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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방[3998]두보=秋興八首(추흥팔수 : 가을 흥취)
秋興八首-杜甫
(추흥팔수 : 가을 흥취)
[一]
玉露凋傷楓樹林,
巫山巫峽氣蕭森.
옥로조상풍수림,
무산무협기소삼.
玉같은 이슬에 단풍나무 수풀이 시들어 떨어지니,
무산과 무협에 서린 기운이 더욱 쓸쓸하도다.
江間波浪兼天湧,
塞上風雲接地陰.
강간파랑겸천용,
새상풍운접지음.
강사이의 물결은 하늘에 닿을 듯이 치솟고,
변방 위에 바람과 구름은 땅에 이어 아득하도다.
叢菊兩開他日淚,
孤舟一繫故園心.
총국양개타일루,
고주일계고원심.
포기의 국화가 두 번 피므로 다른 날에 붙여 우노라.
외로운 배 한 척을 매어 두었으니 고향으로 가고자 하는 마음이네.
寒衣處處催刀尺,
白帝城高急暮砧.
한의처처최도척,
백제성고급모침.
추울 때 입을 옷을 도처에서 가위와 자로써 지음을 재촉하니,
백제성의 높은 데에서는 저녁나절 다듬이 소리가 분주하게 들리는구나.
[註解]
◈蕭森 : 가을바람이 불어서 마음이 쓸쓸하고 을씨년스러움.
나뭇가지가 엉성함. 나무에 가지가 없고 엉성함.
◈江間 : 長江의 중간. 武俠을 뜻한다.
◈兼天 : 하늘과 합치다. 하늘을 포개고 있다. 하늘과 닿아 있다.
◈塞上 : 요새의 위. 巫山을 뜻한다.
◈兩開 : 두 번 피다.
◈他日 : 뒷날. 훗날. 앞에서 말한 떨기 국화가 두 번이나 핀 그 후의 시간을 말한다.
◈故園心 : 고향을 그리는 마음.
◈刀尺 : 옷감을 자르는 칼과 길이를 재는 곡자. 즉 가위와 자.
◈急暮砧 : 저녁에 다듬이 소리가 바쁘다.
[脚韻] 下平聲 十二侵(林, 森, 陰, 心, 砧)
[鑑賞] 이제 겨울이 될 것에 대비하여 모두들 가위질을 하고, 다듬이질을 하면서 겨울옷 짓기를 재촉하는데, 의지할 데가 없는 이 나그네의 옷은 누가 지어 줄 것인가 하는, 뼈에 스미는 고독과 애수와 향수를 노래한 것이다. 제1수는 先景後情의 구성법을 취한 작품으로 수와 함련에서는 가을의 처절한 분위기를 그렸다. 찬 이슬이 내려 단풍은 처절하게 물들고, 강 물결은 일어 하늘에 치솟고, 변방 천지를 어둡게 뒤덮은 구름 - 이 처절한 무산, 무협의 秋氣는 마치 자신의 처지와도 같아서 그 애절함이 뼈에 스미는 것 같다. 경과 미련에서는 유랑하는 사람의 애절한 향수를 그렸다. 국화는 다시 피어 다시 눈물을 지우고, 매어만 있는 한 척 외로운 배는 더욱 향수를 재촉한다. 백제성 높은 곳에는 겨울 옷 다듬이소리가 한창인데 나그네의 겨울옷은 누가 지어줄 것인가? 天涯의 나그네인 두보의 斷腸의 旅愁가 절정에 이른다.
[二]
夔府孤城落日斜,
每依北斗望京華.
기부고성락일사,
매의북두망경화.
夔州의 외로운 성에 지는 해 기울면,
언제나 북두성 보며 장안을 그리네.
聽猿實下三聲淚,
奉使虛隨八月槎.
청원실하삼성루,
봉사허수팔월사.
원숭이 울음 세 번 들으니 정말 눈물이 떨어지고,
명을 받든 일은 팔월 뗏목처럼 헛되고 말았구나.
畫省香爐違伏枕,
山樓粉堞隱悲笳.
화성향로위복침,
산루분첩은비가.
상서성에 숙직하는 일 몸이 아파 어긋나니,
백제성 성루의 낮은 담에 애달픈 피리소리 은은하네.
