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의 독특한 생화학 경로를 겨냥하는 신약, 초기 임상시험에서 가능성 보여”
출처: 위키피디아(http://en.wikipedia.org/wiki/Tumor_M2-PK) 1995년도에 개봉한 데이빗 핀처 감독의 명작 스릴러 영화 『세븐(Seven)』에서는, 구약성서 잠언(6:16-19)의 내용을 인용하여, 일곱 가지 죄악, 즉 탐식(gluttony), 탐욕(covetousness), 나태(sloth), 음란(lust), 교만(pride), 시기(envy), 분노(anger)를 '인간을 지옥에 떨어뜨리는 치명적 죄악(deadly sins)'으로 지목하고 있다. 그런데 암세포의 '탐식' 역시 용서받을 수 없는 치명적 죄악이다. 과학자들은 암세포의 특징 중 하나인 '탐식'을 꼬투리 삼아 암세포를 지옥으로 보내는 방법을 연구해 왔다.
암세포는 비정상적 대사경로를 이용하여 에너지를 얻고, 무제한적 증식에 필요한 분자 구성요소(molecular building blocks)를 생성한다. 따라서 암세포는 늘 굶주려 있다. 이에 많은 항암제 후보들은 암세포의 굶주림을 역이용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지난 4월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 암연구협회(AACR: American Association for Cancer Research) 연례회의에서는 한 유전자 표적약물(genetically targeted drug)의 초기 임상시험 결과가 공개되어, 이러한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암의 대사경로를 이용하는 항암제는 암 치료 방법의 전환점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의 알무트 슐체 교수(종양학)는 논평했다. 어떤 면에서, 이번 임상시험 결과는 암 연구를 출발점으로 되돌린다고도 볼 수 있다. 20세기의 상당기간 동안, 암은 일종의 대사질환(metabolic malady)으로 여겨졌었다. 즉 1920년대에 독일의 생화학자인 오토 바르부르크(Otto Warburg)는 "암세포의 포도당에 대한 식욕이 어마어마한 수준"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암세포는 포도당을 분해하여 에너지(ATP)를 생성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포를 만드는 데 필요한 구성요소(예: 아미노산, 지질, 기타 화합물)도 만들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포도당을 소비한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현상은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바르부르크 효과(Warburg effect)라고 명명되었다. 바르부르크 효과가 밝혀지자, 과학자들은 발빠르게 움직여 종양의 위치를 파악하는 영상촬영 기술을 개발했다. (방사성 표지가 부착된 포도당을 환자에게 투여하면, 암세포가 이 포도당을 흡수할 것이고, 방사선 검출기를 이용하여 이를 촬영하면, 종양의 분포를 나타내는 영상을 얻을 수 있다.) 나아가 바르부르크 효과는 새로운 암 치료법의 가능성도 제시했다. "암의 특이한 대사경로를 이용하여 암세포를 탐지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 원리를 이용하여 종양을 선택적으로 겨냥하고 제거하는 것도 당연히 가능하다"고 일리노이 대학교의 니심 헤이 교수(암 생물학)는 설명했다. 그런데 1970년대에 이르러, 염색체 이상(chromosomal abnormalities)과 '암을 초래하는 돌연변이'가 발견되면서, 암 연구의 초점은 슬그머니 암의 유전적 기원(genetic origins)으로 옮아갔다. 암의 독특한 대사경로는 암의 원인이라기보다는 하나의 효과로 치부되었으며, 과학자들은 대체로 암의 대사과정을 열외(列外)로 취급했다. 그러나 세상은 돌고 도는 것! 지난 10년 동안, 과학자들은 "암의 돌연변이가 몇 가지 핵심 대사계를 변화시키며, 암세포가 이 대사계로부터 에너지를 얻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자 암세포의 독특한 대사경로가 잠재적인 약물표적으로 다시 떠올랐다. "그것은 마치 곤히 잠들어 있는 과학자들을 깨우는 자명종과도 같았다"라고 MIT의 매튜 반더 하이덴 교수(종양학)는 회상했다. 이번에 AACR 연례회의 석상에서 발표된 임상시험 결과는, 2009년 아지오스 파마슈티컬스(Agios Pharmaceuticals: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 소재)의 연구진이 발견한 두 개의 약물표적에서 유래한다. 아지오스의 연구팀은 IDH1((isocitrate dehydrogenase 1)과 IDH2((isocitrate dehydrogenase 2)라는 두 개의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의 대사과정을 변화시킨다고 발표했었다(이 두 유전자는 기존에 일부 백혈병, 뇌종양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던 것들이다). 이 두 개의 유전자들은 구연산회로(citric acid cycle)라는 에너지생성 대사경로에 존재하는 효소들을 코딩한다. 아지오스의 연구진에 의하면, 이 유전자들이 돌연변이를 일으킬 경우 2-HG(2-hydroxyglutarate)라는 화합물이 과잉 생성되며, 이 화합물이 암세포의 증식을 촉진한다고 한다(L. Dang et al. Nature 462, 739–744; 2009). 즉, 정상세포의 경우 2-HG를 적게 생성하지만, 암 세포는 다량의 2-HG를 생성하여 (미성숙한 상태에서) 급격하게 증식하게 된다는 것이다. (1) 신약의 효과 지난 4월 6일, 아지오스의 연구진은 AACR 연례회의 석상에서 '돌연변이 IDH2 효소'를 저해하는 약물(약물명: AG-221)의 1차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임상시험은 매우 작은 규모로, '돌연변이 IDH2 효소'를 보유한 10명의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참가자 10명 중 3명은 감염증(진행성 백혈병의 흔한 합병증임) 때문에 중도탈락했고, 나머지 7명의 환자 중 6명이 치료에 반응을 보였으며, 5명의 환자들은 암이 완전히 치료되었다. "이번 임상시험 결과는 고무적이다. 임상시험에 참가한 환자들은 중증 환자들로, 이미 다양한 방법으로 치료받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AG-221의 효과는 매우 인상적이었다"라고 오하이오 주립대학 산하 웩스너 메디컬센터의 존 버드 박사(혈액학과장)는 논평했다. (버드 박사는 이번 연구에 참가하지 않았다.) 