바지가 가장 국제적인 복장이 된 것은 1960년대와 1970년대 당시 새로운 문화와 만나면서부터였다.
이 청바지는 젊은이들의 반항과 청년문화를 상징하면서 유행처럼 전세계에 번져나갔다. 물론 청바지의 기능성도 상품에 상당히 영향을 미쳤겠지만, 돈이 없어 청바지를 입기보다는 그것이 상징하는 문화를 즐기기 위해서였다. 더욱이 동유럽과 러시아가 개방되면서 청바지는 개방의 상징이 되었다. 아직도 북한에서 청바지를 입지 못하게 하는 이유도 청바지란 옷이 나쁘기 때문이 아니라 이런 개방문화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옷의 기능에 첨단기술을 활용한 것도 일부 있겠지만, 이런 시장을 창출한건 기술이 아니라 문화의 힘이었던 것이다.
2) 일본 니카타의 오슈포도재배 주식회사 : 농업과 문화의 만남
이 회사의 사장 오치키 이치로는 자신의 개성을 잘살려 창업한 기업인이다. 그는 남다른 컨셉(concept)으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그것은 분업화에 역행하면서 문화효용을 자극한 것이 성공의 열쇠였다.
그는 분업화는커녕 1차산업, 2차산업, 3차산업을 모두 한자리에서 하는 원시산업형태로 사업을 시작했다. 1차산업만 하면 농업 즉 애그리컬쳐(Agriculture)가 된다. 그러나 그는 애그리컬쳐를 애그리비즈(Agribiz)로 승화시켰다. 그가 이런 비즈니스를 생각한 것은 자신만의 개성과 문화를 한번 실현해보고 싶어서 였다. 그는 자신의 사업계획을 일본 술 생산업체 사장들에게 설명하자 예상외로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이렇게 모은 돈 1억 6천만엔으로 그는 회사를 설립하고 ①포도재배(1차산업)②와인생산(2차산업)③와인판매 및 레스토랑운영(3차산업)을 한자리에서 하는 생산-가공-유통을 일체화시키는 통합경영의 기업인이 되었다.
이 회사가 급격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통합경영으로 부가가치를 높였던 점등을 들 수도 있지만 결정적인 것은 ‘포도나무 소유주제도’덕분 이었다. 이 제도는 1만엔을 투자하면 포도나무 한그루를 직접 투자자가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제도가 자연을 그리워하고 와인을 사랑하는 문화를 지닌 사람들을 부추겼다. 자기가 소유한 포도나무에서 딴 포도로 담근 포도주를 즐기는 맛은 실질가치보다 문화적 효용이 높은 것이었다. 개성과 미락추구등 크레비즈시대의 수요성향을 만족시켜주는 전략이었다. 레스토랑에서 와인을 마시면서 포도원을 구경하는 것도 문화적 효용을 더욱 높여주었다. 덕분에 이포도나무 소유주제도에 참가한 비노클럽(vino club)회원은 이미 20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크레비즈시대에는 이처럼 문화적 효용을 상품화해야 부가가치를 높일수 있는것이다.
3)식혜와 김치. 그리고 황토온돌 판넬: 전통 민족생활과학과 문화의 만남
문화이론가들의 명제중 “가장 세계적인 문화는 가장 민족적인 문화이다.”라는 말이 있다. 한국에서 식혜음료는 ‘한국 식생활전통문화가 거둔 승리의 전리품이며 희망이다’라고 한다. 불과 십여년전만 하여도 손님이 오면 당연히 커피나 콜라. 사이다. 오렌지쥬스를 대접하였다. 1950년대 탄생한 칠성사이다를 시작으로 본격화된 한국음료시장은 매년 10%이상 성장을 거듭하여왔다. 그러나 식혜는 가공할만한 콜라를 뛰어넘으면서 예측불허의 성공을 거두었다. 식혜가 깡통과 결합했을 때 ‘개벽이 일어났다’할정도로 불티나게 팔렸다. 식혜라는 민족생활과학과 법고창신전략은 깡통이라는 편의주의 소비문화전술을 구사하면서 고정관념의 빈틈찌르기에 성공했다. 옛것을 새롭게 하는 법고창신이야말로 세계화의 지름길임을 잘 보여주었던것이다. 식혜의 성공이후에 수정과. 대추. 솔의눈.호박. 나중에는 배에 이르기까지 허다한 민족음료돌풍이 일어났으며, 전체음료생산에서 민족음료가 차지하는 비율이 급격히 높아졌다. 식혜의 후발주자인 배는 시원한 속살을 그대로 가공해 천연과즙음료라는 이미지를 살린데다가 갈증과 숙취해소에 좋은 효능을 가졌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식혜를 능가했다. 코카콜라에 대항하여 식혜나 배즙음료가 펼친 음료전쟁은 가히 눈물겨운 승리라 할 수있을것이다.