請看石上藤蘿月,
已映洲前蘆荻花.
청간석상등라월,
이영주전노적화.
보시게나, 바위 위 담쟁이덩굴에 걸린 달이,
벌써 모래톱 앞 갈대꽃을 비추는 것을.
[註解] ◈夔府 : 夔州府. 지금의 四川省 奉節縣의 도시로 백제성이 있다.
◈北斗 : 북두칠성. 全唐詩에는 南斗로 되어 있으며, 南斗는 남두성을 말하며,
궁수자리에 있는 국자 모양의 여섯 개의 별로
북두칠성의 모양을 닮은 데서 이름이 유래한다.
◈京華 : 長安을 가리키며 기주의 북쪽에 있다.
◈槎 : 뗏목. 槎는 떼.
◈三聲淚 : 三峽지방에 사는 원숭이는 손이 길며 울음소리가 단장을 끊는 것 같다 하며,
그 울음소리를 세 번 들으면 저절로 눈물이 난다고 하여 삼성루라 한다.
◈奉使虛隨八月槎 : 명을 받든 일은 팔월 뗏목처럼 헛되고 말았다.
천자의 명령을 받들어 관리가 되었지만, 목적을 못 이루고 도중에 좌절되었다는 뜻.
◈畫省 : 尙書省의 다른 이름이며, 상서성의 벽에 옛 현인들의 초상이 있었으므로
화성이라 한 것이다.
◈香爐違伏枕 : 상서성 벼슬을 그만두게 되었다는 뜻.
두보는 당시 工部員外郎이었으며, 형식적으로는 尙書省에 속해 있었다.
◈山樓 : 백제성의 성루.
◈粉堞 : 석회를 바른 성 위에 낮게 쌓은 담[城堞].
◈藤蘿 : 담쟁이, 칡 등 덩굴식물.
◈已映洲前蘆荻花 : 蘆荻花는 갈대꽃으로, 여름에 담쟁이덩굴 위에 있던 달이
벌써 모래톱에 있는 갈대꽃을 비추니 가을이 되었다는 뜻.
[脚韻] 下平聲 六麻(斜, 華, 槎, 笳, 花)
[鑑賞] 제2수는 전년 초여름에 피난지 성도를 떠나 가을에 운안까지 왔다가, 병이 심해져 거기서 겨울을 보내고, 기주로 와서 우거할 때, 가을이 깊어감에 望鄕의 정을 노래한 것으로, 이 시를 지을 때 두보는 가난과 신병에 시달릴 때였다. 두보는 기주에서 1년 9개월가량을 머무르게 된다.
[三]
千家山郭靜朝暉,
日日江樓坐翠微.
천가산곽정조휘,
일일강루좌취미.
산성의 많은 집들에 아침 햇빛 고요하고,
날마다 강가 누대에서 푸른 산 빛 바라보네.
信宿漁人還泛泛,
清秋燕子故飛飛.
신숙어인환범범,
청추연자고비비.
이틀 밤을 지낸 어부 다시 배를 띄우고,
맑은 가을에 제비는 새삼스레 날아다니네.
匡衡抗疏功名薄,
劉向傳經心事違.
광형항소공명박,
유향전경심사위.
匡衡처럼 간언을 올렸지만 공명은 야박하였고,
劉向처럼 경전을 전하려 하나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네.
同學少年多不賤,
五陵衣馬自輕肥.
동학소년다불천,
오릉의마자경비.
어린 시절 같이 공부한 친구들 모두 빈천하지 아니하여,
오릉 땅에서 좋은 옷과 살찐 말 타며 부귀를 누린다네.
[註解] ◈千家 : 千戶. 많은 집. ◈山郭 : 山城. 기주를 말한다.
◈朝暉 : 아침 햇빛. ◈翠微 : 青山. 청록 빛의 山色.
◈信宿 : 이틀 밤. ◈還泛泛 : 다시 배를 띄움.
◈故飛飛 : 새삼스레 분주히 난다. 故는 새삼스레. 짐짓.
◈匡衡功名薄 : 광형처럼 간언을 하였지만 공명은 낮았다.
◈抗疏 : 임금에게 상소문을 올림. ◈傳經 : 經學을 전수하다.
◈五陵 : 長安城 북쪽에 있는 漢代 帝王의 墓域.
