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성모 성당]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이탈리아어: Basilica di Santa Maria Maggiore)
가톨릭교회는 로마의 여러 성당 중 성 베드로 대성당, 성 요한 라테라노 대성당, 성 바오로 대성당 등과 함께 오늘 소개하는 성모 대성당을 4대 성당이라 부르며 그 축성일도 기념하고 있다.
이중 성모 대성당의 이름 ‘Maggiore’(마조레)는 ‘위대함’과 ‘주요한’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어 성모 마리아에게 봉헌된 로마의 성당들 가운데 가장 ‘큰’, ‘중요한’ 성당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리고 이 성당은 또한 성모설지전(聖母雪地殿) 이라고도 부르는데 이 이름은 이 성당이 건립되게 된 다음과 같은 기적에서 유래했다.
352년 ‘요한’ 이라는 로마 귀족이 있었다. 요한은 모든 것이 부족함이 없었지만 자녀가 없어 끊임없이 자녀를 주시기를 청하였으나 자녀는 생기지 않았고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나이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이들 부부는 자신들의 막대한 재산을 교회에 바치기로 결심하고 어디에 어떻게 바치면 좋겠는지를 알려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던 352년 8월4일 밤 이들 부부의 꿈속에 성모님께서 나타나시어 “로마의 에스퀼리노 언덕에 나를 위한 성당을 세우라. 그곳에 하얗게 눈이 내려져 있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이튿날 8월5일 잠자리에서 일어난 부부는 성모님께서 말씀하신 에스퀼리노 언덕에 달려가 보니 정말 한여름임에도 눈이 하얗게 내려 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교황 리베리오(352~366)께 전했고, 이를 들은 리베리오 교황도 같은 내용의 꿈을 꾸었기에 사제들을 대동하고 달려갔다.
정말 에스퀼리노 언덕에는 한여름에 백설이 온천지를 하얗게 만들고 있었다. 리베리오 교황은 ‘거룩한 성모님의 순결’을 떠올리며 찬미를 드렸고, 이 소식을 들은 수많은 사람들도 몰려와 이 기적을 목격하고 하느님과 성모님께 찬미를 드리며 헌신적으로 공사를 도와 엄청나게 큰 공사임에도 일 년여 만에 완공할 수 있었다.
이런 기적을 바탕으로 지어진 이 성당은 처음엔 당시 교황의 이름을 따서 ‘리베리오 성당’이라 불렸고, 그 후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아기 예수가 누웠던 그 말구유의 일부가 안치되어 ‘아기예수의 말구유 성당’이라 불리기도 하였다. 그리고 눈의 기적으로 인해 ‘성모 설지전’(聖母雪地殿)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게 되었다. 이 성당은 건립 후에 각 시대별로 새로운 건축요소들과 많은 장식이 덧붙여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로마의 초기 그리스도교 성당의 기본 형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성모님께서 말씀하신 에스퀼리노 언덕에 흰 눈이 쌓여
현재의 건물은 교황 식스토 3세(432-440) 시대의 것으로 이후 여러 교황에 의해 개축되고 확장되었지만 많은 고대 모자이크 화들이 현재까지 잘 보존되고 있다.
대성당 정면의 모자이크는 1292년 교황 니콜라오 4세 때 필리포 루스티와 그의 제자들이 함께 제작한 것으로 상부 중앙에는 왼손에 복음서를 펼쳐 들고, 오른손으로는 축복을 주는 그리스도와 그 주위를 네 명의 천사들이 둘러서서 향을 피우고 촛불을 받쳐 들고 있다. 그리고 그 왼쪽에는 성모 마리아와 성 바오로, 성 야고보 그리고 성 예로니모가, 오른쪽에는 세례자 성 요한과 성 베드로, 성 안드레아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성 안드레아의 바로 옆의 모자이크는 거의 지워져 알아보기 어려우나 성 마티아로 추정한다.
이 모자이크 아래쪽에는 이 대성당을 세우게 된 유래를 묘사한 것으로 왼쪽 첫 번째 모자이크는 리베리오 교황의 꿈에 성모 마리아께서 나타난 장면이고, 두 번째는 귀족 요한의 꿈 내용이다. 세 번째는 요한이 교황에게 꿈 내용을 말하는 장면이며, 네 번째는 에스퀼리노 언덕 위에 눈이 내리는 기적을 표현하고 있다.
1743년 교황 베네딕토 14세의 지시로 페르디난도 푸가가 정면 외관을 덧씌우는 로지아를 만들었지만 면밀한 주의를 기울여 공사하여 13세기의 모자이크들을 거의 손상시키지 않고 새로 덧붙여진 정면과 서로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하였다. 이렇게 대성당의 정면이 새롭게 만들어지며 당시 1700년대에 명성 높았던 조각가들이 아기 예수를 안은 성모 마리아를 비롯해 성 가롤로 보로메오와 복자 니콜라오 알베르가티 그리고 각종 대리석상을 바로크 양식으로 조각하여 그 위에 세웠다.