먹거리의 산업화 및 세계화 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역시 김치일 것이다. 전세계에 최초로 김치 통조림을 판 나라는 일본이었다. 그리하여 김치는 불행하게도 ‘기무치’로 널리 알려졌으며, 영영사전에도 버젓이 기무치가 올라있다. 자신의 것을 올바로 활용하지 못할 때, 어떤결과가 초래되는지를 잘보여준다. 김치는 유산균효능과 항암효과까지 있어 점차 세계인의 기호식이 되어가고 있는반면에 오히려 한국에서는 섭취량이 줄고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김치의 현대화를 도모하고 바이오기술과 결합한 바이오김치, 천연약재인 인삼과 결합하는 인삼김치등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종주국 한국을 제끼고 라면용, 볶음밥용, 도시락용등 음식에 어울리는 김치를 개발하는 식의 과감한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에는 숯, 죽염, 황토, 온돌등 전통민족생활과학의 산업화바람이 몇해전부터 불었는데, 일본인들은 한국의 온돌이 지니는 열축적 기능과 황토의 기를 응용하여 황토온돌판넬이라는 건축부자재를 제작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살펴볼 때, 민족문화의 산업화를 시도하는 이들은 생활속의 전통민족생활과학기술을 민족문화 법고창신의 중요한 축으로 삼아 크레비즈 산업화하는 것을 모색해야 할것이다.
4)크레비즈형 기업의 성공사례에서 얻는 시사점
새로운 크레비즈를 개발하고 싶을때는,
첫째로, 문화적 트랜드(흐름)를 예견하고 읽으면서 그물결을 타야한다.
둘째로, 먼저 자신이 갖고 있는 재능과 능력 그리고 개성이 어떤것인지를 파악해야한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분야, 가장잘할수 있거나 경험이 있는 분야, 재능을 갖춘 써비스가 무엇인지 곰곰히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크레비즈시대에는 개성과 독특성이 없는 사업은 망하기 쉽다. 문화가 없는 비즈니스는 얼마 견뎌내지 못한다. 자신의 경험과 개성만 제대로 파악된다면 크레비즈는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셈인것이다.
셋째로, 크레비즈시대에는 문화적 효용을 상품화해야 부가가치를 높일수 있다. 그러므로 문화적 효용을 높일 수 있는 아이템이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
그런데 그것은 누구나 자신의 개성과 성격속에 숨어있다. 따라서 남들이 조언해주기 이전에 자신의 개성을 살려 창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신이 진정 하고 싶었던 일을 비즈니스화 하면 일에 성의를 다하게 되고 높지않은 이윤에도 행복감이 커지게 된다.
게임 소프트웨어, 전통민족생활과학, 디자인설계, 의복류, 액세서리, 가방, 농산물, 약용식물, 민간요법 등 문화적 효용이 높은 아이템은 수없이 많다. 스스로 자신의 경험과 취향을 살펴본 뒤, 문화적 효용이 높은 크레비즈를 개발해나가는 가운데서 성공의 기회를 만나게 된다.
4. 21세기 중국조선족문화의 크레비즈 산업화론
21세기 중국 조선족문화의 크레비즈 산업화를 생각할 때, 우선 중국조선족이 처한 객관적 조건을 생각해보면서 중국조선족 특유의 기질과 문화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자신이 처한 객관적 조건과 자신의 특유한 기질과 문화적 주관적조건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문제의 관건이 될 것이다.