◈輕肥 : 輕裘肥馬[가벼운 가죽옷과 살진 말.]
富貴한 사람들의 나들이 차림새를 이르는 말. 즉 부자라는 뜻이다.
[脚韻] 上平聲 五微(暉, 微, 飛, 違, 肥)
[鑑賞] 제3수는 두보가 지난날을 생각하며 후회를 하고 친구들도 부귀를 누리고 있을 것이라며 가을날의 심사를 읊은 시이다.
[四]
聞道長安似弈棋,
百年世事不勝悲.
문도장안사혁기,
백년세사불승비.
듣기로는 長安의 일이 마치 바둑판처럼 혼란하다고 하니,
한평생 겪는 세상일에 슬픔을 견딜 수 없네.
王侯第宅皆新主,
文武衣冠異昔時.
왕후제택개신주,
문무의관이석시.
왕과 제후의 저택에는 모두 주인이 바뀌었고,
문관과 무관의 衣冠도 옛날과 다르다네.
直北關山金鼓振,
征西車馬羽書遲.
직북관산금고진,
정서거마우서지.
바로 북쪽의 관문에는 전쟁의 징과 북소리가 진동하고,
서쪽으로 정벌 나간 군대에서는 戰書가 늦어지고 있네.
魚龍寂寞秋江冷,
故國平居有所思.
어룡적막추강랭,
고국평거유소사.
물고기와 용이 조용하고 가을 강이 서늘히 흐르니,
고향에서 평화로이 지내던 때가 그립구나.
[註解] ◈聞道 : 듣는 바로는 ~이라 한다.
◈似弈棋 : 바둑·장기판과 같다. 형세가 불명하다는 뜻.
弈棋는 바둑、장기를 두다.
◈百年 : 사람의 일생.
◈不勝悲 : 슬픔을 견딜 수 없다. 不勝은 ~에 견디지 못하다.
◈第宅 : 저택. 집.
◈金鼓 : 군대의 징과 북(전진할 때는 북을 치며 후퇴할 때는 징을 침).
◈徵西 : 서쪽을 정벌함. 티베트 고원의 吐蕃을 정벌하기 위한
전투를 말한다.
◈羽書 : 급한 소식을 전하는 때에 깃털을 꽂아서 보냈던 데어서,
군사 상 급하게 전하는 檄文.
◈遲 : 檄文이 더디게 느껴질 정도로 전쟁의 상황이 급박하다는 뜻으로
馳로 되어 있는 판본도 있다.
◈魚龍 : 물고기와 용. 물속 동물을 통틀어 일컫는 말.
◈故國 : 長安을 말한다. ◈平居 : 평소. 평상시.
[脚韻] 上平聲 四支(棋, 悲, 時, 遲, 思)
[鑑賞] 제4수는 나라가 티베트 고원의 토번이 장안을 공격하는 등
토번과의 전쟁이 잦았던 시절로 전쟁이 그치지 않음을 근심하며
평화로운 시절이 돌아와 고향에서 편히 쉬고 싶다는 생각을 읊은 시이다.
[五]
蓬萊宮闕對南山,
承露金莖霄漢間.
봉래궁궐대남산,
승로금경소한간.
蓬萊宮의 문은 종남산과 마주하고,
承露盤의 구리 기둥은 하늘 사이에 솟아있네.
西望瑤池降王母,
東來紫氣滿函關.
서망요지강왕모,
동래자기만함관.
서쪽 瑤池를 바라보니 西王母가 내려오고,
동쪽에서 상서로운 기운 다가와 函谷關에 가득 차네.
雲移雉尾開宮扇,
日繞龍鱗識聖顏.
운이치미개궁선,
일요용린식성안.
구름이 움직이는 듯 꿩 깃으로 장식한 宮扇이 열리고,
태양이 袞龍袍를 감싸듯하니 천자의 龍眼을 알현하네.
一臥滄江驚歲晚,
幾回青瑣照朝班.
일와창강경세만,
기회청쇄조조반.
滄江에 한 번 누워 한 해가 저물어가는 감에 놀라니,
靑瑣門에서 점호를 받았던 것이 몇 번이었던가?
[註解] ◈蓬萊 : 蓬萊宮. 당나라 장안에 있던 궁전의 이름.