아지오스의 CEO인 데이비드 솅켄은 "이번 임상시험에서 환자들이 약물을 투여받은 기간은 5개월 미만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효과가 얼마 동안 지속될지를 언급하는 것은 너무 성급해 보인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종양은 많은 약물(하나의 돌연변이를 겨냥하는 약물)에 대해 신속히 저항성을 획득하는 데다가, 암세포의 대사경로는 매우 유연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증식을 위해 특정 대사물질이 필요할 경우, 암세포는 기어이 다른 우회로를 찾아내고야 말 것이다"라고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나브딥 찬델 교수(미토콘드리아 생화학)는 말했다. 그밖에, 암세포의 다른 대사경로를 공략하는 약물들도 임상시험에 계류되어 있다. 지난 2월 칼리테라 바이오사이언스(Calithera BioSciences: 캘리포니아주 사우스샌프란시스코 소재)는 두 건의 임상시험에 착수했는데, 이 임상시험에 사용되는 신약의 이름은 CB-839이며, 글루타미나아제 저해제(glutaminase inhibitor) 계열로 분류된다. 글루타민은 암세포가 애호하는 영양분으로, 일부 암세포들은 단백질을 만들고 구연산회로를 가동시키기 위해 엄청난 양의 글루타민을 필요로 한다. CB-839는 글루타미나아제(glutaminase: 글루타민을 글루타메이트로 전환시키는 효소)를 차단하는 작용을 한다. "암세포는 글루타민에 크게 의존하므로, 글루타미나아제 저해제는 건강한 세포를 손상시키지 않고 암세포의 증식을 선택적으로 중단시킬 것으로 기대된다"고 칼리테라의 CEO인 수전 몰리노는 말했다. 그러나 암세포의 대사경로를 이용하여, 암세포만을 선별하여 정확히 공격하는 것은 매우 까다롭다. 왜냐하면 정상세포의 경우에도, 신속히 분열할 필요가 있는 세포들(예: 면역세포)은 독특한 대사과정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지오스의 경우, 암세포가 가진 독특한 형태의 IDH2 효소를 겨냥함으로써 이 문제점을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2) 효소의 수수께끼 그러나 암의 대사경로를 겨냥하는 다른 접근방법들은 명확한 약물표적을 찾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아지오스를 비롯한 많은 업체들은 피루브산염 키나아제(pyruvate kinase: 바르부르크 효과에서 포도당을 분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효소)를 연구해 왔다. 대부분의 정상세포는 PKM1이라는 형태의 효소를 생성하는 데 반해, 암세포는 이보다 활성이 약한 PKM2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PKM2를 차단하는 약물이 암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반더 하이덴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마우스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PKM2가 결핍된 마우스의 종양세포는 - 서서히 증식하기는커녕 - 훨씬 더 빨리 증식한다"는 결론을 내렸다(W. J. Israelsen et al. Cell 155, 397–409; 2013). 이 같은 황당한 결과를 연구진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증식하는 암세포가 (활성이 떨어지는) PKM2를 선호하거나 PK를 아예 필요로 하지 않는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써 포도당 분해산물을 새로운 암세포의 구성요소를 만드는 경로로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포도당 한 분자당 생성되는 ATP의 수는 감소하지만, 암세포는 보다 많은 포도당을 받아들임으로써 그 감소분을 보충할 수 있다(첨부그림 참조)."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하이덴의 연구결과는 'PKM2가 과연 약물표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남겼다. "처음에 과학자들은 PKM2에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그것은 생각보다 매우 복잡한 것으로 드러났다"라고 헤이 교수는 말했다. "최근 암세포의 대사에 관한 연구가 탄력을 받고 있다. 그것은 매우 흥미로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30여 년 동안 소홀히 다뤄져 왔다. 이번 연구결과로 인해 암의 대사에 관한 연구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신약개발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높은 것이 사실이며, 대부분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의 열정이 높아, 건강한 세포와 암세포의 대사과정에 대한 이해가 한 단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찬델 교수는 말했다. ※ 첨부그림 설명: 에너지에 굶주린 암세포 과학자들은 암세포의 대사주기 안에서 약물표적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그중 하나는 포도당 분해 과정이다. 예컨대, 많은 제약사와 바이오 업체들은 PK(pyruvate kinase)를 연구하고 있다. 대부분의 정상세포들은 PKM1을 생성하는 데 반해, 암세포는 이보다 활성이 약한 PKM2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PKM2를 차단하는 약물이 암의 증식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 출처: Nature 508, 158–159 (10 April 2014) http://www.nature.com/news/metabolic-quirks-yield-tumour-hope-1.1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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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