옆에 서있는 로마네스크식의 종탑은 14세기에 지은 것이며 높이는 약 75미터에 달하며 로마에서 가장 높은 종탑이다. 정면 현관을 들어서면 회랑이 나오고 대성당으로 들어가는 문이 보이는데 중앙의 청동문은 1949년 조각가 폴리아기(Ludovico Pogliaghi)가 제작한 작품으로 마리아의 생애를 새겨 넣었으며, 구약의 예언자들과 구약에서 마리아를 예표하는 여인들도 함께 조각되어 있다.
그리고 왼쪽에는 성년에만 열리는 성문(聖門)이 있는데, 현대 이탈리아 조각가 마테이(Luigi Mattei)의 작품으로 성모(왼쪽)와 예수 그리스도(오른쪽)가 부조되어 있고, 위쪽 사각형 안에는 왼쪽과 오른쪽에 ‘우물가의 성모 영보’와 성령강림이 그리고 문 아래쪽 왼편은 마리아를 ‘하느님의 어머니(Mater Dei)’로 정의한 에페소 공의회 장면을 그리고 오른편에는 마리아를 ‘교회의 어머니(Mater Ecclesiae)’로 정의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이 성문의 꼭대기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문장(紋章)과 “나는 오로지 당신의 것”(Totus tuus)이라는 교황의 표어도 함께 적혀 있다.
성당 내부는 좌우로 늘어선 이오니아식 기둥들에 의해 중앙과 좌우의 측랑으로 세 개의 공간이 나뉘어져 있는데, 이 기둥들 중 가운데 서른여섯 개는 대리석이고 네 개는 화강암이며, 처음으로 지어졌던 대성당과 다른 고대 로마 건물들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대성당 내부는 길이가 86미터이며 중앙 회중석 좌우 상단에는 5세기에 교황 식스토 3세의 명으로 제작된 모자이크들이 있는데, 구세사를 네 주기로 나누어 아브라함, 야곱, 모세, 그리고 여호수아의 이야기들을 묘사하여 놓았다.
중앙 제대를 가운데 두고 양쪽에 보르게세 소성당(또는 바울리나 소성당)과 성체를 모신 감실이 있는 식스토 소성당이 자리하고 있으며, 성당 왼쪽 중간에는 ‘평화의 모후(Ave Regina Pacis)’ 조각상이 있다. 이 석상은 교황 베네딕토 15세가 제1차 세계대전이 종료된 데 대한 감사의 뜻으로 세운 것이며 구이도 갈리(Guido Galli)의 작품이다. 성모 마리아는 한 손을 들고 더 이상 다른 전쟁이 일어나지 말라고 만류하는 모습이고, 아기 예수는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 가지를 손에 쥐고 있다.
그리고 금을 입힌 격자형의 화려한 천정은 16세기 줄리아노 다 상갈로의 작품으로 콜롬부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현 후 신대륙에서 가져온 첫 번째 금으로 페르디난드와 이사벨라가 스페인 출신 교황 알렉산데르 6세에게 헌정한 것 이라고 한다.
중앙 제대 아래에 아기 예수가 태어날 때 누었다는 말구유 일부가 보존
중앙 제대 아래에는 아기 예수가 유다의 베들레헴에서 태어날 때 누었다는 말구유 중 일부가 보존되어 있고, 그 앞에는 성모 공경이 각별했던 교황 비오 9세가 기도하는 모습으로 조각되어 있다.
그리고 중앙 제단뒤의 반원형의 천장 앱스에는 1295년 자코포 토리티가 제작한 모자이크가 있는데, 성모님께서 예수님께로부터 왕관을 받으시는 모습이 묘사되어 있고 그 주위에 천사들이 에워싸고 경배하고 있다. 그리고 그 왼쪽에는 성 베드로, 성 바오로, 그리고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와 작은 크기로 교황 니콜라스 4세가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묘사했고, 오른쪽에는 작은 크기로 콜로나 추기경이 무릎을 꿇고 있으며, 그 뒤로 세례자 요한과 복음사가 요한, 그리고 성 안토니오가 서있다. 그리고 이 그림 좌우 양끝에는 나무가 그려져 있는데 이 나무에서 가지가 뻗어 나와 위의 빈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리고 이 성모 대관 모자이크 아래에는 성모님의 삶 중에 중요한 사건들을 차례로 묘사해 놓았다. 중앙에는 성모님의 영면을 묘사했는데 침상에 누워 세상을 떠나는 성모님의 모습과 그 뒤로 작은 아기로 묘사된 성모님의 영혼을 안고 하늘에 오르는 예수님이 함께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그 왼쪽으로는 예수님의 탄생과 성모영보가, 그리고 오른쪽으로는 동방박사의 경배와 예수님의 성전 봉헌이 묘사되어 있다.
대성당 정면 바로 앞 광장에 세워져 있는 성모 석주는 1614년에 세운 것으로 카를로 마데르노가 설계한 것이다. 석주 자체는 로마 포룸에 있던 캄포바치노의 막센티우스 공회당의 잔해에서 가져온 것으로 그 위에 1614년에 베르텔롯이 조각한 ‘아기 예수를 안은 마돈나’라는 청동상을 세웠다. 매년 8월5일 축일 미사 때면 이 성모 대성당에서는 천정에서 하얀 장미꽃잎들을 떨어뜨리며 눈이 내렸던 기적을 기념하고 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17년 7월호, 장긍선 예로니모 신부(서울대교구 이콘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