원래는 大明宮이었는데, 高宗 때 확장공사를 하여 봉래궁으로
이름을 고쳤다.
◈南山 : 終南山. 陝西省 長安、城南 五十支里의
終南[秦嶺] 山脈 중의 한 봉우리.
◈承露金莖 : 承露盤의 銅柱. 승로반은 漢나라 武帝가 이슬을 받는
구리 쟁반을 만드니 높이가 30丈이요, 크기가 열 아름이었다 한다.
위에 仙人掌[신선의 손바닥]이 있어서,
옥잔을 받들어 구름 밖의 이슬을 받는데,
여기에 옥가루를 타서 마시면 장생불사할 수 있다고 한다.
金莖은 승로반을 받쳐 세우고 있는 구리 기둥을 말한다.
◈霄漢 : 하늘을 말하며 朝廷을 비유하기도 한다.
◈瑤池 : 신선이 사는 못으로 중국 崑崙山에 있고,
周나라 穆王이 西王母를 만났다는 곳이다.
곤륜산 정상에는 瑤池란 연못이 있어 밤에 천상에서
신선들이 용이나 기린, 또는 봉황을 타고 내려온다.
◈紫氣 : 상서로운 기운. 聖人.
◈雲移雉尾開宮扇 : 구름이 움직이는 듯 꿩 깃으로 장식한
둥근 부채가 열린다. 雉尾는 꿩 꼬리털로 장식한 것을 말하며,
宮扇은 둥근 부채로 천자가 옥좌로 나아갈 때,
궁녀들이 부채를 가리고 있다가 여는 모습을 비유한 것이다.
◈日繞龍鱗 : 태양이 곤룡포를 에워싸다.
龍鱗은 용의 비늘. 황제의 옷은 黃龍을 수놓은 옷을 입었는데,
이를 袞龍袍라고 한다.
◈滄江 : 長江을 말한다.
◈青瑣 : 門下省의 宮門으로 靑瑣門을 말한다.
南內에 있는데, 문 위에 조그만 옥고리[瑣環]가 새겨져 있고,
그것을 푸른색으로 칠해놓아서 청쇄문이라 이름한 것이다.
◈照朝班 : 點朝班으로 되어 있는 판본도 있으며, 조정에 나가
點呼를 받음을 말한다. 朝班은 朝會에 참여하는 벼슬아치의
벌여 서는 차례를 말한다.
[脚韻] 上平聲 十五删(山, 間, 關, 顔, 班)
[鑑賞] 제5수는 唐의 궁전을 漢나라의 궁전에 비유하고
황제와 황후가 조회에 참석하는 모습을 서왕모와 함곡관을
인용하여 웅장한 모습으로 회상하였다.
또한 자신은 기주에 있으면서 늦은 가을 생각해보니 벼슬하면서
궁전에 있었던 자신이었지만 그 기간이 짧았음을 회고하였다.
[六]
瞿唐峽口曲江頭,
萬里風煙接素秋.
구당협구곡강두,
만리풍연접소추.
瞿唐峽의 입구와 곡강 강어귀는,
맑은 가을이 만 리의 흐릿한 기운으로 이어져있네.
花萼夾城通禦氣,
芙蓉小苑入邊愁.
화악협성통어기,
부용소원입변수.
花萼樓와 夾城에는 천자의 기운이 서려 있고,
芙蓉苑에는 변방의 근심에 잠겼으리라.
朱簾繡柱圍黃鶴,
錦纜牙檣起白鷗.
주렴수주위황학,
금람아장기백구.
붉은 주렴과 오색 기둥에는 황학이 둘러져 있고,
비단닻줄 상아돛대의 배는 갈매기를 놀라게 하네.
回首可憐歌舞地,
秦中自古帝王州.
회수가련가무지,
진중자고제왕주.
돌이켜보니 가련하다 노래하고 춤추던 땅,
長安은 예로부터 제왕의 땅이라네.
[註解] ◈瞿塘峽 : 瞿塘峽, 巫峽, 西陵峽을 長江三峽이라 하며,
구당협은 가장 상류에 있으며, 夔州의 동쪽에 있다.
◈曲江 : 장안성의 남쪽에 위치한 강으로 명승지이다.