사람이 사업을 도모할때는, 天時(Timing), 地理(Position), 人和(organization)을 살펴보아야한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중국조선족은 21세기 최대시장인 중국에서 살고 있으며,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국가들의 접경지대에 살고 있다는 점에서 21세기 동북아경제문화블럭시대의 행운아인셈이다. 때는 바야흐로 세계화와 지방화가 일체화되는 글로칼라이제이션화(glocalization)되는 글로벌 경제시대에 살고 있다. 또한 이시대는 신바람과 기동성이 뛰어난 민족이 유리한 신유목민의 시대이다.
현시대의 중국조선족은 天時와 地理라는 측면에서 천혜의 객관적 조건을 뒷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남은 것은 人和의 문제이다.크레비즈에서 人和의 문제는 휴먼웨어(human ware)를 갖춘 창조적 뇌본인재만 확보되어있다면, 자본과 기술을 인입시키는 것은 글로벌 네트워크경제시대인 오늘날에는 그리 어려운일이 아닐것이다.
그러면 이제 중국조선족 문화를 어떻게 크레비즈 산업화할것인지 생각해보자.
크레비즈를 재정의 해보면, ‘크레비즈(crebiz)란 무형문화(재)를 e-비즈니스(하이테크 비즈니스)에 접목시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금 까지 무형문화재는 경제적 가치로 잘 인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이 e-비즈니스와 접촉하면서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 시작했다. 중국조선족에게도 나름의 특유한 무형문화재가 무수히 많다.
파출부를 해서라도 자식공부는 시켜야하고, 순발력과 기동성이 뛰어나며, 노인에 대한 공경심이 강하며, 사물놀이에서 나타나는 신들린듯한 신바람으로 노래와 춤이 능하다. 이처럼 중국조선족의 무의식속에는 특별한 무형문화재가 셀수 없이 많다. 또한 대륙적 사유와 반도적 사유방식, 대륙적 넓이와 반도적 깊이, 대륙의 웅혼한 기상과 반도의 신바람등이 이종배합된 강한 잡종문화를 가지고 있다.
이렇게 자신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기질과 문화를 바탕으로 한 콘텐츠와 재능이 바로 무형문화재인것이다. 이를 e- 비즈니스수단을 통해 상품화하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 할수 있다는 얘기이다. 더구체적으로 사업화하는 방법은 각자의 경험과 노하우, 컨셉에 따라 다를것이다.물론 앞으로는 무형문화재를 새로 창조해내는 콘텐츠사업이 기존의 문화를 사업화하는 것보다 더큰시장을 확보할 수있게 될것이다.
사실 인터넷비지니스에서 일본은 미국에 비해 훨씬 뒤쳐졌다. 그러나 일본인들에게는 포터블(potable)을 좋아하는 문화가 있다. 트랜지스터문화, 워크맨문화등 포터블컬쳐를 창조해낸곳이 바로 일본이다. 인터넷분야에서도 일본은 이포터블 문화가 인터넷 시장판도를 바꾸어놓기 시작했다. 인터넷 호스트수나 인터넷 활용인구측면에선는 일본이 미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만, 휴대전화인 네트폰을 통한 인터넷활용율은 단숨에 미국을 뛰어넘었다.
e-비즈니스에서 미국에 져서 닷컴쇼크(.com shock)를 받았던 일본이 바로 이런 포터블문화를 e-비즈니스에 적용하면서 탈출구를 찾아낸것이다. 일본이 미국을 따라잡으려고 e-비즈니스를 활용한, 일본의 포터블문화가 없었다면 휴대폰을 통한 인터넷활용율이 미국을 넘어설수 없었을 것이다.
‘욕쟁이 할머니 국밥집’이 돈을 벌었다해서, 식당인테리어를 서구식이든 동양식이든 고급화하고 공간을 대규모로 확장하면 손님이 밀려 들 것 같지만 오히려 망하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욕쟁이 할머니 국밥집의 시골풍의 구수한 문화라는 콘텐츠를 죽여버렸기에 고객의 발길이 끊기는 것은 당연한것이다.
