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씨 뭐하요? 친구에 친구로 만난지가 10년째인데 말은 여전히 존대와 놓음의 경계선을 오가는 사이인 친구다. (예전 모라면 우지파동때 모라면에 우지를 대주던 회사가 이 친구가 하던회사였다. 결과는....쩝, 돈도 잃고 건강도 사형선고를 받고난 후 다시 극적으로 몸을 회복한 후 세상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진 친구이다.)
어~ 자다가 전화 받소. 몇시인데 아직 자요, ㅋㅋㅋ 어~ 집지키다 보니 좀 늦었소.. 전에 그 러시아 친구분 산청에서 집짓는다 하더니 오늘 거기 함 가입시다.
에고~ 그러고보니 작년 여름부터 한번 간다간다 해놓고 계속 펑크를 내었네. 떡 본김에 제사 지낸다꼬 말나온 김에 댕겨오자... 그람 내가 전화부터 함 해보께요... 노가다중인가? 마감이라 바쁘다카더니 전화를 받지 않는다.
에~ 전화가 안되는디, 일단 가보고 연락 안되면 하동친구가 야생화농장 열었다고 전화왔는데 매화꽃도 보고 거라도 갑시다. 일단 입떼면 뭐라도 하고보는 사이라 두말없이 출발하였다.
가면서 연락을 계속해도 나오라는 남자목소리는 안나오고 예쁜 아가씨 목소리만 자꾸 흘러 나온다. 신사체면에 아가씨한테 뭐라칼 수도 엄꼬...큼큼...
전에 통화한거를 대충 기억을 되살려 또올린다. 간디학교 지나 어쩌고 어쩌고 하던디요.. 네비게이션 이거 참 조타... 무상한게 세월이라 카더니만 전에 보다 길눈이 조금씩(때론 왕창--;;) 흐려진다. 소시적땐 표지판만 보고도 쌩,쒱 잘 돌아간것 같았는데...(혼자만의 착각??)
들어서니 불러도 불러도 대답없는 님이다. 쥔장은 어디간겨... 일단 앉고 보니 장기판이 눈에 뛴다. 한 수... ㅎㅎ... 좋쳐...
억지가 대판이다, 외통이면 무르고 또 무르고.. 나도 무르고... 니도 무르고... 결국 졌따... 그래도 아직 쥔은 올 줄 모리고... 밖을 보니 짧은 처매 휘날리며 오토바이 타고 달리는 티켓다방 아가씨만 자꾸 보인다.
자세히 보이 저 아가씨 예쁘네. 그러이 저 아가씨가 저리 바쁘게 다니는 모양이요. 우리도 절로 가는건데 잘 못온거 같소... 맞는거 같소... 아~ 이리하여 우리 두 남정네의 실체는 신사가 아니라는것이 밝혀지고 말았다.
잠시 후 쥔이 들어온다. 양손에 깜장봉다리를 든걸 보니 장보러 갔다온 모양이다. 뭐 드실랍니껴... 뭐 있습니껴... 커피, 작설차... 암만 봐도 전통찻집 보다는 다방분위기이다.
섭섭한 눈치를 우리에게서 보았는지 오미자도 있슴니더... 한다. 까짓 커피도 들어온지 한 백년 가까이 안되렀을라나... 한 백년이라 치고 그럼 백년 전통이 있는 차네... 마~ 커피 두잔 주이소...
얼맙니꺼... 오천오백원 입니더. 예~~~ 커피 두잔에 담배 한갑시켰는데예... 그 계산이 맞심니더...
그람 담배 이천오백원에 커피 한잔이 천오백원이라 말입니꺼??? 예~ 시골에서는 비싸게 못받심니더... 물밀듯이 감동이 밀려 온다...
예전 충청도 어느 다방에서 천원짜리 커피를 만나고 난 후 얼마만의 일이란 말이냐. 차 한잔에 오천원, 만원씩 받는 도시의 찻집은 각성하라~~ 각성하라~~ 쥔장의 얼굴이 오토바이 타던 아가씨보다 훨 이쁘게 보인다.
다방을 나서서 화개로 갈까 어쩔까 하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이제 전화 온걸 봤네. 바빠서 밑에다 나두고 위에서 일하다 보니... ㅎ~ 단번에 고민이 해결된다. 거기가 대체 어딩겨? 어쩌구 저쩌구... 헉~ 아까 집짓고 있다는 거기이다. 산중턱에 간디고등학교가 있고 꼭대기에는 중학교가 있는데... 간디고등학교를 지나서 라고 이야기한 걸 간디학교 지나서라고 기억했나보다.
다시 산꼭대기로 꼭대기로 올라간다....... 차 오는 소리를 듣고 일하던 사람이 고개를 돌린다. 자세히 보니 친구다. 구가~~ 하고 부르니 보고 씨익 웃는다. 내다 내...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뽀얀 얼굴이 어데 가고 구리빛을 지나 시커먼 얼굴이 눈에 들어 온다. 아시바 타고 다니는 폼이 제법 노가다물이 든 폼이 보인다. 다 되가니 잠시 기다린다...