◈萬里風煙 : 기주와 장안의 거리가 만 리 떨어져있다는 말로
기주에서 장안을 바라보는 모습이다. 風煙은 멀리 보이는 공중에 서린 흐릿한 기운. ◈花萼 : 花萼樓. 長安 南內 興慶宮 서남쪽에 있는 누각. ◈夾城 : 화악루를 거쳐 곡강의 부용원까지 통해 있는 복도. ◈芙蓉小苑 : 芙蓉園. 南苑이라고도하며, 곡강 서남쪽에 있었으며 연꽃이 많아 부용원이라 불렀다. ◈朱簾繡柱 : 붉은 주렴과 오색 기둥. 곡강 행궁 별원의 화려함을 말함. ◈黃鶴 : 黃鵠[고니]로 되어 있는 판본도 있다. ◈錦纜牙檣 : 비단닻줄과 상아로 장식한 돛대. 곡강에 띄워놓은 화려한 배를 말한다. ◈回首 : 돌이켜 보다. 회고하다. ◈秦中 : 지금의 陝西省 중부 지역이며 唐의 수도 長安을 가리킨다. 周나라 이후 서울은 장안 쪽에 있었다.
[脚韻] 下平聲 十一尤(頭, 秋, 愁, 鷗, 州)
[鑑賞] 제6수는 구당협에서 장안 쪽을 바라보며, 가을이 와 있음을 느끼고, 예전에 화려했던 장안의 궁전 모습을 회상하여, 당 현종이 노닐던 부용원을 묘사하였으며, 안사의 난으로 인하여 장안을 떠나야 했던 현종을 원망하는 마음을 읊은 시이다.
[七]
昆明池水漢時功,
武帝旌旗在眼中.
곤명지수한시공,
무제정기재안중.
昆明池의 호수는 漢나라 때 만들어졌으니,
한 무제의 깃발이 눈앞에 있는 듯하네.
織女機絲虛月夜,
石鯨鱗甲動秋風.
직녀기사허월야,
석경린갑동추풍.
직녀 베틀의 실은 달밤에 헛되 보이고,
돌로 만든 고래의 비늘껍질이 가을바람에 흔들리네.
波漂菰米沈雲黑,
露冷蓮房墜粉紅.
파표고미침운흑,
노냉연방추분홍.
줄 열매 파도에 떠다니니 검은 구름이 물에 잠긴 듯하고,
연밥 송이에 차가운 이슬이 분홍빛으로 떨어지네.
關塞極天唯鳥道,
江湖滿地一漁翁.
관새극천유조도,
강호만지일어옹.
변방의 관문 하늘에 닿아 오직 험한 길만 있으니,
강과 호수만 가득한 땅에 고기 잡는 늙은이 하나 있네.
[註解] ◈昆明池 : 漢나라 때 상림원 안에 있던 여러 호수 중 하나. 漢武帝 元狩 3년(기원전 120)에 장안 서남쪽에 수군을 훈련할 목적으로 곤명지라는 인공호수를 만들고 호수의 동서 양쪽에 각각 견우와 직녀의 석상을 세웠다. ◈武帝 : 劉徹. 前漢의 제7대 황제(재위, 기원전 141~기원전 87). ◈旌旗 : 망루가 있는 큰 배의 軍旗. ◈織女 : 漢나라 때, 昆明池에 만들어 놓은 직녀의 석상을 말한다. ◈機絲 : 베틀의 실. ◈石鯨 : 곤명지에는 옥돌을 조각해 고래[鯨魚] 모양의 물고기를 만들어 놓았는데, 천둥이 치고 비가 올 때마다 그 물고기는 크게 소리를 내고 지느러미와 꼬리가 모두 움직였다. ◈鱗甲 : 비늘과 껍데기. 여기서는 돌로 만든 고래의 지느러미와 꼬리를 말한다. ◈菰米 : 줄. 줄풀의 열매. 얕은 물에서 자라며 잎은 갈대와 같고 뿌리와 줄기를 먹기도 한다. 가을에 열매를 맺으며 껍질이 흑갈색이다. ◈蓮房:연밥(연꽃의 열매)이 들어 있는 송이. 蓮蓬. ◈關塞: 국경지방의 關門, 또는 要塞. 여기서는 기주의 산천을 말한다. ◈極天 : 하늘의 가장 높은 곳. 하늘에 이름. ◈鳥道 : 험준한 산길. 나는 새도 넘기 어려울 만큼 험한 길. 鳥逕. ◈江湖滿地 : 강호 일대. 강호를 떠돌아다니며 쉴 곳이 없음을 말함. ◈漁翁 : 고기 잡는 늙은이. 杜甫 자신을 말한다.
