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이 낳은 최고의 천재작가 허초희! 청나라에서는 그녀의 글을 소장하는 것이 자랑거리였다고 하던데. 그녀의 명성은 나라 밖에서 찬란하게 빛났다. 그녀의 천재성을 조선이라는 나라는 외면했다. 유교의 엄격한 신분질서, 남존여비, 조상숭배 사상은 형식에 치우친 나머지 개개인의 능력이 발휘될 수 없었다. 특히 여자들은 인격마저도 인정받지 못한 존재였다.
강릉(임영)을 외가로 두고 있었던 허초희의 흔적이 지금도 허난설헌 생가에 남아 있다. 한적한 산책 코스로만 생각했었는데 다음 기회에는 소설 속 장면을 생각하며 찬찬히 거닐어 보아야겠다. 백일홍(배롱나무)도 만져보고, 그녀가 둘째 아이 제헌이를 출산했던 방도 눈여겨보고, 짝사랑하며 흠모했던 서자 출신 최순치와의 짤디짧은 만남이 있었던 소나무 숲도 걸어보고 싶다.
소설을 읽으며 분노를 금치 못했다. 왜? 안동김씨부인은 혹독한 시어머니 노릇을 멈추지 않았을까? 남편인 김성립은 어쩌자고 기방을 싸돌아다니며 사고만 치고 다닐까. 한겨울 냉돌 별채에 가둬놓다시피 하고 감시의 울타리를 치고 폭력을 휘두른 김성립 모자를 생각하면 숨이 막혀 올 지경이다.
두 아이를 잃고 살아갈 의지를 놓아버린 허초희의 삶은 조선 시대 여성의 삶이다. 어쩌다 지금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 받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편견이며 폭력이다. 바뀌어야 한다. 제도 뿐만 아니라 가치관도 변화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