걱정말고 일봐라, 노가다는 오사마리(마감 정리)가 중요하다 아이가. 난 그 사이 집귀경도 하고 동네구경도 하고 있을테니... 나도 왕년에 노가다밥 묵었다는 냄새를 슬쩍 묻혀 보냈다..ㅎ
이런 산꼭대기에서 아이들 목소리가 들리니 참 조타. 차 몰고 올라 올때 만난 간디학교 아이들이 보일때 마다 우리 차에 대고 인사를 꾸벅꾸벅하더니, 여기 중학교 아이들도 보는 사람들 한테마다 인사를 한다.
교육 잘시켰네, 기특도 하네. 그람 내도 가만 있을 수 엄제.. 심심할 때 먹을려고 사놓은 왕사탕 한봉지를 꺼내 들었다. 보이는 애들마다 왕사탕 몇개씩 앵겨준다. 산 속에서 이런 군것질거리가 귀하지 않겠는가.. 아이들 입이 귀에 걸린다. 입소문이 말보다 빠르다고 어느새 퍼져 후다닥 달려와선 주춤주춤 주위를 맴돈다.
ㅎㅎㅎ.. 귀여븐 아이들... 사탕 한봉지가 이리 많은 애들을 행복하게 만들 줄 나도 몰랐다. 선생님이 모르는 사람한테 받지말라 캤는데예.. 미안한 마음에 슬쩍 공치사를 해본다. 임마~ 내 니 맘 다 안다... 시치미 뚝 떼고.. 그래 그람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제... 니는 다시 돌리도고.. 헉~ 아입니더... 당황스런 표정을 흘리며 번개처럼 사라진다..
이러는 사이에 친구 일이 끝났나 보다. 숙소로 가서 옷갈아 입고 다시 하산한다. 족발, 감자탕 푸짐하게 차려놓고 쇠주를 벗하여 정담은 익어간다.
좋은 뜻 가진 사람끼리 생태 자연학교를 만들고자 모임을 결성하였고, 마침 시간이 많아(^^) 적당했던 친구가 집짓는걸 미리 배워 자금을 아껴볼려고 총대를 메고 일년째 이러고 있는거였다.
여긴 4월 중순쯤이면 공사 끝날꺼고, 요 앞에 전남곡성에 건축했던 학교에서 내한테 도움을 요청해 와서 거기 학교프로그램도 정리해 줄 겸 거기서 있을거다. 또 함양에 마련해 놓은 터에 우리 건물도 시작할꺼고, 아마 곡성과 함양을 왔다갔다 하게 될꺼다.란다...
거기서 교사를 위하여 강사를 초빙하여 이러한 교육을 했다고 한다. 이 친구가 한 10년째 읽은 책이 이천권쯤 된다... 예전에 목사님들 한 백여분 모셔놓고 강의도 했고... 아마 도움이 될꺼다... 시간 될때 함 초빙해 봐라...
우리는 화해해야 합니다... 종교와 인간과의 화해, 자연과 인간과의 화해, 지식과 인간과의 화해.. 기 철학이 어떻구, 본성이 어떻구...생명이 어떻구... 소주병에 구멍이 났나... 왜 이리 빨리 엄서지는겨... 나 김기사는 사모님도 아닌데 모실려구 이리 독야청정하고 있는데....ㅠ..ㅠ...
어느 친구 말마따나 운동부족으로 하체부실로 입에 양기만 오른 두 도시사나이는 떠들어 대고 있고, 일년 동안 몸무게가 십키로 가까이 빠지고 약을 아무리먹어도 좋아 지지 않던 눈이 땀빼는 생활을 하다보니 저절로 나았뿌더라라고 말하는 사나이는 양기가 충실한 하체로 내려 갔는지 듬직히 앉아 두꺼비만 홀짝 홀짝 잡아먹곤 가끔씩 거든다.
듬직한 모습이 마치 그가 있는 지리산을 닮은것 같다. 참 보기 좋다. 일년 새 도시를 떠나더니 그새 산을 품었구나... 목표를 위해 나선 여정에서 어느 새 과정이 목표가 됨이 되었가고 있구나.
목표가 뭔 상관이랴... 이 시간이 이리 즐거운것을... 나두면 밤새울 기세라 얼른 정리를 한다..
가자, 고마하고 가자... 아쉬운게 조은거 아니겠나... 헐~ 오늘 이 꼭대기 벌써 세번째 올라간다. 괜시리 차한테 미안타... 차야, 여기 공기 참 좋제.... 여기 공기 한번만 더 먹고 가자. 주인 위해 니 참 욕 본데이....
산꼭대기의 밤공기는 쨍~하고 깨질것 같은 청랑함을 가득 담고 나의 폐부속으로 들어 온다. 다~괜안타 마~! 다 괘안타 뜬금없이 천상병 시인의 목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산들 어떠하겠는가... 다 괘안타... 다 괘안타.... 막걸리 든 천상병 시인은 이렇게 내 마음 속에 살갑게 다가온다.
첫댓글 삶이 춥고 고달프면 세상이 험해 보이고.... 코에 봄바람 들면 모두가 이뻐 보이는거 아닙니꺼? ^^
쇠주 한잔 올립니더.....
대안교육 간디학교 설립자 이신 모양이죠.. 자연 생태학교의 인성교육을 중심으로 하는 학교..훌륭하신 분을 만나고 오셨군요..
아입니더... 친구는 함양에 새로 만들라고 하는 모양입디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