[脚韻] 上平聲 一東(功, 中, 風, 紅, 翁)
[鑑賞] 제7수는 전반부는 장안에 있는 漢武帝 때의 昆明池의 장관을 회상하였으며, 후반부는 장안으로 돌아가려 해도 돌아갈 수 없으니, 갈 곳이 없이 고기를 잡는 늙은이로 자신을 묘사하였다.
[八]
昆吾禦宿自逶迤,
紫閣峰陰入渼陂.
곤오어숙자위이,
자각봉읍입미피.
昆吾와 禦宿으로 가는 길은 구불구불하고,
紫閣峰 북쪽은 渼陂 호수에 드리웠네.
香稻啄餘鸚鵡粒,
碧梧棲老鳳凰枝.
향도탁여앵무립,
벽오서로봉황지.
앵무새는 남은 향기로운 벼 이삭을 쪼아 먹고,
벽오동 옛 가지에 봉황새 깃드네.
佳人拾翠春相問,
仙侶同舟晚更移.
가인습취춘상문,
선려동주만갱이.
미인들은 비취새 깃털 주워 서로 봄 안부를 묻고,
좋은 짝과 함께 배를 타고 해질녘 자리 옮겨 다시 논다네.
彩筆昔遊幹氣象,
白頭吟望苦低垂.
채필석유간기상,
백두금망고저수.
빼어난 글 솜씨가 한 때는 하늘에 닿았는데,
백발 되어 읊조리며 바라보다 괴로워 고개 숙이네.
[註解] ◈昆吾 : 한 무제 때의 上林苑. ◈禦宿 : 御宿. 御宿川. ◈逶迤 : (도로, 하천 등이) 구불구불 멀리 이어진 모양. 멀고 긴 모양. ◈紫閣峯 : 終南山의 봉우리 이름. ◈陰 : 북쪽. 산의 북쪽과 물의 남쪽을 陰이라 한다. ◈渼陂 : 陝西省 戶縣 서쪽에 있는 호수로 당나라 때 명승지이다. ◈香稻啄餘鸚鵡粒) : 앵무새가 남은 향기로운 벼 이삭을 쪼아 먹는다. 鸚鵡啄餘香稻粒의 도치된 문장. 香稻는 香米로 향기 나는 쌀. ◈碧梧棲老鳳凰枝 : 벽오동 옛 가지에 봉황이 깃든다. 碧梧는 벽오동. 鳳凰棲老碧梧枝의 도치된 문장. ◈拾翠 : 여인의 장신구인 비취새의 날개를 줍는다. ◈相問 : 선물을 주며 서로 봄 안부를 묻다. ◈仙侶 : 봄놀이 할 때의 짝. ◈晚更移 : 해질 무렵에 배의 위치를 다른 곳으로 옮겨서 노는 것. ◈彩筆 : 채색하는 데 쓰는 붓. 아름답고 고운 필치를 말한다. ◈幹氣象 : 天寶 10년에 三大禮라는 賦를 지어 玄宗의 칭찬을 받은 일을 말한다. ◈望 : 장안 쪽을 바라봄.
[脚韻] 上平聲 四支(迤, 陂, 枝, 移, 垂)
[鑑賞] 제8수는 장안의 모습을 회상하며, 장안으로 가는 길의 아름다움과 봄날의 즐거웠던 모습을 생각하고, 지난날 화려했던 날들은 가버리고, 백발이 된 자신의 모습에 슬퍼하는 모습을 읊은 시이다.
[解說] 칠언율시로 대력 원년 (766), 작자 나이 55세 때 지은 작품이다. 전해 초여름에 피난지 성도를 떠나 가을에 운안까지 왔다가 병이 심해져 거기서 겨울을 보내고, 기주로 와서 우거할 때, 旅愁와 望鄕의 정을 노래한 것으로, 秋興이라는 제목으로 지은 8수다. 이 시를 지을 때 두보는 가난과 신병에 시달릴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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