문화라는 콘텐츠를 살려내는 것이 바로 크레비즈이다. 크레비즈가 e-비즈니스보다 좋은점은 성공가능성이 높고 수명이 길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제평론가 오마에 게이치의 지적처럼 e-비즈니스는 일인자만이 승리하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작동된다. 그러나 크레비즈는 승리자가 다양하다. e-비즈니스는 전신네트워크등 수단이 가치를 창조하지만, c-비즈니스는 내용과 본질이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고정고객 즉 단골고객이 확보된다. 그래서 한순간 반짝 빛을 보이다가 사라지지 않는다.
인터넷 관련사업은 크게 접속 서비스 및 물리적 제품을 제공하는 인프라스트럭처사업,응용씨스템분야인 애플리케이션사업, 야후(yahoo)와 같은 중개분야의 인터미디어사업, 전자상거래분야의 e-커머스사업 네부문으로 나뉜다. 이전에 소프트웨어라고 불리웠던 인터넷관련산업도 이제는 하드웨어가 되어가고 있다. 인터넷 네트라는 것이 이제 실제 활용면에서는 하나의 도구(tools)로서 하드웨어부분이 된것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런 네트워크를 뉴하드웨어(New hardware)라고 부른다.
더 이상 컴퓨터네트워크등 뉴하드웨어를 상품화하는데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나의 개성과 문화, 내가 속한 민족의 컬쳐와 콘텐츠 즉 뉴소프트웨어를 상품화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거기에 눈을 돌릴때이다.뉴소프트웨어가 뉴하드웨어를 활용해 만들어낸 크레비즈가 앞으로 골리앗을 쓰러뜨리는 다윗이 될 것 이다. 마치 컴퓨터 벤처기업이 산업사회의 거대재벌집단을 누르고 비즈니스의 황제자리에 등극하듯이 말이다.
중국조선족에게는 대륙적 요소와 조선반도적 요소가 융합된 유/무형의 민족문화적 소재가 보물창고처럼 보존되어 있다. 이것을 e-비즈니스와 융합시켜 국지적이던 세계적 범위이든간에 다시 살려내는 것이, 중국 조선족문화의 크레비즈 산업화의 목표이자 과제일 것이다.
중국조선족문화의 크레비즈산업화의 영역은 연극, 음악, 구전설화 및 이야기, 무용, 공예기술, 의복 및 패션디자인, 놀이, 무예, 음식, 민간 자연요법 등이 있다. 그리고 이를 산업화는 방법은 전통문화와 민속 그 자체를 크레비즈 산업화하는 것에서부터, 현대적 문화 매체인 영화, 음반, 게임소프트웨어, 만화, 에니메이션, 캐릭터, 공연예술, 비디오, 패션 등 산업디자인, 역사 문화적인 테마관광, 출판 등 콘텐츠를 활용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종다양할 것이다.
현재 중국조선족의 문화산업은 요식업, 관광서비스업등을 중심으로한 원시적 자본축적단계에 있는듯하다. 이단계에서 크레비즈인재의 발굴, 육성, 해외연수 및 조직화를 기하는 동시에 외국의 실력 있는 e- 비즈니스업체, 투자회사와 제휴합작하여, 21세기형 크레비즈 산업화방향으로의 비약발전과 압축성장의 기회를 모색해나가야 할 것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그러한 기회창출의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일반적인 요식업의 경우 민속예술레스토랑등으로 발전시켜나간다든지, 프랜차이즈 경영기법을 도입해 비즈니스의 규모화와 문화적 서비스화를 추구해나가야 할 것이다.
여행관련 서비스업의 경우도 콘텐츠있는 역사 문화적인 테마관광 등으로 눈을 돌리고, 민속공연 또는 대중공연예술 이벤트사업/ 전통문화와 건강음식, 휴식 등이 어우러지는 문화생태농장업/ 하이터치형 민속건강레스토랑등 관련다각화로 발전해 나감으로서, 고부가가치창출과 시너지 효과를 높여나가야 할것이다.
다음으로 중국조선민족문화 그 자체를 산업화하려 할 경우 조선족민족문화만 가지고는 시장이 협소해서 마케팅이 어렵다면, 55개 소수민족의 문화를 한데 묶는 55개 소수민족의 콘텐츠쇼핑몰(음식쇼핑몰, 공예품 쇼핑몰, 소수민족명약 쇼핑몰등)등 으로서 마케팅의 광역화, 글로벌화를 추구하는 발상이 필요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